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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다음 대선 관리할 차기 검찰총수는 누구? 

TK ‘빅2’(김수남 대검차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주도하는 레이스에 복병들 가세  

조강수 중앙일보 기자
기수·경력에서 김수남 차장 유리하지만 포스코 수사 지휘하는 박성재 지검장도 다크호스… 최재경·이득홍·조성욱·김경수·김주현·오세인 등도 물망 오르며 청와대의 기류에 시선 쏠려

▎차기 검찰총장 경쟁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김수남 대검차장(왼쪽)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검사의 길을 택한 사법시험 동기들 사이에선 그들만이 공유하는 서열이 대개 매겨져 있다. 그건 어떤 동기가 검찰총장이라는 정점의 자리에 앉게 될지, 그럴만한 능력이 누가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일찌감치 발군의 능력과 인품을 드러내 “숨만 쉬고 있으면 총장이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는 검사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평검사로 시작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이 되기까지 20여년 성상을 거치는 동안 비와 바람과 폭풍우를 맞기 일쑤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관련 항명 파동으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갑자기 사퇴하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검란으로 사표를 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선 일 잘하는 사람이 접시 깬다고 우리 사회의 거악을 척결하는 특수통 검사들이 공안통이나 기획통, 형사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만큼 음해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하다가도 한 방에 훅 가거나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별의별 변수가 많다. 그래서 검찰총장 자리는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독수리의 둥지’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는 인선 기준은 있다. 그 시기에 청와대 주인이 누구이고 어떤 정부냐는 것이다. 검사로서 실력이 있건 없건, 신망을 받건 안 받건 지금까지 낙점된 검찰총장들은 청와대, 대통령과의 크고 작은 인연의 덕을 봤다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정 대학 출신 대통령 때 능력이 처지는 대학 후배가 숨만 쉬고 있으면 총장감이라는 경쟁 후보를 제치고 낙점됐다. 또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 임명된 TK(대구·경북) 출신 검찰총장은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할 때까지 내내 “실세는 대검 차장”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기준에도 불구하고 인사는 예측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변수가 적지 않아서다. 최근 김현웅(56·사법연수원 16기) 법무부장관이 임명될 때도 그랬다. 처음엔 호남 출신 고검장 발탁설이 유력했으나 로펌 변호사들로 옮겨가더니 최종 결과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진태(63·14기) 검찰총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를 관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차기 검찰총장의 임기 개시일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 간 물밑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음해성 소문도 다시 돌고 있다.

청와대와 코드 맞춰본 김수남의 정중동 행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옆에 설치된 검찰 상징 조형물 ‘서 있는 눈’.
검찰총장후보 추천 절차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중순께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추이가 어디로 가는지 풍향계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존재감이 드러난 유력 후보들로는 김수남(56) 대검 차장검사, 박성재(52) 서울중앙지검장이 꼽힌다. 각각 사법연수원 16기, 17기로 1년 선후배 사이다. 김수남 차장은 김현웅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16기 동기다. 김 차장은 대구 청구고·서울 법대, 박성재 지검장은 대구고·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지역은 TK로 같다. 김 차장이 대구, 박 지검장이 경북 청도가 고향이다. 누가 되든 박근혜 정부로서는 크게 걱정할 것도, 문제될 것도 없는 셈이다.

다만 개인적 스타일의 차이는 있다. 김 차장은 1987년 대구지법 판사를 지내다 3년 뒤 서울지검 검사로 전직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에 수사 능력과 기획력이 뛰어나며 추진력도 강한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반면, 박 지검장은 고집이 있고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강성으로 분류된다.

또 김 차장은 현재 ‘매인 몸’이다. 서열로는 김진태 검찰총장 다음으로 검찰 내 2위이지만 총장을 보좌하는 입장이라 독자적 행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정중동의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반면 수사 관할지역이나 파워 면에서 실질적 서열 2위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직을 수행 중인 박 지검장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몸이다. 어떤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위치다. 두 사람만 놓고 본다면 김 차장이 수성, 박 지검장이 공성하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레이스에선 김 차장이 다소 앞서 있다. 검찰 기수뿐만 아니라 경력 면에서도 그렇다. 김 차장은 바로 직전 서울중앙지검장(2013년 12월~2015년 2월)을 지냈다. 재임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수사를 결과적이긴 하지만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처리했다. 한때 박 대통령의 가신이었던 정씨가 자신을 ‘십상시(十常侍: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여 명의 환관)’로 표현한 청와대 보고 문건 작성자들을 고소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청와대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을 대통령기록물법 및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올해 1월 사법처리하고 마무리했다. 수사 도중 박 대통령이 이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았던 청와대 문고리 측근 3인방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난이 야당 측에서 나왔다. 검찰이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 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차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고검장 승진 인사에선 고배를 마셨다. 2007년 대선 당시 영남대 총장을 지낸 김 차장의 아버지 김기택 씨가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게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다음 인사에서도 수원지검장으로 수평이동했다. 그런데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김 차장은 2013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 이 의원을 구속기소한 뒤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의원은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당시 수사결과를 직접 발표한 김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원지검장으로 있을 때 여간첩 원정화 사건 수사결과를 직접 발표해 청와대의 눈에 띈 과정과 비슷하다. 천 전 후보자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가 2009년 6월 검찰총장 내정자가 됐으나 스폰서 논란 끝에 낙마했다.

사정 수사의 칼날 쥔 박성재의 뒷심과 추격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잘나가긴 했지만 쭉 그랬던 건 아니었다. 2011년 8월 인사 때는 의외의 결과가 벌어졌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던 김 차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나 대검 중수부장 발탁이 유력했다. 둘 중 어느 곳이든 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검찰국장에는 16기 국민수 청주지검장이, 중수부장에는 17기 선두주자였던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발탁됐다. 이때 김 차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갔다가 다음 인사에서 수원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을 지낸 김 차장은 대언론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그러나 요즘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몸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석기 사건 수사와 정윤회 사건 수사 등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로열티를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은 오버해서 눈밖에 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저런 주관적, 객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차장이 선두주자라는 것이지 벌써 청와대의 언질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도 막판까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직이 평온한 시기에 현직 대검 차장이 총장이 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김 차장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대기도 한다. 실제로 대검 차장이 총장으로 직행한 건 노무현 정부 때 정상명 대검 차장이 거의 유일하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한 직후다. 요즘과 다른 건 당시는 검란의 와중이었다는 점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대검 차장 때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의 낙마를 주도한 뒤 서울고검장으로 이동했다가 수개월이 지나 낙점됐다.

박성재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7기 중 선두주자는 아니었다. 동기들 간의 레이스 막판에 스퍼트해 치고 나왔다. 실제로 그가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낙점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교 후배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먼저 나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 포스코 그룹 비리사건 등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는데 청와대에서도 크게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최 부총리가 조만간 새누리당으로 복귀하게 되면 박 지검장에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검장의 한 측근은 “최근 박 지검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해 하명사건을 받아왔다는 얘기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이는 의도적인 음해”라고 설명했다.

사실 올해 3월 시작된 포스코 수사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좌초하는 듯했다. 하지만 수사 개시 6개월여로 접어든 요즘 이명박 정부 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인사에 개입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만든 게 일부 사실이라는 진술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병석 의원이 포스코 납품업체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음이 속속 드러나면서 출구가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 지검장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9월 15일 정준양 전 회장을 네 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특히 이상득 전 의원 등에 대한 조사 및 사법처리가 추석 연휴를 넘어서까지 이어질 경우 차기 총장 레이스 면에선 박 지검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총장 레이스 변수로 등장한 이상득 전 의원 수사


▎차기 검찰총장 후보 물망에 오르는 주요 인사들. 최재경 변호사, 이득홍 서울고검장, 조성욱 대전고검장, 김경수 대구고검장, 김주현 법무부 차관, 오세인 서울남부지검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지검장이 간부들에게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포스코 관련 수사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자주 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포스코 수사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가 만든 기업인데 너무 망가뜨렸다”고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박 지검장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수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 맞지만 문제는 성패”라며 “성공하면 여세를 몰아 좋은 결과로 이어지겠지만 실패하면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41·여) 의원을 불구속기소하면서 박 지검장이 청와대의 점수를 땄다는 평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사이버부대가 수행한 댓글사건으로 인해 정통성 시비에 시달려왔다. 권 의원에 대한 기소는 그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준 것이라서다. 이 밖에도 박 지검장은 자원외교 수사,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수사 등 이전 정권 관련 사정수사를 적잖이 지휘했다.

일각에서는 매우 저돌적이라서 청와대로선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한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제로 청와대와 교감이 있다면 모르나 내가 변호사로서 사건을 맡아 오가며 보니깐 박 지검장 수사 스타일이 일단 찌르고 보자는 돌쇠형이라서 청와대가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직접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규모의 일선 검찰청이다. 고검장급이라고는 하지만 민감한 수사 지휘를 직접 지휘한다.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진 이후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가 정·관·재계의 거악 척결을 도맡아 하고 있다. 출세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청와대와 직거래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같은 의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수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김현웅 장관이 18년 만에 서울고검장에서 장관으로 직행한 것과도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 발탁된 이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한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 대검 중수부 폐지를 검찰 자체개혁안으로 정치권에 제시하려다 내부 반발에 따른 검란을 만나 불명예 퇴진했다.

두 사람이 선두그룹이라고 한다면 인천지검장을 지낸 최재경(53·17기·경남 산청) 변호사는 다크호스로 분류할 수 있다. 대구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최 전 지검장은 재직 시 업무 능력이나 리더십 양면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검 중수과장 시절 현대·기아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연루 의혹을 받은 ‘BBK 사건’ 수사를 맡아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했다. 2008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1년 8월 인사에서 대검 중수부장에 발탁됐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성검사’ 사건까지 터지자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한 전 총장은 사퇴 대신 대검 중수부 폐지를 검찰개혁 카드로 들고 나왔고 초유의 중수부장 감찰 지시라는 자충수를 뒀다. 이에 특수통 검사들이 항명하며 검란으로 번졌다.

18기 총장이 되면 16~18기에서 20명 정도 옷 벗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는 청와대의 의중도 많이 작용한다.
이후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된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행된 ‘유병언 청해진그룹 회장 일가족 축재’ 사건 지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났다. 고검장 승진을 하지 못한 채였다. 지난 30여 년 동안 고검장 승진을 못한 인사가 검찰총장이 된 건 단 한 번뿐이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1년 12월 정치근 부산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전례가 적다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최 전 지검장은 퇴직 후 10개월 만에 변호사 사무실은 냈지만 사건 수임보다는 무료 법률봉사활동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며 “사석에서 ‘검찰 조직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그게 총장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전 지검장은 지난 7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법률구조공단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특수수사는 적을 만드는 과정이다. 쌓은 업보 덜려고 봉사한다. 변호사 자격을 갖고 법률로 봉사할 수 있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일선의 한 지검장은 “청와대의 의중이 검찰 조직의 안정을 우선시한다면 김 차장을 선택할 것이고 조직의 개혁이나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 박 지검장이나 최근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 전 지검장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또 우병우(49·19기·경북 봉화)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촌 동서지간인 16기 이득홍(53·16기·대구) 서울고검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하지만 둘이 서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조성욱(53·17기·부산) 대전고검장은 상황 분석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경수(55·17기·경남) 대구고검장은 2013년 4월 중수부가 폐지되면서 ‘마지막 중수부장’이 됐다. 진주고·연세대를 나왔다.

18기 중에선 김주현(54·서울) 법무부 차관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우 수석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 등으로 물망에 오른다. 올해 2월 검찰 인사에서 김 차관은 18기 중 유일하게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우 수석은 김 차관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진태 총장의 비토로 박 지검장이 최종 낙점됐다. 그러자 황 장관은 김 차관을 법무차관으로 임명했다. 16·17기인 다른 고검장에 견줘 광주지검장으로 보내는 게 순리였으나 초임 고검장을 요직에 등용한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18기가 총장이 되면 조직이 지나치게 연소화되고 16~18기에서 20명 정도가 옷을 벗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기로 치면 오세인(50·강원) 서울남부지검장도 빼놓기 어렵다. 금융·증권 범죄 수사를 총괄한다. 17~18기의 경우 16기인 김 차장이 총장이 될 경우 차차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청와대의 의중이 중요하긴 하지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막판 변수가 될 소지도 크다. 추천위가 처음 가동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1월이었다. 한상대 전임 검찰총장이 검란 파동 끝에 물러나자 사상 처음으로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천위가 구성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처럼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도 공정성을 기하자는 차원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투영된 측면도 있다.

청와대 의중 실린 인사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서 또 탈락?

추천위는 9명의 위원(당연직 위원 5명,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추천 절차는 추천위 구성→총장 후보자 3명 이상 추천→법무부 장관이 1명을 총장 후보자로 결정해 임명 제청→대통령 지명→국회 인사청문회 순이다.

추천위에 의해 처음으로 검찰총장이 된 이가 채동욱 전 총장이다. 원래 정부가 염두에 둔 후보는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안창호 서울고검장이었으나 그해 2월 압축된 세 명의 후보는 당시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중에 TK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한달 뒤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황교안 총리가 세 명의 후보 중 채 전 총장을 제청했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의 중도 퇴진 이후 후임을 뽑는 추천위는 2013년 10월 구성됐다. 위원장은 김종구 전 법무부장관이 맡았다. 사법연수원 윗기수부터 하자가 있는 사람을 탈락시키는 수순으로 진행해 14기 김진태 전 대검차장(당시 변호사), 15기 길태기 대검 차장,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한명관 전 수원지검장 등 4명을 추천했다. 이중 김진태 전 차장이 총장이 됐다.

지금까지 두 번 가동된 추천위는 후보를 3명이나 4명 추천했다. 따라서 이번에 가동될 추천위도 최대 4명을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지만 ‘16기 1명, 17기 3명’, ‘16기 2명, 17기 2명’ 또는 ‘16기 3명, 17기 1명’이나 ‘16기 3명, 15기 외부 추천 1명’ 등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다. 4명이 추천된다고 할 때 김 차장, 박 지검장이 대체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지역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는 추천위원들의 목소리가 셀 경우 어느 방향으로 튈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법무부의 한 검사장은 “채 전 총장이 최종 낙점될 때처럼 추천위 내부 분위기에 따라 청와대 의중이 실린 후보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직 안정이냐, 검찰 개혁이냐의 기로에서 추천위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검찰총장이 16기가 될지, 17기가 될지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조강수 중앙일보 기자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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