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튜닝업계가 기지개를 켠다. 국내 자동차 튜닝시장은 앞으로 5년 내에 2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엄급의 럭셔리한 튜닝부터 젊은 사람들끼리 자가수리를 하는 DIY까지 튜닝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다. 사진은 메르세데스 벤츠 전문 튜너인 브라부스 매장. 모델은 벤츠 GL 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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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메르세데스 벤츠 GL550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중저음의 배기음이 낮게 울려퍼진다. 엔진회전(RPM)을 높이자 “부아앙~” 하고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옆에 타고 있던 담당 직원이 “엔진 소리는 이제 운전자들에게 음악과 같다”고 말했다. 차체에는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대신 ‘B’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벤츠 전문 튜닝업체 브라부스의 고유 마크다.8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브라부스 매장(아승오토모티브그룹)에서는 김용진(40대) 씨가 튜닝 된 벤츠 차량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브라부스는 세계 106개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순수 튜닝 매출만 세계 최고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문 튜너인 브라부스뿐 아니라 폭스바겐의 APT 등 해외 인증 튜닝부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곳이다. 김씨는 한동안 커다란 바퀴(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3인치 모노블록 휠은 오직 단조 휠(직접 장인이 만드는 것)만 생산된다”는 직원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정말 튼튼해 보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또 다른 하얀색 벤츠 G63 모델은 기존보다 훨씬 우락부락한 근육질 형으로 변해 있었다. 담당 직원은 “근육질형 남성미가 넘치는 차량이 요즘 자동차 튜닝의 추세”라고 말했다. 차체 전반에 ‘와이드 스타 컨버전’ 튜닝을 했다. 각진 라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여 남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한 디자인이다. 펜더(fender)는 차체 라인보다 더 넓어져 기존보다 강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직원이 “공기의 저항을 줄여 소음감소, 연비 향상, 주행 안정성을 개선한다”고 말하자 김씨는 “정말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라며 극찬했다.전체 견적서를 가져와보니 튜닝 옵션 견적만 4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김씨는 “튜닝을 하다 보면 이것저것 욕심이 난다”고 했다. 이미 벤츠 ‘순정(기존에 양산된 차)’으로도 프리미엄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욕심으로 보일 수 있지만 프리미엄 중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승오토 모티브그룹 이정근 과장은 “고객들은 자신의 차가 세상에서 한 대밖에 없다는 자부심을 누리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업체는 합법적인 모든 튜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자동차 튜닝(tuning)이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튜닝 카라고 하면 도로 위에서 굉음을 내고 특이하게 개조한 차량을 떠올리지만 튜닝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기능뿐 아니라 미적 외관과 구조 변경까지 모두 포괄한다. 하이엔드급으로 럭셔리한 프리미엄 튜닝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자가수리를 하는 DIY(Do-it-yourself의 약어)까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세련된 개성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잡는 튜닝족들이 확산되고 있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은 2013년 6월부터 매년 3%씩 성장세다.
디자인과 성능 두 마리 토끼 잡기
▎지난 7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토살롱’. 국내 자동차 튜닝 박람회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 축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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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은 사전적 의미로 ‘조율, 세부조정’을 말한다. 원래 악기를 조율한다는 의미지만 자동차에서는 구조변경이나 성능,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자동차 성형’이다. 집을 구입한 뒤 색다른 인테리어를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이제 자동차 또한 ‘기성’ 차량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계의 튜닝시장은 100조원 규모다. 세계 최대 튜닝시장인 미국이 33조원을 차지한다(2012년 기준). 자동차 산업은 성장이 둔화됐지만 튜닝 산업은 연 평균 5% 이상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미국 다음으로 높은 유럽의 튜닝시장 규모는 23조원에 이른다. 영국의 시장 규모는 10조4천억원으로 유럽에서 가장 크다. 튜닝업체 수만 4500여 개이고 고용인원이 3만8500여 명에 달한다. 독일의 튜닝 산업도 6조4천억원 규모다. 일본은 14조원에 이른다. 자동차 선진국에서 튜닝은 별개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한국은 세계 15번째로 자동차 등록대수가 2천만 대가 넘고 자동차 생산은 연간 450만 대 수준으로 세계 5대 강국에 꼽히지만, 튜닝시장은 아직까지 세계 튜닝시장의 0.5%에 불과하다.국내 자동차 튜닝시장은 그동안 규제에 발이 묶여 거의 40년 동안 불모지였다. 화려한 외관과 엔진을 개조하는 것은 물론, 단순한 외장변화도 허용되지 않았다. 휠(자동차 바퀴)이 차체 밖으로 튀어나와도 안 되고, 전조등과 안개 등도 색을 바꾸거나 추가로 전구를 다는 것도 금지항목이었다. 차량 내 시트를 떼어내거나 최근 신차에 장착이 의무화된 주간 주행등을 임의로 다는 것마저 여전히 불법이다. 매년 불법 튜닝의 적발 건수가 5천여 건에 달할 정도였다.그러다 2013년 8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산업 활성화의 물꼬가 터졌다. 정부는 튜닝산업의 활성화를 국책과제로 추진하며 2014년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대책’, 올 1월 ‘자동차 튜닝부품인증제’ 등 튜닝과 관련된 제도에 하나 둘 빗장을 풀고 있다.국내 튜닝시장은 활발해진 시장 흐름에 가세했다. 올해 6월 말 튜닝 승인 실적은 지난해 대비 17.1%(1만1742대) 증가했고, 튜닝 업체수도 5.4%(173개사) 늘었다. 5년 안에 2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계형 자동차 튜닝 허용에 따라 지난해 8월 이후 푸드트럭으로 구조 변경한 차량은 200대에 이르고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튜닝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국내 최대 자동차 튜닝 및 애프터 마켓(출고 된 차량을 개조, 수리하는 것) 전시회인 ‘2015 서울오토살롱’이 7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튜닝 관련 박람회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 축제다. 튜닝 전문 모터쇼는 이미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일본의 ‘도쿄오토살롱’, 미국의 ‘세마쇼’, 독일의 ‘에센모터쇼’가 대표적이다. 미국 세마쇼는 세계 최대의 튜닝박람회로 매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2천 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고 100여 개국에서 온 12만여 명의 자동차 관련산업 전문가들이 참관한다.‘서울오토살롱’은 국내 자동차 튜닝과 애프터 마켓에 중점을 뒀다. 총 80개사가 참가해 540부스가 설치됐고, 저마다 개성 있는 튜닝 차량을 선보이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씨에로(1995), 티코(1991) 등이 현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티코의 보닛에 공기 흡입구를 달고 강렬한 컬러로 도색을 하자 세련된 미니카로 재탄생했다.9월 4∼6일에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전시회인 ‘2015 오토모티브위크’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튜닝카 경진대회, 자동차 정비·주유·서비스 전시회, 자동차 튜닝·모터스포츠 전시회, 캠핑카·트레일러·모터카라반 전시 등이 열린다.
수입차 튜닝수요 증가로 국내 영향튜닝산업이 활기가 띠기 시작한 건 수입차 튜닝 수요가 증가하면서부터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13만858대에서 2013년 15만6497대로 연간 19.6%가 증가했다. 2016년 국내 수입차 판매 점유율은 2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부분 튜닝 전문 자회사를 두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3사인 도요타·혼다·닛산도 모두 튜닝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고용인원만 1100명에 이른다. 벤츠의 AMG나 BMW의 M시리즈는 공식 튜너(tuner)로 자동차 튜닝의 ‘비포마켓(자동차를 출고하기 전에 미리 기본적으로 장착해서 나가는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자동차도 고성능 브랜드인 ‘N’ 개발에 착수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튜닝족들의 가장 큰 욕구는 ‘개성표현’이다.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차체의 외관을 꾸미는 ‘드레스업’(dress up) 튜닝 수요가 특히 많다. 박현우(34) 씨는 2700만원에 구입한 스포티지 차량을 타면서 그동안 2천만원 가까운 비용을 튜닝하는 데 들였다고 한다. 그는 “겉모습은 고풍스러워도 괴물 같은 성격을 가진 차를 좋아한다”며 “튜닝 카만이 이런 ‘반전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절감 위해 젊은층 사이에서 자가 튜닝도 인기
▎젊은층 사이에서는 튜닝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호회에서 DIY(자가수리)를 하기도 한다. 오렌지색으로 자동차 실내를 칠한 FC동호회의 김종혁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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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용품의 진화로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로 운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믿음은 옛말이 되어간다. 튜닝족들은 ‘리어 스포일러(Rear Spoiler)’ 하나만 달아도 주행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가의 차량이나 경주용 차량에만 적용되는 감쇄력 조절 서스펜션을 부착하면 승차감과 주행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 자동차 전문정비업체 네오테크는 “최근 고객들은 외관뿐 아니라 안전성과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며 “특히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일반 고객들의 서스펜션 튜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자동차 튜닝의 비용은 장비와 인건비, 퀄리티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튜닝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자가수리를 하는 동호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국내 자동차 튜닝관련 동호회는 온라인에서만 1만1700여 개에 달하고 회원 수도 2008년 2만5천명에서 2014년 5만6천명으로 갑절 이상 늘어났다.폭염특보가 내려진 8월 9일 인천문학경기장. 한산한 지하주차장에 커다란 배기음을 자랑하는 차량이 하나둘 등장했다. 색깔도, 등도 제각각 개성 있는 튜닝으로 마치 다른 차량처럼 보이는 포르테 쿱(기아) 차량들이다. ‘포르테쿱’ FC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은 지하주차장에 나란히 주차한 뒤 자신이 준비한 수리장비를 들고 각자의 차 부품들을 떼내기 시작했다. 자가 튜닝(DIY; Do-it-yourself의 약어)을 하기 위해서다.비용절감을 고려한 20∼30대 남성이 대부분이다. 장수현(25·직장인) 씨는 차량 전체를 장식했던 화려한 핑크색 필름을 떼내기 시작했다. ‘래핑(차체에 다양한 색상의 필름을 씌우는 작업)’을 위해서다. 총 20만원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래핑 작업은 업체에 맡기면 200만원 가까이 든다. 작업하는 데 20~30시간이 걸리지만 비용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김종혁(36·직장인) 씨는 까만 세단 차량 내부를 오렌지색으로 꾸몄다. ‘투톤피스(Two-tone piece: 두 가지 색깔 부품)’의 바퀴(휠)를 가리키며 “휠 내부에 부분적으로 빨간 색 철제를 박아 운행할 때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나만의 차량을 만드는 재미 때문에 모임에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2010년 차량 구입 후 꾸준히 튜닝을 해온 FC 동호회의 최준호(29) 씨는 최근 출력기능을 튜닝해 배기량 1600cc 140마력에서 210마력까지 올렸다. 그동안 바꾼 것은 인터쿨러, 터보 차저 ECU, 에어 인테이크(공기 흡입구) 등으로 1천만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튜닝 규제완화 이후 정부에 구조변경 승인도 받았다. 그동안 튜닝 차량은 중고차로 팔 경우 튜닝 부품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더 나은 성능의 부품으로 교체해도 차량을 되팔려면 순정부품으로 다시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2013년 튜닝관련 규제가 풀렸다.한국의 튜닝시장에 대한 기대는 일자리 창출효과와도 맞물려 있다. 고용노동부는 자동차 튜닝 규제완화로 2020년까지 최대 2만37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형트럭을 개조해 커피와 샌드위치 음료를 판매하는 튜닝 된 영업용 푸드트럭의 증가도 규제완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단속에 걸릴까 마음 졸일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카페 푸드트럭 ‘노라커피’ 김은혜(32) 대표의 말이다. 김씨는 2천만원을 들여 2013년 9월에 창업했다. 건축학을 전공한 것을 살려 직접 설계와 개조작업을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난항을 겪어야 했다.푸드트럭 창업의 80%가 20∼30대 청년들이다. 과거 이동용 음식판매 차량은 시행규칙상 ‘특수차’로 분류돼 있어 화물차인 소형 트럭을 특수차로 구조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식품위생법상 푸드트럭 영업도, 교통관리법상 주정차도 불법이었다. 김씨는 “1년에 최대 벌금이 32만원이었다”며 “‘차라리 그 돈 내고 말지’란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며 지난해 8월 이후 푸드트럭으로 구조 변경한 차량은 200대에 이른다.여가문화 확산에 의한 캠핑족의 증가로 최근 5년간 튜닝된 캠핑카 등록대수도 236%나 늘어났다. 카라반(승용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캠핑용 이동식 주택)은 수년간 400여 대 수준에 머물다가 2013년 657대로 늘더니 튜닝이 허용된 지난해 1055대, 올 6월 말 1388대까지 늘었다. 5년 새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승합차에 소화기, 환기장치, 오수 집수장치 등을 설치하면 캠핑카로 구조 변경하는 것을 승인해준다. 차량 위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캐리어(수납박스)나 차량 후면을 캠핑용 조리대로 개조할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318대의 승합차가 튜닝을 거쳐 캠핑카로 등록했다.튜닝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도 고양시의 튜닝 클러스터(K-World), 서울 장안평 지역의 자동차유통산업벨트, 강원도 인제의 융복합 자동차 튜닝클러스터, 인천 영종도의 국내 최초 드래그 레이싱 경기장 등 자동차 튜닝과 관련된 사업이 가시화되는 추세다.
올바른 인증제로 합법적인 튜닝문화 확산돼야
▎국내 자동차 튜닝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여가문화의 확산으로 캠핑카 수요도 늘고 있고, 생계형 푸드트럭도 인기를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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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비해 한국 튜닝업계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튜닝=불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클럽FC 자동차 동호회 최호준 씨는 “예전엔 자동차 튜닝을 하는 사람들을 양아치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 인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찬경(24·아주대 자동차학부 디지털 튜닝과) 씨도 “일부 튜닝을 한 사람들이 과속을 하고 불법운전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운전자 개인의 차이일 뿐 일반화 하는 건 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국의 튜닝 시장이 자동차 생산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는 것도 흠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튜닝부품 업체와 튜닝숍도 각각 1600개, 500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연간 매출액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영세 업체들 중심이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전히 튜닝을 위한 승인 절차가 복잡한 것을 지적했다. 현행법상 튜닝 때문에 차량이 출고 당시에 받은 형식승인이 달라질 경우, 사전에 구조변경 승인을 받고 사후에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차량에 머플러(소음기)를 바꿔 달거나 엔진 출력을 높이려면 ‘승인 신청→승인서 교부→변경작업 의뢰→변경 증명서 교부→변경 검사’ 등 구조변경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 교수는 “국내 튜닝 관련법은 허가를 위한 법이 아니라 불허를 위한 법이었다”면서 “현행 자동차 구조변경제도도 소비자 중심의 원스톱서비스로 변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올해 1월부터 시작된 튜닝 인증제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김 교수는 “튜닝부품 인증제는 민간 활성화와 신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잘 안착이 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의 차지원 대표는 “자동차 튜닝산업은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인 산업”이라며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확실한 인증과 튼튼한 제품으로 올바른 튜닝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성복과 맞춤복이 다르듯, 브랜드와 디자이너 옷이 다르듯, 저마다의 표현 욕구는 이제 차에도 입혀지고 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욕구를 분출하고 개성을 연출하는 중요한 액세서리가 되고 있다.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에 대해 브라부스 매장을 찾았던 김용진 씨는 ‘수컷 본능’에 비유했다. 그는 “자동차는 ‘분신’과 같다. 이런 욕망은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말을 한 마리를 가진 마차와 6마리를 가진 마차 중 뭘 더 갖고 싶겠느냐”며 “여성들의 ‘에르메스’나 ‘샤넬’(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에 대한 로망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 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