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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슈 | 어라! 휴대폰 요금은 왜 또 늘어났지? 

통신사의 복잡한 사용요금 설계에 보이지 않는 ‘꼼수’… “3사가 담합 통해 요금 인상한다”는 지적도 

김현준 월간중앙 기자
가계의 통신비가 해가 갈수록 끝 모르게 치솟는다. 정부는 증가하는 통신비를 잡겠다고 정책을 쏟아내지만 체감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거품이 잔뜩낀 당신의 복잡한 휴대전화 비용청구서에는 어떤비밀이 숨겨져 있나?

가계 지출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는 통신비 부담으로 서민들이 절절 맨다. 전기료·가스비·관리비 등도 만만치 않지만 해가 갈수록 유난히 이동통신비의 비중이 늘어나는걸 체감하게 된다.


통신사는 리베이트를 조절하고 판매목표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의 불법 판매를 조장하고 있다. 통신 3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휴대폰 판매점의 모습. / 사진·중앙포토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행하는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매년 5~10% 정도씩 꾸준히 상승해온 가구당 통신비는 올 1분기 15만 9천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분기에 14만 4천원으로 조금 떨어졌지만 이는 통신 3사의 영업중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5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휴대폰 보급률이 1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한 사람 당 휴대폰을 하나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인의 통신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의 통신비 수준을 비교·분석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13’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143.38달러(14만9천 원)로 일본(160.52달러), 미국(153.13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무선통신비 지출은 115.5달러(12만 원)로 가장 많았다.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을 제외한 순수 통신요금만 비교했는데도 이 정도다.

웬만한 도시 가정에서는 부모자식 할 것 없이 모두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시대다. 스마트폰이 첨단화할수록 단말기를 바꾸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계 경제에 주름살을 입히는 이동통신비는 왜 자꾸만 늘어나는 것일까?

‘조삼모사식’ 통신비 설계의 비밀


통신비가 계속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통신사들이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을 쥐고 흔드는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로부터 휴대폰 단말기를 구매한 뒤,

자신들이 설계한 통신요금과 결합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통신비를 복잡하게 구성한다.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는 ▷월정액 통신요금 ▷단말기 할부금 ▷가입비 ▷유심비 ▷부가서비스 비용 ▷단말기 할부이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항목들을 모두 더한 뒤,통신요금의 종류에 따른 약정할인 금액을 뺀 비용을 소비자가 월별로 부담하는 식이다. 각각의 통신비 항목에 익숙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자신이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얼마나 치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통신사 대리점의 직원이 권유하는 통신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할부금을 내리는 대신 통신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전체 통신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과 약정할인을 차등 적용해, 단말기 할부금을 올리고 내리기도 한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소비자도 더 많은 약정할인과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고 선뜻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그러나 포기해야 하는 약정할인과 보조금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비슷한 통신비를 지출하게 된다. 어차피 비슷한 통신비가 나온다면 소비자로서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이로울 거라고 느껴지게 된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LTE-A 요금제 가입자의 70~80% 이상이 8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만약, 소비자가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일시불로 구매한다면 상황은 달라질까? 어차피 단말기 할부금으로 나갈 돈이라면 아예 속편히 일시불로 구매한 뒤,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문제가 없을까? 그러나 이러한 구매 방법도 현실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제조사들이 보조금과 약정할인으로 휴대폰 단말기의 가격이 내려갈 것을 감안해 출고가를 높게 잡아놓기 때문이다.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 단말기를 구매해야만 보조금과 약정할인을 통해 그나마 싸게 살 수 있는 시장구조다.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통신요금이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를 포함한 패키지 형태로 구성된 점도 통신비 인상의 주된 이유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LTE 72 요금제’는 ‘음성통화 450분+문자 450건+데이터 9GB’로 패키지가 꾸려져 있다. LTE 휴대폰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층 소비자들의 경우 음성통화 시간이나 문자 건수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들이 9GB의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LTE 72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다면 자연히 음성통화 시간이나 문자 건수는 남아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음성통화와 문자는 고스란히 통신사의 낙전 수입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리점·판매점의 ‘의무조항’ 떠넘기기

패키지 구성의 통신요금 문제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수년 전부터 통신 3사에 통신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패키지 요금을 대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선택형 요금제를 꾸리기 위해서는 먼저 통신요금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통신요금의 원가공개를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통신 3사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통신요금의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통신요금 원가 공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참여 연대는 미래부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단말기를 새로 구매할 때마다 강제하다시피 하는 93일의 요금제 유지기간도 소비자들이 떠맡는 부담이다. 휴대폰을 처음 개통할 때, 대리점·판매점 직원들은 보통 고가 요금제를 93일간만 유지해줄 경우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제안한다. 나중에는 원하는 요금제로 바꿔도 되니 석 달만 특정 요금제를 이용해달라고 간청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리점·판매점의 부탁이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경우 3개월간은 꼼짝없이 해당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이다. 고가의 요금제가 필요 없다고 판단, 약속한 기간 내에 요금제를 바꾸려고 하면 개통했던 대리점·판매점에서 여지없이 항의전화가 걸려온다. 단말기 할부금을 올리겠다거나 민사소송을 걸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무시하고 고객센터에서 요금제를 변경하려 해도 대부분은 휴대폰을 개통한 대리점·판매점에 확인한 뒤 바꿔줄 수 있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통신사 관계자들은 특정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따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대리점·판매점은 왜 그런 조건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압박하는 걸까? 요금제 유지기간의 비밀은 통신사에서 가입자 유치 명목으로 대리점·판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와 관련이 있다. 한 판매점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사는 ▷휴대폰 단말기 종류 ▷판매방식 ▷요금제 유지기간 등을 포함한 자사의 ‘판매정책’에 따라 일선 대리점·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준다.

예를 들어 ‘번호이동’ 고객에게 ‘갤럭시S5’를 69요금제로 93일 이상 유지 개통시킬 경우 102만 원의 리베이트를 주는 식이다. 이 조건대로 휴대폰이 개통되면 대리점·판매점은 소비자에게 87만 원 상당의 갤럭시S5를 공짜로 내준다고 할지라도 25만 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가 중간에 요금제를 바꾸게 되면 대리점·판매점이 통신사로부터 받았던 리베이트를 되돌려줘야 한다.

판매정책을 만족시키기 위해 불법 보조금까지 뿌리며 휴대폰 단말기를 싸게 판매한 대리점·판매점으로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사용자에게 지운 옵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사 간 ‘담합’ 통한 요금 인상효과


5월 2일 열린 324회 국회 2차 본회의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통과됐다. / 사진·뉴시스
휴대폰 단말기 대리점의 경우 판매점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정 휴대폰 단말기와 요금제에 대한 판매목표를 못 채우면 미달한 단말기 대수마다 2만~3만 원을 통신사에 환불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요금제 유지기간에 모든 대리점·판매점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통신 3사는 특정 요금제 유지기간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대리점·판매점이 고객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는 것일 뿐 본사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발뺌한다. 그러나 리베이트를 조절하고 판매목표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일선 대리점·판매점의 불법 판매를 조장한 이상, 통신비 인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통신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는 통신 3사가 판에 박은 듯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통신 3사는 비슷한 통신요금제를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인상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신 3사가 현재 제공하는 패키지 요금제는 가격대별로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통신사들은 “고심해서 요금제를 출시하더라도 경쟁사에서 바로 베껴가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소비자들은 통신 3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통신 3사의 담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불거진 ‘요금인가제’ 폐지 논란이 주목을 받았다. 요금인가제는 후발사업자를 보호해 통신업계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1년 도입된 제도다.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통신요금을 과감히 내리면 KT·LG유플러스 등 후발사업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신규 요금제를 발표하기 전에 당국의 인가를 맡으라는 것이 그 골자다.

문제는 이 요금인가제가 지난 20여 년 동안 통신요금의 인하 효과보다는, 오히려 통신 3사의 요금 담합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5대 3대 2의 시장 점유율을 형성한 상태에서 SK텔레콤이 적당히 요금을 올리면 뒤따라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통신비를 끌어올려왔다는 의혹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등은 최근 요금인가제 폐지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미래부 또한 인가제 폐지 및 보완 방안 등을 검토 중이어서 머지않아 요금인가제는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동통신시장의 황금분할 구도가 형성돼 있어 요금인가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통신 3사가 통신요금제를 현실화하리라고 믿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도 늘어나는 통신비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통신비 인하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관련 부처인 미래부는 ▷가입비 단계적 폐지 ▷알뜰폰 활성화 ▷LTE 선택형 요금제 출시 유도 ▷휴대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이동통신서비스·단말기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통신비 경감대책도 ‘별무소용’

그러나 미래부가 내놓은 방안의 대부분이 현실화됐는데도 국민이 느끼는 통신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가입비는 애초부터 큰 부담이 되지 않았고, 알뜰폰 이용자의 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통신 3사가 저마다 선보였지만 특장점이 부족한 LTE 선택형 요금제는 사실상 통신비 인하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

정부의 방안 중 그나마 유의미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시행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단통법은 왜곡된 유통구조의 사생아 격인 차별적인 불법 보조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과거 최대 27만 원이었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은 25만~35만 원 사이로 변경된다.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이 공시금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40만 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도하고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제조사와 통신사, 대리점·판매점에게 해당 행위에 대한 긴급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그 밖의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조사와 통신사에 매출액 3%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결과적으로 통신사만 배불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신 3사가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지급하는 불법 보조금과 그에 따른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그 비용이 장비 교체나 서비스 품질개선, 통신요금 인하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온라인 판매점을 통해 휴대폰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사라져, 휴대폰 단말기 값이 더욱 비싸질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통법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고 하더라도 통신비 중 단말기 할부금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단통법을 통한 휴대폰 단말기 가격 인하와는 별개로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을 양손에 쥐고 흔드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보이지 않는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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