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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 반기문과 ‘3분의 2 집권’ 플랜의 실체 

‘진보 대 보수’ 대결구도를 깨라!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潘 측근들, 분권형 다수 연합을 통한 반문(反文)전선 모색… 국가의 운용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주류 연합군’ 청사진 거론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와해된 보수진영을 복원하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다. 한국 정치판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대선 후보가 이렇게 밀리면서 시작된 대선은 처음이다. 진보진영 후보가 승리한 1997년, 2002년 대선 때도 보수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다 선거 막판에 발생한 변수에 뒤집어졌을 뿐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대선 현장을 누벼온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의 19대 대선 관전평이다.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점 찍었다. 지금은 20% 선에 묶인 그의 지지율도 같은 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정리되는 순간 확 올라가리라고 전망한다. 그는 “대선 운동장 자체가 진보진영에 유리하게 기운 적은 일찍이 내 기억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박 대표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사용화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보수진영은 거의 초토화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지고, 콘크리트 지지층은 이탈하거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주저한다. 60%가 넘는 응답자가 진보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한 <중앙일보>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보수의 주자들이 촛불민심 앞에서 맥을 못 추는 게 2017년 1월의 한국 풍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태운 비행기가 1월 12일 냉기로 가득한 한반도 상공 기류를 가르며 인천 공항에 착륙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만 해도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그는 여권의 잠룡으로 분류됐었다. 그간 지리멸렬했던 범여권도 반 총장을 구심점 삼아 결속의 기지개를 편다. 선거에 능한 보수진영의 ‘선수’들이 반 전 총장 캠프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실은 한겨울의 뚝 떨어진 수은주만큼이나 차갑다. 최근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진영 캠프에 몸담았던 한 브레인의 자조적 발언은 대선을 앞둔 여권 내면의 심리를 일부 반영한다.

“OOO도 반 전 총장 캠프에 가 있네요. △△△도 보이고. 그런데 반 전 총장은 허점이 많아서…. 보수진영도 분열돼있어 깜깜하네요.”

“문재인 집권해도 좋은 세상 만들지 못한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한 인천국제공항 청사에 몰려든 보도진과 환영객들. / 사진·전민규
선거를 해본 이들은 반 전 총장을 내세워도 이번 대선이 쉽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 안충섭 여의도리서치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대세를 장악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문 전 대표는 절대 안 된다며 투표장으로 향할 보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줄어든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균형 추가 야권으로 기울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래서 반 전 총장의 갈 길이 멀고 험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반 전 총장은 자칫하다가는 험한 꼴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에게 어떤 신념이 있거나, 되치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선택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1월 14일 충북 음성 생가 방문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들 중에는 반 전 총장에게서 독특한 의지를 느꼈다고 한다. “단단하다. 제법. 권력의지 정도가 아니라 완전 정치인 같다. 입만 열면 청산유수에 기본적으로 스킨십도 끝내준다. 친화력이 장난이 아니다. 행동을 보여주는 스타일 같다.” 이쯤 되면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반 전 총장은 마음에 어떤 ‘비장의 카드’를 품고 있는 걸까? 그가 귀국일성으로 밝힌 어젠다만으로는 그 실체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권과 기득권의 배격’ ‘국민대통합’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세대 간 갈등 종식’ 등을 역설했다. 그는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묶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나아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얻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 사진·중앙포토
각종 수사(修辭)만으로는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민심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다. 비록 ‘문재인-반기문’ 양강 구도를 만드는 데는 성공하더라도 문 전 대표를 뛰어넘을 액션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비대해진 진보와 왜소해진 보수가 대선에서 맞붙으면 결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진보의 승리가 기정사실화하면서 보수는 점점 더 패배주의의 늪으로 빨려드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선 프레임에 목말라한다.

이런 관점에서 반 전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인 김용태 의원(바른정당)이 내놓은 ‘3분의 2 집권’ 전략은 아주 특이하다. 국가의 운용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매개로 정치세력 간 연대와 제휴를 엮어낼 수 있다는 발상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가 맞서는 쟁점법안은 재적의원의 과반(151석)이 아닌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몸싸움을 일삼는 꼴불견 국회는 사라졌지만 주요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식물국회’를 불러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는 요즘 정권교체를 통해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해도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정치체제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보수가 집권해야 하는 논리와 가치의 재발견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표결된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 / 사진·전민규
국민이 보수와 진보로 절반씩 갈라진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김 의원이 내린 결론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박근혜 정부 현재까지 180석 국회법 조항과 절반으로 쪼개진 민심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법안 통과나 일처리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는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는 대한민국은 ‘비결정 불임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도자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우리 스스로 만들어놓은 정치체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는 것. “야당인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권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라고 김 의원은 반문한다.

“여기서 선택이 요구된다. 지금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보수와 진보를 방치해서 나라가 한 걸음도 못 내딛는 현실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3분의 2라는 절대다수가 집권해서 국정을 이끌게 할 것인가?”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분명해진 마당에 보수의 단독 집권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명분도 약하다. 협치, 지역화합, 분권의 큰 틀에서 사고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지론이다. 또 3분의 2라는 숫자의 집권은 기존의 ‘빅 텐트론’과 같이 단순히 권력을 잡으려는 다수파의 형성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집권의 방편이자 집권하는 이유 그 자체, 즉 가치를 담아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금 정치권은 4당, 5당 체제로 핵분열하고 있다. 따라서 노선과 배경이 상이한 이들의 연대란 결국 집권을 위한 몰가치적 권력욕의 산물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3분의 2 집권’ 플랜은 일을 하자는 세력화”라며 “설령 생각이 다르더라도 압도적 세력이 집권하면 정책을 밀고 나갈 힘이 생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후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전민규
그는 ‘비문·비박’을 기조로 하는 각론까지 거론했다. 이를테면 패권적 친문·친박, 좌편향의 정의당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만으로도 ‘3분의 2’ 절대다수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친박계를 제외한 새누리당, 바른정당, 패권적 친문계를 제외한 민주당, 국민의당, 반기문 전 총장 세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세력이 뭉치면 ‘3분의 2’는 거뜬히 뛰어넘는다. 정치는 생물이면서 상상력의 산물이다. 국가 의사결정구조를 되살린다는 명분하에 힘을 모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보와 보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가치동맹으로 가는 방편이기도 하다.”

사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바른정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추진 중인 국민주권회의 등은 반전 총장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반 전 총장도 귀국 당시 “대통합과 대타협을 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와도 만나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3분의 2 집권’ 플랜의 특징은 집권 후 역할분담 체계가 명확해진다는 데 있다. 각 정당이나 세력이 각기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국정에 참여하는 틀을 짜게 된다. 섣부른 가정이긴 하지만 김종인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민주당 내 비문세력은 경제 일반, 유승민 의원 등 비박세력은 금융·국방, 안철수 전 대표 등 국민의당은 북한·과학,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와 같은 식으로 정권을 운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협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반 총장이 귀국에 즈음해 제시한 ‘세계일류국가’로 가는 디딤돌이자 그에 필요한 권력의지를 담보하는 수단으로도 설명된다.

“반 전 총장도 이 길 외에는 달리 집권 방도가 없다”


▎충북 음성군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의 식사를 거드는 반기문 전 총장. / 사진·뉴시스
대선 당시의 각종 약속이나 각서는 쉽게 휴지조각이 되곤 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휴지조각이 된 내각제 합의각서 같은 게 대표적이다. ‘3분의 2 집권’ 플랜은 이번 대선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 바로 다음 날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다음 정부의 주인공, 즉 내각 명단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표되게 마련이다. A부터 Z까지 개별 정책을 책임질 정당과 정치지도자를 사전에 공개하고 집권과 동시에 집행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분야별로 권력분산이 이뤄지고 책임 소재도 명확해진다. 김 의원은 “판이 완전히 새로 짜이면서 대통령도 전체를 통할하기보다 자기 세력이 주관하는 분야의 대통령에 상당히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분권형 개헌의 전(前) 단계 국정운영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말 뉴욕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개헌과 관련해 “(현재의 헌법은) 1987년 개정된 것으로 우리 몸은 많이 컸는데 옷은 안 맞는 상황”이라며 필요성에 공감한 상태다.]


▎반기문 전 총장은 1월 13일 오전 귀국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 사진·전민규
정치지형상의 열세를 명분과 가치체계로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 등 보수·중도진영이 고려해 봄직한 구상이다. ‘3분의 2 집권’ 플랜이 대선에서는 후보 단일화라는 형태로 외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김 의원은 대선 행보에 나선 반 전 총장 측, 안철수 전 대표 측, 바른정당에도 이런 협력 방안을 타진해봤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반 전 총장 쪽에서 일하는 분들도 그럴 법하다며 반색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도 독자정당의 길을 걷지 않을 바에는 다른 세력을 아우르는 광폭행보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보수와 중도지대의 기존 정당,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며 세력을 키워야 하고 이는 결국 후보 간 연대인 단일화로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3분의 2 집권’ 플랜이 그 얼개 역할을 하리라는 점에서 반 전 총장 측도 긍정적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김 의원은 “반 전 총장도 이 길 외에는 달리 집권 방도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나아가 보수진영에서 이런 3분의 2 집권세력화에 실패한다면 문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진보진영에서 3분의 2 집권세력을 만들어내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못한 것을 진보 쪽에서 한다고 해도 이는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일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 행보는 김 의원이 말한 ‘3분의 2’ 집권 플랜과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극대화해 제 3지대까지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는 반 전 총장의 전략이 결국 압도적 다수의 집권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의원 180명을 모은다는 자세로 대선에 임해야”


▎지난해 12월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반기문 전 총장(왼쪽). /사진·중앙포토
반 전 총장이 전면에 내세우는 화두도 ‘통합’이다. 그의 메시지와 시야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다. 박근혜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지칭하며 전화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가져온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천안함이 전시된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1월 15일)하거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는 데 이어, 야권의 ‘성지(聖地)’로 일컬어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묘역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조성된 봉하마을도 찾을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이 보수와 중도, 일부 진보까지 끌어안는 ‘새로운 틀’을 모색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한다.

반 전 총장의 귀국에 즈음해 국내에 있는 그의 측근들이 가장 고심한 대목도 바로 ‘시간’과 ‘기반’의 문제였다고 알려진다. 반 전 총장과 비교적 오랜 시간 교감해온 한 참모는 “반 전 총장을 기준으로 본 이번 대선의 특징은 주어진 시간이 짧고 (정당과 같은) 국내 정치기반이 따로 없다는 점”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3월 말 헌재가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을 내린다면 대선은 4월 말에 치러질 공산이 크다. 그러면 1월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100일 남짓하다. 그가 가진 자산이라곤 유엔에서의 활동 경험과 인지도가 고작이다. 결국 조직에 의존한 전통적 선거방식보다 다수의 세력을 결집하는 획기적 전략이 요구된다.”

언론인 출신으로 반기문 캠프에서 정무를 담당하는 이상일 전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을 지금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 미래 비전을 얘기하면서 주요 정파 지도자들과 공통점을 찾는다면 어떤 연대를 자연스럽게 형성해나갈 것”이라고 ‘광폭 행보’를 전망했다.

지금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격동으로 치닫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익을 보존하면서 평화와 안보를 공고히 하는 정치력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1980년대 반 전 총장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대학원에서 2년간 같이 공부한 박진 아시아미래연구원이사장도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 동안 유엔에서 지구촌 분쟁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일에 전념해왔다”면서 “이런 협상과 중재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반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가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며, 새로운 국가적 동력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의 원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성일종 의원(새누리당)은 반 총장을 충청이라는 지역적 틀에 가둬서는 진가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성 의원은 “국민들이 반 전 총장을 국가를 믿고 맡길 지도자로 인정하는 만큼 ‘국민 대망론’으로 설명해야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측근들의 언급에서 ‘연대’와 ‘결집’, ‘동력 확보’라는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주류연합군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았듯이 이번 대선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이 전 수석은 기존 보수가 우위를 점하던 유권자 지형이 탄핵을 기점으로 35(보수)대 65(진보)로 뒤집어졌다고 전제한다. 이런 불리한 구도에서 대선을 치르자면 “보수와 중도를 묶어 야당을 압도할 수 있는 주류연합군을 형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MB 지역화합형 정당의 울타리 돼주나


▎1월 14일 오후 충북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시민환영대회에 참석한 반기문 전 총장과 유순택 여사. / 사진·전민규
“지금 상황에서 국회법 상의 국회선진화 조항을 백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집권도 중요하지만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자면 쟁점법안 본회의 상정 요건인 180명을 모은다는 자세로 대선에 임해야 한다.”

한국이 직면한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자면 정권 창출과 더불어 국가 시스템의 전면적 교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분열과 갈등, 비효율과 무능의 굴레를 벗는 방법론이 결국 대선 전략이자 세력화의 지렛대가 된다는 데 반 전 총장 측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필요하다면 호남과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호남세력은 햇볕정책과 같은 북한 이슈를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진보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과거 퍼주기식의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이 아닌 온건하고 합리적인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호남이나 야권이라면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 전 총장, 나아가 수세에 몰린 보수진영 일각의 정서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친박계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 탄핵으로 와해·몰락의 길로 내몰렸다. 보수진영에서 상대적으로 세력을 온전히 보존한 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친이계다. 게다가 집권해본 노하우와 승리의 DNA를 가진 집단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친박계의 집중견제를 받아 정치 2선으로 밀려난 게 오히려 득이 된 걸까? 반 전 총장 주변에는 친MB계 인사들로 넘쳐난다. 1월 11일 언론에 공개된 ‘마포 실무팀’에는 MB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경제정책 전문가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김장수 전 청와대 행정관도 MB정부에서 일했고, 새누리당에서 친반(潘, 친 반기문) 인사로 통하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 출신이다. 나경원 의원은 원래 친이계에 뿌리는 둔 정치인이다. 공개적 활동에 나선 건 아니지만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청와대비서실장 등 MB정부를 상징하는 인물들도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면 정무·홍보·기획분야의 주축을 이루리라는 전망이다. 2007년 MB정권 탄생에 힘을 보탠 뉴라이트연대 출신 보수 논객과 성직자 그룹도 반 전 총장의 외곽 지원그룹으로 분류된다.

얼마 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다.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에 따르면 지금 반 전 총장 쪽에 가 있는 인사들은 ‘선발대’ 격이며 ‘본진’은 MB의 오더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대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측근 인사는 나아가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전면에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정당에 몸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항구적으로 이끌 지역화합형 정당의 탄생은 시대적 욕구라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마저 안 된다면 보수는 대선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민주당 이탈세력, 국민의당, 바른정당, 새누리당의 일부 등 패권을 반대하는 세력이 개헌을 매개로 반문(反文)전선을 형성하면 승부를 겨뤄봄 직하다. 이 전 대통령이 새 정치세력 형성의 가교 내지 울타리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이 전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이 만나 풀어야 할 사안이다.”

“潘, 도망가는 피칭 하면 더 두드려 맞는다”


▎서울 마포 트라팰리스에 마련된 반기문 전 총장 사무실에서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이런 인적구성과 상황으로 인해 야권은 반 전 총장 캠프를 일러 ‘제 2의 MB 캠프’로 규정한다. 반 전 총장 집권이 ‘정치교체’가 아니라 MB정권, 보수정권의 연장이라는 공격 구실로 활용된다. 민주당은 1월 11일 논평에서 “반기문 캠프는 ‘MB 시즌 투(Two)이자 MB그룹과 JP(김종필 전 총리, 충청권)가 만나는 ‘MJP연합’으로 그 자체가 퇴행적이고 구시대적”이라고 쏘아붙였다. 반 전 총장 귀국이 주는 ‘컨벤션 효과’를 잠재워 지지율 반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린 공격으로 반 전 총장 측은 받아들인다.

이와 관련해 이동관 전 수석은 “야구로 따지면 도망가는 피칭을 하면 더 두드려 맞는다”면서 “야권이 쳐놓은 ‘MB 시즌 투’ 프레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인재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끌어안는 포용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MB정부뿐 아니라, 참여정부 사람들도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른다는 김용태 의원의 ‘3분의 2 집권’ 플랜과도 맥을 같이한다. 기울어진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반 전 총장이 보여줄 피칭에 관중의 이목이 집중된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박스기사] 대선주자 40문40답|반기문이 외계인에게 묻고 싶은 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나요?”


▎사진·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정치권은 벌써 대선 무드에 접어들었다. 월간중앙은 주요 대선 주자들의 생각과 신상, 인생 행로를 한눈에 보여주는 ‘40문40답’ 코너를 운영한다.

그 첫 회에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그는 ‘약속시간에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참을성이 많아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답했다.


1. 생년월일: 1944년 6월 31일

2. 체중: 68kg

3. 혈액형: A형

4. 신체 사이즈 키: 178cm

5. 종교: 없음

6. 가족관계: 부인 유순택, 슬하 1남 2녀

7. 신체의 비밀: 콧등에 점

8. 취미: <007>시리즈 등 액션영화 감상

9. 하루 수면시간: 길면 5시간, 바쁠 땐 1~2시간

10. 좋아하는 음식: 생선, 한식 종류

11. 싫어하는 음식: 샌드위치

12. 가장 자신 있는 요리: 요리를 즐기지 않는다.

13. 좌우명: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14. 한달 독서량: 1~2권

15. 인상 깊게 읽은 책: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

16. 주량: 폭탄주(소주+맥주) 5잔

17. 징크스: 없음

18. 습관: 딱히 없다

19. 오래된 애장품: 서류가방

20. 좋아하는 고사성어: 태산불사토양(泰山不捨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21.좋아하는 영어 단어: Passion & Compassion

22.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웠을 때: 다음 세대를 위해 전 세계 모두의 공동 발전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195개국의 만장일치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을 때

23. 가장 아쉽거나 후회하는 일: 여전히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을 겪는 많은 이를 두고 유엔 사무총장직을 퇴임하는 일

24. 약속시간에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 참을성이 많아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25.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노력하지 않으면서 불평하는 것

26. 나의 장점: 늘 긍정적이며 사람의 좋은 면만 본다.

27. 나의 단점: 꼼꼼하다

28. 가장 용서하지 못하는 타인의 악덕: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

29. 가장 용서하기 쉬운 타인의 악덕: 악의가 없고 의도하지 않은 실수

30. 어린 시절의 꿈: 외교관

31. 가장 존경하는 사람: 어머니

32. 가장 부러운 사람: 운동, 음악 등의 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사람

33.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진솔함,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

34. 화났을 때의 행동: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몰두

35. 잊을 수 없는 친구: 50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도 교유하는 VISTA(미국 적십자 외국학생 방문프로그램) 동문들.

36. 생일에는 무엇을 하나?: 늘 바쁜 해외출장 일정으로 최근 가족과 생일을 보낸 적이 없다.

37. 여성에 대한 입장: 여성들의 힘과 능력을 믿는다. 이 세상이 가장 활용을 못하고 있는 자원이 여성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38.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던지는 한 가지 질문: 정치,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39. 외계인을 만났을 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들이 볼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나요?

40.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단상: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살다 보니, 나이 드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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