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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의 시한폭탄, ‘사드(THAAD, 고고도 지대공 요격미사일)’ 뇌관 터질까 

미국, 아·태지역 MD체계 대폭 강화 추진하면서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검토… 중국은 자국의 군사시설이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호퍼호가 SM-3 요격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 섬에서 남서쪽으로 3200㎞ 떨어진 로널드 레이건 탄도미사일방어(BMD) 시험장. 이 시험장은 콰절런 환초, 웨이크 섬, 아우르 환초 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올 6월 22일 콰절런 환초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가상한 표적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갔다. 길이 14m의 표적 미사일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으로 설정됐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인공위성을 통해 이 미사일을 즉각 탐지하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인 GBI(Ground Based Interceptor)를 발사했다. GBI는 이지스 구축함 호퍼호(DDG 70)의 AN/SPY 레이더와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로부터 정보를 전달받고 표적 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요격 상황을 지켜본 미사일방어국(MDA)의 제임스 시링 국장(해군 중장)은 오랜만에 미사일방어(MD)체계 실험에 성공하자 환호성을 올렸다. 미국이 MD요격 실험에 성공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실험에 성공한 MD체계는 미국을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고고도에서 비행할 때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요격하는 ‘지상발사형 비행중간단계방어(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체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미국은 GBI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모두 4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04년 이후 8차례 요격 시험에서 초반 세 차례만 성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GMD체계 구축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쓸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 의문이 제기됐었다. 시링 국장이 “GBI의 요격실험 성공은 MD체계의 신뢰도를 증강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걸음이 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현재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육군기지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GBI 30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7년까지 GBI14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GBI는 미국 정부가 외기권(外氣圈)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개발해온 최신예 요격미사일이다. 외기권은 500㎞ 이상의 고(高)고도에 있는 대기의 최상층을 말한다. GBI는 길이 16.8m, 무게 1만2700㎏, 최대고도 2천㎞인 3단계 로켓과 탄두로 구성된 미사일이다. 탄두 부분에는 EKV(Exoatmospheric Kill Vehicle)라는 ‘외기권 파괴 요격체’가 탑재 돼 있다. 이 요격체는 무게 64㎏, 길이 1.4m, 지름 0.6m이며 속도는 초속 10㎞에 달한다. 이 요격체는 자체 추진력과 정보송신 및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GBI가 요격체를 요격 지점 부근까지 운반한 뒤 분리시키면 요격체는 목표물을 파괴한다. 당시 실험에 쓰인 외기권 요격체는 미국 레이시언사가 만든 제2세대 형의 EKV CE–2다.

미국이 많은 예산을 들여서 GBI 개발과 실전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적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율이 높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면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대기권에서 상승할 때 요격하려면 180초, 하강할때 요격하려면 30초 정도밖에 여유가 없다. 하지만 대기권 밖으로 나가면 이보다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GBI 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려는 것이다. 물론 대기권 밖 고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선 미사일의 비행 궤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고성능의 탐지 기술과 요격미사일 비행 기술이 필요하다.

GBI 요격 성공으로 복합 MD체계 완성


미국 사드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 ‘SBX-1’(일명 X-밴드 레이더)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 있다.
MD체계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격추하는 요격시스템을 말한다. MD체계의 기본은 요격보다도 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있다. 미사일 탐지는 지상·해상·우주에서 입체적으로 이뤄진다. 지상과 해상에서의 탐지전력으로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AN/TPY–2)가 꼽힌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AN/TPY–2 레이더는 기존 레이더보다 훨씬 파장이 짧은(파장 2.5~3.75㎝) 전파를 사용해 4천㎞ 떨어진 탄도미사일 형태도 구별할 수 있다.

이지스함에 장착된 첨단 레이더도 MD체계의 탐지전력이다. 우주에 띄운 위성도 미사일 움직임을 추적한다. 우주기반 적외선탐지시스템(SBIRS) 위성은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고, 우주추적 감시체계(STSS) 위성은 발사체 움직임을 전 과정에 걸쳐 추적한다. 적의 미사일 파괴는 상승단계 요격, 궤도요격, 재진입과 하층방어 등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SBIRS가 미사일 발사섬광을 탐지하면 가장 먼저 상승단계 요격이 진행된다. 통상 이지스함에서 해상발사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 미사일(SM–3)을 발사해 고도 250~500㎞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 적의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넘어가면 궤도 요격 단계에 돌입한다. X밴드 레이더, 이지스함,추적위성을 통해 예상 궤도를 산출하고 GBI 미사일을 발사해 적의 미사일을 격추한다. 지난 6월 실험에 성공한 요격 단계가 바로 이 단계다. 적의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면 재진입·하층방어 단계가 가동된다. 이때는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이 발사된다.

미국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가장 많이 실전 배치한 것은 PAC–3와 SM–3 미사일이다. 하지만 미국 MD체계의 핵심 무기는 고고도 요격 미사일인 사드다. 제원을 보면 무게 900㎏, 길이 6.17m, 직경 34㎝, 속도는 마하 8.24이며, 요격 고도는 40∼150㎞다. 사드는 미국이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망을 구축하고자 개발에 착수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뒤 99년 8월 대기권 밖에서 최초로 목표물 요격에 성공했다. 이후 개량을 거쳐 2007년 1월과 4월에는 스커드급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진입 후 파괴 임무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며 미국 MD체계의 핵심 무기가 됐다.

사드는 PAC–3보다 높은 대기권 상층부나 고도 120㎞ 이상의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사드는 목표물 근처에서 탄두가 폭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외선 추적기를 탑재한 요격체가 직접 목표물을 타격하는 ‘힛 투 킬(hit–to–kill)’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드는 요격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전투관리·지휘·통제·통신·정보, 지상 레이더 등 4개의 주요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사드 미사일은 탄두부(요격체)가 분리되는 1단 고체추진제 로켓이며,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추력방향제어(TVC) 방식이 사용된다.

미국도 떨게 만든 중국과 북한의 ICBM

미국이 최근 들어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비해 MD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미사일방어국은 2015 회계연도에 MD 예산으로 74억5천만 달러를 비롯해 2019년까지 총 37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이 MD 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은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핵 보유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지상발사용 130기와 수중발사용 48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Atomic Scientists)’도 중국이 작전 배치한 핵탄두 175개와 비축 혹은 폐기 예정인 65개를 포함해 240개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의 핵탄두가 300∼400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DF(東風:둥펑)–41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DF–41은최대 사거리가 1만4천㎞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목표물을 공격하는 핵탄두를 한꺼번에 10개까지 동시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가공할 위력을 뽐낸다. 최대 음속의 10배(마하 10)로 비행하는 DF–41은 직경 2m, 길이 15m, 중량 25t으로 3단 고체연료 추진체로 발사된다. 차량과 열차에 탑재한 상태에서 발사할 수 있다.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동식 ICBM은 DF–31과 DF–31A인데, 사거리가 각각 8천㎞와 1만1천㎞로 미국 서부 지역만 공격할 수 있었다. 탄두 수도 3~5개에 불과했다. 이보다 성능이 개량된 DF–41은 앞으로 중국 ICBM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 8월 8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현재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대 등 각종 시설의 확장 공사를 하고 있으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북한은 최대 50∼55m 길이에 3.5m 직경 크기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8노스는 또 이곳에서 KN–08 이동식 ICBM으로 추정되는 발사체의 1단계 추진체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지름 2m, 길이 18m의 KN–08 이동식 ICBM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노동 미사일을 차량에 장착된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사상 처음 발사했다. 탄두중량 700㎏인 노동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사거리가 1300㎞에 달해 북한에서 발사할 경우 주일 미군기지가 모두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또 사거리 300∼500㎞에 탄두중량 770∼1천㎏인 스커드, 사거리 3천㎞ 이상에 탄두중량 650㎏인 무수단, 사거리 6700㎞ 이상에 탄두중량 650∼1천㎏인 대포동 2호 등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거나 개발 중이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500~1천㎏ 규모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 서부 해안까지 핵무기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는 은하 3호가 무게 250~550㎏의 탄두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핵물질을 일시에 압축해 핵폭발을 유도하는 내폭형 기폭장치 개발을 위해 100여 차례 이상의 고폭 실험을 실시해왔다. 미국의 핵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2016년 말까지 최대 4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은 현재 영변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북한은 이외에도 비밀리에 건설한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에 설치된 요격미사일.

미국의 아·태 MD체계, 일본·호주와 손잡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MD체계를 확대하는 데엔 무엇보다 적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X–밴드(band) 레이더를 추가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인 X–밴드 레이더는 4800㎞ 떨어진 곳에 있는 야구공 크기의 금속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또 미사일의 탄두와 발사체, 유도장치까지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이 레이더가 미사일을 탐지해야 요격미사일이 레이더의 유도에 따라 적의 미사일을 격추한다. X–밴드 레이더는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ABMD)에 탐지와 식별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은 오는 2018년까지 ABMD를 현재의 26척에서 2018년까지 36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이 중 60%는 아·태지역에 집중 배치할 방침이다. X–밴드 레이더는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식별 정보를 육지에 배치된 사드에도 보낼 수 있다.

미국은 2006년 일본 북부 지역인 아오모리현 샤리키 기지에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한 데 이어 일본 서부 교토부 교탄고시 인근 교가미사키 기지와 필리핀에도 X–밴드 레이더 설치를 준비 중이다. X–밴드 레이더가 이 세 곳에 설치될 경우 이 레이더들이 하나의 호를 형성하면서 중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스티븐 힐드레스 연구원은 아·태지역에 X–밴드 레이더가 증강 배치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 본토의 상당부분까지 감시 영역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 미사일방어국은 또 장거리 식별레이더(LRDR)도 개발해 2020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장거리 식별레이더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비행 중간단계에서 식별·추적하는 장비로, X–밴드 레이더와 기능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미국의 아·태지역 MD체계 구축 계획에서 핵심적인 협력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MD체계는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와 요격 실패시 지상에서 재차 요격에 나서는 지상발사 요격미사일 PAC–3의 2단계로 돼 있고, 방어 범위는 각각 30㎞ 이하, 250~500㎞이다. 일본은 현재 SM–3가 탑재된 9500t급 이지스함 4척을 실전 배치하고 있고 2018년까지 7700t급 이지스함 2척도 개조해 SM–3를 탑재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이지스함 2척을 추가 건조할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미국과 협력해 개량형 SM–3(SM–3 2A)도 개발 중이다.

미국은 현재 일본에 이지스함 5척을 배치해놓고 있고, 2017년까지 이지스함 2척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또 ‘지휘통제 및 전투관리 통신(C2BMC)’시스템을 일본에 구축하기로 했다. C2BMC시스템은 X–밴드 레이더의 탐지용 센서 시스템과 PAC–3 미사일 요격시스템 등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전투관리 에서부터 통신체계, 지휘통제를 아우르는 종합 개념이다. 일본 방위성은 미국으로부터 사드 미사일과 SM–3의 지상형인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Aegis Ashore System)’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인근 해역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자국 전함의 상공에 플레어(열추적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만용 섬광)를 발사하고 있다.
MD체계를 기존 2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하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탄도미사일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상형 SM–3의 도입이다. 미국이 지난 5월 21일 지상형 SM–3의 시험 발사에 처음 성공했다. 지상형 SM–3는 기동력이 좋고 즉응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호주와도 MD체계 구축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호주 중부 사막지대 앨리스 스프링스 인근에 미국의 비밀군사시설인 파인 갭 기지가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등이 합동 운영하는 이 기지는 전 세계 모든 전파를 첩보위성으로 감시한다. 미국은 앞으로 파인 갭 기지를 MD체계의 핵심기지로 사용할 계획이다.

멀고도 먼 독자적 KAMD체계의 길

미국은 이 기지에 이미 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할 수 있는 인공위성 감시시스템(SBIS)을 구축했다. 호주도 자체 개발한 진달리(Jindalee) 초지평선 레이더(Over the Horizon Radar. 파장 30m급의 단파를 지표와 전리층 사이에 반사시켜 수평선보다 먼 물체를 포착하는 레이더)를 이 기지에 설치했다. 호주는 또 미국으로부터 SM–3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도 구입할 계획이다. 호주 역시 MD에 참여하면서 그 명분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미국은 현재 한국을 MD체계의 주요 파트너로 간주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주한 미군에 사드체계를 배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사드체계의 배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부지조사 등을 마쳤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6월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사드체계를 한국에 배치할 것을 미국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지난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려면 사드와 같은 상층 요격미사일과 X–밴드 레이더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8월 21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로 명백한 도발 행위이자 동북아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며 “한미동맹에 있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워크 부장관은 이어 “한국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독립적이고 강력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사드체계와 한국미사일방어체계(KAMD)는 상호운용이 가능해야한다”고 밝혔다.

워크 부장관이 상호운용을 강조한 것은 사드가 배치될경우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인 전구유도탄작전반(TMO–CELL)과 우리나라의 탄도작전통제소(AMD–CELL)간 연동체계 구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대응시간이 3~5분 정도로 짧다는 결점을 X–밴드 레이더를 통한 효율적 정보 교환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지상 20~50㎞에서 요격하는 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한국의 독자적 MD체계인 KAMD 가 미국의 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미사일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 교환 자체가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의 MD 편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방부는 “한미 간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건 사실이지만 KAMD는 북한 미사일에 한정해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시스템이어서 미국의 MD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7월 20일 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억제하는 데, 한반도의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된 SM–2와 공군의 PAC–2는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격추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군은 PAC–2를 PAC–3로 개량하고, M–SAM(PAC–3급)과 L–SAM(사드급)을 자체 개발해 2024년경까지 KAMD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때까지 주한미군의 MD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PAC–3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중관계의 마지노선?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지난 3월 시험 발사한 노동 미사일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동해를 향해 노동 미사일 2기를 발사하면서 발사 각도를 높게 해 사거리를 최대 사거리의 절반 정도인 650㎞로 줄이는 방법을 시험했다. 노동 미사일의 최대 고도가 160㎞ 이상이었고, 최고 속도가 마하 7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이렇게 발사하면 PAC–2와 PAC–3로는 더욱 요격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이 자체 전력 증강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군이 KAMD체계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PAC–3를 보완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체계 도입 검토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3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MD체계와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반도에 MD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일본·한국 등 동맹국들과 연합해 아·태지역에서 추진 중인 MD체계가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를 미국의 자국 포위 전략으로 간주한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시설이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해야 한다. X–밴드 레이더가 서해상에 고정 배치될 경우 북한 전 지역은 물론 베이징·상하이·다롄 등 중국의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 밀집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드 1개 포대는 6대의 이동식 발사대와 발사대 당 8발씩 총 48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포대 배치비용은 2조 원 규모다. 한국 전역을 방어하려면 2~4개 포대, 즉 4~8조 원의 비용이 든다. 배치가 결정된다면 미군기지 이전 계획에 따라 평택이 유력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와 공식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시기, 한미연합사단 창설 등과 함께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만일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면 자칫하면 한중관계가 냉각될 수 있다. 한중 무역규모는 2015년이면 3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미국과 일본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할 경우 더 이상 북한과의 통일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으로선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되 적절하게 균형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든지,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전략은 국익을 챙기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한미, 한중관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사드 배치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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