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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안개 속을 거닐며 신선이 되다 

새벽안개로 몸을 씻는 회룡포에 해가 뜨고 바람이 일면 금빛 백사장과 옥빛 물길이 속살을 조금씩 드러낸다 

글·사진 주기중 김현동 기자

이른 새벽 회룡포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개가 짙어지며 온 마을을 뒤덮는다. 작은 사진은 안개가 걷히고 난 뒤의 회룡포.
육지 속의 섬’ 회룡포. 낙동강의 지류인 경북 예천의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만든 ‘물돌이 마을’이다. 물길이 들어오는 입구를 한 삽만 뜨면 완전히 섬이 될 것 같은 곳이다. 자동차 길이 열리기 전에는 비가 오면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던 이곳이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은 뒤 관광명소가 됐다.

가을이면 회룡포는 새벽 안개로 몸을 씻는다. 물안개가 피어오르자 산으로 둘러싸인 회룡포 일대는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해가 뜨고 바람이 일면 금빛 백사장과 옥빛 물길이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며 절경을 연출해낸다. 이른 새벽 장안사를 거쳐 전망대에 오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섬을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떠오르면서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장면이 장관이다.

내성천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경북 영주에는 또 다른 물돌이 마을인 ‘무섬마을’이 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된 전통마을인데, 삼면이 물길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는 지금도 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무섬교가 생기기 전 이 다리는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외나무다리로 꽃가마 타고 시집왔다가 죽으면 그 다리로 상여가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곳이었다. 무섬마을 역시 가을 안개의 명소다. 뽀얀 안개 속 강물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는 외나무다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혼탁한 세상은 간데없고 신선이 된다.

물안개가 피는 계절, 가을이다. 새벽 길을 달려 경북 예천 회룡포, 영주 무섬마을과 전북 임실 옥정호, 남한강의 물안개 핀 새벽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새벽안개가 옥정호 팔각정 주변으로 물결치듯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한 폭의 선경(仙境)이다.



남한강에서 평생을 고기잡이로 살아온 어부가 짙은 안개를 헤치고 그물을 걷으러 나섰다.



안개가 드리워진 궁평항의 일몰.



가을비가 내리는 두물머리에서 산책하는 연인들.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한때 바깥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옥정호의 여명.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온 산을 뒤덮고 있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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