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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추적]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 

한국인 여성이 감옥에서 서럽게 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현지 여행 중 매춘·임금갈취 혐의로 체포, 240일째 억울한 감옥살이… 대사관은 국민보호는 뒷전, 중범죄자 취급이라니!…
한국에서 애견 의류 디자이너이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양현정(38) 씨. 멕시코 여행 50일째 되던 지난 1월 중순, 귀국을 불과 1주일 앞둔 그가 현지 검찰에 전격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양씨가 현지 검찰로부터 받은 혐의는 인신매매, 구금, 성 노동착취 등으로 한인(韓人) 마피아 조직의 주범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됐다.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돌아오는 건 깊은 절망과 한숨, 눈물….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사관은 양씨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 <월간중앙>이 그 내막을 단독 취재했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산타마르타 아카티틀라 교도소. 한국인 개인사업가 양현정 씨가 240일째 수감돼 있는 곳이다. / 사진·중앙포토
“한국에 계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이번 추석에는 엄마에게 어떤 거짓말로 못 간다고 안심시켜드려야 할지…. 하루라도 빨리 제 진짜 직업과 이름 그리고 가족을 찾게 해주세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얘기하다 병든 노모(老母) 얘기가 나올 때는 가슴이 더 먹먹했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서울에서 6000마일(9600여 ㎞)이나 떨어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도 18시간 정도 날아가야 갈 수 있는 이곳에 한국인 여성 양현정 씨가 감옥에 갇혀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폭력이 심각하고 극빈 지역인 델레가시옹데이츠타파라파 지역 바로 인근에 있는 산타마르타 아카티틀라(이하 산타마르타) 교도소가 현재 양씨가 있는 곳이다. 1월 15일 멕시코시티 한 노래방에서 현지 검찰에 체포된 후 조사를 받고 산타마르타 교도소에 온 지 벌써 240일이 지났다. 미결수 구치소이자 장기 복역수를 수감하는 중앙교도소로 1600명 넘는 범죄자가 수용돼 있다. 양씨에 따르면 이곳 여성수감자들 중 자신이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라고 했다.

“다른 수감자들이 나를 가끔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고 있어 정신적 고통이 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공황 장애를 앓고 있고요. 감옥에 있는 현실이 꿈 같아요.”

지난 9월 8일, 교도소 내 전화기를 이용해 어렵게 기자와 통화를 한 양씨는 힘없는 목소리로 “내가 정말 풀려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며 흐느꼈다.

양씨에게 멕시코 검찰은 ‘한인(韓人) 마피아’라는 무시무시한 딱지를 붙였다. 그는 인신매매, 성매매, 강제 노동착취 등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양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주범으로 돼 있다. 평범한 여행객으로서 멕시코에 체류한 지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양씨가 어쩌다 중범죄자라는 족쇄를 차게 됐을까. <월간중앙>과의 옥중(獄中) 전화인터뷰(인터뷰기사 참조) 내내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양씨의 진실은 무엇일까. 도대체 멕시코에서 양씨는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복면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남자 수십 명 들이닥쳐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양현정 씨. 국내에 있을 당시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은 셀카 사진이다. / 사진제공·홍금표
양씨는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2년 전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애견 의류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핸드메이드 애견 의류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사업이다. 그가 멕시코행 비행기를 탄 것은 2015년 11월22일.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였다. 대략 두어 달 일정으로 계획된 여행이었다. 애완견 치와와의 원산지로 유명한 멕시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양씨를 흥분시켰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중남미의 대표적 나라 멕시코를 처음 가본다는 설렘에다 멕시코 내에서 애완견 관련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듣고 양씨는 사업 확장 가능성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한껏 고무돼 있었다.

멕시코에 도착한 지 50일 정도가 지난 1월 15일, 양씨는 귀국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었다. 인천행 비행기표도 미리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양씨는 이날 멕시코시티 남동쪽 구역인 후아레스구(한국으로 치면 서울 명동쯤에 해당하는 지역)에 위치한 W노래방(가라오케식 노래방으로 술도 파는 노래 주점)을 찾았다. 이 노래방 사장 이만호(48) 씨가 바로 여동생과 결혼할 남자였다. 20여 년 전부터 멕시코로 건너와 살고 있는 이씨는 W노래방뿐 아니라 현지에 태권도용품 대리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다.


▎양현정 씨가 운영하고 있는 ‘치크독’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 양씨는 2년 전부터 손수 디자인한 애견 의류를 만들어 쇼핑몰을 통해 판매해왔다.
이날 양씨는 “가게(노래방)를 좀 봐달라”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W노래방 카운터에 앉아 가게 일을 돕고 있었다. 자정쯤이 됐을까. 갑자기 가게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수십 명(50명 정도로 추정)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은 기관총과 권총, 해머 등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이들은 양씨와 한국인 여종업원 5명, 남자 웨이터 포함 멕시코인 3명, 한국인 손님 2명 등 11명을 강제로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갔다.

“처음에는 갱단에 납치되는 줄 알았어요. ‘죽는구나’ 하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익명의 제보를 받고 수사관들이 출동했다는 거에요. 도착한 곳은 멕시코 검찰청사였어요.”(양현정 씨 증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노래방) 수색을 했어요. 저는 평소 몸이 아파 약을 먹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호흡 곤란과 극심한 경련 증상을 겪었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멕시코 검찰청으로 이송됐습니다.”(종업원 이모 씨 증언)

즐거웠던 멕시코 여행이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검찰청에 도착한 양씨 일행은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조사를 받았다. 자신들이 왜 끌려왔는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말도 통하지 않아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후 멕시코 검찰의 조사 과정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먹구구식으로 서류를 꾸미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혐의자들에 대한 인권은 거의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정식 통역도 없이 협박당하며 조서 작성


▎W노래방에서 일하다 사건에 휘말린 한 종업원이 쓴 탄원서. 검찰 조사과정에서 협박과 강압에 의해 허위 진술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고, 구속된 양씨는 억울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사진제공·홍금표
“한국인 종업원들과 분리된 채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72시간 동안 수갑을 차고 기다렸습니다. 밥 한끼, 물 한 컵만 겨우 먹을 수 있었고, 평소 먹던 약도 모두 빼앗겨 먹을 수 없었어요. 죄목이 뭔지도 모르고 끌려와 공포에 떨고 있는 내게 한 검찰 관계자가 이상한 몸짓으로 웃으며 나를 희롱하더군요. 수치심보다는 극심한 공포심이 찾아왔어요.”(양현정 씨 증언)

양씨와 분리돼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한 한국인 여종업원들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멕시코 검찰은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매춘을 했다고 보면서도, 노래방 업주와 남자 직원의 감금, 강압,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내용으로 피해자 진술 조서를 받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한국어 통역이 필요했지만 검찰 측은 노래방 손님으로 있다 함께 연행된 교민 박모 씨에게 통역을 맡겼다. 형사소송법상 사건 관련자에게 통역을 맡겨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법 절차상 위법적 행위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무시하고 마치 짜인 시나리오가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사건 서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현정 씨가 수감돼 있는 멕시코시티 산타마르타 교도소 내 여성감방. / 사진제공·홍금표
“잠도, 물도, 화장실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조서를 꾸몄습니다. 진술 내용과 다르게 조사가 꾸며졌고, 신분 확인만 한 사람도 모두 같은 내용으로 결과물(진술조서)이 나왔습니다. 정식 통역사나 서류 내용을 사실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종업원 진모 씨 증언)

이들 종업원의 진술조서는 하나같이 “양씨와 멕시코인 웨이터가 한인 여성종업원을 강제로 구금하고 성매매를 시켰으며 화대를 갈취했다”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종업원들이 손님이자 통역 역할을 하는 박씨를 통해 얘기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허위 진술서가 작성됐다는 것이다. 조사가 끝나자 검찰 측은 진술조서에 정식서명을 하도록 강요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조서 내용이 자신들의 진술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업원들은 서명을 거부하고 버티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검찰 측이 잠을 재우지 않거나, 지병을 앓고 있어 꼭 먹어야 할 약까지 압수하는 등 종업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식 통역이든 누구든 불러달라고 울며 애원했습니다. 모두 거절당하자 구글 번역기라도 쓰게 해달라며 부탁했지만 그것 또한 거절당했습니다. 36시간이 지나자 검찰은 초조해 하며 지금 사인하지 않으면 모두 감옥에 보낸다며 여권을 빼앗아 갔습니다.”(종업원 진모 씨 증언)


▎양현정 씨가 구속 수감된 직후 멕시코 주요 방송사인 <텔리비사>가 “검찰이 한인 마피아 조직에서 착취당하고 있던 여종업원 5명을 구출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보도 당시에 양현정 씨(왼쪽)와 함께 체포된 멕시코인 직원의 사진이 공개됐다.
5명의 종업원은 하나같이 허위진술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받으며 40시간 가까이 버텼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검찰이 내민 서류에 서명하고 모두 풀려났다. 양씨와 멕시코인 남자 직원(관리인) 한 명은 이번 사건의 핵심 혐의자로 몰려 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후 멕시코 검찰은 양씨 사건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표했다.

“W노래방은 한국 마피아가 운영하는 가라오케로 실제로는 마약·무기밀매·매춘 등의 소굴이었다. 위장 매음 굴에서 인신매매의 희생자 한국여성 5명을 구출했다. 피해여성들은 감시를 받으며 출퇴근을 했고, 업소 내의 룸에서 매춘에 의한 성적 착취가 강제로 이루어졌다. 구출된 한국 여성들은 아시아인 고객들과 동거까지 했으며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면 유사 성행위도 이루어졌다. 이런 중범죄 행위를 주도한 가해자는 양(현정)씨를 체포했다.”

현지 언론, 한인 마피아 체포 대대적 보도


▎일러스트·김회룡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큰 방송사인 ‘텔리비사’는 “인신매매로 끌려와 성 착취를 당한 한인 여성들이 검찰에 의해 구조됐다”는 내용을 뉴스로 내보냈다. 멕시코 국민에게 검찰은 인권 유린을 당한 외국인 여성들을 구해낸 영웅이 됐다. 또 다른 방송사는 양씨 사건을 보도하면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사진을 자료화면에 끼워넣고 한국인 여성들이 성매매 알선을 많이 한다는 왜곡된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현장에 없어 체포를 면한 W노래방의 사장 이만호 씨를 수배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검찰은 이씨에 대해 수배 조치만 내리고 그를 붙잡는 데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양씨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지 교민 사업가 홍금표(58·판트란스 대표) 씨는 “멕시코 검찰은 이씨 자택을 단 한 번도 수색하지 않는 등 이씨를 붙잡으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멕시코 검찰은 양씨를 주범으로 해 조작된 시나리오로 사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굳이 사건의 진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씨를 붙잡아 문제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간중앙>은 W노래방 사장 이씨를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현재 멕시코 교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숨어 지낸다고 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씨가 털어놓은 얘기는 이렇다. “2015년 6월경 W노래방을 인수해 운영해 왔습니다. 대기업 모임이나 대사관 관계자들 모임도 종종 있었어요. 멕시코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는 다 허위고 조작된 내용입니다. 멕시코 수사관들이 W노래방에서 성매매의 증거라며 콘돔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손님을 모두 2층에 있었는데 콘돔은 1층에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가져와 슬쩍 떨어뜨려 놓고 마치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인양 들이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기는 우선 구속부터 시켜놓고 압박을 한 뒤에 수사를 진행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한마디로 ‘선 구속, 후 수사’지요. 내가 만약 현장에 있다가 함께 붙잡혔다면 지금 감옥에 있는 양씨와 멕시코(인) 직원(알베르토) 그리고 나까지 3인 이상의 조직범죄로 엮었을 게 분명합니다. 멕시코에서 24년째 생활하고 있어 (이곳 사정을) 잘 압니다. 2002년에도 (한인을 상대로 한) 유사한 (조작) 사건을 겪은 바 있고요.”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멕시코 검찰의 반인권적이고 탈법적인 수사 정황 외에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이 포착됐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주(駐)멕시코 한국 대사관이 양씨나 종업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건 초기부터 이 사안을 담당해온 이모 경찰영사(총경)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과 부실한 외교적 대응 때문에 양씨가 구속 수감되는 데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멕시코 검찰청에서 조사가 이뤄지던 1월 15일 자정 이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W노래방 종업원들은 하나같이 멕시코 검찰이 제시한 (조작된) 진술조서에 서명을 거부하며 30시간 이상 버티는 상황이었다. 다음날인 16일 오후 1시쯤 이모 경찰영사가 통역을 데리고 검찰청에 도착했다. 양씨와 종업원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대사관 관계자가 나타나자 “이제 살 수 있겠구나”하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전개되며 오히려 절망적인 상황이 굳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종업원들에 따르면 시간이 흐르면서 검찰 측이 당황하며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한 멕시코인 검사가 경찰영사와 통역을 불러 “무조건 (종업원들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대화를 들었다. 실제로 영사는 검찰 측과 만난 뒤 여종업원들에게 진술조서에 사인부터 하라고 설득했다. 종업원들은 “매춘행위를 한 적도, 인신매매로 끌려와 노동착취를 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허위 문서에 서명을 하느냐”며 계속 거부했다. 하지만 이 영사는 “나중에 다시 멕시코 검찰이 제대로 된 2차 진술을 받아준다고 하니 일단 이 서류(1차 진술서)에 서명을 해야 풀려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종업원들을 설득해 결국 종업원들은 모두 서명했다.

“허위조서에 영사는 서명부터 하라고 설득” 주장


▎멕시코 교민들은 전·현직 한인회장을 중심으로 양현정 씨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400여 명의 교민이 여기에 참여했고 전체 교민사회로 확대 중이다. / 사진제공·홍금표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이들 종업원 5명의 자필 문서(대통령, 외교부장관,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탄원서로 사건 발생 2주 후인 지난 2월 1일 작성된 것이다)에는 하나같이 서명을 강요당하며 버티다 대사관에서 나온 영사만 믿고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서에 서명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잡혀온 지 33시간 만에 경찰 영사님을 뵙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나를 구제해줄 분이 왔더라고요. 그러나 영사님마저 그냥 서명하고 나가라고, 제가 피해자라서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검찰에선 서명 안 하면 허위진술 죄로 형사처벌 받고 감옥에 간다고, 기소할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영사님 역시 형사처벌 받을 수 있으니 대신 여기에 서명하면 이 진술서 나중에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정말 바꿀 수 있느냐고요. 이 허무맹랑한 진술서 없어지는 거냐며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믿었습니다.”(종업원 서모 씨 증언)

일단 서명이 이뤄지자 검찰은 애초 약속했던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이후 진술서 재작성이 5일 이상 미뤄지면서 겨우 추가 작성된 진술서는 멕시코 법정의 구속적부심 심사에 증거로 포함되지도 못한 채 아무 소용없는 휴지쪼가리가 돼버렸다. 결국 양씨와 멕시코인 직원은 1차 진술서에 근거해 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에는 종업원들이 한 명당 2000페소(약 12만원)를 받고 성매매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종업원들은 영사의 설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한 자신들의 진술서가 양씨를 구속한 주요 입증자료로 활용된 것을 뒤늦게 알고 한국 대통령, 외교부장관,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탄원서(2월 1일 작성)를 만들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멕시코 교민들은 양씨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구명운동을 하고 있다. 멕시코 전현직 교민회장을 비롯한 400여 명의 한인이 멕시코 검찰 수사는 잘못됐고, W노래방은 매매춘 등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이들은 또 우리 대사관이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사태 악화를 막을 수도 있었다며 외교당국을 성토하고 있다. 특히 경찰영사 이모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이 영사는 사건이 터지고 한 달쯤 후인 2월 14일자에 보도된 멕시코 현지 한인언론사인 <엘코레아노(EL COREANO)>에 “양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설령 그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공관은 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구명할 것이며 그걸 의무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사는 이후 양씨가 구속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종업원들을 설득해 허위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한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태도를 바꾸게 된다. 당초 “양씨가 잘못이 없다”던 그는 6월 초 인터넷에 올린 글에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경찰영사, “검찰에 속았다” 공문 작성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전경. / 사진제공·홍금표
“검찰청 법원 가서 밤늦게까지 또 밤새우며 계속 도와주고 오늘도 연방법원에 가서 선처를 호소하는 등 도와주는데, 너 죽어라고 하면서 떼를 쓰면 대한민국 정부가 멕시코 정부에 ‘강제로 일 시키고 돈 안 주고 착취하는 중범죄인’인 이 건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할까요? 멕시코 여성들에게 2차 보내고 안 간다니 짜르고 그날 일한 돈 안 주어서 그 여성이 연방경찰에 신고해서 시작된 사건임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멕시코에서 강제로 일을 시키거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착취하는 것은 피해자 1인당 10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범죄입니다. 멕시코 검찰이 많은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고, 피고인 측의 잘못된 대응으로 재판이 더욱 꼬여가고 있습니다. 결국 잡고 늘어질 것은 한국정부와 대사관 영사이니 물귀신처럼 붙들어 잡고, 관심 가지고 프랑스 마냥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이 중범죄에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요지입니다.”(아이디 ‘polichan’으로 작성된 이 영사의 해명글)


▎경찰영사 이모 씨가 인터넷에 올린 해명글. 이 영사는 양현정 씨 구속 수감 과정에서 자신의 부적절한 초동 대처로 책임 논란이 일자 “양씨는 중범죄인이며 멕시코 검찰이 많은 증거자료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특히 이즈음 멕시코 최대 한인사이트에 글을 올려 허위진술서에 서명하도록 자신이 강하게 설득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영사는 조사 내용에는 관여할 수 없고, 다만 인권침해 여부만을 주재국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뿐임. 검사가 접대부들을 모아놓고 허위진술 및 불법취업으로 처벌받을지 사실대로 서명하고 집에 갈지 결정하라고 함. 조사관은 2차 진술을 받아주겠다고 하고, 검사도 2차 진술을 받아주라고 조사관에게 말함. (해당 내용을 전달하자) 접대부들이 계속 토론을 해 처벌을 받느니 서명하고 나가고 2차 진술에서 모든 것을 다 얘기하자고 하여 서명하고 귀가함. 이후 경찰영사 땜에 양씨가 구속되었다고 말을 퍼트림.”

결국 이 영사는 자신은 검사 측과 여종업원들 사이를 오가며 의견만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서명에 관여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자신은 백방으로 양씨를 도와주기 위해 법원 등을 오가며 고생하고 있는데 오히려 양씨 주변인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모 영사, “양씨 석방 위해 최선의 노력 중”


▎양현정 씨 사건 관련 멕시코 법원 자료. 법원이 관련 행정기관에 의뢰해 W노래방의 불법행위를 검찰에 제보했다는 멕시코 여성 ABC의 신원조사를 한 결과 멕시코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사진제공·홍금표
그런데 <월간중앙>이 입수한 대사관 측에서 작성해 멕시코 검찰에 보낸 공문서를 보면 이런 영사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5인의 한국 여성이 서명을 한 것은 멕시코 검사가 한국 경찰영사를 속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검사는 영사에게 한국인 여성들이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설득해달라. 그러면 지금 공관 통역과 함께 사실 그대로 진술하고 그 진술서를 교체하는 것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이에 영사는 한국인 여성들에게 서명을 설득했고 (…) 그러나 약속은 결코 이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이 영사의 입장 변화에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히 그가 2월 중순 경 현지 한인신문과 인터뷰에서 “설령 죄가 있더라도 그를 구명하는 것이 의무”라고 했던 얘기마저 뒤집는다. 이 영사는 6월 20일 <엘코레아노>와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 “영사조력 규정에 의하면 공관은 당연히 양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고, 또 지원하지 아니하여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6월 인터넷에 올린 해명 글과 8월 중순, 현지 교민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아고라에 올린 글의 댓글을 통해 이 영사는 양씨에 대해 ‘중범죄자’ 또는 여종업원들에게 성매매를 시킨 ‘포주’라는 뉘앙스로 언급했다. 양씨를 두고 ‘양 마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이를 본 네티즌과 현지 교민들은 양씨를 두고 이 영사가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멕시코 검찰이 의도적으로 영사를 속였다면 어쩔 수 없이 조력 과정에서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대응이 문제입니다. 왜 재판도 끝나지 않은 한국 여성을 마치 혐의가 확정된 중범죄인으로 취급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겁니까. 상황에 따라 양씨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몇 번씩 바꾸면서 사실과 다른 변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영사는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하는데 논란이 커지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합니다.”(교민 사업가 판트란스 대표 홍금표 씨)


▎지난 4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이모 영사가 멕시코 검찰에 보낸 공문서. 이 서류에는 멕시코 검찰이 영사를 속여 한국인 종업원들에게 진술조서에 서명하도록 설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 사진제공·홍금표
이에 대해 이 영사는 “나를 음해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지금은 양씨가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우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은 “이 영사가 사건 초기부터 최근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멕시코 법원을 수 차례 방문해 인권 침해시비가 있음을 알리고, 공정한 재판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교민은 “영사도 문제지만 대사관의 책임자인 대사는 왜 200일 넘게 국민이 억울하다며 갇혀 있는데 단 한 번의 면회조차 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사는 현지 교민들과 어울리며 폼 잡는 게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챙길 책무가 있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민은 또 “교민들 사이에서는 대사가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와 관련해 어떠한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증거 “근거 없다” 대부분 기각


▎2013년 개봉된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 주연 전도연)의 한 장면. 멕시코 교민들은 양현정 씨 사건을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이라 부른다. / 사진·중앙포토
양현정 씨는 지난 8월 말 자신의 혐의에 대한 본 재판을 기다리며 ‘암파로(Amparo, 헌법소원 이의제기)’를 통해 구속 적법성에 대한 심리를 마쳤다. 암파로를 지켜본 교민에 따르면 멕시코 검찰이 내놓은 각종 유죄 증거자료들을 법원이 대부분 기각했다고 한다. 멕시코 검찰이 성착취를 당한 피해자라고 지칭한 여성들은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한국의 지인이나 외부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한 사실이 입증됐다. 또 인근 한국식당 등의 CCTV에 이들 여성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식사를 하고 거리를 돌아다닌 것이 촬영됐고, 교민들 다수가 이들을 알거나 봤다는 증언이 다수 법원에 제출됐다.

특히 결정적 제보자라고 멕시코 검찰이 주장해온 ABC라는 여성(W노래방에서 착취당하다 임금도 받지 못하고 몇 달 전 쫓겨났다는 인물로 검찰 측은 이 여성의 제보로 출동하게 됐다고 함)을 재판부가 검증한 결과 멕시코에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로 파악됐다. 또 검찰이 성매매의 증거로 제시한 콘돔 역시 W노래방에서 사용됐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증거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파로 결정은 이르면 10월 초 늦어도 12월에는 나올 전망이다. 양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나면 석방될 수 있지만 멕시코 검찰이 다시 항소절차를 밟게 되면 또다시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양씨는 고통스러운 날을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그림들로 썩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여자,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해골들이 묘사돼 있다. 양씨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사는 것 보다 죽는 것에 가깝다”며 “살려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밖에서는 못 듣는 공포스러운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양씨 사연이 알려지면서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석방 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특히 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은 이 사건에 큰 관심을 표하며 양씨 구명운동에 동참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모로 양씨 사건과 닮아 있다. 평범한 주부가(전도연 분) 남편 후배의 부탁으로 수리남에서 금강원석을 받아 프랑스까지 운반하기로 하고 파리 오를리공항에 도착했다. 장씨는 공항 세관원에게 제지를 당했고, 가방에 있는 소지품에서 시가 30억원에 달하는 코카인이 발견됐다. 장씨는 국제 범죄조직의 마약 운반책으로 검거돼 재판 없이 프랑스령(領) 외딴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 후 2년 동안 악몽 같은 수감생활을 한 끝에 겨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양씨는 “실수이건 아니건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범법행위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9월 말로 예정된 국정감사 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미주 현지 감사에 멕시코 공관을 포함해 양 씨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또 주대한민국 멕시코 대사관 측은 양씨 사건이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국내 보도 여부를 비롯한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박스기사] 양현정 씨 옥중 전화인터뷰 - “교도소에서 스페인어나 배우라고? 대한민국 외교관 맞나요?”


▎답답하고 공포스러운 심경을 담아 양씨가 옥중에서 그린 그림들. 나무에 매달리고 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양씨 자신의 현실을, 바닥에 뒹굴고 있는 해골은 죽음과 가까이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양현정 씨가 멕시코 여행 중에 중범죄자 혐의로 체포돼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미결수로 생활한 지 벌써 240일째. <월간중앙>은 현지 교민의 도움을 받아 양씨와 통화 시간을 정한 뒤 교도소 내 전화로 30분에 걸쳐 옥중 인터뷰를 했다.

귀국 직전에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알고 있다.

“1월 22일 인천행 비행기 티켓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노래방에서 체포된 것은 15일이었으니까 딱 귀국 일주일 남겨놓고서다.”

교도소 수감생활 중 가장 힘든 부분은?

“환경이 불결해 벼룩, 바퀴벌레, 이름 모를 해충이 자주 나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설칠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물도 석회질이 잔뜩 섞여 있고 악취가 심한 녹물이 나온다.”

다른 재소자들과 지내는 것이 많이 힘들 텐데.

“이곳에서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다. 다른 재소자들이 내게 비난과 조롱을 퍼붓기도 한다. 이곳에선 마약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 간혹 마약을 하고 눈이 풀린 재소자가 다가오면 겁부터 난다. 내게 마약을 권하는 이도 있다.”

감옥에서 그림은 왜 그리나?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내가 느끼는 갑갑함과 공포스러움을 손 가는 대로 스케치한 것이다.”

우리 대사관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나?

“대사관 고문변호사 등을 소개받은 정도다. 듣기로는 대사관 측이 할 바를 다했고, 심지어 과하게 잘해줬다고 한다는데 이해가 안 간다. 화가 나는 건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대부분 조작, 허위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대사관 측은 여전히 외교부 등에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검찰 대변인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대사관 측의 조력은 오히려 내게 ‘독’이 됐다.”

경찰영사 조력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나를 대하는 영사님의 태도는 너무 귀찮아 하는 것처럼 보였고, 검찰청에 와준 사실을 생색내기 바빴다. ‘교도소에 들어가면 스페인어 배우고 좋지요’라고 건넨 말은 잊을 수가 없다.”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멕시코 법원에 수차례 요청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영사 측 입장이다.

“정말 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건가. 언제부터인가 영사는 나를 중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인터넷에 나를 ‘양 마담’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올린 글들을 전해 들으며 도저히 대한민국 영사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더라.”

억울함을 외부에 알릴 생각은 그동안 안 했나?

“4월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멕시코 방문을 하신다고 해서 편지를 썼다. 동생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고 하더라. 최근 교민들이 걱정해주고 구명 운동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다.”

멕시코 대사와는 직간접적으로라도 접촉한 적이 있나?

“경찰영사와만 면회, 통화를 몇 차례 했고, 지금까지 대사님과는 단 한 번도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긍지를 갖고 살아왔다. 지금은 국적을 바꾸고 싶을 정도다. 하루빨리 풀려나서 엄마를 만나고 싶다. 가족과 얘기하고 밥 먹고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싶다. 내가 영화(<집으로 가는 길>) 속 주인공 같은 처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한국 마피아 조직원이 아니다. 매춘, 성매매 강요, 인신매매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다. 내 직업은 애견 의류 디자이너고, 서울에서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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