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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개학 앞둔 대학가의 시한폭탄 ‘기성회비 폐지’ 

국립대 교수 월급이 200만원이라고?! 

교수는 보전받을 기회 있지만, 교직원은 연봉 삭감 감내해야 할 처지… 등록금 전혀 줄지 않은 대학생과 대학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

▎기성회비가 폐지되면서 국립대학 교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줄어들어 교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 노조가 2013년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 대학본부 앞에서 열린 국립대 교직원 기성회비 수당 폐지 반대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충북지역 한 국립대 교수로 임용된 A씨(38)는 생활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수개월간 월급을 절반 정도만 받고 있어서다. A씨는 “20년 넘게 공부하고 교수로 임용됐는데, 생활비를 걱정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초임 교수의 경우 매달 각종 수당을 합쳐 평균 350만원가량 받았는데 3월부터는 실수령액이 200만원을 조금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지역의 한 국립대 인문학부 교수인 B씨(46)는 최근 수개월간 월급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면 쓴웃음만 나온다. 최소 500만원 이상 찍혔던 월급이 250만원가량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월급이라며 아내에게 건네주기도 부끄럽다”며 “연간 2천만원 정도 받았던 연구보조비마저 3월부터 나오지 않아 월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국립대 교수들의 ‘반토막 월급’은 A·B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39개 국·공립대 교수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교수들의 월급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3월 국립대 기성회비가 폐지되면서 이들에게 연구보조비 명목으로 지급되던 급여 보조성 경비가 없어진 탓이다. 급여 보조성 경비가 폐지되면 교수는 평균 1500만원, 일반직은 1천만원, 기성회 직원은 700만원 정도 연봉이 낮아지게 된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 견해다. A교수는 “국립대 교수들의 기본급은 높은 편이 아니다”며 “낮은 임금을 기성회비로 메워줬는데 기성회비가 폐지되니 임금 보전분이 없어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성회비 폐지로 월급 크게 줄어들어


기성회비는 수업료와 함께 납부하는 등록금의 일종이다. 자금 운영은 대학의 장의 위임을 받은 각 대학 기성회가 맡는다. 국립대 기성회는 1963년 대학의 만성적인 재정부족을 보완하고자 도입됐다. 사립대학 교직원과의 보수 격차 완화, 교직원의 교육·연구 성과 제고 등이 목적이었다. 국립대는 이런 이유로 교직원에게 기성회 회계에서 각종 급여 보조성 경비를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다. 기성회 회계는 기성회 이사회의 의결로 운영돼 왔다.

문제는 민간단체인 기성회가 학생들로부터 기성회비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국·공립대 학생들이 대학 측을 상대로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한 것도 그래서다. 2010년 서울대·부산대·경북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4천여명은 국가와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11월 기성회비 징수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당시 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는 부당이득이므로 사적 민간단체인 대학 기성회가 반환해야 하며, 국가는 기성회비 징수·관리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기성회비에 대한 법적 논란이 일자 서울대는 2012년 법인화를 추진한 후 기성회비를 폐지했고, 사립대는 앞서 1999년 기성회비를 없앴다. 하지만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는 기성회비를 계속 받아왔다.

기성회비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3월 본회의를 열어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을 통과시켰다. 기성회비가 52년 만에 법적 기능을 다하게 된 것이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은 ▷대학회계 설치 ▷재정위원회에 학교구성원 참여 보장 ▷예·결산 공개 의무화 ▷기성회 직원 교용 보장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은 국·공립대학의 예산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들의 숨통도 틔워줬다. 기성회비에 해당하는 돈을 다른 명목으로 걷게 해주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대학회계’가 그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그동안 국공립대 회계구조는 국고인 일반회계와 비국고인 기성회회계·산학협력단회계·대학 발전기금회계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됐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은 일반회계에서 집행하던 국가지원금과 등록금(기존엔 기성회회계로 분류) 등 대학 자체의 수입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대학회계를 새롭게 설치 운영(2015년도 1학기부터 적용, 공립대에도 준용)하도록 했다. 폐지된 기성회비를 대학회계에서 등록금(수업료) 형식으로 걷을 수 있게 됐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기성회비가 폐지되면 대학의 재정 결손, 자율성 축소 등이 우려됐지만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으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국공립대는 과거 기성회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학회계에 포함해 징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사라진 기성회비 금액 만큼의 돈을 수업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말이다.

이처럼 기성회비를 대체 징수할 ‘길’을 터준 것은 기성회비가 대학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9개 국·공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 399만원 중 기성회비는 327만원으로 나타났다. 기성회비가 등록금의 82%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전체 예산에서도 기성회비의 비중은 높다. 2013년 기준으로 기성회비 수입은 1조3423억원으로 전체 국립대학 예산 총액 7조8200억원의 17.1%를 차지했다. 기성회비를 수업료든 뭐든 다른 명목으로라도 걷지 않으면 국·공립대 재정운용에 바로 구멍이 생기는 구조다. 정책 당국이 법 개정을 통해 대학회계를 신설한 배경이다.

급여 보전 위해 인센티브 제공? ‘글쎄요’


▎2014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공립대의 정부책임과 대학공공성 강화를 바라는 국공립대 교수, 학생, 직원, 학부모 및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국공립대 정부책임 강화와 조속한 기성회회계 대체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물론 교육당국은 국립대학 회계재정법 제정으로 재정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간단체인 기성회 이사회의 의결로 운영하는 기성회회계는 책무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대학회계가 설치되고 학교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재정위원회가 재정운영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되면 대학 예산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민주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생들에게 걷는 돈은 변함이 없는데 회계규정을 달리해서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 게 성과라면 성과다.

기성회비가 수업료로 전환돼 징수되면 대학의 수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데도 교수들은 왜 월급이 줄었다고 아우성인 걸까?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이 대학교수에게는 교육·연구실적에 따라 연구보조비를 차등 지급하는 인센티브(교육·연구·학생지도를 위한 비용)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한 만큼 가져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교육부의 인센티브 방식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교수들은 그동안 기성회에서 나오는 급여 보조성 경비를 ‘급여’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A교수는 교육부의 인센티브 방식에 대해 교수사회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연봉을 정할 때 총액 개념으로 정한다. 인센티브가 있다면 별건으로 다루는 게 일반적인데 여태껏 대학당국은 기성회계에서 나오는 돈을 인센티브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냥 월급의 범주로 다들 받아들였다. 그걸 앞으로 연구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말인데 누가 납득하겠나. 언제든지 월급이 확 줄어들 수 있는 상황으로 교수들이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는 기성회회계에서 나간 급여 보조성 경비는 원래 급여가 아니라고 못을 받는다. 공무원법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는 보수와 수당만 급여로 받을 뿐, 연구비는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성회회계에서 나오는 연구보조비가 월급과 같은 급여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구보조비를 급여로 보는 시각은 잘못이며 관련 법 제정으로 이 부분이 더 명확해졌다. 물론 차등 지급에 따른 불만은 있겠지만 연구보조비의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당초 목적대로 연구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수들은 법의 취지 따로, 현장 따로 놀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법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자면 교육·연구·학생지도 등 3개 분야에 대한 계획서나 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주체가 학교 당국이다. 한솥밥을 먹는 처지에 교수에 따라 차등을 두기가 어려운 만큼 심사가 극히 평면적이고 형식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의 관행대로 월정액 개념의 급여 성격으로 인센티브가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요식 절차로 전락하기 쉬운 연구보조비 수령을 위해 3개 분야 계획서나 보고서를 제출케 하는 것도 학문적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부산지역 국립대 C교수의 설명이다. “교수들은 가뜩이나 국책 연구과제를 따려고 수많은 보고서와 계획서 작성에 허덕인다. 연구보조비를 받고자 형식에 불과한 보고서를 만드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차라리 기본급을 올려주고 국책 연구과제나 논문 작성에 집중케 하는 게 교육 경쟁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된다.”

나아가 그렇게 받는 연구보조비가 과연 법의 취지에 따라 연구목적으로 제대로 사용될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C교수는 “결과적으로 월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어지는 인센티브라면 연구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이 될 게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국립대 교수가 교육·연구비를 부당하게 수령하는 일이 없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발각되는 경우 대학이 환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 총장이 교육·연구·학생 지도비의 지급 내역을 관리케 하고, 부당한 지급분에 대한 환수 절차를 마련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성회비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까지 국립대 연구보조비는 지급액이 공개되는 수준에 그쳤다”며 “국립대가 교육·연구비를 부당하게 지급할 우려가 있는 만큼 환수를 포함한 관리 방식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교직원·교수들의 ‘국립대 엑소더스’ 온다?


▎21세기 한국대학생 연합과 경상대·공주대·공주교대·경북대·부산대·서울대· 전남대 등 7개 국립대 학생 대표들은 2010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전국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 시행 5개월이 지났는데도 일부 국·공립대에서는 인센티브 지급 지침 마련이 지연되면서 교수들이 몇 달째 이를 지급받지 못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A교수는 “그나마 우리 대학은 나은 편이라 지난 달 말 일부지만 소급분을 받았다”며 “하지만 다른 대학의 교수 중에는 학교 측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소급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고 전했다.

실제 부산지역 한 국립대 일부 교수들은 기존 연구보조비가 급여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미지급 인센티브는 임금체불이라며 집단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학교와 교육부를 상대로 임금체불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교육·연구·학생지도 등 실적을 평가해야 지급이 가능하므로 분기나 반기, 혹은 연간 단위로 지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학별로 지침을 마련 중에 있으며 제도가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편이 있지만 곧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절차적 번거로움은 있지만 실적에 따른 연구보조비로 기존 연봉을 보전받을 수 있는 교수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존 기성회 직원들은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다. 교수들은 연구보조비 지급의 대상이지만 행정사무에 종사하는 국립대 직원들은 연구활동과 무관해 연구보조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도의 변화가 뜻하지 않게 국립대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연봉이 깎인 교직원과 교수들의 ‘탈 국립대’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한 국립대 직원의 설명이다. “2013년 국립대 직원들에 대한 수당지급이 중지된 뒤 ‘국립대 엑소더스’에 불이 붙었다. 저마다 나은 조건을 찾아 짐을 싸고 떠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대학은 지난 2년 동안 교직원 10명가량이 타 기관으로 전출했다고 한다. 유입되는 직원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행정공백을 염려하는 국립대 총장들이 많다. 결국 행정인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국립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교수 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성회비 시절에는 실적이 아닌 일률적으로 급여 보조성 연구보조비를 받았기 때문에 사립대와의 연봉 차이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적에 따라 연구보조비를 차등 지급하게 되면 사립대의 연봉에 턱없이 못 미칠 수도 있다. 교수들이 대거 사립대로 이동을 하는 사태도 우려된다.”

학생들은 학생들 대로 불만이 누적되면서 학교측과 갈등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해 등록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등록금 총액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기성회비를 대학이 이름만 바꿔 징수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대 학생회는 “등록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기성회비가 폐지됐는데도 등록금 총액은 변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교 측에 등록금 인하 요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학 회계재정법이 교육당국, 대학당국, 학생, 교수, 교직원 모두에게 다소간의 혼란과 불편함을 안기는 상황에 대법원 판결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기성회비 폐지를 전제로 모두가 움직이는 판국에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월 25일 서울대·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4천여 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등 소송에서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다”고 판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성회비 적법’ 법원판결 다시 혼란 부를 듯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월 25일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다고 판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장면.
학생 단체는 물론이고 법조계, 정당 등이 일제히 발끈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대학생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청년녹색당 등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교육에서의 ‘법치’를 완전히 외면한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국공립대가 임의로 비법인 사단을 만들어 사용료를 강제로 징수 받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기성회비가 고등교육법상의 기타 납부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있어 헌법과 법률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헌법상 국공립대 설립운영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종류와 성격을 정해뒀음에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기성회비가 국립대 교육시설을 제공받는 대가로 모든 학생에게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일률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부과되므로 적법하다는 법리를 폈다. 이에 대해 민변 측은 “국립대가 왜 교육시설 제공 대가로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이중 징수해 왔는지에 대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대법원 판결을 반박했다.

기성회비의 ‘강제적’ 부과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은 “학생들이 등록금 고지서에 기재된 기성회비를 수업료와 함께 납부했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적법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수업료와 함께 기성회비를 납부한 것은 암묵적으로 기성회에 가입했다는 징표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변 측은 기성회비는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 고지서를 통해 일괄 징수되므로 선택이 아닌 강제적 납부 대상이라고 반박한다. 민변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등록을 위해 등록금에 포함된 기성회비를 어쩔 수 없이 납부한다”며 “이를 국립대학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의사로 해석하고 기성회 가입과 기성회비 납부가 문제 없다고 본 것은 ‘강제적’ 부과를 ‘합법적 절차에 의한 자발적 비용’으로 해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대학생 단체들은 대학 당국이 폐지된 기성회비만큼 등록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기성회비 폐지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도출에 정부·대학·교수·학생 등 관련 당사자들이 나서야 할 때다.

-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201509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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