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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환율과의 전쟁 기업들의 아우성 

“90년대 초 일본의 불황형 흑자와 닮은꼴” 

김우섭 한국경제 기자
엔저 여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 수출액 5.6% 감소… 전문가들 “양적완화·규제개혁 병행해야 일본처럼 되살아날 것”

▎엔저 등 환율 영향으로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한 1조5880억원에 그쳤다.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차량들. / 사진·중앙포토
#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그는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규제완화 등 ‘세 가지 화살’로 불리는 ‘아베노믹스’를 제시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살아나지 않던 일본경제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외로 떠났던 일본 기업들이 규제완화 정책과 함께 국내로 속속 들어오고, 고사(枯死) 직전에 몰렸던 기업들도 엔저(低) 정책으로 ‘턴어라운드(Turn Around)’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이 이미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한국경제는 지난 5월 경상수지가 86억5천만 달러(약 9조9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3월 이래 39개월간 최장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연간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894억 달러)를 넘어서 올해는 1천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호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기 직전인 1990년대 초반 나타났던 불황형 흑자를 그대로 빼닮았다는 우려 때문이다. 7개월 연속 0%에 머물고 있는 저(低)물가 현상도 불황의 악순환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경제는 되살아나고 있고 한국경제는 온갖 악재의 연속이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간판 정책 격인 엔화 약세를 무기로 빠르게 수출을 늘리는 동안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로 미국 달러화 등 외화 유입이 증가하면서 원화 가치만 올라갔다. 원화 가치 급등은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추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일본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 제품은 원고(高)로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세월호, 올해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1998년과 200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도 일본으로 떠나고 있다. 정부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지원대책과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당장 살아날 것이란 희망을 갖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일본의 올 1분기 성장률은 1%(연 3.9%)로 한국(0.8%)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의 이전 정책들처럼 아베노믹스도 오래가지 못하리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엔저 호황과 끈질긴 구조조정 덕분에 점차 살아나고 있다. 2012년 이후 일본 정부가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재팬 서프라이즈’라고 치켜세우는 언론도 늘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전(前)분기 대비 1.0%(연 3.9%) 증가하는 등 지표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은 2.3%(연 9.3%)나 된다.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이런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일본 성장률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관광수지의 대폭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한다. 지난 4월 흑자폭은 1조3264억 엔이나 됐다.

한국을 앞지른 일본의 성장률


일본경제를 이끌고 있는 건 기업의 설비투자다. 1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2.7% 늘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경기 상황을 앞서간다. 향후 경기 전망이 밝아 설비 증설 등을 앞당기고 있단 뜻이다. 특히 소매업·유통 등 서비스업의 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소매업과 유통 등이 활기를 띤다는 건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소비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꿈틀대지 않던 소비가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과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경상이익은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1분기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7년 만의 최대인 22조2600억 엔으로 집계됐다.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 턴어라운드의 배경에는 엔저가 있다. 환율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일정부분 움직일 여지가 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가미됐다. 개혁에 따른 체질개선이 설비투자 확대를 이끌고, 투자가 소득을 증가시키며 소비 확대를 불러온 것이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일본경제의 변화는 거시적인 지표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 주요 상장기업 530개사의 영업이익은 30조4천억 엔(약 273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4천억 엔(약 3조6천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일본의 주요 자동차업체 5곳(토요타·스즈키·마쓰다·미쓰비시·후지중공업)이 지난해 4~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나 증가한 4179억 엔을 기록했다.

혼다까지 포함해 7개 주요 자동차 업체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조7706억 엔(약 34조8022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4~12월 환율변동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4140억 엔으로 원가개선에 따라 늘어난 이익(3722억 엔)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효율화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경쟁력을 올린 일본 기업들이 엔저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도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부응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전쟁 최대 피해자는 한국


▎그리스발 악재로 7월 6일 국내증시가 2% 이상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3.5원 오른 1126.5원으로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사진·중앙포토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반사 불이익을 보고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환율 영향으로 8천억원가량의 환손실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5조9800억원의 14%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전자도 6천억원가량 환손실을 입었다.

특히 유럽·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TV사업이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비상과 달리 1분기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한 1조588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 영업이익 역시 30.5% 감소한 5116억원에 머물렀다. 원고(高)로 인해 수출제품의 수익성이 줄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중·일 3국의 상장회사 5598개사를 대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2010~2014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중국 11.6%, 일본 6.4%, 우리나라가 5.6%를 기록했다. 한국 상장기업의 경우 2010년에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7.4%로 일본 기업(6.4%)에 앞섰지만 2012년부터 역전됐다.

매출액 증가율도 한일간 역전 현상이 두드러진다. 2009년 금융위기 때와 2014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상장기업(1663개사)은 5년 동안 3.2%포인트 증가해 중국(4.8%포인트), 일본(15%포인트)에 뒤졌다. 한국 기업의 활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엔저는 중소기업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크다. 비용이 드는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이 국내 수출기업 453개(대기업 126곳, 중소·중견기업 327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원·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액 감소는 중소기업(5.6% 감소)이 대기업(1.8% 감소)보다 더 심각했다.

인천의 반도체 장비회사 관계자는 “일본 경쟁사가 엔저에 힘입어 최대 30%까지 가격을 저렴하게 제시하며 고객사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일 수출경합도는 2010년 0.43에서 2014년 0.51로 높아졌다. 경제 구조가 비슷한 상황에선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가장 큰 매출처인 대기업의 실적 악화도 직격탄이다. 대기업에 필요한 부품·장비·소재 등을 납품해 먹고 사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40% 정도다.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 못 미친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9년 말 12.8%(2698개)에서 2014년 말 15.2%(3295개)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2014년 14.8%로 급증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2014년 15.3%)과 비슷했다.

메르스와 함께 얼어붙은 내수


▎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를 맞아 서울 명동으로 몰려든 중국인 관광객. / 사진·중앙포토
메르스의 영향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경제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한 달 전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3월(56) 이후 6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현재의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인 99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얼어붙은 소비심리 때문에 고전하던 백화점·대형마트도 직격탄을 맞았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야외활동 기피로 매출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는 화장품업체와 생활용품업체들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숍 매출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명동과 동대문에서 운영 중인 9개 매장의 6월 첫 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이니스프리 역시 명동·동대문 상권에서 한 자릿수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철 특수 등을 노렸던 텐트용품 업체와 아웃도어 업계는 메르스로 썰렁해진 경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 메르스 국면이 장기화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메르스 확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메르스 사태가 10월까지 이어질 경우 최대 13조2천억원의 산업생산 감소효과가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데다 외국인 직접투자 위축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르스 충격이 3개월간(6~9월) 지속될 경우 관광 지출이 최대 4조6366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메르스가 3개월 지속될 경우 0.14~0.25%포인트, 5개월이면 0.24~0.4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둔화할 것”이라며 “대외적인 국가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수출과 투자 유치 등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추가 구제금융 협상 결렬의 충격파가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뱅크런(예금인출사태) 현실화→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국제 금융시장 혼란→다른 위기국들의 추가 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을 떠나 안전 자산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중국 증시가 크게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그리스 사태가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그리스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그리스 사태는 워낙 오래된 변수고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의 펀더멘털(경제체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그리스 위기로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 원화 가치의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연기금의 해외투자 지원을 담은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만으로 ‘축소 경제’가 불러온 불황형 흑자의 그늘을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그리스 사태와 메르스 위협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추경 예산안 편성이다. 지난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연 3.8%)은커녕 2%대에 그칠 것이란 분위기에서 ‘극약처방’ 격인 추경예산안을 내놓은 것이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7월 9일 메르스 피해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낮춰 잡았다.

지난 6월 정부는 메르스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11조8천억원으로 확정, 발표했다. 올 8월 부터 연말까지 추경을 포함해 22조원의 돈을 풀어 경기 살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전체 추경 규모 11조8천억원 중 세입결손 보전용 5조6천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확대되는 세출 규모는 6조2천억원이다. 세입결손 보전이란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추경 예산 일부를 세입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조6천억원의 예산이 경기 활성화에 쓰이지 못한다.

정부는 메르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 2조5천억원을 푼다. 메르스 피해를 본 관광업계·중소기업·수출업체 등에 1조6천억원이 지원된다. 구체적으로 관광업계에는 시설·운영자금 3천억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금융 지원을 643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직·간접 피해를 본 병·의원 지원에도 8천억원이 투입된다. 1천억원은 감염병 관련 장비 및 의약품을 비축하고 메르스 환자나 격리자 치료비 등에 쓰인다.

가뭄·장마 대책으로 8천억원을 투입한다. 저수지 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총 6개 댐의 치수 능력을 올리기로 했다. 재해 발생에 취약한 노후 저수지 408곳은 개·보수한다.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비해 긴급 수급안정자금 700억원도 마련한다. 나머지는 고용이나 건설 등 경기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투입된다.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청년 일자리 사업 등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취업성공 패키지·청년인턴제 등 기존 사업 강화에만 1746억원이 사용된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 신규 고용을 동시에 유도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금도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진주-광양철도 복선화, 성산-담양 고속도로 확장 사업을 올해로 앞당기는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1조5천억원을 쓰기로 했다. 기금운용계획 자체 변경을 통해 늘리는 3조1천억원은 서민주택 구입이나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확대하는 데 투입된다. 한국도로공사·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은 내년 투자계획을 하반기로 앞당긴다.

구조개혁 등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필요

그러나 이 같은 단기 처방이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진 못한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순 있지만 구조개혁 등 근본적인 노력이 없는 한 단기적인 효과에 머물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에 쓰이는 자금은 일회성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으로 경기 부양은 되겠지만 재정건전성은 물론이고 구조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추경은 금융위기 등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만 해야 하는데 너무 자주 활용하는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도 양적완화라는 돈 풀기 외에 규제개혁 등의 다른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을 닮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성장잠재력 제고 정책을 중단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투자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적 자원 약화에 대비해 여성·청년·고령층 등 취업애로 계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는 구조적인 개혁도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 볼 만하다.

- 김우섭 한국경제 기자

201508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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