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고발취재] 5년 새 11배 성장 짝퉁산업, 불황 먹고 ‘쑥쑥’ 

“하자가 있다고요? 새 것으로 교환해드립니다!” 

박재원 서울경제 기자 wonderful@sedaily.com
특허청 단속된 수치만 2011년 85억5000만원에서 2015년 976억5000만원 규모로 ‘급증’…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오픈마켓 활성화도 짝퉁 붐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돼

특허청이 2015년 압수한 이른바 짝퉁상품을 정품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2011년에 비해 11배로 늘어난 수치다. 특허청의 위조상품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압수된 물품을 정품가액 기준으로 보면 2011년, 85억5000만원에서 2012년 246억7000만원, 2013년 567억2000만원, 2014년 880억8000만원, 2015년 976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위조상품 적발 건수가 늘어난 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 활성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루이비통과 샤넬 등 시가 3200억원대의 유명 상표를 위조·유통해온 일당이 특허청 상표권 특별사법경찰에 지난 3월 31일 검거됐다. 3200억원은 금액 기준으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창설 이후 최대 규모 단속이다. / 사진·중앙포토
“짝퉁이 진품보다 낫다.”

연매출 5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이끄는 마윈(馬云) 회장의 이 발언에 명품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 회장은 지난 6월 14일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요즘 짝퉁은, 가격은 물론 품질 면에서도 진품보다 낫다”며 “단지 브랜드가 있고 없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물론 마 회장의 파격 발언에는 그동안 갈등을 겪었던 명품업체들에 대한 보복심리 등 여러 가지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짝퉁상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짝퉁에 속고 사는 시대’가 아닌 ‘짝퉁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짝퉁시장이 확대된 것은 ‘짝퉁의 격’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짝퉁시장에는 누가 봐도 확연히 구분되는 ‘저질 상품’ 대신 진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이른 바 ‘A급 상품’이 판친다. 품질뿐 아니라 오프라인 위주였던 유통방식 또한 온라인 사이트로 무대를 옮기며 단속 자체가 더욱 힘들어졌다.

짝퉁을 구매하는 패턴도 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짝퉁 사기가 문제지만, 진품처럼 위장한 짝퉁을 속아 사는 사례 대신 진품 같은 짝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전자제품 등 종류도 다양해져


직장인 이지훈(34) 씨는 최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짝퉁 ‘프라다’ 선글라스를 구매했다.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싶진 않았다. 5분의 1 가격으로 선글라스를 장만한 그는 착용한 후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씨는 “명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으면서 과시하기 위해 짝퉁을 구입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제품 품질에 불만이 없다면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짝퉁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얇아진 지갑 탓에 고가 제품을 사는 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짝퉁상품 판매업자가 손님과 카카오톡으로 거래하는 화면. 갈수록 수법이 첨단화되면서 당국의 단속도 쉽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경찰·특허청 등이 2015년 압수한 짝퉁 상품은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짝퉁제품을 정품 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은 2011년에 비해 11배로 폭증했다.

특허청의 위조상품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짝퉁 명품가방 등 압수된 물품은 2011년 2만8589점, 2012년 13만1599점, 2013년 82만2370점, 2014년 111만4192점, 2015년 119만7662점으로 매년 급증했다. 적발 물품 수로 따져보면 지난 5년 새 47배로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압수된 물품은 정품 가격으로 각각 85억5000만원, 246억7000만원, 567억2000만원, 880억8000만원, 976억5000만원에 해당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위조상품 적발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과거 이태원·동대문 등 일부 거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판매가 최근 온라인 유통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점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짝퉁시장이 커지면서 거래되는 품목도 다양해진다. 과거부터 성행하던 의류·가방·시계 등 패션 상품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의약품·자동차부품·전자제품·세제 등 정품으로 둔갑한 짝퉁상품이 최근 몇 년 새 새롭게 등장했다.

실제 자동차부품은 지난 2014년 특허청이 적발한 위조상품 단속 현황에 이름을 올렸다. 적발된 제품은 정가기준으로 302억원 규모다. 또한 2015년 건강식품(630억원), 전자담배(2000만원), 전자제품(3억5000억원), 세제(4억5000만원) 등이 특허청의 수사망에 걸렸다.

단속에 걸린 짝퉁제품 순위는 해마다 바뀐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산 홍삼 브랜드인 ‘정관장’이 해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제치고 적발 순위 1위에 올랐다. 국산 홍삼제품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관련 위조품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2015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위조상품 적발현황’에 따르면 정품가액 기준으로 2015년 1~7월 기준 위조상품 적발 규모가 가장 큰 브랜드는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이었다. 압수된 제품만 총 652억 5000만원에 달한다.

정관장에 이어 화장품 브랜드 ‘헤라’는 86억60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과거부터 대규모로 유통돼온 ▷루이비통(68억4000만원) ▷샤넬(12억8000만원) ▷구찌(6억 5000만원)가 3~5위에 올랐다. 이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는 지난 2013~2014년만 해도 각각 위조 상품 적발 1~3위(정품 가액 기준)를 기록해왔다.

홍 의원은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의 경우에는 정품으로 위장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은 정품으로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압수된 정관장의 경우 로고·바코드는 물론 품질보증서까지 정교하게 모방해 전문가들조차도 짝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락도 판매도 카톡으로, 갈수록 진화하는 유통


▎대구에 있는 짝퉁 명품 레플리카(replica) 판매점. 진품보다 질은 낮으나 가격이 저렴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다. / 사진·중앙포토
건강식품업체 A사는 지난해 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품 패키지(포장)를 정품처럼 감쪽같이 제작할 수 있는 기계가 중국으로 수출되기 직전 단속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짝퉁상품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데다 그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만약 이 제품이 바다 건너 중국으로 넘어갔다면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정품과 짝퉁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패키지 특정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인데 만약 이 기계가 수출됐더라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짝퉁 제작자들의 실력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진품과 유사한 제품일수록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반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거래량은 늘어난다. 유통 수법도 갈수록 치밀해져 단속 그물망에 쉽게 걸려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수사기법도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 특허청은 온라인을 통해 짝퉁 거래가 점차 늘어나자 올해 초 ‘온라인 추적 전담반’을 새롭게 꾸려 ‘짝퉁 온라인 판매’ 소탕에 나섰다.

실제 지난 3월에 검거된 국내 최대규모의 짝퉁 판매 일당은 인터넷 카페나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제품을 유통했다. 이들은 친인척 등의 명의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은밀히 연락하는 등 단속을 피해왔다.

온라인으로 짝퉁을 거래할수록 단속반의 검거율은 공들인 시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판매되는 사이트가 허위 주소로 등록돼 있거나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한 곳이 많아 수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잡힌 일당은 사무실 인근에 물품창고를 운영하면서 중간 판매업자에게 택배로 물건을 배송했다. 일당으로부터 위조상품을 공급받은 전국의 20여 개 도·소매업자들은 인터넷 카페 및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유통했다. 일부 판매업자는 대범하게 고객이 선택 구매할 수 있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위조상품 15만여 점(정품시가 3200억원)을 유통·판매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고급 빌라에 살면서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

짝퉁시장이 확장되면서 황당한 사례도 적잖게 적발되고 있다. 1000억원대 명품 짝퉁 시계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다 적발된 B업체는 고객들에게 제품 A/S까지 해주는 대범함을 보였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들은 짝퉁 ‘롤렉스’ 시계 등을 1개당 5만~10만원을 받고 1500여 점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1억 5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미처 팔지 못한 6000여 점을 창고에 보관해왔다. 단속을 피해 치밀한 유통수법을 사용한 것은 물론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사후 새 것으로 교환해주는 등 고객관리에도 신경을 써왔다.

사설 단속업체가 적발한 짝퉁 판매업체를 경찰에 신고한 뒤 제품을 빼돌린 일도 있다. 이들은 위조상품을 판매한 일당을 추적해 ‘위조 상품 보관창고’가 없는 경찰서에 신고한 후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압수된 짝퉁제품을 빼돌려 되판 것으로 알려진다.

특허청 관계자는 “짝퉁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오프라인 창고에 보관하며 판매하던 업체들이 한번 단속에 걸려들어 제품을 압수당할 경우 큰 경제적 타격을 입기 때문에 소량 생산, 소량 보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수법이 갈수록 대범해지고 교묘해져 단속방법도 이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냄새 맡고, 숨겨진 홀로그램 살펴야


▎지난 1월 28일 인천 중구 인천세관 압수창고에서 세관 관계자가 위조 비아그라를 살펴보고 있다. 관세청이 최근 3년간 적발한 4000만 점의 품목 중 비아그라(적발 금액·수량), 삼성 휴대폰 관련제품(적발 건수)이 1위를 차지했다. / 사진·뉴시스
억울하게 제값을 주고 짝퉁을 구매하는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육안으로 쉽게 구별 가능한 허술한 제품도 더러 있지만 위조 지폐를 불빛에 비춰 확인하듯 소비자들도 이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2015년 짝퉁 품목 1위에 오른 ‘정관장’의 경우 포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품과 위조품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짝퉁 상품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뿌리삼 상품의 경우 포장에 그려진 그림이나 회사 로고, 생산연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KGC 인삼공사 관계자는 “뿌리삼 제품의 경우 패키지에 신선도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짝퉁과 정품의 그림에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짝퉁의 경우 KGC 인삼공사의 로고가 없거나 패키지 하단에 새겨진 생산연도, 생산자 등이 누락돼 있어 이것을 확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왼쪽은 LG전자 G3 정품, 오른쪽 중국 짝퉁 스마트폰. 짝퉁도 외관은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지만 기기를 열어보면 저가 메모리·배터리 등을 사용해 조잡하게 조립됐음을 알 수 있다. / 사진제공·LG전자
가짜 제품이 대량 유통됐던 아모레퍼시픽 ‘쿠션형 파운데이션’의 경우 경첩의 연결핀이나 제품에서 나는 향을 통해 구별이 가능하다. 경첩 연결 핀에 구멍이 있으면 정품, 구멍이 없는 경우 짝퉁일 확률이 높다. 또 정품은 유자향이 섞인 청량감 있는 냄새가 나는 반면 가품은 진한 화장품 냄새만 풍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짝퉁의 색이 정품보다 진한 것도 차별 점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장난감 ‘터닝메카드’는 짝퉁 제품에 KC인증마크와 자율안전확인 신고필증이 부착돼 있지 않다. 아울러 위조상품 패키지 디자인이 터닝메카드 정품과 비슷하더라도 카드에 표시된 상표가 터닝메카드가 아닌 변신 미니카로 돼 있어 구분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이 밖에도 정품에는 손오공 홈페이지 주소와 소비자 상담실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블루다이아몬드’를 운영 중이다. 비아그라 정품은 언뜻 파란색으로 보이지만 45도 각도에서 보면 보라색으로의 변하는 로고 홀로그램을 적용한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위조하는 사례가 늘면서 진품인지 확인 가능한 사이트를 개설했다. 제품 패키지에 부착된 스티커의 스크래치(scrach)를 제거하면 나타나는 고유번호를 사이트에 접속해 입력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이데나’ 역시 제품에 홀로그램을 넣었다. 홀로그램은 세계지도와 ‘자이데나(Zydena)’의 영문 이니셜인 ‘ZY’가 겹쳐 보인다. 명품 브랜드 샤넬도 짝퉁 피해를 막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짝퉁 구별법을 소개한 바 있다. 샤넬 핸드백 정품은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고, 박음질이 어느 방향이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핸드백 내부에 있는 고유번호 라벨로도 위조품 구별이 가능하다. 시계 역시 짝퉁의 경우 고유의 일련번호가 없거나 제품에 반사방지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알더라도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체가 직접 나서 짝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짝퉁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알리바바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위조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또 알리바바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 중인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위조품에 대한 정보 조사·감독을 강화한 상태다.

- 박재원 서울경제 기자 wonderful@sedaily.com

/images/sph164x220.jpg
201701호 (2016.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