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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문학, 이제는 세계로] 글로벌 시장, 어떻게 나아가나 

번역도 비즈니스 은둔형 작업으론 안 된다 

이구용 출판기획자·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
콘텐트의 우수성, 대중적인 코드를 동시에 만족해야…최고 번역가를 확보하는 것이 역시 가장 중요한 과제

번역자들도 비즈니스맨의 감각을 갖춰야 한다. 출판저작권 에이전트, 출판사 편집자, 저자와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문학작품의 해외 진출작업은 종합예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컬래버레이션에 전략의 방점이 찍혀야 성과를 낼 수 있다.


▎2014년 4월 미국 뉴욕의 저작권 대리인 바버라 지트워와 책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이 만났다. 표절 문제로 좌절을 맛본 신경숙은 한국 문학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데에는 큰 공을 세웠다.
한국문학은 대략 1990년대를 전후하여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서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당시까지만 해도 특히 영미 유럽권역에서의 한국문학 번역 출판은 대부분 각 언어권 출판시장에 근거한 산업적인 교류나 거래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다. 양측 간 정책적 문화소통 내지는 문화교류 차원 맥락에서 진행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여러 언어권에서 시와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이 번역출간은 됐어도 해외 현지 출판시장에서의 독자 저변 확대는 한계가 있었다. 현지 출판시장에서 검증되어 인정받는 유능한 역자가 부족했던 것도 그간 한국문학 번역이 지닌 한계 중 하나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5년에 이르러 한국문학이 공공기관이나 번역지원재단 등이 이끈 사업이 아니라, 해외 출판시장 현장에서의 출판 실무자들이 주도한 산업적 거래에 근거한 번역판권 진출이 시작된 것이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가 그 신호탄이었다. 그렇다면 한국문학 번역판권 진출 및 출간은 어떤 경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2016년 한 해 한국문학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글로벌 무대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이후 가장 큰 성과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2년 봄 신경숙은 세계적 권위의 맨아시아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작가로서도 최초 수상이었다. 지금까지 35개 나라로 번역판권이 팔렸고, 세계 여러 나라 수많은 유력 언론매체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신경숙의 저력이 본격 해외진출의 동력


▎2015년 10월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무대인 전라북도 군산을 찾은 번역아카데미 수강생들. 출중한 번역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작업이 한국문학 세계화의 관건이다. / 사진· 오종찬 프리랜서
신 작가는 당시 뉴욕과 워싱턴 D.C.를 포함 미국 주요 대도시 작가 투어 및 강연, 유럽 8개국 주요도시 작가투어를 하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세계 각 도시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문학축제에도 초대돼 자신의 문학세계는 물론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을 현지 독자와 공유하는 기회를 누렸다. 드디어 한국문학이 글로벌 무대에서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국문학이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최초로 입증시킨 사례다.

2013년 등장한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은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지금까지 29개 나라로 판권이 팔리는 가운데 <엄마를 부탁해>의 뒤를 이어 한국문학의 명성과 저력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자리매김한 황선미의 이 작품은 미국에서 ‘이달의 아마존도서’, 영국에서 워터스톤즈서점 베스트셀러인 동시에 워터스톤즈 북클럽 선정 ‘이 달의 도서’ 목록에 올랐다. 영국 전역에 걸친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 ‘독립출판사 출간 톱10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고, 영국 출판전문지 북셀러가 선정한 ‘올해의 도서’로도 선정됐다. 폴란드에서는 자국작가 및 해외 작가 번역서를 포함하여 ‘2013년 최고의 아동도서’로 선정되어 문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1월과 2016년 2월엔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출간됐고, 지난 5월 이 작품은 마침내 맨부커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하면서 세계 출판시장에서 한국문학의 입지를 더욱 다졌다. <채식주의자>는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 10’, <타임>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각각 선정됐고, 영국에서도 <더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각각 선정되는 등 큰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번역판권은 12월 초 현재 36개 나라로 진출했고, 그의 또 다른 소설인 <소년이 온다(Human Acts)>는 18개국으로 판권이 팔렸다.

신경숙·황선미, 그리고 한강 외에 반드시 살펴야 할 사례가 더 있다.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 tion)>은 2015년 영국에서 한 해 동안 번역출간된 해외 소설문학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인 ‘인디펜던트 해외문학상(Independent Foreign Fiction Prize)’ 후보에 올랐다. 그간 이 상의 후보에 올랐던 한국 작가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있었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작품성과 대중성이 완벽히 결합된 소설’이란 평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15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고, 흥미롭게도 이 소설은 한국어판 출판 이전의 원고상태에서 영미권을 포함하여 유럽 등 모두 5개 나라로 판권이 팔리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정명의 또 다른 소설 <천국의 소년(The Boy Who Escaped Paradise)>은 2016년 12월 20일 미국에서 출간돼 본격적으로 현지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정유정의 <7년의 밤(7 Years of Darkness)>은 독일어권 유력 매체 <디 자이트:Die Zeit> 집계 ‘2015 올해 최고의 범죄소설 톱10’에 오르며 본격문학 외에 한국 장르문학 분야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바로 2016년 9월엔 프랑스 ‘코냑(Cognac)도서전’ 선정 ‘2016 해외 최고의 추리소설 톱10’에 올라 거듭 그 저력을 과시했다.

정유정의 최신 장편소설 <종의 기원(Beautiful Demon)>은 또 2016년 9월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펭귄북스를 비롯, 영국·이탈리아·독일·프랑스·인도네시아 등 현재까지 벌써 6개 나라로 번역판권이 팔렸다. 김언수의 장편소설 <설계자들(The Plotters)>은 지난 8월 프랑스에서 ‘2016년 추리문학 그랑프리’ 최종 경쟁 후보작에 올랐고, 문학출판의 명문인 호주의 텍스트(TEXT)출판사로 판권이 팔려 영어판을 통해 세계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편혜영의 <재와 빨강(Ashes and Red)>과 <홀(The Hole)>은 2016년 봄 두 작품의 영어판권이 동시에 미국의 한 출판사에 팔려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투북딜(two-bookdeal)’의 사례를 이끌어냈다.

해외 출판환경에 어울리는 작품 발굴이 우선


▎두 개의 작품이 동시에 미국의 한 출판사에 팔려 한국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투북딜(twobook- deal)’의 사례를 이끌어낸 소설가 편혜영.
<홀>은 2017년 8월에, 그리고 <재와 빨강>은 2018년 가을 이태 연속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Our Happy Time)>은 영국과 미국을 비롯 15개 언어권에서 번역 출간돼오고 있으며, 특히 대만에서는 이 작품과 함께 <도가니(The Crucible)>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각각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이슈까지 이끌어내는 등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 제작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상태다.

한편, 북한에서 현역작가로 활동 중인 반디(필명)의 소설집 <고발>은 현재 20개 나라 18개 언어권으로 판권이 팔렸다. 오는 3월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번역출판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데로라 스미스 씨의 번역으로 나오게 될 이 소설집은 2016년 12월 현재 프랑스·포르투갈·일본 등에서 출간됐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해외 도서에 대한 번역 출판물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중 해외문학 비율은 단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 비율을 뚫고 미국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업이다. 얼핏 보기에도 한국문학보다는 유럽 중심의 메이저 언어권 문학번역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보인다. 그러나 해외출판물 비중이 낮더라도 성공 가능성을 갖춘 책은 국적 불문하고 그 1%의 관문을 통과한다.

전 세계 출판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이 예견되는 책을 보고 출신 국적을 운운하며 그것을 무시하고 외면할 강심장을 지닌 출판인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지닌 책은 영미권은 물론 어떤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영역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과 책이 담고 있는 콘텐트의 완성도다. 콘텐트의 우수성만을 내세우는 것도, 대중적인 상업적 코드만을 내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두 가지 덕목을 지닌 책을 기획, 발굴해야 한다.

핵심 골격은 발굴, 유통, 그리고 번역이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결실을 보기는 어렵다. 먼저, 해외 출판환경에 어울리는 작품 발굴이다.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신속히 읽어내야 한다.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그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불과하다. 팔고 싶은 상품을 팔고자 애쓸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에서 사고 싶은 상품을 발굴하여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각 시장에 대한 사전 마케팅 조사는 필수다. 이것을 작가가 할 수는 없다.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나 출판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번역의 문제로 진출 실패한 사례 많아


해외 독자들은 자국 작가가 내지 못하거나 내지 않는 목소리를 지닌 해외작품, 저자가 속한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현실을 개성 있게 담은 작품을 원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항을 담되 작품 내용이 보편성이 있어 사전지식이나 정보 없이도 읽고 즉각적으로 소화하여 흡수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바로 보편성과 대중성이다. 여기에 현지 작가 작품들과 경쟁할 수 있는 예술적 완성도를 지녀야 한다. 해외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보이기 위한다는 전략으로 작품의 배경을 해외로 설정하고 등장인물까지 현지 식으로 붙이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국 콘텐트를 기대하고 한국문학을 손에 든 그들에게 그런 작품은 매력이 없으며, 그런 소설은 이미 현지작가의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전략의 골격은 유통이다. 발굴한 우수 콘텐트를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최상의 조건으로 공급하는가다. 한국 출판시장에선 여전히 해외 출판저작물 수입비중이 압도적이다. 국내 출판사들은 자사 도서의 번역판권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해외 출판사의 저작권 담당자나 에이전트들과 주로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다. 정작 한국문학 등을 검토하고 수입을 결정하는 편집자들과의 교류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영미유럽에서는 주로 편집자가 자신이 원하는 책에 대한 수입 여부를 직접 판단한다. 그래서 그 시장으로 저작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대 출판사의 편집자와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단시간 내에 그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대안 중 하나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에이전트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이다. 영미유럽 출판시장에서 상당수 유명작가의 작품 소개와 판권 유통을 포함한 업무는 에이전트들의 몫이다. 한 작품에 대한 최상의 판권 딜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편집과정에서부터 세일즈에 이르기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찾는 것 또한 에이전트들의 몫이다. 그래서 판권 유통은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역자 선정과 최상의 질을 담보한 번역이다. 원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번역이어서 그렇다. 실례로, 계약 진행 중 원작 문제가 아닌 번역상의 이유로 작품을 되돌려받은 사례가 종종 있다. 준비한 영어번역(견본) 원고가 유려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에서다. 원작이 아무리 훌륭해도 번역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판권 세일즈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역자 선정 이전에 의뢰하고자 하는 역자가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일환으로 역자에게 정식으로 번역을 의뢰하기 전에 사전 양해를 구하고 10쪽 안팎 분량의 영문번역을 요청한다. 번역원고의 질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번역원고에 대한 의견은 영미권 에이전트나 편집자에게서 듣는다. ‘엑설런트’라는 평가가 나오면 그때 정식으로 50∼100쪽 분량의 영문 샘플번역을 해당 역자에게 의뢰하고, 그 번역된 원고를 받아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현지 출판사에 해당 작품을 소개하고, 판권계약 관심유무를 타진한다. 원작과 번역원고가 모두 흡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그때 정식으로 계약단계로 진입하고, 이어 판권을 확보한 현지 출판사 편집자는 그 역자에게 원작 전체의 번역을 정식으로 의뢰한다.

최상의 번역가 지속 발굴해야 성공 이끌 수 있어


▎최근 장편소설 <종의 기원(Beautiful Demon)>을 펴낸 작가 정유정. 미국의 펭귄북스를 비롯, 영국·이탈리아· 독일·프랑스·인도 네시아 등 현재까지 6개 나라로 번역 판권이 팔렸다.
한국 독자들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아울러 역자 데보라 스미스 씨의 번역을 통해 번역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역자가 문학상을 함께 수상한 예는 사실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사례는 2012년 3월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이 작품이 해외에서 맨아시아문학상을 받을 때도 저자 신경숙과 역자인 김지영 씨가 함께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지영 씨는 이 작품 번역 이전에 이미 이동하·김영하·조경란 등의 소설을 번역했다. 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이정명과 황선미 등의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오고 있다.

여기에 소라 김 러셀 씨가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I’ll Be Right There)>,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Our Happy Time)>, 그리고 편혜영의 <홀(The Hole)> 등을 비롯하여 여러 작가의 작품을 번역해오고 있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전승희 씨가 맡아서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인정하는 역자들이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훌륭히 번역하여 해외에서 출간되는 데 기여한 역자가 여럿 있다. 그러나 한국문학을 비롯하여 또 다른 분야의 한국 출판저작물을 번역할 수 있는 더 많은 유능한 역자 발굴 및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의견을 제안한다.

하나는 역자들에게 전하는 제안이다. 영어번역자는 물론, 각 언어권 역자는 출판저작권 에이전트, 출판사 편집자, 그리고 저자 등과 각각 지속적이면서도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출판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과 견고한 관계를 구축한 가운데 꾸준한 소통이 있어야 즉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번역출판 플랜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야 더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제안 하나는 번역자 양성 아카데미의 탄력적인 운영 시도를 제안한다. 번역에 관심 있는 인재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거기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어 이해와 구사는 부족하지만 영어 표현력이 뛰어난 인재, 한국어 이해와 구사는 뛰어나지만 영어 표현력이 부족한 인재, 그리고 한국어 이해와 영어 표현력이 모두 뛰어나지만 번역 경험이 없어 기본적인 스킬 정도만 필요로 하는 인재 등으로 각각 구분하고, 각 분류 그룹에 필요하고 어울리는 정보와 스킬을 전략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은 크게 상승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무에서 유를 이끌어낸 것과 같다. 그만큼 글로벌 문단에서의 한국문학의 위상과 출판산업 현장에서의 대중적 위상은 크게, 그리고 빠르게 상승하고 성장했다. 한국문학이 예술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예가 없었다면 짧은 기간 동안 현재의 위상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년 전에 한국문학을 처음 소개할 당시엔 내미는 손이 무색할 정도로 거절했던 그들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작품을 받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본격문학 대중문학 구분 없이, 아동청소년문학과 성인문학 구분 없이 균형 있게 관심을 갖고 발굴해야 한다. 훌륭한 역자를 통한 번역으로 적극적인 유통망을 통해 활발히 진출한다면 향후 10년 내에는 또 다른 멋진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 없이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구용 - 1995년에 출판저작권 에이전시에 에이전트로 입문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문학 해외진출을 위해 일했다. 그간 신경숙·한강·황선미·이정명·조경란 그리고 편혜영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해외에 진출시켰다. 현재 출판기획사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로 있으며, 저서로 <소설 파는 남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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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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