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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새정연 중진들의 ‘신당게임’ 노림수 

선즉제인 후즉인제!(先則制人 後則人制 : 먼저 나서면 상대를 제압하고 늦으면 제압당한다) 

박지경 광주일보 정치전문기자
박주선·조경태 주도하고 박지원·주승용·김동철 등도 큰 관심… “당내 입지 좁아지고 공천 배제 가능성 커지면 행동 구체화될 것”

▎박주선 의원(왼쪽)은 16대와 19대 때 각각 전남 보성과 광주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조경태 의원은 17~19대 때 야당 불모지인 부산 사하을에서 당선됐다. 박 의원과 조 의원은 18대 대선 1년 전이었던 2011년 말 야권통합 추진 때도 “민주당이 공중분해되는 식의 통합에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광주 서을 재·보선 패배로 불거진 야권발(發) 신당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띈다. 이제 신당의 탄생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 밖의 가장 강력한 신당세력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이 추석연휴를 전후로 신당 구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정연 내의 신당 추진세력도 속도를 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천정배 신당’의 실무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동연 전 의원은 최근 “추석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석 전 신당 창당을 선언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국정감사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해 창당 시기와 절차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신당의 구체적 모습은 내년이 돼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새정연 혁신위원회의 활동이 마무리될 때쯤인 추석연휴를 전후로 적어도 신당 추동세력의 규모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일부 당내 세력의 이탈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이와 관련, 박주선 새정연 의원은 “추석연휴 전에 신당에 대한 의견과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호남 출신으로 당 중진급인 유선호·장세환 전 의원은 9월 초 “문재인 새정연 대표와 그의 추종세력이 온존하는 한 이 당은 총선 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한 불임정당”이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더욱이 당 밖에서 김민석 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당명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당 안에 있는 신당 추진 세력에게 끊임없이 손짓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새정연을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구(舊)민주계 인사들과 함께 꾸준히 신당 작업을 하며 당 안에 있는 신당파를 자극하고 있다. 박 전 지사는 당명을 ‘신민당’으로 내세워 호남향우회 등 출향인사들을 대상으로 신당창당의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밖에도 정동영 전 의원과 전직 당직자 그룹이 신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 신당 창당이 본격화될 경우 신당 규모는 야당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 새 판 꿈꾸는 세력은 누구?


▎지난 5월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단 발대식’에서 주승용 새정연 의원(뒷줄 왼쪽)과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지원 새정연 의원, 앞줄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왼쪽)와 윤장현 광주시장.
새정연 내에서 신당 참여를 고려하는 의원들은 비노(비노무현)계 등 비주류 인사가 대부분이다. 우선 박주선(광주 3선), 조경태(부산 3선) 의원이 신당 쪽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로 그동안 문재인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계와 각을 세워왔다. 또 공공연히 신당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당내에 신당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중진인 박 의원은 당내에서 신당 창당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로 꼽힌다. 호남에 박주선 의원이 있다면 영남의 신당 선봉장으로는 조경태 의원이 있다. 조 의원은 얼마 전 안철수 의원을 만나 “(문재인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곧 깨질 텐데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필패(必敗)한다”며 신당 창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주와 전남·북의 김동철·황주홍·유성엽 의원도 친노와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 불만을 보이며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어 신당 참여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물론 김 의원 등은 자신의 문 대표 등에 대한 비판적 행보에 대해 “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충정”이라며 신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문 대표와 행보와 당 혁신위의 활동 결과에 따라서 신당세력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도 상황에 따라서 신당행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인사 모두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의 독선에 대해 숱한 비판을 쏟아내며 신당의 탄생을 예견해왔다. 물론 박 전 원내대표가 당내 한반도 평화·안보특위위원장을 맡고 주 최고위원도 사퇴 108일 만에 수석최고위원직에 복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당의 품 안에 안기는 모습이지만 이 두 인사가 신당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렸다고 보기 힘들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우군세력이 등장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그들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립의 양당정치 체제를 극복하자”며 “대한민국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위해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신당 등 야권의 지형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표는 정국을 살피면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2007년 열린우리당을 선도 탈당해 다음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고 지난해에는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으로 새정연을 만드는 등 정치권에서는 ‘신당 및 합당 전문가’로 통해 그 역할이 주목된다.

“문재인 물러나지 않는 한 총선·대선은 필패”


▎1. 김한길·안철수 전 새정연 공동대표도 문재인 대표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 2.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은 비노 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앞쪽)과 조국 혁신위원.
안 전 대표는 8월 26일 “현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다당제 실현이 가능한 중선거구제 추진을 통해 ‘신당’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그는 9월 들어 당 혁신위와 각을 세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9월 2일의 전북대 강연에서는 문 대표의 당 혁신작업을 ‘실패’로 규정했다. 이에 혁신위원들이 반발하자 안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당 내부의 부조리와 윤리의식 고갈, 폐쇄적 문화,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왔다”면서 “낡은 진보나 당 부패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결별하는 것이 육참골단(肉斬骨斷) 혁신”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새정연 내 많은 인사가 주류 측과 각을 세우며 신당창당 분위기를 돋우고 있지만 원내에서는 현재까지는 박주선·조경태 의원 등이 가장 신당에 가까이 가 있는 인사로 거론된다.

이들은 그동안 공·사석에서 신당 필요성에 대해 “친노 패권주의가 현재 당 위기를 불러왔다”, “친노와 문재인 대표로는 총선과 대선 승리가 요원하다”, “당 혁신작업도 실패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총·대선과 재·보선에서의 연패의 원인은 친노 패권주의에 있고 그 친노 패권주의 중심인 문재인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한 향후 총선과 대선의 승리도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당 혁신작업도 현 문재인 체제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박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서도 “당이 처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친노 계파의 청산인데, 문재인 대표가 친노 계파의 수장으로 있는 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문재인 사퇴를 통한 친노 청산’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리더십’과 친노 패권주의로는 총·대선에서 승리를 못하고 그래서 새정연을 대체하는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호남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당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원인과 처방 진단 등을 내놔야지, 본질은 덮어버리고 지엽적이고 변죽에 해당하는 사항만 혁신안으로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노 저격수’로 통하는 조 의원도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패권화된 친노세력은 일단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우리끼리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 따라오고 싶으면 오고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노는 또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그동안 패권화된 친노세력이 중심이 된 치른 선거는 다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조 의원은 당 혁신위에 대해서도 문 대표의 “전위부대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신당에 대해 다소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도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 패권주의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독선적이고 자기들만의 생각이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은 우려할 만한 문제”라며 “친노라고 불리는 분들의 행태를 보면 아집과 자기 주장에 갇혀 있고 단선적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당을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해내지 못한다면 그때는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혁신안이 문 대표와 친노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의 신당 그림 그리기는 문 대표의 사퇴 등 전향적 행보 변화가 없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이 같은 행보에는 내세우는 명분 외에도 몇 가지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해석이다.

지역구 장악력 바탕으로 새 그림 그린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박주선·조경태 의원 등을 내년 총선 공천이 쉽지 않은 인사로 분류한다. 그동안 친노에 대한 계속된 비판과 갈등으로 공천방식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더라도 공천 배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얌전하게 당내에 있다가 공천 배제라는 ‘보복’을 당한 후 탈당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더라도 이미 때는 늦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리 친노의 대척점에서 서서 행보하고 여차하면 탈당 후 무소속이나 신당으로 출마를 결행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선즉제인 후즉인제(先則制人 後則人制, 먼저 나서면 상대를 제압하고 늦으면 제압당한다)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 8월 당 혁신위의 8차 혁신안이 나왔을 때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김한길·박지원·박주선·조경태 의원 등 비노계를 타깃으로 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시 그 혁신안의 골자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역의원을 평가하고 하위 20%는 공천에서 전면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 혁신안에는 ‘도덕성은 법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선당후사(先黨後私)로 스스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당은 관용 없는 결단을 내려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화합과 통합의 길을 방해하는 자, 우리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자, 막말과 해당 행위자는 새정연에 발붙일 수 없게 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때문에 확정 판결을 받기 전이지만 재판 중인 인사들뿐 아니라 분당·신당을 주도하는 인사들까지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조경태 의원은 “친노가 아닌 사람은 당을 나가라는 최후통첩”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또 이들이 공천을 받아 재당선이 되더라도 친노가 활개치는 당내에서는 정치적 역할이 제한돼 신당을 통해 더 큰 정치적 그림을 그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을 포함해 신당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들을 보면 주로 수도권 이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몸담은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 가능성이 클 정도로 지역 장악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즉, 수도권의 경우는 신당 후보로 나와서 야권 성향표가 분산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지역구에서는 야권 후보가 분열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신당이 탄생할 경우 야권 성향표의 분산을 우려해 신당 그림을 그리지는 데 주저하는 이유다. 수도권 비주류 중진 A의원은 얼마 전 사석에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탈당하고 싶지만 수도권에선 단 몇 백 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한 신당에 관심을 표명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한다. 이념적으로 ‘좌’에 가까운 친노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온 인사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래도 친노와 함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친노 패권주의가 있는 한 다음 대선에서도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게 국민 정서”라며 “그들을 제외한 중도개혁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도 새로운 정당의 모습에 대해 “이념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대중을 위한 대중정당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박지경 광주일보 정치전문기자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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