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현지취재] 100% 해외 취업, 동남아 GYBM(글로벌 청년사업가) 

새로운 세계의 내일에 청춘을 건다 

글·사진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한국적 방식과 가치관으로 해외에서 청년들을 교육하는 초유의 시도… 결전의 마음으로 임한다는 군(軍)의 논리처럼 연수생들의 눈빛에선 비장미가 보여

▎GYBM 연수과정은 병영생활을 방불케 하지만 멘토-멘티 관계를 통해 친화력과 유연성도 함께 배양한다.
e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시간이 있으시면 강의 부탁드립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베트남 하노이 발 메시지다. 2015년 11월 말 접했던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사업가)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90여 명의 5기 학생들과 일주일을 함께했다. 당시의 국제정세와 삶을 대하는 정신자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빈정대는 투의 ‘Hell(지옥) 조선’이 아니라, 가슴이 터질 듯한 ‘Hail(만세) 한국’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강의를 통해 만난 대한민국 청년들은 나약하지도, 수동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았다. 그건 어제의 이야기로 날밤을 새우는 ‘꼰대’들이 만들어낸 한물간 괴물논리에 불과했다. 격려하고 응원할수록 성장해나갈 수 있다. 비난하고 바보 취급할수록 상황은 한층 더 악화할 뿐이다. 서둘러 짐을 챙겼다. 어제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희망적이면서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이란 점이 더 큰 이유였다.

언제부턴가 내일이라는 말이 사라진 나라가 한국이다. 자고 일어나면 충격·분노·허탈·좌절이다. 하도 계속되기에 아예 포기하고 무관심으로 대하는 세상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서울로 돌아간 한 20대 후반 청년의 말을 빌리자면, 모두 집단우울증에서 빠진 듯하다. 밝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답도 없는 고민에 빠져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보내는 척박한 나라로 변한 듯하다.

GYBM의 90여 청춘은 창업이라는 내일의 꿈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한국에서의 배경·학벌·성적·능력은 안 통한다. 계급장을 떼고 베트남인과 대화하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 한국적 집단우울증은 스며들 틈이 없다. 끝없는 막장정치는 아예 외계인의 관심사에 불과하다. 내일의 의미를 억지로 새길 필요도 없다. 2016년 말 한국에서 매일 이야기되는 부분을 깨끗이 지운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에서의 배경·학벌·성적이 안 통하는 곳


▎베트남 소재 축구장에서 운동을 끝낸 뒤 사진촬영을 한 GYBM 연수생들.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서울 최고의 대학, 서울 최고의 연봉 기업, 한국 최고의 연금을 보장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내일에 모든 것을 거는, GYBM 청년이 바로 한국의 내일이자 희망이다. 워싱턴·파리·도쿄를 거친 1만㎞에 달하는 긴 여정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하노이의 초겨울 낮은 한국의 초여름과 맞먹는다. 섭씨 30도를 육박하는 듯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난방을 해야 한다. 호텔방에 있으면 시내 전체를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로 속까지 울렁거린다. 사람·시클로·자동차·오토바이로 뒤덮인 도로의 모습도 일상사다. 열대나무가 품어내는 이국적인 향과 개발도상국에서나 만날 수 있는 석탄과 가솔린 냄새도 코를 자극한다. 매연까지 극성이다. 귀·코·눈·입 전부를 자극하는 120%의 도시가 하노이다.

현재 GYBM은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 등 4개국에 개설됐다. 이들을 통해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청년의 기상이다. 그들의 생각과 미래관을 듣고 싶었다. 인터넷 하나만 있으면 세상 모든 지식이 눈앞에 나타난다. 다 아는 듯하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알고 있다 해도 행동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문제는 정신자세와 행동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 특히 청년들의 행동유형일 듯하다. 행동으로서, 현재 이미 사회로 나간 GYBM 출신자들의 생각을 듣고, 정신자세로서 현재 GYBM에서 연수 중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다.

둘째는 GYBM이 던지는 한국사회에 대한 의미다. 필자가 아는 한 GYBM은 한국적 방식과 가치관에 근거해 해외에서 청년들을 교육하는 초유의 조직이다. 대학에서 행하는 프로그램 정도는 있지만, 해외 현장교육을 통해 외국에서 100% 취업하는 예는 전무하다. 10개월 과정에 1인당 2000만원이 투자되고, 전원 기숙사생활을 통해 현장을 준비한다는 점도 남다르다.

연수 과정은 거의 군사훈련처럼 느껴진다. 평일에는 교육장 밖으로 나갈 자유도 없다. 모바일로 통하는 21세기에 ‘군(軍)’의 논리를 넣는다는 것만큼 시대착오적인 것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낯선 외국에 던져지면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결전의 마음으로 임한다는 의미에서, 군의 논리처럼 비장한 자세의 연수가 이뤄진다.

이 같은 자세로 출발한 GYBM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변신할 것인가? GYBM은 2012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2014년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지난해에는 태국으로 확장됐다.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곳은 베트남이다. 2016년 기준으로 310명의 연수생을 배출했다. 이들 가운데 약 80%가 베트남 현지에서 취직했다. 3명은 벌써 창업했다고 한다. 왜 동남아시아가 GYBM의 발판이 됐는지 궁금했다. GYBM 베트남 교육팀장 성강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11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본 사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네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자원의 양, 진출 기업 수, 그리고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창업 기회. 이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베트남은 대우가 지난 시간 동안 이룩해 놓은 것이 많은 지역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베트남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수생 4~5명에 한 명의 멘토 배정


▎한국 기업 4000여 개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의 밤은 뜨겁고 분주하다.
이미 20세기 흑백필름 속 역사가 됐지만, 1990년대 대우의 ‘세계경영’은 한반도에만 머무르던 세계관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샐러리맨 출신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경영의 기수였다. 그런 김 전 회장이 청년기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도 베트남이다. GYBM은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듯하다. 성 팀장은 강조한다.

“각종 언론이나 세계 경제의 흐름을 고려해 보면, 베트남은 매년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베트남 투자 1위 국가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상당수 진출한 것을 보더라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4300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업체가 진출해 있습니다. 이들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어를 잘하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열정적이고 현지를 잘 아는 우리 한국 청년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지를 잘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현지 언어가 필수입니다. 외국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베트남 GYBM은 하노이문화대학교(HUC) 안에 있다. HUC는 학생 수 7500명으로 문화·예술에 특화한 곳이다. 소수민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고, 유학생을 위한 베트남어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GYBM은 대학 내에 기숙사를 두고 있다. 남자는 4인1실, 여자는 2인1실 기준이다. 둘러보니 생각보다 안락하고 넓다. 체력단련실도 따로 있다.

베트남어 교육이 주지만, 베트남인을 투입해 문화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도 노력한다. 베트남 문화나 전통을 이해하자는 의도에서 전통 무예나 탁구와 같은 동아리 활동도 벌인다. 성 팀장에게 GYBM의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물어봤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일과다.

“오전 5시45분 아침 점호와 함께 일과를 시작해 오후 10시 저녁 점호를 끝으로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오전 7시30분 대강의장에 모여 단어 테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됩니다. 오후 5시부터 6시까지는 자체 모임을 통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독서 토론을 실시합니다. 저녁식사 후 6시40분부터 약 20분간 베트남어 듣기 시험을 치르고, 7시 이후부터는 자습 또는 체육활동을 진행합니다. 토요일에는 원어민 강사를 통해 비즈니스 영어를 배웁니다. 그리고, 오후 6시까지 자습한 뒤 저녁 점호 전까지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일요일에는 공식 일정이 없습니다. 종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거나 현지 문화를 체험합니다. 특히 주말에 시간을 잘 보내야 합니다. 그동안 배운 현지 언어를 통해 현지인들과 부닥치고, 현지 문화를 체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공식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연수과정을 마칠 때까지 총 28회의 공식 시험을 치릅니다. 성적은 1등부터 93등까지 전부 공개합니다. 이렇게 전체 과정을 마치면 연수 후 사회로 진출했을 때 현지인들과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직무교육도 병행한다. 사업계획 수립, 실무 심화과정과 원가관리회계,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에 꼭 필요한 필수 역량을 배운다. 3개월에 한 번씩은 극기훈련과 현지 미션을 부여해 직무교육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수 도중 한국기업 대표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베트남 현지 진출 기업이 강조하는 것은 능력이 아닌, 인성(人性)이다. 회사에 필요한 기술은 입사 후에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인성은 사람의 근본이기에 다르다. 조직에 잘 적응하고, 인내심이 강한 청년을 원한다고 한다.

GYBM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멘토-멘티 관계다. 연수생 4~5명에 한 명의 멘토가 배정된다. 멘토는 보통 대우그룹 출신 60대 이상 장년층으로, 떨어져 있어도 소셜 네트워킹으로 수시로 대화한다. 필자가 베트남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멘토가 연수생 4명과 만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엄청난 지적 호기심과 돈을 버는 이유


▎GYBM 베트남 연수생들이 머무는 현지 연수관 전경.
미얀마·인도네시아 GYBM도 베트남처럼 언어 교육이 중심이다. 이미 3기째다. 두 나라의 1년 연수생은 각각 20명이다. 지금까지 각각 45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현지에서 일한다. 미얀마 현지의 오주석(吳珠錫) 교육팀장에게 현황을 물어봤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전자·봉제 등의 차기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얀마입니다. 미얀마는 장기간에 걸친 군부정권의 폐쇄정책으로 경제가 추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미얀마는 ‘황금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땅입니다. 특히 인접 거대시장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저임금의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해 노동집약산업의 투자지로 부상했습니다. 2015년 11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정권을 잡으면서 군부에서 민간정부로 이양됐고, 정치적 개방화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장기간의 경제제재를 해제하면서 전 세계 기업이 앞다퉈 미얀마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급증하면서 실질경제성장률도 6.9%에 달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의류·봉제 등을 주축으로 200여 기업이 진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진출에 필요한 젊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얀마 GYBM은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10년 뒤 미얀마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의도하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베트남·미얀마·태국과 더불어 동남아시아 전체가 한국의 내일을 짊어질 21세기 생존 현장에 해당한다. 세계 인구 4위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GYBM이 전력을 쏟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GYBM 교육팀장으로 일하는 강기석(姜基奭) 씨의 말이다.

“인도네시아는 무려 1만8000여 섬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이자,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입니다. 현재 연평균 5~6%대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선진국의 생산기지 및 주요 자원의 공급국가로 지속적 경제 발전이 기대됩니다. 1980년대 이후 꾸준히 한국 기업이 진출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창업해 성장한 많은 기업이 활약 중입니다. 할랄(Halal)로 대표되는 이슬람문화권인 인도네시아 시장은 향후 서아시아권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구 2억 5000만 명의 내수시장을 자랑하지만 납세부담률은 15% 미만입니다. 성장 잠재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육이념과 현장의 시설이 아무리 훌륭해도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90여 명의 열기로 데워진 좁은 강의실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취업전선에 나선 졸업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수생은 외출이 금지돼 밖에서 만날 수 없었지만, 졸업생은 베트남식 카페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필자 역시 많이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GYBM 연수생과 취업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자는 이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첫째, 엄청난 지적 호기심이다. 뭔가 배우고 싶어 하고, 익히고 알아야겠다는 열망이 이들에게서 묻어났다. 비즈니스 영어도 익히고, 다른 나라 친구를 만나 그들의 언어와 문화도 익히고,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요리도 익히고, 베트남 저변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이 터질 듯했다. 필자를 향한 질문들도 질적, 양적 수준이 거의 폭발적이다. 국내 어디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배움의 열망을 멀고 먼 베트남 하노이에서 피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는 창업해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다. 돈을 펑펑 쓰면서 즐기자는 목적이 아니다. 기업을 통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현지에 공헌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충만해 있다. 50대의 필자 세대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가졌던 세계관이다. 나누는 경제, 함께 누리는 풍요라는 식의 접근이다.

원대한 세계관과 꿈, 시대착오적 나라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현지화 제1의 조건으로 언어와 문화 습득을 꼽는다.
셋째는 여행에 관한 갈망이다. 2년여에 걸친 강의를 통해 알았지만, 연수생들 가운데는 대학 재학 중 해외여행이나 유학 경험을 가진 사람이 90%나 됐다. 젊은 시절 가슴에 새겨진 새롭고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은 일생 동안 지속된다. 외국에서의 취업을 통한 인생 전환이란 사실 자체가 여행으로서의 삶을 재확인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대한민국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신세대가 2030 세대인 듯하다.

이들의 원대한 세계관과 꿈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 나라가 현재의 한국이다.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이 그들을 부르기 전에, 그들이 동남아시아로 달려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이 같은 터전과 환경을 조금만 마련해줘도 엄청난 결과와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세대가 바로 2030 세대다.

연수생·취업생 인터뷰 | 왜 한국인이 밖에만 나가면 힘을 얻고 신나게 일하는가


▎GYBM 베트남 5기 연수생들. 이들 중에서 ‘제 2의 김우중’이 나올 수도 있다.
아래의 글은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2030 세대의 현지 리포트다. 전부 10명으로, 연수생이 7명, 취업생이 3명이다. 그들의 세계관을 통해 왜 한국인이 밖에만 나가면 힘을 얻고 신나게 일하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한국의 미래가 왜 청년들에게 있는지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로 GYBM이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연수생 인터뷰


김민규(27, 생물학 전공) - 남들을 ‘초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미래 모델: 월트 디즈니. 디즈니는 전 세계 남녀노소의 감성을 관통하는 킬러 문화 콘텐트를 만들어냈다.

꿈: 세계인들의 감성을 아우르는 온전한 나만의 콘텐트를 창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미키 마우스를 보고 디즈니를, 애플 로고를 보고 잡스를 금새 떠올리는 이유는 그 콘텐트들이 사람들의 감성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휩쓸리지 마라. 대세가 정해놓은 ‘모범답안’에 삶의 철학과 꿈을 끼워 맞추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들과 ‘경쟁’하기보다, 남들을 ‘초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자.

베트남에서의 사명: 베트남엔 성장의 파도가 일고 있고, 난 지금 ‘right place, right time’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지금부터 5년 이내에 구체적 성과를 꼭 낼 것이다.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제가 태어난 이후 저는 할머니를 포함해 부모님으로부터 끊임없이 ‘받는’ 삶을 살았습니다. 조건 없이, 아낌없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성원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잘 살았다고 확신합니다. 이 은혜 평생 절대 못 갚겠지만, 베트남에 와 있는 지금부터는 할머니와 부모님께 ‘드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태환(27, 러시아어 전공) -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도전

미래 모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내 성공 비결은 가난·병약·배우지 못함이었다”고 말하며,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형 기업인.

꿈: 노벨 같은 글로벌 기업가가 되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2045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싶다. 디지털 아동도서관을 동남아시아 전역에 건립하고 싶다.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취업만 보지 말고 세계로 시선을 넓혀 도전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베트남에서의 사명: 베트남과 대한민국은 우호관계에 있고 문화적으로도 동질성을 많이 느끼는 사이다. 베트남인들을 가볍게 대한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뇌리에 새기자.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베트남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한결같이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시는 부모님께 지금까지 그래왔듯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아영(33, 식품공학 전공) - 기회는 간절히 바라고 찾는 사람에게


미래 모델: 특별히 없다. 모델을 두기보다 독서나 모임을 통한 직간접 경험이 인생의 방향이 된다.

꿈: 꾸준한 호기심과 관찰로 얻은 지식으로 10년 이내에 나의 아이템을 찾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며 그들과 함께 생활할 것이다.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기회는 간절히 바라고 찾는 사람에게 온다. 모두 원하는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닌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나만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에서의 사명: 내가 베트남에서 일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사명이다.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어렸을 적부터 저에게 보여주셨던 성실한 모습과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여 지금의 저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사회에서도 잘 적응하여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신태호(36, 경영학과 전공) - 절대 흔들리지 말자. 아무리 우리를 흔들어도


미래 모델: 누구를 닮기보다 지금보다 용기를 내고, 노력을 쌓아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을 뿐이다.

꿈: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세상은 참 복잡하고, 바라는 것도 많다. 그래도 흔들리지 말자. 아무리 우리를 흔들어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자. 우리의 후배들에게, 자식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자.

베트남에서의 사명: 일단의 목표는 창업이므로, 적어도 우리 회사의 직원들만큼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100명의 직원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은 너무 큰 꿈일까?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여기 베트남 생활은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공부만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하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보람차게 보내겠습니다.

이재남(33, 전자공학 전공) - 쉬어가도 좋으니, 포기하지 말고


미래 모델: 베트남에서 존경받는 최초의 외국인이 되고자 한다

꿈: 베트남에서 내 사업을 일구고, 그걸 바탕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기여하고, 베트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외국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어려운 현실 속에도 항상 기회는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흐름을 냉철히 바라보고, 원하는 방향을 찾아 한 발씩 꾸준히 나아가자. 쉬어가도 좋으니,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이끌어 가자.

베트남에서의 사명: 현재 베트남은 숙련된 인력과 경험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브랜드 가전회사를 세워 베트남 사람들의 삶에 녹아 드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늘 두 분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들이 먼 타국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늘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또 멋있는 한 인간으로 살겠습니다.

이지선( 26, 불어불문학 전공) - 내가 변하면 바뀐다


미래 모델: 힐러리 클린턴. 세계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

꿈: 베트남과 유럽에 걸친 글로벌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베트남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명한 아내, 지혜로운 어머니, 보은하는 딸과 손녀가 되는 것이다.

한국 친구에게 던지는 메시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내가 변하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상황을 탓하기보다 행동을 바꾸고 새로운 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상황은 내가 하기에 따라 바뀐다.

베트남에서의 사명: 일자리 창출과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싶다. 베트남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어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장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일을 결정하기 전 부모님께 조언을 구할 때면 항상 듣는 답이었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남들과 나눌 줄 아는 지선이가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김도웅 (30, 경영학 전공) - 청춘이라면 인생을 투자해볼 것


미래 모델: 정주영 현대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꿈: 미얀마에 오기 전에는 막연히 성공하기, 돈 많이 벌기가 꿈이었던 것 같다. 미얀마 경제에도 좋은 역할을 해 세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한국 친구에게게 던지는 메시지: 한국에서의 10년 후를 생각하면, 이곳 미얀마에서 어렵고 힘들어도 일하련다. ‘성공’과 ‘기회’에 대한 열망이 있고, 손해 볼 것 없는 청춘이라면 인생을 투자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미얀마에서의 사명: 국제 기준과 규격에 맞도록 운영하는 전문 관리인이 되는 것이 1차 사명이다. 나중에 미얀마 경제와 함께 공생하며 성장하는 기업인이 되는 것이 2차 사명이다.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어머니, 아버지. 작은아들 미얀마 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셔요. 얼른 열심히 돈 많이 벌어서 여행도 많이 보내드리고 호강도 시켜 드릴게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취업생 인터뷰


이남오 - 작은 정책 하나가 나비효과를

자기소개: 특수장갑·의류 생산업체 중간관리자로 일하며 1200명의 베트남 직원을 상대한다.

베트남에 온 계기: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공업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업무 프로세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임금 대비 물가를 고려했을 때 유리한 점이 많아 베트남을 선택했다.

취업 후 변화: 학생시절 바라보던 회사생활과 현업에 근무하면서 본 회사생활 간 차이점을 알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작은 정책 하나가 나비효과를 통해 기업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꿈: 개발도상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진정한 프로가 돼서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 활용 가능한 노하우를 체득하고 싶다.

부모님에게 전하는 편지: 자식을 위해 젊은 시절을 희생하신 부모님, 제대로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들을 믿어주시고 가는 길마다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어디에서도 자신 있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어떠한 선택의 기로에 있더라도 그 선택을 결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타인이 부러워하는 길보다 나만의 길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김동후 - 인생 목표와 가치관을 갖다

자기소개: 토양에 석회질이 많은 베트남에 정수기를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에 오게 된 동기: 해외 인턴십을 통해 베트남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경제와 상대적으로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베트남 시장이 매력적이어서 이곳에 왔다.

취업 후 변화: 베트남에서 영업팀장직을 맡으면서 자신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시련의 순간도 많았지만 흔들리지 않을 인생 목표, 가치관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꿈: 소비자에게 이타심을 심어주어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부모님에게 전하는 편지: 넓은 세상에서 이치를 배우며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믿고 사랑해주신 마음에 보답하며 사회에 보다 유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좀 더 넓은 세계로의 진출은 다채로운 경험과 시야를 갖게 한다. 해외에 있어도 목표 없이 타성에 젖는 생황을 하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힘들다.

조성현 -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


자기소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나이키 신발 전문 제조업체 PPIC(생산계획)부서에서 근무한다.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동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산대 강연을 듣고 결심했다. 당시 강연과 설명회를 통해 해외취업이 국내취업보다 더 많은 기회가 됨을 깨달았다. 결국 선택은 옳았다.

취업 후 변화: 비록 인턴 신입사원이지만 부서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지는 방법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또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내 미래의 모습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동남아 어딘가로 넓어지고 있다.

꿈: 신발업계의 총괄관리자(GM)로 성장하는 게 꿈이다.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Attitude is everything.’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생활이 항상 즐겁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 태도로 근무하고 저의 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 글·사진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박스기사] 3개국 GYBM 교육팀장의 메시지


베트남 GYBM 성 강민 교육팀장 / 매의 눈과 개미의 눈을 동시에 가져야

‘GLOBAL’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것은 ‘경험삼아’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이 힘들어서 또는 경험삼아 해외에 취업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경험삼아 살아본다는 말과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히 젊은 청년에게 주어진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청년은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매의 눈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개미의 눈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미얀마 GYBM 오주석 교육팀장 / 맨발로 와서, 맨발의 감촉을 느껴야


미얀마에는 아직도 맨발로 다니는 분들이 많다. 1㎝의 얇은 슬리퍼도 즐겨 신는다. 많은 미얀마인들과 함께 맨발의 감촉을 느껴야 한다. 무언가를 가져가야겠다, 벌어야겠다는 생각 이전에, 그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 차근차근 맨발에서 1㎝의 슬리퍼, 나이키 운동화까지 신발을 바꿔 신겠다는 의식을 가지길 바란다. 그렇다면 미얀마에서 5년 뒤 10년 뒤에는 자랑스러운, 성공한 대한민국인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GYBM 강기석 교육팀장 / 단체생활, 자치회 활동, 문제해결능력


처음부터 나의 미래와 비전을 한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생각의 폭을 넓게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성공의 열쇠가 동남아시아에 있다.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미 정해진 답, 누구나 다 아는 것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다. 점수와 순위로 매겨지는 경쟁보다 각자의 다양한 개성과 장점이 모여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팀워크가 더 절실하다. 이런 면에서도 GYBM 과정에서의 단체생활이나 자치회 활동, 문제해결능력과 연습이 한층 더 중요하다.

201701호 (2016.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