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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청와대 비서관 출신 조응천 더민주 당선인 

“국민 위해 마냥 침묵하지는 않겠다”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터무니없는 주장 나오면 결국 나설 수밖에 없어… 권력기관의 정상화 위해 맡은 역할 다할 것”
더민주 공천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차기 대선 더민주 승리의 9부 능선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그는 자임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 방을 터트릴 일을 저쪽에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무기를 비장하고 있기에 이토록 당당할까?


▎조응천(53)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경기 남양주갑)은 2013~2014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첫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개인적인 경력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알고 있는 정보가 많다”며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둔 2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마지막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조응천(53) 전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검사 출신으로 2013~2014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첫 공직기강 비서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조 당선인은 박 대통령 오랜 측근이었던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을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건넨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기소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문제의 문건 유출사건 후 청와대에서 나와 부인과 함께 식당을 차린 그에게 문 전 대표는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낸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경기 남양주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조 당선인은 뒤늦은 ‘등판’인데다 정치 신인이었던 탓에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4·13 총선 전날 자신의 SNS에 “총선 출마자 중 조응천·김병기 후보 두 사람이 계속 눈에 밟힌다”며 “두 사람이 당선되면 이 정권을 가장 잘 알고, 이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결국 그가 249표차로 당선되자 청와대 측은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동이 조 당선인의 국회 입성으로 다시 불붙을까 긴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이젠 정권의 내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정운영 기조가 아니면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당선인은 “일방적인 폭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쪽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저격수’ 논란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마냥 침묵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5월 6일 그를 만나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검찰청에 출두하면서 ‘조응천’이라는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반평생 ‘장막’ 뒤에서 일했던 사람이라서 원래 노출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시키는 일을 한 것밖에 없는데 느닷없이 구속된다고 해봐라. 마음이 편하겠나? 부하직원과 가족에게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미워했으니까 검찰은 구속영장을 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것저것 챙겨서 검찰에 출두한 날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카메라는 처음 보았다.”

“청와대 그만두는 과정에서 모멸감 느껴”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조 당선인. 그는 “청와대 문건사건 이후 무조건 몸으로 때우는 일만 하며 인격수양에 힘썼다”고 말했다. / 사진·중앙포토
당시 검찰에 무엇을 챙겨갔나.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미워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달라.

“추울까 봐 스웨터 한 벌과 커피를 챙겨갔다. 검찰청에서는 믹스커피만 준다. 그래서 평소 선호하던 블랙(커피)을 가져갔다. 박 대통령이 미워했다는 건… 그 분이 2014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지 않았나. 워낙 강하게 말씀하셨으니까 검찰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가 명색이 법조인 출신인데 그때 참 부끄러웠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나?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죄 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불안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 사법정의에 대해 100% 신뢰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왠지 (구치소에) 들어갈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참 갑갑하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이 된 심정이었다고 말했는데.

“청와대를 그만둔 후 우연히 집에서 영화 <내부자들>을 봤는데 배우 이병헌 씨가 맡은 역이 인상적이었다. 유력 대선후보를 돕다가 중간에 ‘팽’당하는 정치깡패인데 극중에서 느닷없이 버려지고 험한 일도 당한다. 그걸 보면서 ‘완전 나 같네’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우선 (청와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굉장히 모멸감을 느꼈다. 윗선에서 ‘주변에 알리지 말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식으로 통보해왔는데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 창피했나 싶더라. 열심히 맡은 임무를 했을 뿐인데 말이다. ‘내 밑에 직원한테는 뭐라 말하고 그만둬야 하나’라고 물어보니 ‘그냥 아프다고 그래’라는 식으로 말했다. 결국 직원들 밥 먹으러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짐을 빼야만 했다.”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서 맡은 임무만을 성실히 수행했는데 왜 잡음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권한의 90%는 인사권이다. 인사권이 제대로 행사 안 되면 대통령이 직격탄을 맞는다. 때문에 가장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측근에 의한 인사비리다. 당시 대통령의 친인척 등 주요 인물 감찰을 담당하고 있었고 대부분 민감한 사항이었다. 최선을 다해 (감찰)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너무 눈치 없이 좀 박하게 했나 보다.(웃음) 다 알아서 입안의 ‘혀’처럼 구는데 (내가) 계속 팍팍하게 구니까 그런 거 아니겠나.”

팍팍하게 굴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

“대통령의 정무적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청와대 관련 인사를 감시하는 ‘워치도그(watchdog·감시견)’ 역할에 충실했다는 뜻이다. 공직기강 비서관에게 감찰은 권한이 아니고 책무다. 공정하게 조사해서 어떤 흠결이 있는지 낱낱이 밝혀 내는 게 당시 내가 맡은 일이었다.”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최근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아직 최종심이 나오지 않아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2심까지는 재판부가 ‘정당한 업무집행을 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지만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박 회장은 아주 착한 사람이다. 능력 있고. 1993년 박 회장의 마약 상습투약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와 담당 검사 신분으로 만났다. 그분이 그때 마약을 끊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걸 돕고 싶었다. ‘국민을 생각해서 끊자’고 진심으로 충고하자 (박 회장이) 그 모습을 좋게 본 것 같다.”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씨를 두고 ‘만사올통(모든 일이 박 대통령의 올케를 통하면 이뤄진다)’이란 말도 있었는데. 당시 공직기강 비서관으로서 어떻게 지켜봤나?

“주위 사람들이 놔두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그분은 평소 굉장히 조심하며 지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날 퇴사 통보를 받았는데.

“(청와대에서) 나를 급박하게 내보낸 직후 발생한 사건이라 이런저런 음모론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아직까지는 날짜 상 우연의 일치라고 본다.”

그러면서 조 당선인은 “일부 언론이나 야권 일각에서 어떤 의혹을 꾸준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건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의혹을 받고 있는 기관이나 사건을 투명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에서 물러난 후 한동안 어떻게 지냈나?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연락 오는 지인이 한 명도 없더라. 할 게 없으니까 자전거를 끌고 나갔는데 갈 곳이 없었다. 그래도 무조건 해질 때까지 탔다. 한번은 서울에서 춘천까지 갔다.”

문재인 전 대표? 정치인답지 않은 게 장점이자 단점


▎2014년 조응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정윤회 관련문건 유출사건 수사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해 ‘별주부짱’이라는 식당을 열었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계속 재판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은 상도에 맞지 않는 일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자영업뿐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모난 성격 때문에 이 고초를 겪고 있으니 철저히 을의 입장으로 살면서 인격수양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청와대 문건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머리 쓰는 일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무조건 몸으로 때우는 일만 했다. 셔터맨으로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게 문 열고 청소하고 주차안내, 전화예약을 도맡았다.”

직접 식당을 운영해보니 검찰과 청와대에서의 일상과 어떻게 다르던가?

“제대로 ‘을’의 생활을 해봤다. 장사해보면 별별 진상손님이 다 있더라. ‘이거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거냐’며 음식 던지는 손님, 그런 손님은 계산도 안하고 나간다. ‘음식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느냐’며 횡포부리는 손님도 많다. 말도 못한다. 만일 변호사 일을 했다면 그런 손님을 참고 있을 리 없고 더군다나 관직에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감히 진상부리는 사람이 없었을 거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문 전 대표가) 가게로 수시로 찾아왔다. 그때마다 ‘당신네들 싫다. 아주 징그럽다. 집권의지가 없는 불임정당은 나가시라’며 별별 비난을 다했는데 묵묵히 소주 세 병 마시고 가드라. 손님이라 내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음식을 많이 팔아주는 것도 아니었다.(웃음) ‘입당하면 뭐 해줄 테니 들어와라’는 식으로 조건 걸었으면 크게 실망했을 텐데 무작정 도와달라고만 하더라. 착하게 부탁하는데 거절하면 어쩐지 나쁜 사람 되는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형언하기 힘든 묘한 순간이었다.”

공직기강 비서관은 필연적으로 국정에 관련한 주요 정보를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 당선인이 국회에서 ‘저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전부터 누누이 입장을 표명했지만 ‘저격수’ 역할 하려고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일방적인 폭로는 구시대적인 방식이다. 과거를 터트리고 공방하는 모습은 구태 중에 구태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법론을 통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그런데 최근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가 조 당선인을 통해 현 정권의 비위를 밝힐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우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를 향해 ‘남은 기간 동안 국정을 잘 운영하고 민주적 절차를 준수 해달라’는 당부 차원에서 한 말 아니겠나. 만일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도 한 방이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조 당선인과 대화해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한 방’을 터트릴 생각이 있나?

“결국 방법론의 문제다. 기존에 국회에서 보여줬던 무의미한 공방, 자신을 어필하려는 듯한 과장된 공격적인 태도는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 방’을 터트릴 일을 저쪽에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오면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아는 것을 토대로 상세히 질의하는 식으로 대응하겠다. 차분히 기다렸다가 누가 허튼소리를 하면 꼼꼼하게 질의해주면 된다. 그런데 이미 내가 많이 알고 있는데 굳이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앞으로 청와대와 관련된 폭로나 저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 같다.

“정치가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왜 자꾸 ‘폭로’, ‘저격’같은 거친 단어의 틀에 정치를 꿰 맞추려 하는지 모르겠다.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자칫 본질이 흐려질까 봐 우려된다. 폭로가 아니라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려는 정치권 특유의 고질적 행위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개인적인 경력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알고 있는 정보가 많다. 이렇게 뻔히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주장해대면 몹시 곤란한 일이다. 그걸 바로 잡겠다는 거다.”

그동안 문 전 대표를 두고 ‘친노패권주의’의 가해자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보는가?

“정치에 갓 입문했기 때문에 ‘친노’가 누군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른다. 그런데 겪어본 바에 의하면 패권주의는 아닌 것 같다. ‘친노’라는 사람들이. 물론 당내 경선이나 어떤 이슈가 있을 때 한쪽으로 (표를) 몰아줄 수야 있겠지. 그런데 그걸 굳이 패권이라 해야 하나?”

공직자라면 모든 일에 ‘염치’와 ‘경우’ 있어야


▎지난 4·13 총선을 앞둔 2월 조 당선인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마지막 영입인사로 선택됐다. 더민주 입당 기자회견에 앞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영입했다는 이유로 조 당선인을 ‘신(新) 친노’ 혹은 ‘친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어디에 속하는 건 구시대적인 모습이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문 전 대표가 옳은 길로 가면 박수치고 그렇지 않으면 비판해야 할 거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문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치인답지 않은 게 장점이면서 단점인 것 같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대표 추대 논란이 있었다.

“김 대표께서 억울하시겠지만 그런 논란이 나오게끔 빌미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의도에서 더민주를 돕기 위해 대표를 맡으셨지만 지금 같은 당내 상황에서는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최대한 침묵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지 않을까.”

지난 총선에서 조 당선인을 비롯해 다양한 인사가 영입됐다. 결과적으로 영입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는가?

“평소 계파, 패권 등 여의도 특유의 구태 정치를 혐오해왔는데 이번에 영입된 인사는 기존의 정치인과는 확실히 다른 분들이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고 대부분 공천 받는 것에 욕심도 없고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특히 ‘벤처신화’ 기업가 김병관 당선인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고 상식적인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나?

“무엇을 하겠다며 거창한 목표를 벌써부터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멀쩡한 사람도 여의도만 가면 다 이상해진다’는 편견이 나로 인해 불식됐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다면.

“공천에 집착해서 정치를 오래 해먹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거기에 길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대표로 뽑혔다면 사심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책무를 다하면 된다. 자리에 집착하다 보면 나중에 분명히 실수를 하게 된다.”

이왕에 의원직에 선출됐는데 야망은 없나?

“살면서 단 한 번도 다음 단계와 목표를 염두에 두고 현재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그 순간 결정하고 거기에 충실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굳이 이거(정치) 안 해도 할 거 많다. 식당 일이 얼마나 할 게 많고 바쁜데.”

검찰 출신인데 국정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 있어 보인다.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나?

“2000년 DJ 정부 시절에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적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 검사로 있었는데 갑자기 청와대에서 호출이 왔다. ‘왜 전라도 정권에서 대구 출신인 나 같은 놈을 찾지? 뭔가 잘못됐을 거다’라며 어리둥절했다. 그때 알아보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을 찾았다고 하더라. 내가 머리 하나는 정말 좋다.

여하튼 우물 안 개구리가 빨래터에 나와 보니 배울 게 참 많았다. 특히 당시 국정 전반을 훑어보면서 다양한 부처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그분들은 하는 일도 많으면서 이해도도 높고 무엇보다도 겸손했다. 반면 검찰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폼을 잡는다. 어디 그뿐인가? 다른 직역에 있는 인사에 대해서 깔보는 경향도 있어 문제다. 반성해야 한다.”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직위에 있든 간에 모든 일에 ‘염치(廉恥)’와 ‘경우(境遇)’가 있어야 한다. 염치가 없는 인물은 아랫사람의 공은 가로채고 과는 덮어씌운다.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 조직의 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행사하거나 하는 일 없이 대접만 받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 어떤 이의 경우 그럴듯한 직위에 올라서면 대개 폼만 잡는데 나는 그를 ‘밥 벌거지(밥 벌레)’라 부른다.”

그렇다면 정치인으로서는 어떤 정의감을 갖추고 있나?

“정의(正義)가 뭔지 모른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이 경우에 맞아야 하고 때로는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건 그뿐이다.”

“반드시 결과를 내는 성격… 대신 용서를 잘 못해”

조 당선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게 장점이다. 반드시 결과를 내고야 만다. 그리고 단점은 무엇에 한번 꽂히면 용서를 잘 못한다. 아무리 백 번 양보해도 경우에 맞지 않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타인에게 염치없이 책임을 덮어씌우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잊지 않는 편이다.”

평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연탄불에 소주가 최고다. 헤드폰으로 요즘 음악을 크게 듣는 것도 좋아한다. ‘이 그룹 괜찮네’ 했던 음악은 대부분 뜬다.”

좋아하는 술친구는 누구인가?

“우리 아들이랑 마시면 제일 좋다. 나랑 은근히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보면 재미있다. 고등학교 시절 내 좌우명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적에게 보이지 말라’는 거였다. 진짜 독립운동 하듯이 숨어서 공부했다. 그래서 나중에 ‘저런 놈이 고시 되느냐’고 욕도 먹었다.(웃음) 그런데 내 아들놈도 나 닮아서 잘 놀고 일도 잘한다. 다만 얘도 나중에 나처럼 일만 하다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다.”

앞으로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그렇게 거창한 건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손자손녀에게 ‘쌈박한’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 (한참 뜸 들이다가) 국민의 대표로 선택 받은 사람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 국회의원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요즘 생각하고 있다. 권력기관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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