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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대권 재수 꿈꾸는 문재인의 진검승부? 

“그만 흔들라, 분당은 없다!” 

공천혁신안 관련 비주류 반발 거세지자 재신임 카드로 정면돌파 의지 표명… “선거구제 등 여당에 이슈 선점당한 채 여전히 끌려 다닌다” 비판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월 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대표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재인(62)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강수(强手)를 뒀다.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는 그이기에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가 공천혁신안을 발표한 9월 9일 “당원과 국민에게 재신임(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 후보를 일반시민 100%로 구성된 국민공천단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혁신안에 대해 비주류가 반발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기 4시간여 전,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비공개 회동이 있었던 터라 파장은 더 컸다. 이에 앞서 문 대표는 측근인 윤후덕 의원의 딸 채용 시비가 일자 대표 직권(職權)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했고,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때는 ‘방탄국회’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은 바뀐 걸까.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8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주승용 최고위원 등 전남지역 의원 몇 사람과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오후 전남지역 의원들은 “평가점수 하위 20%에 해당되는 의원은 내년 총선 때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과 관련한 대책을 숙의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들을 같은 날 밤 원내대표가 따로 청해 만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원대대표가 또 한 번 문 대표와 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혁신안은 이튿날 당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비노진영 의원들의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사회를 보던 조국 혁신위원 대신 문 대표가 단상에 직접 올라 ‘진화’했다. 원내대표는 혁신안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당대표는 가속페달을 밟은 모양새였다.

그 일이 있기 1주일여 전인 8월 1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 대표는 전례 없이 강경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방탄국회는 없다”며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주장했고, 이 원내대표는 “동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긴 어렵다”고 맞섰다. 그러나 문 대표는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이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말고 관련 내용은 대변인을 통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이 원내 대표의 입을 막아버렸다.


지난 5월 비노 연합군의 대표선수 격인 이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부터 두 사람은 사사건건 입장이 부딪쳤다. 특히 문 대표가 정세균 전 대표와 가까운 범친노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자 이 원내대표는 10일 동안 당무를 거부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기(叛旗)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를 달래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새정연의 한 관계자는 “예비 대권주자들의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이 지루하게 펼쳐지는 상황에서 문 대표 측으로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성공 여부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문 대표가 단호함과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무던히 공을 들이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대로 가면 전패’ 위기감 작용한 듯


▎문재인 대표가 8월 21일 경기 연천군 중면사무소를 방문해 지난해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발사한 고사포의 착탄점을 살펴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를 통해 2년 임기의 당대표에 선출됐다. 박지원·이인영 의원과 당권을 다툰 결과 45.30%를 얻은 문 대표가 41.78%에 그친 박 의원을 3.52%포인트차로 따돌리고 당의 수장에 올랐다. 그러나 표차가 말해주 듯 말 그대로 신승(辛勝)이었다.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대표를 자처하던 이 의원은 12.92% 득표로 체면을 구겼다.

전당대회 직후 문 대표의 승리를 두고 새정연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박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론’을 넘을 수 있었던 데는 ‘당의 유력 대권후보 중 한 사람을 대선도 치르기 훨씬 전, 전당대회에서 넘어뜨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당원·동지들의 전략적 판단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취임 초기 문 대표는 ‘낮은 행보’를 이어갔다. 반대의견이 나오면 힘으로 누르기보다 달래는데 주력했다. 최재성 의원 사무총장 임명 때 당무를 거부한 이 원내대표를 설득했던 게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온순하기만’ 하던 문 대표가 작심한 듯 팔을 걷어붙인 데는 지난 8월 8일 광주광역시 만찬회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날 회동에는 호남의원 12명과 이 원내대표, 수도권 비주류인 문병호·최원식 의원, 그리고 저자 사인회를 위해 광주를 찾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비노·비주류 의원들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문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신당 창당도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비노·비주류 의원들은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본 뒤 성과가 미흡할 경우 ‘신당 동참’, ‘탈당’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수도권 지역 친노 성향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가 특정지역 의원들과 만나 대표의 거취를 거론했다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문 대표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윤후덕 의원의 딸 취업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대표 직권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한 것도 더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최근 문 대표의 변신 이유를 친노 내부의 대권전략 수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지형상 차기 대선에서도 야당의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문 대표가 모험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의 박해성 대표는 “지난 2월 당대표에 당선된 뒤 4월 재·보선 패배 등으로 문 대표가 수세에 몰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혁신위원회 활동의 마무리 단계,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후 108일 만의 복귀, 10월 재·보선 규모의 축소로 인한 분당(分黨) 가능성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문 대표가 본격적인 자기 정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며 9월 9일 돌연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서는 두 달 전부터 준비해온 ‘회심의 카드’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시기를 저울질하던 중 9월 8일 공천혁신안이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튿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혁신위 출범 한 달이 지난 7월 말쯤부터 문 대표가 측근들과 재신임론 등을 논의했다”면서 “‘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다. 이대로 가다간 총·대선에 다 패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정면돌파 의지”고 귀띔했다.

‘DJ 정신’ 강조하며 동교동에도 손 내밀어


▎문재인 대표가 8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문 대표가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적극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란 우리나라 주도로 6자 회담 속개 등에 힘써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남북경제협력을 심화해나가자는 내용으로 문 대표가 8월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이 한반도문제 해결과 관련해 우리의 주도적인 자세를 강조했던 것과 남북교류 강화를 위한 햇볕정책과도 궤(軌)를 같이한다.

문 대표는 추도식 직후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대북정책과 동북아 외교에서 우리의 입장을 갖고 주도적으로 문을 열어나갔던 분”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즈음해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관한 내용을 강조한 것은 ‘DJ 정신’이 녹아든 이 구상을 통해 당 안팎의 주도권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박근혜 정부의 안보능력에 생채기가 난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내세움으로써 ‘약점’으로 지적되는 안보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문 대표는 지뢰도발사건으로 부상당한 장병들을 새누리당보다 빠르게 살피는 등 ‘유능한 경제·안보정당’을 내건 ‘우(右)클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 대표가 이번 구상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내부결속’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표는 햇볕 정책의 결과물인 개성공단 확대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이 1971년 발표한 ‘4대국 보장론’을 기자회견문에 삽입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基調)를 최대한 담아내려는 흔적을 보였다. 4대국 보장론은 미국·소련(당시)·중국·일본 등 4대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체결하자는 내용이다.

문 대표의 행보는 일단 당내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문 대표를 백안시(白眼視)했던 호남지역 비노진영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의원은 기자회견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문 대표의 8·16 기자회견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추도식 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에서 문 대표 등을 만나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사는 이종걸 원내 대표, 전병헌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문 대표의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서 따왔다는 설명을 듣고 “굉장히 좋은 내용”이라며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연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문 대표의 뒤에서 비노가 총구를 겨누고 있고, 당 밖에서는 천정배발(發) 신당이 칼을 갈고 있다. 또 호남에서는 반문(反文·반 문재인)정서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면서 “문 대표가 대외적으로는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DJ 정신 계승자’를 표방함으로써 호남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도 없다”


▎문재인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인 8월 18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문 대표의 단호함과 대안정당 제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권행보다.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권력의지’만은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친노 프레임에 갇혀 있던 문 대표가 진검승부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표는 8월 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빅딜을 제안했으나 좌절됐다. 문 대표는 87년 민주화체제의 한계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며 소선거구제 개편의 당위성을 주장했으나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19대 총선에서 친노들의 비례대표 대거 입성을 구경만 해야 했던 비노진영에서는 “비례대표제나 폐지하라”고 일갈했다. 새누리당도 ‘문재인 때리기’에 가세했다. 김 대표가 “(빅딜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거절한 직후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는 무늬만 정치혁신이지 의원정수 확대의 또 다른 이름이자 이것이야말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문 대표를 비난했다.

그런 가운데 문 대표는 경제통일을 근간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들고 나왔다. 문 대표는 이 구상에 대해 “남북경제공동체를 5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라며 ▷6자 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2+2 회담 제안 ▷여야 대표 공동으로 5·24 조치 해제 요구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 비노진영 관계자는 “문 대표의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친노와 비노의 갈등의 원인인 대북송금특검까지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대북송금문제는 DJ 재임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5억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이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하자 동교동계 등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배신행위”라며 노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결국 국민의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냈던 임동원·신건 씨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박지원 의원은 옥고(獄苦)를 치렀고, 충격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했을 때 문 대표가 남북경협을 매개로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박 대통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듦으로써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선수’로 발돋움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최근 광주·전남 국회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사퇴론은 지도부 흔들기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도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미래(차기 대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분당은 없으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출마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불편한 추억’ 호남은 돌아설까


▎1. 문재인 대표가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앞을 지나가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쳐다보고 있다. 굳게 다문 두 사람의 입 모양이 ‘닮은꼴’이다. / 2. 9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
그럼에도 문 대표의 행보에 대해 ‘뒷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 손에 쥔 채 정국을 흔드는 동안에도 문 대표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에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이슈를 선점당한 채 끌려 다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표가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광고 전문가인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모셔온’ 것을 두고도 “2012년 총선 직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동원 홍보본부장을 영입한 것의 복사판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해성 대표는 “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려면 ‘여당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 후보가 패했던 것도 박근혜 후보보다 잘하겠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3전 4기의 김대중, 때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승부사’ 노무현이 어떻게 해서 집권하게 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현시점에서 정책이나 약속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정치학) 교수는 문 대표의 잇단 우클릭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實效)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북송금특검 수용 등 참여정부의 탈(脫)호남적인 요소들로 인해 단단히 돌아선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예전과 같은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정연 지지기반의 양축은 호남과 진보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집권도 했고, 현재는 제1야당의 지위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기반을 전국적으로 넓혀가려면 어느 정도의 우클릭이 불가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결정 등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호남은 전통적으로 비(非)호남지역에서 지지받는 주자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왔다. 문 대표도 이런 점에 착안해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참여정부에 대해 ‘불편한 추억’을 갖고 있는 호남민심이 다시 돌아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박스기사] “총선에서 잘해야 100석일 수도”


▎안철수 전 대표가 9월 6일 국회에서 당 혁신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철수의 ‘정풍운동’ 문재인을 겨냥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혁신위는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의 제안으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태생적으로 문 대표와는 공생관계에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한발 물러선 뒤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왔다. 문 대표와도 큰 틀에서는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최근 국정원 해킹 논란이 벌어졌을 때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을 맡은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랬던 안 전 대표가 ‘혁신안 실패’을 외치며 문 대표와 각을 세움으로써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과 함께 자연스럽게 비노 연합군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안 전 대표와 문 대표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것은 혁신안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됐다. 안 전 대표는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문 대표는 “혁신의 벽돌이라도 하나씩 놓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잇달아 ‘정풍운동(整風運動: 야당 바로 세우기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안 의원은 9월 2일 전북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당 혁신작업을 실패로 규정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9월 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혁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전북대 토론회에서 “능력 없는 박근혜 정부의 한계보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라면서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향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풍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풍운동의 방향으로 ▷낡은 진보의 청산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제시했다.

정풍운동은 중국 공산당의 당내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쇄신운동이다. 우리 정치사에서는 지난 2000년, 당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새천년민주당이 의원이 권노갑 의원 등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이끌어냈던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정풍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결국은 현 지도부의 주축세력인 친노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비노진영 의원 측 관계자는 “문제 제기만 하면 문 대표를 비롯한 주류세력은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손사래를 치는 등 여전히 현실감이 결여돼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잘해야 100석’이라는 우려가 결코 엄살이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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