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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의 ‘제주혁신’ 청사진 - 중국자본 러시, 브레이크 걸리나 

막대한 중국인 투자에 우려와 기대 공존… 문호는 활짝 열려 있지만 옥석 가리겠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원희룡 제주지사의 눈에 비친 착잡하고 혼란한 제주 개발의 현주소. 막대한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몰려드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러나 제주의 미래 가치와 과연 부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의 새로운 행정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성산일출봉.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제주도 개발에 대해서는 꼼꼼한 검증과 감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제주 경제는 외형적인 성장 면에서 상종가를 치고있다. 우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4만6천 명 늘어 증가율 전국 1위다. 외국인 230만 명을 포함해 연간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섰다. 하와이보다 관광객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외국인 투자자도 많다. 옥석을 가려야 할 정도다. 국세와지방세 증가율, 고용률, 경제성장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9월 4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카지노 개선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지난 7월 1일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문제의식은 자못 심각하다. 그는 “(제주 개발이) 양적 팽창에 초점이 맞춰져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향이 있으며,이는 제주의 미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란 점을 시간 날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급격한 궤도수정이 이뤄지리란 전망과함께, 투자의 의욕과 추세에 찬물을 끼얹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원 지사 입장에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전반적인 사업 재조정, 미래를 내다보는 가이드라인과 철학의 제시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취임 초부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이전과는 다른 ‘강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에 진출한 중국계 자본에 대해서도 ‘선전포고’를 했다. 제주도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투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원 지사의 생각이다.

원 지사의 핵심공약이자 정치실험 모델로 내세웠던 ‘협치’의 밑그림도 구체화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협치위원회 조례안’을 지난 9월 10일자로 입법예고했다. 도의회·학계·언론 등에서 추천한 인사 30명 이내로 협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작게 보면 제주도행정의 새로운 실험이고, 멀리 보면 장차 대권 도전을 대비한 심모원려다. ‘열린 보수’의 이미지, ‘개혁적 보수’의 행정실험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이며, 스스로 권력의 일부를 ‘협치’라는 시스템에 분산하겠다는 결단이기도 하다. 권력의 집행자가 아닌 정책의 조율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이미지 메이킹 하려는 시도다.

부진한 개발사업에 주목하는 중국자본

원 지사의 눈에 비친 제주 개발의 현주소는 착잡하고 혼란하다. 전면은 화려한 장밋빛이나 그 배경에는 음울한 회색빛이 감돈다. 제주도의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는 점에 대해 원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에 투자하는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서울을 휩쓸었던 기획 부동산 바람의 재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들어서고 있다.

1994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 이후 관광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추진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그간 제주도가 허가한 관광개발 사업 승인 면적만 3천만㎡ 규모다. 총 투자 규모는 제주도 한 해 예산의 3배가 넘는 11조 원 안팎이다. 문제는 대규모 부지 곳곳에서 사업 승인이 취소되는 등 관광개발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사업 승인 이후 15년간 사업자가 6차례나 바뀐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지다. 오라관광지는 1999년 쌍용건설과 유일개발이 제주시 오라동 268만 3300㎡ 부지에 약 900억 원을 투자해 골프장과 호텔, 식물원 등을 짓겠다며 추진한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이다. 쌍용건설이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지만 IMF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2004년 개발 사업권이 ㈜지앤피퍼시픽에 넘어갔다. 이후 주인이 계속 바뀌다 2006년 극동건설(주)이 사업권을 확보했다. 2009년 극동건설은 총 3909억 원을 투입해 골프장 18홀 과 호텔(152실) 등을 짓겠다며 재착공에 나섰지만 부도를 맞았다. 최근 법정관리에서 졸업했지만 사업 추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향토자본 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도 1호 투자진흥지구 ‘제주동물테마파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7년 개발사업 승인 후 가까스로 승마장을 지었으나 사업자 도산으로 투자가 중단됐다. 현재 공정률은 34퍼센트. 2016년 12월까지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추진 성공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추진 중인 팜파스 종합휴양관광단지는 사업 승인 후 6년이 지났지만 공정률은 고작 4%다. 이처럼 제주 곳곳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유원지포함)은 38곳에 이른다.


준공 예정인 콘도형 리조트 견본주택에서 열린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인들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이들 대규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개발이 진행 중인 사업에도 공동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국 자본이 제주도를 잠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 여력에 문제가 생긴 사업에 중국 자본이 투입되는 형국이다.

제주도가 2014년 6월말 현재 외자 투자사업으로 분류한 도내 관광개발 사업은 9곳이다. 면적은 694만2천㎡ 규모로 투자액은 7조8275억 원에 이른다. 대부분 차이나머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이호유원지, 드림타워 등 5곳은 투자액이 1조 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이다. 대부분 중국계 자본을 내세워 일부 공사에 들어갔으나 아직은 준비단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카지노 의혹 해명 필요하다”

신화역사공원은 람정제주개발㈜가 2조5600억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06년 사업 시작단계에서는 신화를 주제로 한 역사공원을 계획했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투자회사가 참여하면서 이 사업은 유니버셜스튜디오형 테마파크로 방향을 틀었다.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가 포함된 테마파크다.

원 지사가 “카지노에 대한 새로운 설립, 운영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 신규 카지노사업은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JDC 측은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원 지사와 JDC의 입장에 근본적은 갈등은 없다”면서도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 설립 등 당초 신화역사공원의 콘셉트에 큰 변화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중국과 싱가포르 투자사에 투자 이익금 환수의 메리트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JDC 측은 사업 요건이 대폭 강화되거나 카지노 등 핵심 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업 전반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드림타워(뤼디그룹)의 경우는 제주의 경관, 교통, 도시 기능 등 제주의 미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난개발해버리면 지금 당장 분양대금을 더 많이 받는다 해도 향후 투자가치는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역사공원(람정제주개발)도 마찬가지다. 숙박 객실의 수요 예측도 하지 않은 채 과다하게 객실을 늘리면 나중에 초과공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원 지사는 판단한다. 그때는 제주도 숙박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허가도 받지 않은 카지노를 하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밀려들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0년 2월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도입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영주권 부여)다. 이 영주권 제도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한 투자액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자이민제도는 제주특별법에서 정한 지역 내 콘도나 리조트 등 체류시설에 미화 50만 달러(약 5억 원)를 투자하면 거주비자(F-2)를 내주고 5년 뒤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중국 백통그룹이 개발 중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제주리조트. 중국인의 토지 소유는 제주시 신시가지와 서귀포시 구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곳에 집중돼 있다.
최근 제주도에 대규모 숙박·체류 단지 건설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배경이다. 대규모 중국자본이 투입되는 신화역사공원과 이호유원지, 드림타워 모두 카지노 사업을 염두에 둔 숙박이 사업의 중심이다. 영주권 특례를 활용한 수익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큰손’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다. 뤼디그룹은 지난해 말 제주도에 60억 위안(약 1조 원)을 투자해 58층 규모의 호텔과 카지노 등을 건설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를 모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주도에 1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타운’ 설립을 추진 중인 녹지 그룹은 중국 최대의 부동산 회사다.

아울러 중국·미국계 합작 카지노기업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인천 영종도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추진 중이고,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랜딩 인터내셔널 디벨로프먼트사 역시 젠팅 싱가포르와 합작해 한국에서 2억2천만 달러 규모의 카지노를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자본의 해외투자를 자문하는 ‘모닝휘슬그룹’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제주도가 올해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 목적지로 떠올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은 비자 없이 30일까지 제주 체류가 가능하다. 또 제주도 입도 전 72시간 안에 부산, 울산,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환승 관광도 가능해졌다.

중국자본 투자는 본래 사업목적에 충실해야

최근 중국인들은 제주시 신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노른자위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2008년 이전까지는 대부분 해안지역에 편중됐지만 2010년 무렵부터는 중산간 등 제주도 전 지역으로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최근 김태일 제주대 교수가 2004년부터 지난 5월까지 10여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를 통해 밝혀냈다.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외국인 소유 토지면적은 미국 국적이 370만 940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중국 356만 9180㎡, 일본 211만 6561㎡ 순이다. 2004년부터 2009년 이전까지는 미국인 소유 토지면적이 크게 늘었으나 2010년 이후로는 중국인의 토지 소유가 급격히 늘어간다. 그해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중국인의 토지 소유 의욕을 크게 자극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 소유 토지는 제주시 신시가지와 서귀포시 구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많은 곳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위치로는 한라산 남쪽보다는 북쪽, 동쪽보다는 서쪽 지역에 많았으며 해안 지역에는 고르게 분포했다. 중산간 소유 토지는 대규모인 게 특징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군사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근대역사경관 지역인 송악산 일대 토지를 대부분 중국인이 사들였다. 김 교수는 “투자이민제도에 자극받은 개발은 일시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반감된다”면서 “제주의 땅을 이익창출의 대상으로만 보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실장은 “이미 제주도의 웬만한 대형 개발사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된다고 해도 중국인이 지은 시설에서 머물고 간다면 정작 우리나라는 자연 경관만 훼손될 뿐 얻는 것이 없을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7월 9일 장신(張欣) 제주 주재 중국 총영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우려를 전달했다. “중국인을 환대하고 투자를 적극 환영하지만 중국 자본의 제주지역 투자는 본래 사업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한다. 투자 문호는 활짝 열려있지만 옥석은 가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제주엔 요즘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여름 포럼 주최차 제주도를 찾았다가 신라호텔을 가득 메운 중국 관광객을 보고 “여기가 중국이야, 한국이야” 하며 놀랐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에는 무비자 입국제도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인 한 사람이 지난해 해외여행에서 쓴 평균 금액은 3천 달러를 상회한다. 10년 전(987달러)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늘어난 요우커의 씀씀이는 한국의 관광수지 통계도 바꿔놓았다. 지난 7월 한국의 관광 수입은 16억1590만 달러(약 1조6500억 원)로 역대 최고다. 중국 관광객 덕분이다. 요우커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의 42%를 차지해 일본인 관광객보다 3배나 많았다.


제주도에서 단체 결혼식을 올린 중국인 커플. 평야와 산간지대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제주도의 바다 비경에 신비감을 느낀다고 한다.

브로커 수수료가 총 매출액보다 많아

중국인들은 제주도를 유난히 좋아한다. 넓은 들판과 누런 황토 고원에 익숙한 그들에게 천혜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제주는 신비로운 존재로 비친다. 맑은 공기와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우리보다 더 흔쾌하게 인정한다. 또 하나 관광지로서 제주도의 장점은 섬으로서의 ‘격절성(隔絶性)’이다. 제주관광청 관계자는 “제주도 관광개발 초기 일본인 관광객의 역할이 컸는데, 이는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아직 몹시 나쁠 때 제주도의 격절성이 활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에게 비자를 면제해줄 수 있는 것도 이 격절성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엔 기후와 풍광으로 제주도 못지않은 해남도(海南島)가 있다. 그러나 제주도 관광업은 해남도보다 세련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해남도의 관광업은 제주도보다도 훨씬 ‘자본집약형’이라는 것이 제주관광청의 분석이다.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곳은 몽땅 울타리를 쳐 놓고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것이 관광사업의 핵심 콘셉트라는 것이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들은 풍광도 좋지만 아직은 ‘바가지 염려 없이’ 관광을 즐길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제주도에 대한 중국 투자그룹이 관심을 갖는 사업이 바로카지노다. 원희룡 지사는 카지노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오히려 제대로 된 카지노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내장객 수와 연동시켜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 신규 카지노를 허가하기 전 제주지역의 기존 8개 카지노의 회계감사, 종사자 면허 발급 등을 맡을 감독기구를 만들고 선도적인 조례를 통해 합리적 규제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허가권을 3년마다 갱신하겠다는 것도 강력한 규제장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제주 카지노는 조성된 지 43년이나 됐지만 매출 누락과 탈세가 계속되는 등 방치된 측면이 있다. 카지노 경영권을 놓고 제주도 내 조직폭력배 간 다툼이 벌어져온 폐단도 컸다. 지난해 제주지역 8개 카지노의 총매출액은 2170억 원. 최근 5년간 카지노 매출액은 2009년 884억 원, 2010년 1017억 원,2012년 1439억 원, 지난해 2170억 원으로 2012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광객 러시로 인한 ‘특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고객을 유치해온 정켓(junket·브로커)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는 매출에서 누락됐다. 정켓을 통해 빠져나간 수수료가 매출액을 상회하는 4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제주도는 추정한다. 원 지사는 카지노 종사원은 감독기관에 등록케 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을 통해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국제적인 카지노 종사원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켓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해 카지노에서 누가 얼마나 근무하고 있고, 몇 명이 카지노를 찾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투명한 등록제도가 이뤄지면 당연히 그에 따른 세수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제주지역 카지노에는 관광진흥기금 외 일부 세금이 부과되지만 국제적 수준과 비교해볼 때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그간 카지노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도 없었다. 현재 제주도 카지노의 담세율은 총 매출액의 약 9.5% 수준.싱가포르의 경우 38.54%, 마카오는 35%, 라스베이거스는 42.75%나 된다. 매출액에 대한 엄정한 관리를 통해 지역세수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 원 지사의 방침이다.


원희룡 지사 제주 시정의 핵심은 ‘탄소 없는 섬’ 만들기다. 전기차를 렌트한 부부가 유채꽃 만발한 섭지코지 어귀의 풍경을 즐기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중국인의 막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중국의 투자 러시를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풍부한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드림타워 건설을 추진하는 국내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이처럼 제주에 투자가 이뤄지는 기회는 없었다”면서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제주 투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돈이 될 만한 곳에 돈이 몰리고 투자가 일어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본다. 중국인들이 땅을 사는 목적은 땅을 보유하여 묵혀두려는 것이 아니라, 개발에 참여하려는 목적이므로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조평규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은 중국인의 제주도 투자를 우려하는 요즘의 분위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원하면 제주도 조례를 전부 바꿔줄 수 있다”

조 부회장은 “중국인들의 토지 구입을 반대하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국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에 대한 중국인의 투자는 “핫머니(hot money)로 들어와서 한탕하고 ‘먹튀’ 형태로 빠지는 외국의 부도덕한 투기성 자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을 개발하면 당장 건설과 관련된 경기가 살아나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데, 그것은 당연히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경제에 플러스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땅은 구입했다고 해서 자기 나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땅을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치기도 어렵다. 땅의용도와 활용은 전적으로 우리의 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한국 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외국인이 땅을 구입했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에 투자한 우리기업의 공식적인 수는 2만 개가 넘는다. 실상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이 취득한 부동산은 제주도 몇개를 합한 면적보다 넓다. 중국의 토지는 구매 시 토지사용권만 사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식으로 출양금을 내고 구입한 토지는 한국에서 토지를 산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권리가 있다. 당연히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고 은행에 담보를 잡히고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상하이나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에 들어선 빌딩숲은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자가 출양금을 내고 토지를 구입해 지은 건물들이다.

문제는 난개발이다. 자연 환경이 가장 큰 자산인 제주도의 특수성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난개발의 영향은 장기적이며, 그 피해를 도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위기감의 실체다. 대규모 자본이 제주로 들어오지만 정작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제적 분배의 문제, 아직 검증할 수 없고 실체가 없는 ‘낙수 효과’도 논란거리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그간 제주도는 양적인 투자 유치에만 열을 올렸다”면서 “이제는 무조건적 투자유치가 과연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투자가 아닌 소규모 자본 유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중국자본의 무분별한 투자로 마을목장이 사라지고 토지 이용의 효율성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보다 지역 자본을 유치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원희룡 지사의 제주 개발 청사진의 핵심은 ‘탄소 없는 섬’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이다. 약 37만 대의 도내 자동차 전부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전기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 전기차 제조업체를 유치해 제주에서 시험 제작한 차로 인증, 테스트·모델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는 것도 이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원하면 제주도 조례를 전부 바꿔줄 수 있다. 테슬라든 BMW든 다 환영한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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