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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살롱] 한국의 ‘양주(楊朱)’ 마광수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나는 섹스한다. 고로 존재한다” 

글 김포그니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즐거운 사라>를 대변하는 솔직한 변명… 사라가 슬퍼진 이유는? 여전히 위선적인 한국사회의 모순 때문

1989년 문제작 <즐거운 사라>를 통해 ‘밤에는 포르노 보고 낮에는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못 말리는 이중성’을 통렬히 비판했던 마광수 연세대 교수. 그도 회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다. 세월이 흐른 만큼 그의 주장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월간중앙>이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유명세를 장기간 유지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민들레 홀씨와도 같은 유명세는 사소한 바람에도 저 멀리 사람의 눈 밖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마광수(64) 연세대 교수는 국내에서 무려 23년 간 회자되고 있는 유명인사다. 세계 최초로 검찰에 끌려가더니 종국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문학가이자, 한국의 유일무이한 성(性) 선구자다.

서울 동부이촌동 그의 자택에서 4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담배를 연거푸 태우며 눈을 지그시 감고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거침없고 솔직했다.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당했다”며 우울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섹스가 제일’이라는 사상은 칼날처럼 빛나고 반듯해 그것을 휘두름에 거침없었다. 틈틈이 기자에게 “아무도 믿지 말고 자기 갈 길을 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타인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타인을 위한 솔직한 조언의 기묘한 동행을 하기에 그는 예민하고 마음이 여려 보였다. 천재성을 받아낼 그릇에 ‘트라우마’라는 이름의 미묘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된 듯싶었다.


▎1. 1992년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즐거운 사라>의 저자 마광수 교수 석방 및 예술 출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하는 지지자들. / 2. 표현의 자유와 한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 作). 외설을 이유로 그는 구속됐다.
건강은 어떠세요?

“세 갑. 필 때마다 이를 갈지, 담뱃값을 두 배로 올려서. 아~ 죽겠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돼요?

“정말 재미없지. 책 보다가 피곤하면 내 홈페이지 관리하고. 솔직히 야동은 다운받는 법도 몰라.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 영화는 SF, 스릴러 이런 거 싫더라. 옛날 게 좋아. 구닥다리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리 봐도 명작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지. 이게 소설로 봐도 명작이야. 두 번인가 읽었어. 요새 미국 영화 보면 만화 같아. <울버린>이니 이니 뭐 이런 거. 완전 황당무계한 판타지 SF.”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에요?

“주인공 스칼렛. 일단 이 역을 맡은 배우 비비안 리가 예쁘잖아. 역대 여배우 중에 제일 예뻐. 예쁜 건 비비안 리, 야한 건 마릴린 먼로를 못 당해. 그런 배우는 다시 안 나올 거야.”

둘 중에 한 여자를 택해야 한다면요?

“섹스 서비스로 보면 난 약간 복종적인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그런 관점에서는 마릴린 먼로를 따라갈 수가 없겠지. 난 야한 여자가 좋아. 미국에 있는 제자한테 부탁해서 비싼 돈 주고 먼로 사진집도 사왔잖아.”

작가는 ‘글쟁이’, 정치는 국회에서 해야


▎“최근 젊은 여성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책도 다 품절됐더라”는 기자의 말에 마 교수는 “알게 뭐야”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배를 뻑뻑 피웠다.
다양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 많았는데요. 이를테면 영화 <은교>처럼.

“어휴~ 속았어. 예고편만 보고는 ‘은교가 주인공 할아버지랑 (섹스)하나 보다’ 기대하고 갔는데 젠장. 하긴 개뿔, 그리고 왜 또 결말이 권선징악이야. 은교랑 섹스 한 제자를 죽이지 않나. 미쳐 미쳐.

영화 <왕의 남자>도 그래. 동성애 영화래서 기대 했는데 연산군이랑 공길이가 자는 게 나오지도 않고. 완전 속은 거야.”

기대했는데 안 해서 속상했군요?

“내 말이. 주인공이 할아버지 시인이잖아. 문학하는 놈이 뭐 성인이냐, ‘쟁이’지. 그게 박범신(소설 <은교>의 저자) 씨의 한계야. 그 사람 출세작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도 잘나가다 권선징악으로 끝나. <안나까레리나>도 왜 죽어야 해? 젠장. 예전에 검찰에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즐거운 사라>의 사라가 반성을 안 해서 유죄래. 미쳐 미쳐. 끝 장면에 사라가 ‘오늘도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고 말하는데, ‘먹잇감’ 이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어. 왜 이렇게 천박한 말을 썼느냐고.”

왜 문학계에서 권선징악을 중요시하게 됐을까요?

“문학가는 성스럽다 이거야. 어우, 더러워. 이 엄숙주의. 난 문학가가 아니고 쟁이예요. 글쟁이. 그런데 문학가들이 저마다 정치가 뭐니 훈수 두고 예수처럼 굴어요. 공지영이 그것 때문에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 ‘트위터에서 정치하느냐’고. 나도 약간 씹었지.”

마 교수는 2012년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렇게 점잖게 꾸짖었다. “공지영이 연대 다닐 때 내 강의를 서너 과목이나 들은 제자라서 욕하기 싫지만, 교묘한 교훈주의로 대중을 마취시키는 소설만 쓰고 있어요.”

중국 작가 루쉰이 ‘문학가는 현실에 뿌리박은 강한 사상을 가져야’한다고 했는데.

“그렇잖아도 최근 어떤 언론에서 ‘루쉰을 본받자’고 썼더라고. 루쉰은 참여문학을 주장한 사람이야. 나는 예술주의를 지향해. 루쉰처럼 참여하려면 국회의원에 출마해야지.”

작가로서 글로 시대를 반영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요새 작가들은 정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줄 알아. 그건 잘못이야. 작가는 쟁이야. 글쟁이라고. 시대만 반영했다가는 발전도 없어. 옛날 SF소설을 봐요. 이게 시대를 반영한 거야? 이를테면 쥘 베른의 소설 <달나라 탐험>. 나중에 어떻게 됐어.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 SF소설 내용대로 따라갔잖아.”

인터뷰 내내 마 교수의 휴대폰은 수시로 울렸다. 대부분 그의 품절된 책을 찾는 전화였다. 재미있는 건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최근 여성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마광수 예찬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서점에서 그의 저서 <행복철학> <성애론> 등이 다시 각광받으며 품절되는 일까지 생겨났다. “솔직한 이기주의자가 되자”는 그의 주장이 요즘 젊은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마 교수를 두고 “위선자 넘치는 세상에 등장한 비운의 선구자”라고 극찬한다.

“젊은 여성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마 교수는 “알게 뭐야”라며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마광수 ‘제 2의 신드롬’ 맞이하나?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작가 마광수를 두고 “엄숙주의에 옥죄어 사는 이 나라에서 저평가된 시대적 선구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기가 많아 기분 좋겠어요. 책이 잘 팔리나 봐요.

“그러면 뭐해? (출판사로부터) 돈 받은 게 한푼도 없어. 내가 이렇게 서러워요. 어떤 스타작가 같은 경우는 엄청난 비호세력이 있잖아. 거대 출판사, 거대 언론에다가. 소위 출판사 ‘창비’니 이런 데는 나한테 책 내자고 말도 안 걸어. 뭐 출판사 ‘문학과지성’도 진보라는데. 아이고~ 그게 무슨 진보야. ‘유교진보’면서.”

한국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잖아요.

“그 거야 (책이) 잘 팔릴 때 이야기고. 내가 완전히 한 물 갔잖아. 더군다나 요새 뭐 이상하게 (사회가) 보수화됐어요. 소설 <즐거운 사라> 이후로 내 책 들고 다니기 창피하다고 그래. 심지어 연세대 애들도 도서관에서 내 책 펴놓으면 ‘좀 이상하다’ 이럴 정도인데 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 쪽에선 ‘책을 내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라’ 이런 거지.”

예전에 비해 어떻게 보수화됐다고 생각하세요?

“과거에는 19금 아니던 책을 요즘에 다시 내면 오히려 19금딱지가 붙어. 덕분에 기존의 책을 내면서도 자기검열을 안 할 수가 없게 됐어.”

스타작가는 문단권력이 만들어낸 산물로 보세요?

“요즘 세태를 보면 매스컴이 홍보해준 책들이 주로 팔려. 최근 10년 동안 내가 만 권을 팔아본 적이 없어. 그런데 신경숙은 200만 부를 팔았잖아.”

200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백낙청, 고은 이런 사람들도 싫어. 예전에는 존경했는데, 고은 씨의 시를 누가 아나? 그의 시를 음미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러면서도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지. 그래서 문단정치, 문단권력이 나오는 거지. 후배들이야 출세하려면 이들 눈치 볼 수밖에 없는 거고”라고 말한 바 있다.

박민규, 김애란 등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어떻게 봤어요?

“왜 그렇게 난해하게 쓰는지 모르겠어. 난 쉽게 쓰잖아요. 쉽게 쓰는 걸 못 봤네. 김애란도 다 읽어봤지. 걔도 참 쥐어짠 문장이더라고. 그런데 왜 인기가 있나 봤더니 역시 소외계층만 다뤄. 넓은 의미의 민중문학이라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 김훈도 비장하게 쓰잖아. 독자들은 그런 걸 존경해. 이상한 풍토야. 쉽게 쓰려면 얼마나 몇 번이나 고쳐야 되는지 알아요?”

최근 작가 신경숙 씨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 논란이 있었어요.

“몰매 맞는 사람을 계속 뭐라고 하기가 싫어. 내가 몰매를 맞아봤잖아? <즐거운 사라> 때문에 몰매를 맞은 정도가 아니라 (검찰에) 잡혀갔으니까. 그때 이문열이 나 욕하고 이런 게 너무 화가 났지. 다 필요 없고 그럴 땐 ‘잘못했다’ 그러면 끝나는 거야, 그냥. 신경숙 씨를 너무 몰매 주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경숙 씨도 대처가 아쉬웠지.”

대처를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어야지.”

아이러니하게도 신경숙 남편 남진우 씨가 표절 비판 평론으로 유명하죠?

“남진우, 내가 잘 알지. 하일지를 물고 늘어졌잖아. 하일지가 하필이면 알랭 로브그리예를 가지고 박사를 받았거든? 그 영향을 받은 건 나도 알아. 그런데 그 정도 갖고 표절이라 그런 건 너무했지.”

정작 부인에 대해서는 잠자코 있었네요.

“남편이 부인을 어떻게 욕해. 그건 이해해줘야지.”

“좀 더 야하게 쓸 걸, 아쉬워”


▎1. 20대 시절 마광수 교수는 학계에서 ‘천재’로 통했다. 1977년 연세대에서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28세 나이에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 2. 2003년 마 교수는 교수직 재임용 탈락 논란을 딛고 다시 복직했다. 당시 그는 “기쁘면서도 두렵다”고 소감을 말했다.
성(性) 때문에 유명해지고 고생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어떠세요?

“나 혼자 떠든 죄지. 제 2의 마광수가 안 나오잖아. 나오면 밟힌다는 걸 알거든. 23년간 쭉 느껴온 건 한국은 폭력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관대해. 너무할 정도로. 영화 <악마를 보았다> <아저씨>만 봐도 폭력 위주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성(性)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 모르겠어.”

돌아보니 소설 <즐거운 사라> 내용에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요?

“어휴, 더 야하게 쓸 걸. 내가 한이 맺힌 게 많아. 예컨대 음순고리라던가 젖꼭지 고리 이런 걸 안 쓴 게 아쉽죠.”

사라는 어떤 여자인가요?

“마조히스트면서 독특한 캐릭터에요. 페미니스트들은 마조히즘을 대개 반대하는데 마조히즘은 그냥 취향이야. 성적으로 마조히즘이라고 해서 사회에서도 그런 성향을 보이진 않거든? 사라는 또 굉장히 솔직해. 위선이 없어. 술집에 가서도 술집여자 욕하는 장면이 나오잖아. ‘되게 점잔 빼네. 난 벗으라면 벗는다’ 이러잖아.”

사라를 영화화 한다면 누구를 쓰고 싶나요?

“글쎄. 얼굴 예쁜 건 송혜교인데. 걔는 머리 한번 염색한 것도 못 봤어. 김태희도 얌전한 얼굴이잖아. 차라리 옛날에 오수미 같은 여자가 맞지. 지금도 그만한 배우가 없어. 걔가 내 팬이야. 그때 신라호텔 나이트클럽에 춤추러 갔는데 멀리서 뛰어오더라고, 팬이라면서.”

오수미는 어떤 배우였죠?

“매력으로는 오수미가 단연 압도적인 배우였지. 묘한 얼굴이야. 지금도 그만한 배우가 없어. 최은희, 김지미도 그렇게 예쁘지 않아요. 내가 코를 제일 중요시하거든. 그래서 김혜수를 꼽지 않는 거야, 코 때문에. 코는 역사상으로 송혜교가 제일 예뻐. 그런데 하관이 똑바르지가 않았어. 턱은 정말 양악수술 했으면 좋겠어.”

진중권 등 유명 논객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반대하던데요?

“진중권? 어휴~ 만물박사잖아, 그 양반. 한번 만나서 토론한 적 있어. 나는 외모지상주의를 옹호했고 걔는 반대하더라고. 외모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야. 외모가 권력이야.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얼굴보고 알지. 외모 따진다고 나한테 욕하는데 그거 위선이야.”

내면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페미니스트도 화장을 한단 말이야. 그런데 옛날에 운동한답시고 한복을 입질 않나. 디스코는 나쁜 거니 농악을 하고, 정말 웃기는 짬뽕이야.”

즐거운 사라가 ‘슬픈 사라’ 된 까닭


▎마광수의 회화 작품. 미술의 조예가 깊은 그에게 미술은 자아의 정체감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마 교수는 남성우월주의자인가요?

“전혀, 오히려 그 반대지. 옛날부터 여자를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했어. 난 일종의 정신적 ‘여성(female)’이야.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 수술하지, 여자가 남자로 하는 건 아주 드물어. 전부 여자 되겠다고 아우성이야, 세계적으로.”

<즐거운 사라> 속편이 나왔던데요?

“<즐거운 사라>는 검찰 손아귀에 갇혀 있잖아. 그래서 속편을 썼어. <2013 즐거운 사라>라고. 거기서 사라를 자살시켰어.”

왜 자살을 시켜요?

“지금의 한국을 풍자한 거지. 야한 거를 무슨 대역죄로 보더라. 빨갱이도 안 잡아가는 세상 아니야. 근데 왜 야한 것만 가지고 난리야. 야한 소설로 유명한 일본작가 무라카미 류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런 건 건드리지도 않으면서. 내가 또 그거 사 봤잖아. 재미 하나도 없더라. 별로 야하지도 않고.”

2015년도 한국 여성은 어떤 유형의 사라인 것 같은가요?

“슬픈 사라. 그리고 이중적인 사라. 예전만 해도 여자애들이 아주 다채롭게 염색을 하고 난리 쳤어. 아름다운 퇴폐 시절이 있었다고. 70년대 히피시절에는 연두색 아이섀도우 바르고 했거든. 그때가 황금기였어. 신중현 같은 천재음악가들도 나오고. 그런데 요즘 애들 봐봐. 투명 메이크업을 해. 맨 얼굴인척 한다고. 이중적이야.”

요즘의 사라들한테 바라는 점이 있나요?

“내가 그때 잡혀가면서 기자들한테 10년 지나면 코미디가 될 거라고 했는데. 23년이 지나도 이중성은 여전해.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도 자기 사생활 이야기를 안 해요, 절대로. 한다면 숨어서 하겠지. 나를 좋아한다는 여자들도 인터넷에서만 활동한다며.”

그럼 야한 의상을 입은 여자 아이돌 가수들은 바람직 한가요?

“가수들은 우선 가창력이 좋아야 돼. 그리고 걔네가 뭐가 야해? 지네들이 입은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입힌 거잖아. 그건 진짜 야한 게 아니지.”

이중성에 대해서 말했는데 불륜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부남이 처녀랑 즐기고 싶으면 부인한테 말하고 하던지 해. 숨어서 뭐야, 그게. 위선 떠는 거잖아. 부부 사이도 그래. ‘내일 룸살롱 가겠다’, ‘호스트바 가겠다’, ‘바람피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이런 거 합의하고. 솔직한 게 제일이야.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옛날에 한 여류 소설가와 어떤 감독 커플이 있었어. 여류 소설가가 말하기를 이미 결혼 전에 서로의 외도를 허락했대. 그래서 권태기를 벗어났다고 하대.”

서양에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가 있었다면 동양에도 역시 쾌락주의자 양주(楊朱)가 있었다. 양주는 육체적 쾌락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에피쿠로스와 비교된다. 마 교수도 시종일관 쾌락과 섹스를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마 교수는 일전에 재미학자 김상기 교수가 자신을 두고 한국의 ‘양주’라 한 것을 몹시도 마음에 들어 했다.

섹스가 곧 사랑이라면서요. 한 파트너와 섹스하다 보면 사랑이 식지 않던가요?

“권태야 느낄 수 있지. 그래서 섹스는 재미있게 해야 해. 난 여자가 수줍어하고 이것저것 가리는 것 싫거든? 뭐, 어떤 남자는 여자가 너무 적극적으로 하면 의심을 해. 남자 놈들이 나빠, 하여튼. 처녀막 수술을 시켜주던가, 젠장. 지들이 뭔데 처녀를 찾고 앉아있어.”

혹시 남자로서 부러운 남자 있어요?

“조영남. 처음에 걔를 봤던 기억이 생생해. ‘윽! 저렇게 못생겼을 수가’ 이랬어. 그런데 지금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됐어. 돈 많지. 특히 부러운 게 건강. 70세가 넘었어, 걔가. 그런데 나보다 훨씬 건강해. 여자도 많이 만나잖아. 연예계 젊은 애들 무지 많이 알아.”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야한 글을 쓰고 싶지. 그런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막말로 앞으로 그런 사건이 법적으로 안 터진다는 보장도 없잖아. 감옥 생활은 참 나같이 몸 약한 사람한테 고달픈 일이야. 솔직히 내가 천재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망가져버렸지. 또 요새 추세가 다 보수적이야. ‘일베’ 애들도 있잖아요. 옛날에는 으레 대학생들은 좌 쪽이었어. 이젠 무조건 우야.”

실제로 그는 20대 시절 국내 학계에서 ‘천재’로 통했다. 1977년 연세대에서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작 28세 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일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니까 걔네들 욕하고 싶진 않아요. 솔직히 일베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 중요한 건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어야 하는데. 사실 내 입장에서 제일 얄미운 건 진보야. 진보인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도 안 도와줬고 완전히 왕따시켰잖아. 지금도 진보는 유교진보야. ‘성매매특별법 없애자’ 이런 이야기 한마디도 안 하잖아.”

진보란 무엇인가요?

“일단 자유로워져야 하거든. 상상력이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왔어요. 새처럼 날고 싶다고 상상한 다음에 비행기가 나왔어. 그런데 한국은 상상을 재판하는 나라야. 전체적으로 문화수준이 얕아서 그래. 주변 교수들보면 기가 막히게 답답한 사람이 많다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냈을 때도 연세대에서 난리 났잖아. 왕따 시키고 훈계하고. 미국 유학 다녀온 것들도 이해를 못 하는 거야. 지식인들조차도 문화수준이 이렇게 낮다니까.”

요즘 사회에 바라는 점은 있다면요?

“리얼리즘이 있으면 낭만주의도 있고 이래야 하는데. 뭐 민중문학 할 때는 다 그거 하다가 신경숙 같은 사람 뜨면 그 개인으로 가는 거야 몽땅. 우리는 하나밖에 몰라. 엄숙하지 않으면 역적이야.”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꼭 자보고 결혼해라. 여자들이 꼭 피임을 챙겨야 돼. 임신한 애들이 다 너무 방심해서 그래요. 주기 따지고 이러다 피 보는 거야. 콘돔도 못 믿어. 인생이 아무리 생각해도 고해거든? 왜 굳이 애를 낳아서 고생을 시키나. 요새 애들은 더 고생하잖아. 우리 때는 대충 대학 가는데 요즘은 무슨 8학군이며, 어휴.”

요즘 무엇이 가장 두려워요?

“치매, 반신불수. 그 두 가지만 아니면 돼.”

가장 싫어하는 건 뭐예요?

“유교적 도덕주의자. 기독교적 퓨리터니즘. 이중적 삶. 낮엔 신사 밤엔 야수, 뭐 이런 애들이 있지. 내가 맨날 떠드는 게 ‘솔직’이야. 섹스 다 좋아하면서 아닌 척 하거든. 프로이트 이론에서 오류가 많지만 ‘인간이 가장 추구하는 것은 섹스’다. 이건 대단한 발견이라고 봐.”

프로이트는 여 환자와 한 번도 엮인 적이 없을 정도로 도덕적이었죠.

“그래도 프로이트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 연세대 심리학과도 프로이트를 안 가르치더라고. 깜짝 놀랐어.”

정작 칼융은 인기가 높아요. 여 환자들과 숱한 염문도 있었는데도.

“융은 괜히 거룩해 보이거든. 걔는 아주 엄숙주의야. 실생활은 아니면서, 그게 아이러니지. 섹스가 아니고 창조적 에너지가 인간을 이끈다는 아리송한 얘기나 하고. 이중적인 작자야.”

어떤 연애를 꿈꾸나요, 과거와 달라졌나요?

“똑같아. 난 사디즘을 좋아해.”

옛날의 마광수와 지금의 마광수가 달라진 건 없어요?

“전혀 없어. 똑같아. 변절은 안 했어.”

마 교수처럼 살면 행복할까요?

“나처럼 살면 안 되지. 지금 완전 고독남인데. 말로만 야했지. 별 재미 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아무도 믿지 마라”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믿을 사람 아무도 없고 자기만 믿어야 한다.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야 돼요.”

친구가 있어서 즐거운 것도 있지 않나요?

“왜 다들 그래? 극장도 혼자 가는 법이 없어. 술도 친구 불러내서 먹고. 술친구 많아지는데 나중에 말짱 꽝이야. 의미 없어. 아무것도 돌아오는 게 없어.”

서로 통하고 서로 믿는 관계는 없을까요?

“글쎄 모르겠어. 사람은 다 이기적이야. 특히 가까운 사람을 더 조심해. 가족도 믿지 마세요. 나는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피 본적이 많거든. 기대 말고 건강이나 챙기고 살아.”

좋아하는 미술가가 있나요?

“단연코 고흐.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났지. 에곤 쉴레도 좋아. 불쌍해 스물일곱에 죽었어. 에곤은 천재야. 그 보수적일 때 성기를 그렸잖아.”

게다가 잘생겼죠?

“맞아. 그 사람이 감옥도 나처럼 두 달 정도 갔다고. 야한 거 걸려서.”

잭슨 폴락, 칸딘스키, 마티스, 살바도로 달리는요?

“잭슨 폴락? 그건 그림도 아니야. 젠장, 위에서 물감 뿌려대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마티스야 좋지. 야수파. 칸딘스키나 폴락이나 가재와 게 수준이지. 달리의 소묘력은 대단한 거예요.”

샤갈도 인기가 많아요.

“샤갈 싫어하는 사람 있나? 샤갈의 단점은 너무 좋게만 그렸어.”

인생도 행복했잖아요? 안정된 애정관계에.

“그림 봐봐. 매일 여자랑 하늘로 떠다녀요. 제일 부럽지. 게다가 장수까지 했어. 98세까지 살았거든. 고흐와 달리 생전에도 유명했어. 제일 불쌍한 게 모딜리아니지.”

자살해서요?

“자살한 건 안타까운데 마누라가 따라 죽은 건 부러워. 임신했는데도 말이야. 부럽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사랑은 없다더니 왜 부러워하세요?

“그냥 사랑하면 정신적 사랑이 되기 쉬우니까. 모딜리아니의 육체와 정신을 다 사랑해서 따라 죽은 거지.”

마 교수도 그런 여자를 만나고 싶군요?

“누구나 그렇지. 스테판 츠바이크. 이 사람도 마누라랑 동반자살했어. 같이 죽을 정도로 둘이 사랑한 건 대단한 거야.”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다 솔직했으면. 사라가 즐겁게 살 수 있는 솔직한 사회를 원해.”

‘나는 섹스를 꿈꾸고, 그래서 존재하는 거야’. 인터뷰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그는 자신의 자아 정체감을 이렇게 고백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섹스는 광범위한 의미로서의 섹스란다.

마 교수는 말한다. “나답게 살기 위해 성문학을 시도했고, 그래서 많이 얻어맞아 다쳤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여 내가하고 싶은 것을 했거든.”

- 글 김포그니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201508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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