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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포커스] 찻길에서 보행길로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밑그림 나왔다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 작 <서울수목원> 당선 … 보전과 재생 도시철학 반영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구상이 보다 선명해졌다. ‘국제현상설계공모’전 당선작 네덜란드 건축·조경 전문가인 비니마스의 ‘보행길을 수목원으로’를 주제로 한 <서울수목원>. 고가를 공중(空中)정원으로 조성한 구상안이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구상이 보다 선명해졌다. 서울시는 고가 공원화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시한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5월 13일 발표했다. 공모전은 노후화된 고가와 주변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건축·조경·구조 분야의 협업과 근대 산업유산을 되살리는 데 방점을 뒀다. 네덜란드 건축·조경 전문가인 비니마스(Winy Mass)의 ‘보행길을 수목원으로(Green City Project)’를 주제로 한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선정됐다. 비니마스는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관, 2030년 파리의 비전을 그려낸 와 같은 프로젝트로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 및 도시설계 회사인 MVRDV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당선작 <서울수목원>은 고가를 공중(空中)정원으로 조성하는 구상안이다. 서울역고가를 하나의 큰 나무로 설정했다. 퇴계로~중림동까지 국내 수목을 가나다순으로 심고, 램프는 나뭇가지로 비유해 시가 발표한 17개 보행길을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당선작은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하는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니마스는 수상소감으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고가가 여러 가지 배경에 엮여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며 “처음 서울역고가를 보고 보행공간과 공공 공간이 파편화돼 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다양한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도심 안에 녹지공간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는 “이번 당선작이 지니는 가치와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운영되어야 하며, 당선작이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 정신이 잘 구현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폐쇄 철길 재생한 뉴욕 ‘하이라인파크’ 벤치마킹


▎현재 서울역 고가의 모습.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교량 노후화로 철거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가 2017년에 17개의 사람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가의 높이도 17m이다. 산업화의 유물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의 길을 열자는 취지다.

서울역은 서울의 발전상을 상징하며 하루 39만여 명의 사람이 오가는 종합 환승역이다. 하지만 지어진 지 45년 된 서울역고가는 200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바닥판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더 이상 철거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 차량 중심 구조로 돼 있어 걷기엔 불편하고, 주변 지역은 낙후돼 지역 간 문화가 단절됐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철거보다 재생을 선택했다. 쉬고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고가’로 조성하고자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서울역 고가가 보행로로 재생되면 고가 시점부(퇴계로)~종점부(만리동) 보행 시간이 현재보다 최대 14분 단축된 11분이 되고 한양도성 내·외부도 도보로 연결돼 서울의 핵심 문화관광 명소를 걸으며 즐길 수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뉴욕 하이라인파크 현장을 둘러보며 구상했다. 하이라인파크는 뉴욕시에서 2009년 폐쇄된 철길을 공원으로 재생한 곳이다. 철길 위에 자라던 잡초를 보존하고 보행 데크를 얹어 건축과 조경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공원이 생기면서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과 미술관이 들어서는 등 주변 부동산 개발 및 상권이 활발해지고 각종 문화시설 유입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의 경제적 효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역 고가가 공원화 되면 종로에서 서울역을 지나 명동까지 이어지는 보행로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남대문시장 등의 경제적 재생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남대문시장 상인회는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권이 죽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2009년 고가를 다니는 버스노선 5개가 없어진 뒤로 남대문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 상가 공실률이 30% 증가하고 매출도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남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안전진단 D급 판정 이후 없어진 버스노선을 부활시켜 남대문시장을 경유하게 하고, 그동안 남대문시장엔 정차하지 않았던 서울시티투어버스와 남산순환버스도 퇴계로에 정차시켜 관광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 철거 시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에 대비한 대체도로 건설도 계획 중이다. 서울역 고가는 현재 시간당 1천 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할 정도로 붐비는 도로다. 박 시장은 “임기 안에 서울역 고가 대체도로를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 차량통제 시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대책도 수립 중이다. 서울역 방향 엇갈림 구간으로 교통정체가 심하고 서울역 주변 택시 행렬로 교통정체가 가중됐던 의주로 지하차도 서울역 방향 2개 차로를 평면 교차로로 변경해 중앙버스 전용 차로로 연결할 예정이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사업에 공감할 것”


대체도로 건설에 대해서도 코레일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서울시의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발표 직후 “현재까지 어떠한 것도 논의된 바가 없는데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가도로 공원화와 함께 대체 고가도로를 신설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7일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서울역 일대를 남북(창동~가산디지털단지)을 잇는 산업 축과 동서(고양 킨텍스~잠실·코엑스)를 관통하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축으로 만들어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서울역에 두 개의 고가가 교차하도록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두 개의 고가도로가 서울역을 통과하면 철도 교통의 상징인 서울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부지 단절로 도시공간과 부지 활용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5월 27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시 입장에서는 가능한 빨리 하고 싶지만 코레일의 입장도 존중한다”며 “채무가 있는 코레일로서도 서울역 북부 역세권 사업으로 수입 증대가 예상되는 만큼 코레일과 이른 시일 내에 협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서울의 끊어진 혈관을 잇는 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코레일도 결국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역 고가가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서울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가도로에 올라서면 남대문시장까지 걸어서 7분, 명동까지 10분이면 도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역 고가 재생의 기본 가이드라인은 유동인구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 인근 지역 연계발전을 유도하는 것이다. 고가는 서울역광장을 수직으로 연결하고 오피스빌딩은 건물주 자발적 참여로 연결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17개 보행길은 ①남대문시장 ②회현동 ③남산 ④힐튼호텔 ⑤남대문 ⑥GS빌딩 ⑦연세빌딩 ⑧스퀘어빌딩 ⑨지하철 ⑩버스환승센터 ⑪광장 ⑫국제회의장 ⑬공항터미널 ⑭청파동 ⑮만리동 중림동 서소문공원으로 각각 연결된다.<위 그림 참조>

이날 박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막판까지 대중교통 요금을 안 올리면 안 되느냐고 따졌다”며 “적자 구조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승객 요금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 지하철 등은 여러 종류의 수입원이 있다”며 “역세권 개발, 임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주민의견 수렴 또한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는 시민 및 전문가 토론회, 전문가 포럼, 주민설명회, 남대문시장 현장방문, 주민대책위원회 및 주민면담 등을 진행했다.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중구, 용산구, 마포구에서 현장 시장실을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구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주기적인 주민의견수렴 과정을 늘려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7월 중으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연계한 서울역 서부권 개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의 아니게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가 서울역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가 됐다”며 “북부 역세권, 서계동 지구단위계획, 호박마을 재개발 등 관련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 중이다”라고 밝혔다.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201507호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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