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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패트롤] 화성시 20년 전쟁! 더 이상 살인의 추억은 없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 위험도 평가에서 안전 도시 상위권에 자리매김 … 전국에서 CCTV 가장 많은 도시, 연쇄살인에 따른 ‘범죄도시’ 오명 벗나? 


▎지난 20년간 화성시의 변화상은 눈부시다. 화성 동탄신도시는 서해대교가 보일 만큼 높은 마천루와 사방으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망으로 경기남부지역의 핵심도시로 급부상했다. 헬리캠을 이용해 공중에서 촬영한 동탄신도시 전경
숲을 이룬 아파트들 사이로 쭉 뻗은 초고층 건물 4동이 위용을 뽐낸다. 마치 낮게 펼쳐진 해안가 촌락의 불빛들 사이로 비쭉 솟아올라 바다를 비추는 등대를 연상케 한다. 주변 아파트들도 30층이 넘는 고층 건물이지만 66층짜리에 비할 바 못 된다. 맑은 날에는 꼭대기 층에서 서해대교가 보일 정도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야경은 서울의 여느 도심보다도 화려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곳은 불빛을 찾기 어려운 야산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곳이 영화 <살인의 추억>의 무대로 알려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임을 아느냐는 물음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건 저쪽(개발되지 않은 화성중서부쪽)에서 일어난 일인 줄 알았어요. 이런 신도시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요? 감이 안 오는데요.” 동탄신도시의 중심 공원인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의 말이다. 다른 주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동탄신도시 거주민 대부분은 신도시 개발 후 타지에서 이사 온 젊은층이 많기 때문이다.

1991년 4월에 발생한 마지막(10차)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장소가 현재 동탄신도시의 중심인 반송동(사건 당시 동탄면 반송리)이다. 과거에는 인적이 드문 야산이었지만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번화가로 탈바꿈했다. 2, 6, 8, 9차 사건이 발생했던 동탄신도시 인근의 진안동과 병점동도 1990년대 후반 택지개발을 통해 아파트와 상가 밀집지역으로 바뀌었다. 인구도 크게 늘어나 과거를 기억하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다.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던 병점역 근처의 농지도 행정타운 예정지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

‘살인 악몽’에 시달리던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동탄신도시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논밭과 야산으로 인적이 드문 시골 농촌지역이었다. 1980~90년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살인의 추억’으로 상징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기까지 무려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화성시가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건 1986년 9월 태안읍 안녕리(현 안녕동)의 목초지에서 71세 노인이 목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부터다. 이후 같은 해에 두 차례, 이듬해(1987년) 3차례, 1988년 2차례,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한 차례씩 10회에 걸쳐 여성 10명이 차례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모든 사건은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일어났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한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이어서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총 180만 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3천여 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8차 사건을 제외하고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2006년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됐다.

연쇄살인사건의 잔상은 오래도록 남아 지역과 주민들을 괴롭혔다. 연쇄살인사건의 공포가 극에 달했던 1990년대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란 오명을 덮어쓰고 있었다. 범인이 비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노린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해가 진 뒤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이들이 거의 없을 만큼 민심이 흉흉했다. 화성시에서 나고 자라온 이철호(47) 씨는 “수원이나 용인 등 인근 지역에 사는 친구들로부터 ‘네가 범인 아니냐?’는 식의 놀림을 받는 게 너무 싫어 부모님께 이사 가자고 졸랐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연쇄살인사건이 막을 내린 이후에도 화성은 강력범죄의 온상으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다. 관할구역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넓었던 탓도 있다. 현재 화성시 면적은 688㎢로 서울시(605.25㎢)보다도 넓다. 1990년대, 2000년대만 해도 800여㎢에 달했다. 동쪽으로는 야산과 구릉, 농경지가 넓고 서쪽은 바다로 이어진다. 도시화에 앞선 수원, 안산, 안양 등 인근 도시에서 범행을 저지르고서 화성의 인적 뜸한 곳을 찾아 시신을 유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시신 발견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늘 연쇄살인사건과 연관 지으려는 억측이 쏟아지곤 했다. 2006년 4월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된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원과 화성, 군포에서 부녀자 3명이 잇따라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잊혀져가던 연쇄살인사건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실종자들의 휴대전화 전원이 모두 화성시 비봉면에서 꺼진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종자 중 1명은 암매장된 채로 발견됐다. 범죄가 발생한 곳과 화성의 지리적 연관성이 희박한데도 언론은 ‘화성부녀자연쇄실종사건’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2막’인 셈이었다.

범죄 도시 오명 벗기 위한 몸부림


▎동탄신도시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논밭과 야산으로 인적이 드문 시골 농촌지역이었다. 1980~90년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화성시에 산다”고 말하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이 “그 무서운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였다. 사람들의 걸음이 뚝 끊긴 야간의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황량했다. 지역 경제는 연일 곤두박질을 쳤고, 부동산 가치 상승률은 전국 최저치에 머물렀다. 사람들이 이사오길 기피하니 개발도 인근 지역보다 늦어졌다. 화성에서 나고 자란 김동해(화성시 안녕동·71)씨는 “과거 화성은 중국 무역항이 있고, 서울과 지방을 잇는 관문 역할을 했던 교통 요충지였다”며 “화성시가 그동안 개발 혜택에서 소외돼온 것은 연쇄살인사건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화성시가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뤄진 건 1990년대 이후부터다. 최근에야 각종 우회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등이 속속 개설되면서 교통 요충지(병점은 삼남 지방으로 통하는 길목이어서 예로부터 상업이 성했다)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 악몽을 되살리는 언론이 반가울 리 없지만 이처럼 언론이 화성을 다시 주목하면서 범죄 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역 이미지 쇄신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는 범죄 없는 도시 만들기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와 치안당국, 경기도 등 상급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택지개발도 잇따랐다. 동탄신도시 개발과 화성태안택지개발을 통해 연쇄살인사건의 주 무대였던 동탄, 병점, 태안읍 일대에 대규모 도시 개발이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 더욱 본격화한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도시 곳곳에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경찰력을 보충하는 게 급선무였다. 화성경찰서는 오산시에 있었다. 화성시에 소속된 오산읍이 시로 승격돼 분리된 뒤에도 경찰서는 분리되지 않아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화성·오산지역 전체를 경찰서 한곳이 관할했다. 당시 화성·오산지역 경찰 1명이 담당하는 인구는 978명으로 전국 평균(517명)을 크게 웃돌았다. 화성경찰서는 농어촌 지역인 화성 서부지역의 치안 유지를 위해 2006년 1월 마도치안센터에 형사분실을 설치하고 강력3팀을 상주시켰지만 관할지역이 최장 20여㎞에 달해 역부족이었다.

부녀자 연쇄 실종사건 직후인 2007년 1월 화성시와 경기 지방경찰청은 경찰서 신설을 위해 정부와 경찰청을 설득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결국 2008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화성서부경찰서가 문을 열면서 범죄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지금은 어디에나 일반화된 방범CCTV를 본격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한 것도 화성시였다. 2000년대 초부터 화성시는 방범용 CCTV를 늘려 치안 공백을 메우는 안전도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무인카메라로 인한 사생활 노출과 인권침해 논란이 뒤따랐지만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반론을 압도했다. 첫 실험무대는 동탄신도시였다. 연쇄살인사건의 주 무대였던 동탄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이곳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200대가 넘는 범죄 예방용 무인 감시 카메라가 도로와 공원, 주택가에 설치됐다. 신도시 전체 면적을 고려하면 카메라 한 대가 3만2250㎡의 면적을 감시하는 수준이다. 직선거리로는 약 200m마다 카메라가 한 대씩 설치된 셈이어서 거의 완벽하게 특정 인물의 동선 파악이 가능하다. CCTV가 한 도시 전체에 촘촘히 설치돼 사각지대를 없앤 건 동탄신도시가 처음이었다.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설계가 적용됐다. 도시 전체를 반원 모양으로 하고 도로를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뻗게 해 막다른 골목이나 사각지대를 없앴다.

도시 전체 속속 들여다보는 ‘감시자의 눈’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도시의 여러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통제하는 ‘유비쿼터스 시티(U-city)’ 개념이 처음 적용된 것도 화성 동탄신도시다. 국내 1호 도시관제센터인 U-city 통합정보센터에서 방범용 CCTV를 통해 신도시 전체를 감시하며 범죄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한때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러 다녀갈 정도로 혁신적인 도시관리 모델로 평가받기도 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화성시에는 방범용 무인카메라 1927대가 설치돼 있다. 도로에 설치된 차량 식별용과 주정차 단속용 카메라까지 더하면 2천 대가 넘는 감시의 눈길이 24시간 화성시 전역을 쏘아보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 한 대당 인구수는 283명이다. 전국적으로 약 12만4천대가 설치돼 있으니 전국 평균(1대당 415명)보다 더 많은 카메라가 있는 것이다. ‘안전’은 화성시의 10대 핵심정책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한 과제다. 화성시 관계자는 “연쇄살인사건으로 굳어진 화성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게 장기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안전한 도시라는 이미지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천 개의 감시자의 눈을 통합해 관리하는 곳이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 안에 있는 CCTV통합관제센터다. 화성시 CCTV 시스템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이다. 지난 2012년 국비 등 21억여 원을 들여 향남의 화성종합경기타운에 문을 열었다. 센터가 생기면서 과거 동탄신도시 U-city 정보센터와 경찰서 등 제각각이었던 CCTV 모니터링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방범용, 불법주정차 단속용, 하천 관리용, 쓰레기투기 감시용, 공원·초등학교 관리용 등 모든 기능을 일괄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모니터요원 48명과 파견 경찰관 3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연계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화성시 CCTV통합관제센터의 시스템은 꽤 효율적이다.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무인카메라 기둥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관제센터 요원의 모니터에 위기상황을 알리는 창이 뜬다. 모니터 요원은 카메라를 움직여 현장 상황을 보면서 신고자와 통화하며 조치를 취하는데,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경찰관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경찰이 현장 출동을 할 수 있다. 또 범인이 도주할 경우에도 그물망처럼 설치돼 있는 무인카메라를 통해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 도보와 차량 등 거의 모든 범죄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다. 최은석 화성시 CCTV통합관제팀장은 “관제센터가 개설된 뒤 무인카메라를 통해 수배 차량의 번호를 인식해 지명수배자를 붙잡는 등 여러 건의 실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CCTV통합관제센터의 범죄 예방효과는 다른 지역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U-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안양시는 이후 범죄 발생 건수가 18.5%로 감소했다. 상황실 개소 후 3천여 건의 범죄 관련 영상물을 경찰에 제공했고, 103건의 사건에서 현행범 검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부산시 연제구도 지난 2012년 통합관제센터를 연 직후 살인, 강도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27.1% 줄었고 범인 검거율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5.4%에서 67.3%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발생 줄어들고 첨단 도시로 탈바꿈


▎1991년 4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희생자인 71세 노인이 살해된 당시 화성군 동탄면 반송리(현재 반송동) 야산 기슭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동탄신도시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인력의 부족이다. 수천 대의 카메라를 관제요원들이 10여 명씩 교대하며 육안으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 관제센터 요원 한 사람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CCTV 대수는 100대가 넘는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능형 통합관제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행정안전부는 2012년부터 지능형 통합관제 시범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화성시도 지능형 카메라 100대를 설치해 시범운영 중이다. 시범기간이 끝나는 6월말 이후 지능형 카메라의 성능 평가가 나올 예정이다. 지능형 카메라는 평소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동선 등 패턴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다가 평소와 다른 이상 움직임이 있을 때 카메라가 자동으로 이를 포착해 모니터요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새로 설치하는 카메라의 80%는 개발이 덜된 서부권과 농촌지역에 집중 설치된다. 동탄신도시 등 도시지역은 어느정도 인프라를 갖췄다는 계산에서다. 최 팀장은 “2천 대에 가까운 카메라를 모니터요원이 완벽하게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에 지능형 카메라가 감시 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화성시의 범죄 발생률은 뚝 떨어졌다. 동탄신도시를 비롯한 화성 동부지역과 오산시를 관할하는 화성동부경찰서의 경우 경찰서가 생긴 2008년 인구 1만 명당 5대 범죄 발생비율이 전년도보다 29.34% 감소했다. 당시 경기지역 35개 경찰서 중 2위의 감소율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2011년 화성·오산시의 범죄발생건수는 2만302건으로 비교 대상 15개 도시 중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구수를 고려하면 인구 10만 명당 2733.4건으로 수원(3674.1건), 부천(3만1393건), 성남(2만 9500건)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강력범죄 비율은 1.2%, 폭력범죄 비율은 15.8%로 이 역시 다른 지자체보다 낮아 안전한 도시로 평가받았다.

성폭력 건수에서도 화성시는 평균보다 낮았다. 강 연구위원은 “화성과 오산에서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강간·강제추행범죄는 272건으로, 인구 10만 명 당 37.5건이다. 비교 대상 지역 중에서 발생비가 낮은 편이며, 제시된 경기도내 15개 도시 평균 38.6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화성시는 범죄 도시’라는 인식이 기우였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화성 지역은 과거 빈번했던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오명이 있어 지역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됐다”며 “그동안 정책적으로 범죄를 줄이기 위해 펼쳐온 여러 가지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불안감도 많이 희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의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치안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별 범죄 위험도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 중 가장 공신력있는 것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다. 지난 3월 2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전국 251개 시·군·구별 성범죄 위험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범죄 발생률과 인구밀도, 범죄취약 여성 구성비 등을 토대로 각종 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그래프 참조)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1~10위에 오른 지역은 서울(중구·종로구·서초구·강남구·관악구), 대구(중구), 광주(동구), 부산(중구), 인천(중구), 경기 수원시(팔달구) 등이었다. 대체로 낡은 집이 많고 골목이 비좁은 전통 구도심이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성범죄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성시는 202위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범죄 위험도 하위지역은 대부분 인구가 적고 특히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농어촌지역이었다. 200위 이하 중 도시지역은 화성시와 용인시(수지·기흥구), 의왕시, 대전 유성구 정도였다. 특히 화성시는 면적이 넓고 도시와 농촌 지역이 뚜렷하게 분리된 도농복합도시이면서 범죄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돼 의미가 남다르다.

옛말이 돼버린 ‘살인의 추억’


하지만 실제 범죄 발생비율과 주민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앙SUNDAY>가 지난해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공동 기획한 ‘2014 전국 지자체 평가’의 치안 및 사회질서 유지 만족도 조사에서 230개 지자체 중 화성시는 208위(5점 만점 중 3.2028점)에 그쳤다. 연쇄살인사건으로 굳어진 지역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주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다.

CCTV망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탄신도시는 계획 당시부터 CCTV를 입체적으로 설치해 치안 유지 효과를 충분히 보고 있지만 화성시의 다른 저개발지역은 여전히 범죄에 취약하다”며 “동탄신도시와 형평성을 고려하면 화성시 전체에 필요한 CCTV망은 약 3천대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CCTV가 범죄를 예방할 만능 도구’라는 인식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박준휘·김도우 연구원의 ‘공간분석을 활용한 위험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폭력 범죄 322건 중 CCTV가 설치된 곳에서 발생한 범죄가 131건(38.6%)나 됐다. CCTV를 설치한 것만으로 완벽한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박 연구원은 “범죄 발생의 변수는 CCTV 설치 여부뿐만 아니라 가로의 특성, 조경, 야간 조명, 예방활동 등 다양하다”며 “종합적인 범죄 예방 환경 설계(셉테드·CPTED)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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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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