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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인터뷰]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위대한 경제사 기록작업에 정부와 국회, 경제계 힘 모아야” 

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대한민국 경제 현대화 과정은 세계사의 드라마… 과거의 교훈 배우고 ‘창조적 파괴’의 혁신정신 덧붙이자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문화재’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 문화적 전통으로 승화된 민족경제사의 자취”라며 “최고의 콘텐트로 만들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51·서울 서초을)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성신여대 교단에 섰다. 알려진대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활약하다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공약을 총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공약은 강석훈의 손을 거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정책 실세’로 주목받았다.

2013년 초 강 의원은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훗날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의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의 손을 거쳐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그렇게 탄생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정부조직론에 정통한 유 교수가 작업을 총괄하고 옥 교수가 실무를 맡았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작업팀에 전달하고, 각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언론은 그를 여권 내 ‘위스콘신 3인방’ 중의 일원으로 분류한다. 3인방이란 강 의원과 함께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칭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학계에 있을 때부터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었고, 19대 국회에도 초선으로 나란히 입성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비서실에서 함께 밤을 새워가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 로드맵을 짠 ‘전우’이기도 하다. 기재위 간사인 강 의원의 카운터파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강 의원과 두터운 신뢰를 쌓은 사이다. 강 의원은 최 부총리를 “과감한 결단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선배이자 믿음직한 멘토”로 생각한다.

경제문화재 보존은 미래가치 사업

요즘 강 의원의 화두는 ‘호프노믹스’(Hopenomics, 희망경제학)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에게 기회를 확대해서 희망을 주는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호프노믹스”라고 강조했다. 호프노믹스는 그가 추진의 중심에 서 있는 경제 구조개혁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경제의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연속선 안에서 파악한다. 그래서 각 시대별 개혁의 과제에 대해서도 정통하다. 이론에 해박하면서도 늘 ‘유연성’을 강조하는 현장중심 주의자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경제가 이룩한 성과에 대해 대단히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변화의 혁신을 외칠 때는 늘 선봉에 서 있다. <월간중앙>이 추진하는 ‘경제문화재’ 선정 보존과 스토리 발굴 사업에 대해서도 그 ‘미래적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위대한 경제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 세대가 후대를 위하여 반드시 하여야 하는 일”이며 “선대가 이룬 업적과 노하우, 그리고 실패담까지 모두 습득하여 후대가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귀한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제시한다. 강 의원에게 ‘경제문화재’ 프로젝트의 의미,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과제, 차이나 쇼크 위기 속 우리 경제의 활로 찾기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저성장은 필연적으로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지고, 소득분배 악화는 곧바로 사회갈등으로 이어진다”고도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침체의 배경에 기업가정신의 실종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떤 시대와 인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까?

“과거에는 기업가 정신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도전정신’에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흔히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같은 분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무엇이든 해보려는 정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거 해봤어?’, ‘저거 과감하게 해보자’는 방식의 도전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에 도전하는 차원에 더하여 ‘혁신하려는 의지’, 막다른 길마저도 기회로 여길 수 있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혁신정신이 덧붙여질 필요가 있다.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혁신을 멈추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성취한 것에 안주해서도 안 되지만 과거의 성취를 전면 부정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해방 후 70년간 일궈낸 우리 경제의 위대한 성취를 평가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위대한 성장과정이었다. 1953년부터 2014년까지 명목 GDP는 470억원에서 1485조원으로 3만 배 이상 증가했고, 1인당 GDP는 2천원에서 2945만원으로 약 1만 5천 배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경우는 현재까지 한국이 유일하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으면서 1인당 GDP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 4개국과 미국 및 일본이 유일하다. 이미 19세기부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던 이들과는 달리 2차대전 이후 이러한 성취를 이룬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방 후 70년의 역사 발전을 근대화와 민주화로 구분하는 시각 이 존재했다. 그 뒤에 세력이라는 말까지 붙여 서로의 역할과 공적을 폄훼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근대화와 민주화는 동전의 양면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이 두 개의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경제성장, 고도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등 해방 이후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삶은 끊임없는 변화의 와중에 있다. 빠른 성장과 변화의 과정에는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여러 가지 대립과 반목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수렴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다시 말해 한국사회의 역동적 발전은 서로 상이한 가치지향의 충돌이 빚어낸 에너지의 종합이라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긴장과 함께 동력이 창출되었다.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개방과 자주 등 내적 긴장이 변증법적 역동성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질적 가치지향의 대립과 긴장이 심화되면 사회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내면에 형성된 긴장과 갈등은 혁신과 변화를 가져오는 모멘텀으로도 작용한다. 긴장의 공간을 강제적인 방식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면적 가치가 함께 존중되고 보호되는 것이 중요하다. 근대화와 민주화의 개념, 또 그 세력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대화와 민주화는 동전의 양면


▎2013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에서 열린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한 위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범·강석훈· 김현숙 위원.
경제 근대화의 큰 흐름 속에서 명멸했던 인물과 상징적 구조물, 문물과 제도 변천의 혁혁한 역사는 그간 단편적으로만 조명을 받았을 뿐이다. <월간중앙>은 이 위대한 유산을 관통했던 시대정신을 어떻게 포획해서 후대에 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현대화 과정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하나의 드라마다. 자본과 노동이 상호 견제하고 협력한 결과이며 지도자와 국민이 일치단결해 이룩한 기념비적 성과물이다. 국내외 곳곳에는 경제현대화의 과정에서 건설되거나 창조된 유형, 무형의 상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역대 정부가 주창해 성공시킨 업적도 많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과물이 산재해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현대사의 ‘경제문화재’다. 경제적 성취이면서 동시에 삶의 방식, 문화적 전통으로 승화된 민족사의 자취라 할 것이다. 언론과 경제계가 합심해 최고의 콘텐트로 만들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일본은 경제 근대화 시대의 유산을 지정하고, 그 콘텐트와 스토리를 수집하며, 이의 보호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이미 10년 전부터 추진해 틀을 잡아나가고 있다. 우리의 경제 주체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국가 경제관을 제시하기 위하여 우리도 그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늦은 감은 있으나 국회와 정부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의 위대한 경제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 세대가 후대를 위하여 반드시 하여야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후대들이 선대들이 이룬 업적과 노하우, 그리고 실패담까지 모두 습득하여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귀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작업은 우리를 배우려는 많은 개발도상국에게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 등의 조직을 구성하고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도 필요한 경우 적절한 입법을 통해 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뉴 노멀 시대’에 돌입했다는 진단이 있다. 성장속도 둔화로 중고속 성장기로 전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구조를 업그레이드하며, 성장동력을 혁신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변화의 여파를 글로벌 차원에서 전망한다면?

“중국경제는 더 이상 10%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중국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본수익률 저하, 임금상승률 둔화 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도 중국경제 성장의 추가적인 둔화요인이다. 성장둔화는 그 자체가 이슈가 아니다. 중요한 건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다. 3∼4%대는 경착륙, 6∼7%대는 연착륙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중국 경제체제의 특성상 아직도 중국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착륙 이후의 중국 경제를 전망한다면?

“중국은 과학기술,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선진국 형 혁신위주 성장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할 것이다. 이 노력이 성공해야 중국은 진정한 G2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때부터가 미국과 진검승부다. 과거가 ‘Created in US, Made in China’의 시대였다면, 이제 ‘Created in China’가 ‘Created in US’와 경쟁하는 시대가 된다.”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장단기 영향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면?

“한국경제는 성장하는 중국열차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떨어져 내팽개쳐질 것인가 중대한 고비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조선·전자 등의 주력업종에서 한·중 경쟁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 경쟁에서 지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획기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에 가장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정치인이란 평가가 있다.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구조개혁은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 명확한 비전 제시와 치밀한 실행전략이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즉사의 위기’ 시에는 과감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고사의 위기’에서는 조그만 변화도 만들기 어렵다. 대한민국을 고사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광범위한 공감대확산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희망을 제시하는 작업이 호프노믹스다. 구조개혁의 성과가 일부만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위기 대응 3종 세트를 구축해야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임금피크제가 능사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연공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임금피크제는 청년실업의 확대, 즉 청년고용절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직무성과급제, 즉 생산성이 높아져 조직에 기여하는 바가 커졌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기업은 더 이상 연공급제로 시장이 요구하는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공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게 되면 기업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있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성향상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게 된다. 개인도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연공급제와 직무성과급제를 적절히 결합하는 한국형 임금체계의 구축이 노동개혁의 요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 판단하나?

“앞서 언급한 대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생사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살기 위해서 뭐든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서히 말라 죽는 고사의 위기상황이다. 생사의 위기와는 달리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개혁에 대해 쉽게 순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외부적 요인도 일부 작용했다. 집권 1년차에는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2년차에는 세월호사건과 허위문건 사건으로, 3년차에는 메르스사태 등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비경제적인 사건들이 발생하여 개혁의 동력이 약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관하진 않는다. 핵심 개혁내용을 선정하고, 선택과 집중의 묘를 가미하여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구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9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 경제 주체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위기는 예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지금 위기의 이유로 제시하는 논거들은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미국금리의 전격적인 인상 등의 외부요인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국내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수립하며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위기 대응 3종 세트를 구축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각자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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