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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호남정치 좌장’ 박지원 의원의 격정토로 

“탈당 후 신당 참여요? 문재인·김상곤 하기에 달렸지!” 

최경호 월간중앙 차장 정리 김상훈 인턴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 전 새정연 당직자 등 100여 명 탈당으로 분당 가시화, 신당은 변수 아닌 상수 ■ 지도부 리더십과 당 혁신위원회 혁신안 성패 여부에 따라 신당 규모 결정될 것 ■ 유승민 찍어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총선 때 공천권 행사하기 위한 포석 ■ 정권교체 후 초대 ‘평양대사’ 맡아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시키는 게 정치적 소망

▎박지원 새정연 의원은 “현재 당내 4개 조직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당 창당의 명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자신의 참여 가능성도 조심스레 열어두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균열조짐을 보인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목표로 민주당, ‘시민과 통합’, 한국노총, 시민사회단체가 합쳐 탄생한 제1야당이 20대 총선이 반년가량 남은 시점에서 분당(分黨)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다. 호남정치의 좌장(座長) 격인 박지원 의원은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분당의 명분을 제공하고 친노가 독식하며 혁신안이 공정하지 못할 때 분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두렵다”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정연은 총선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까, 아니면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게 될까.

박지원 의원은 요즘 생각이 많다. 당 안에서는 툭하면 호남 물갈이론(論)이 제기되고, 당 밖에서는 신당 창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지원(왼쪽)·문재인 의원이 지난 1월 3일 제주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41.78%를 얻은 박 의원은 문 의원(45.30%)에게 3.52%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 사진·중앙포토
친노 성향의 조국 당 혁신위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또는 적진 출마 ▷비리 연루자 공천 배제 등의 혁신안을 제안한 바 있다. 조 위원은 한때 혁신위원장 물망에 올랐으나 비노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어야 했고, 그 자리는 한때 안철수 의원과 가까웠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맡았다.

조 위원이 언급한 혁신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다.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호남의 의석 수는 30석으로 전체 의석의 10%다. 30석 가운데 28석은 새정연, 1석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 1석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조 위원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새정연 소속 호남 현역의원 가운데 최소 11~12명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정도면 ‘중진’인 박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가운데 7월 9일 새정연 중앙당 당직자 출신과 당원들로 이뤄진 국민희망시대(회장 정진우 전 사무부총장) 회원 등 100여 명이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문재인 대표는 말도 되지 않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그 뒤로 숨었다”며 문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호남 물갈이론’과 관련해 “새정연 국회의원 130명 가운데 호남 의원은 28명에 불과하다. 130석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놓아야 국민의 지지를 받지 28석을 개혁하겠다는 얘기는 반혁신적”이라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월간중앙>은 호남정치의 좌장 격인 박지원 의원을 7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615호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당 최대의 혁신은 정권교체”라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공천해서 원내의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전(前) 당직자 100여 명이 탈당했다.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그분들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던 당직자들로 지난 2월 당대표 선거때는 저를 도왔다. 개인적으로 야권의 신당 창당은 상수(常數)로 보고 있다. 단,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역할을 잘한다면 상수는 변수(變數)가 될 것이다.”

이미 박 의원은 당내 4개 조직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았나?

“제가 처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분열을 획책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만 봐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분들(신당 창당을 모색하는)은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저를 도왔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신당을 말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이런 움직임들을 무겁게 받아들여서 어떤 경우에도 신당 창당의 명분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저는 통합주의자이지 결코 분열주의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19대 총선 때 공천과 관련해 불만을 가진 일부 인사가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통민주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정통민주당과의 경쟁으로 인해) 민주당은 7석이나 잃었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광주 동구청장 등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얘기도 사실 제가 맨 처음 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지도부도 아니고 집행부도 아니다. 9월까지 운영되는 한시적인 자문기구 같은 것이다. 10월 28일 호남지역 2곳에서 재·보선을 치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전북도당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새정연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25%였던 반면 실체도 없는 신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37%나 됐다.”

천정배 의원 쪽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지난 4·29 재·보선 때 천정배 후보는 광주민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우리 당이 호남에서 진 적은 더러 있었지만 지지율이 30% 이하인 경우는 4·29 재·보선이 처음이었다. 지금 호남의 바닥민심은 ‘새정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호남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해서는 안 된다. 단결해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신당 창당파들은 사무실을 얻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친노들은 ‘탈당하려면 하라’는 식이다. 이런 것들이 엉켜 있기 때문에 문 대표의 공정한 리더십이 발휘되고 김 위원장의 납득할 만한 혁신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더 큰 신당이 창당될 수도 있고, 제 자신도 어디에 서 있을지 모른다. 누차 강조하지만 정치는 생물이지 않은가? 당내의 많은 의원들도 그런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 때 광주 서을에서 조영택 새정연 후보(1만4939표, 득표율 29.8%)를 거의 더블스코어 차로 누르고 여의도에 복귀한 천정배 무소속 의원(2만6256표, 득표율 52.37%)은 <월간중앙> 6월호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에 한번 당선됐다고 신당을 만들 역량이 있겠느냐”고 반문했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만일 당을 만든다면 호남이 선도하되 전국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은 정권교체 준비가 돼 있는데…”


▎2000년 6·15 남북공동회담 때 인사하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 사진·중앙포토
비노와 비박이 연대해 제3의 중도정당 창당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론적으로는 좋은 안(案)이라고 본다. 정치는 선비적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봐야 하겠지만 그보다 현실감각이 더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양측이 연대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고 민심이다. 민심이 떠받쳐주면 그것도 모를 일이다.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생각보다 민심이 더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늘 ‘국민의 손을 놓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의미다.”

신당이 창당된다면 합류할 의사는 있는가?

“저는 분열주의자가 아니다.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현실에서 민심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문 대표의 리더십과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미래에(제가) 어디에 서 있을지는 사실 모를 일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박 의원은 최근 들어 친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면서 저는 대권·당권 분리론을 주장했다. 저는 ‘만일 문 후보가 당선되면 대권주자들과의 협력이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분당의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불행히도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이 당선되면 친노의 ‘ㄴ’자도 안나오게 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 엄연히 친노는 존재한다.”

박지원 의원실 입구 쪽 회의실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핏기 없는 얼굴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력이 없어 보인다. 사진을 찍은 시점은 박 의원이 현대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3년형을 살고 나온 직후인 2005년쯤이다. 국정원 불법 도청사건으로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된 직후이기도 했다. 참여정부 들어 측근들의 잇단 구속으로 충격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입원까지 해야 했다. 가장 암울한 사진을 붙여놓은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였기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스스로 독려하고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걸어놨다”고 말했다.

새정연은 2012년 총선 이후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패배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선거 때는 더했고 패배 후에도 고치지 않았다. 그나마 문재인 대표가 잘하는 것은 당대표 당선 이후 경제정당·안보정당으로 중도 우(右)클릭했고, 그 결과 정당지지율이 올라갔다. 우리 당 예비대선주자 중 상위 3명의 지지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반면 새누리당 예비주자들의 지지율은 다 더해도 30% 정도다. 저는 지금도 국민은 우리 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는데, 다만 우리 당이 준비가 덜 돼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자꾸 분열만 한다. 혁신이라는 말보다 통합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은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당에는 과거 3김(金)이나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와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없다. 그래서 문 대표가 대권이든 당권이든 하나에만 전념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대권과 당권을 다 쥐려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다.”

“표 달라고 하다 선거 끝나면 외면해서는 안 돼”


▎박지원 장관이 1999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 임명장을 받은 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박 장관의 부인 이선자 씨. / 사진·중앙포토
김 의원의 혁신위원회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가 어려워진다.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또 혁신위는 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 하더라도 당원들과 최소한의 소통은 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 분권형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최고위원회제 폐지, 사무총장직 폐지 등을 통해 과거처럼 제왕적인 총재(대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만 해도 그렇다. 임명 전에 김 위원장이 문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어야지 임명 후에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혼란스러운가?”

혁신위 출범 전부터 호남 물갈이론이 제기됐다. 그 주장에 따르면 박 의원도 혁신대상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것은 조국 교수가 학자로서 당 밖에서 한 얘기고, 그가 혁신위원이 된 후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호남 물갈이론 등을) 부인했기에 더 이상 얘기할 것은 없다고 본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7일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3시간에 걸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평소 지론인 ‘호남 물갈이론 반대’ 등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혁신위 활동에 도움을 달라고 했고, 나 역시 힘껏 돕겠다고 했다”면서 “공천혁신 기준은 당선 가능성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이 말에)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혁신을 말할 때 호남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그래서 호남의 불만이 생기는 거다. 선거 때는 표 달라고 사정하다가 선거 끝나고 나면 ‘호남을 뛰어넘자’, ‘물갈이하자’고 하니 ‘이용만 하고 발로 차는 것 아니냐’고 화를 내는 거다. 혁신을 말하려거든 새정연 의석 130석 전체를 두고 말해야지 28석에 불과한 호남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게 최고의 혁신공천인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을 하는 게 혁신공천이다. 하지만 정치인에게는 현실감각이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을 공천해도 낙선하면 무의미하다. 그러니까 공정하게 평가하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공천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패하면 사람도 아니다’는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 만기친람 말고 믿고 맡겨야”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박지원, 민주당 이규택, 자유민주연합 안성열, 민주자유당 손학규 대변인(왼쪽부터)이 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조건이란 뭘 의미하나?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공천은 노(老)·장(壯)·청(靑)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과거 김 전 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젊은 피를 수혈받았다. 그렇게 해서 정계에 입문한 386들이 이제는 486, 586이 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 당은 그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꾸준히 젊은 피를 받으면서 당의 체질을 개선했다. 우리 당도 능력 있는 젊은 피를 수혈받아야 한다.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연고가 중요하겠지만 수도권에서는 능력 있는 젊은 분들을 공천해도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가?

“당연하다. 정권교체를 위해 할 일이 있다.”

1942년생인 박 의원은 송광호·강길부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19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가장 ‘큰형님’이다. 박상천 전 민주당 의원은 만 74세이던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전 의원은 만 77세이던 2008년 18대 총선에 출마해 배지를 달기도 했다.

잠시 여당 이야기를 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눈밖에 벗어난 유승민 원내대표가 결국 물러났는데 박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년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낙마하긴 했지만 유승민 의원은 정치철학이 좋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고 앞으로도 (정치행보를) 잘 이어갈 것이다.”

유승민 사태로 보수에 균열이 올 수도 있다고 보는가?

“보수진영은 평소에는 싸우다가도 선거 때는 잘 뭉친다. 그래서 분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당은 분열의 선수(選手)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을 높이 평가한다. 저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에 10년을 빼앗긴 뒤 치열함으로 무장했다. 반면 우리는 그 치열함이 부족하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려 하지 말고 과감하게 내각·국회·비서실에 일을 맡기고 통합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8월 초 이희호 여사의 방북 의미는 무엇인가? 박 의원도 동행하나?

“현재로서는 날짜와 항로만 결정됐다. 그래서 저의 방북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경색된 남북관계를 위해 왕래를 자주 하는 것은 좋다. 상징적으로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8월 5∼8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할 예정이다. 서해 직항로(김포~평양 또는 인천~평양)를 이용한 방북이 성사되면 7년 만이다. 한국 국민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한 것은 2008년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100여 명이 공동기도회를 위해 고려항공을 이용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 여사 측은 7월 방북을 제안했으나 맹경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 위원장은 7월에는 북한에 여러 일정이 있다며 8월 5일 방북을 제안했고 이를 남측이 받아들였다. 이 여사는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 머물며 아동병원·평양산원·보육원을 방문하고 묘향산도 찾을 예정이다.

저축은행 금품수수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당사자들이 돈을 줬다는 진술만 있지 그 어떤 증거도 없는 사건이다. 애초부터 유죄 입증은 검찰 몫이지 제 몫이 아니었다. 저는 사고가 난 회사에서 돈을 받을 만큼의 바보는 아니다.”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의원은 7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결백하다. 저축은행 돈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008~2011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총 8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9월 불구속 기소된 박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상고(上告)할 뜻 밝힌 그는 “의연하게 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세력과 호남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 할 것”


▎박지원 의원은 “야권이 집권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초대 평양대사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현역 정치인 중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장 오버랩(Over lap)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박지원 의원일 것이다. 재미(在美)사업가였던 그는 1980년대 초 미국 망명 중이던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의 귀국과 함께 영주권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2년 14대 총선 때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박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의원실 내 회의실 벽에는 ‘後廣布德澤 南北生光輝(후광포덕택 남북생광휘)’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후광(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은 은혜를 베풀었고, 남과 북이 (하나되면) 훌륭한 일이 생긴다’는 의미로, 배기선 전 민주당 의원이 직접 써서 박 의원에게 선물한 것이다.

박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방은 615호실이다. ‘615’는 2000년 6·15 남북공동회담을 상징한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 특사 역할을 맡았던 그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그렇기에 박 의원에게는 특별한 바람이 있다.

“다른 정치인에 비해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누릴 만큼 누렸습니다. 대통령(大統領)은 못해봤지만 대(代)통령은 해봤습니다. 2017년 정권교체 때까지 저의 소임은 있습니다. 호남과 김대중 세력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바로 저라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를 이루고 나면 초대 평양대사가 돼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보고 싶습니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정리 김상훈 인턴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201508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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