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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포트] 한반도 지진과 위성사진으로 본 북핵(北核) 

“북한의 핵개발, 생각보다 훨씬 빨라졌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핵실험 최적지’ 풍계리에서 2006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핵실험… “연간 200t 정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갖춘 듯”

▎195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개발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군 당국은 1월 12일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40여㎏에서 50여㎏으로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8년 만에 평가를 수정했다. 이론적으로는 10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2016년 9월 5일 북한은 일본을 향해 스커드- ER(당시엔 노동미사일로 추정) 3발을 동시 발사했다. / 사진·중앙포토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오랜 세월 축적된 인력과 기술로 최근 핵무기 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미사일 등을 운반할 수 있는 수단 개발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핵무기 개발초기 김일성 대학을 중심으로 핵물리학 연구에, 김책 공대를 기반으로 엔지니어링 능력 배양에 집중했다. 현재는 영변 대학에서 영변 핵시설 운반에 필요한 기술자와 운전요원을 키우는 체계까지 구축했다.

한국도 방향은 달랐지만 비슷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1956년 2월 미국과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고, 1962년 서울시 공릉동에 트리가-마크(TRIGA-Mark)2 연구용 원자로를 3년 만에 완공했다. 북한도 1959년 구소련과 원자력 이용협정을 체결하고, 1965년 영변에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세워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IRT-2000 원자로는 약 9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구소련 붕괴 이후 아르헨티나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원자로를 개조해 약 38% 농축도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IAEA가 설정한 연료 사용 농축 허용기준인 20%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북핵 논의 현안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북한 핵개발 얘기로 돌아가자.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북한은 자주적인 원자력 발전을 위한 확고한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1980년 영국 매그녹스(MAGNOX) 원자로를 복제한 흑연 감속 원자로인 5MWe(메가와트)급 원자로 건설에 착수해 1986년 임계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이 원자로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영변 5MWe급 원전 건설이야말로 북한 핵무기 개발의 바탕이 됐다. 이곳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분리 추출했다. 약 50톤 규모의 8000개 핵연료봉이 장착된 이 원자로는 평균 약 2~2년 반 동안 가동된다. 연소도(원자로에 넣은 핵연료가 처음 발전을 시작해 끝을 낼 때까지 일으킨 핵분열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연소도가 높으면 그만큼 핵연료의 사용율이 높다는 뜻임)는 무기급 플루토늄(Pu) 생산에 적합하게 300~1000 MWD/MTU 수준으로 운영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운영되는 가압경수로의 연소도는 4만5000 MWD/MTU 정도로 훨씬 높다.

하지만 북한 원자로처럼 연소도가 낮으면 훨씬 높은 순도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플루토늄(Pu)-239는 연소도가 낮으면 순도가 높아진다. 순도가 높으면 Pu-238과 Pu-240과 같은 짝수 질량(Even Number)의 불순물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연쇄핵반응(Chain Reaction)이 커져 핵무기로 적합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반면 한국과 같은 상용 원전에서는 불순물 함량이 높아 연쇄핵반응이 어렵다. 핵무기로 쓰려면 플루토늄 추출뿐만 아니라 재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북한은 90년대 초반까지 마그녹스 원전 도입과 병행해 재처리 시설을 건설했다. 현재 영변에 있는 일명 ‘방사화학실험실’이 재처리 시설이다. 벨기에 몰 지방에 있던 유로케믹의 재처리 시설을 모방한 것이다.

지난해 봄부터 5회 걸쳐 50㎏ 이상의 플루토늄 추출


▎(위성사진1)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북한 영변 핵과학단지 전경. 구룡강 북쪽 5MWe급 원자로 단지와 남쪽 방사화학시설 단지다. 2020년 대에 북한은 100여 기의 핵무기를 가진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38노스
북한이 유로케믹 방식을 택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바로 폐기물 문제다. 기존 재처리 시설은 인공 다이아몬드 절단기기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탈피복하고 절단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북한이 택한 유로케믹 방식은 황산과 같은 화학 용매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용해시키는 방식을 채택해 다량의 강산선 액체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 반면 현재 프랑스 라하그 상용 재처리 시설 등에서 널리 활용되는 인공 다이아몬드 절단기를 이용한 물리적 탈피복을 시도하면 폐기물이 현저히 줄어든다.

폐기물 발생에 따른 보관도 문제다. 강산성 액체 방사선 폐기물의 경우 퓨렉스(PUREX·Plutonium-Uranium Extraction: 질산을 이용해 핫셀에서 재처리 하는 것을 습식 재처리 방식) 재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및 중준위 폐기물과 같이 보관하면 고체화가 어렵다. IAEA 등 국제 핵사찰 기구가 하는 안전조치(Safeguards) 검증도 통과하기 어렵다.

미국 사례를 보자.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및 이후 냉전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시애틀 근교 핸포드 시설에서 수행한 군사용 재처리 공정에서 액체 폐기물을 다량 발생시켰다. 현재 미국도 이때 발생한 액체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 북한 영변에 있는 ‘빌딩 500’ 등 방사성폐기물 저장고 등에 보관 중인 액체 폐기물을 어떻게 고체화시키고, 영구 처리할 수 있는지 막대한 재원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북한은 퓨렉스 방식 재처리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연간 200t가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됐다. 6층 규모의 방사화학실험실에는 재처리 공정을 위한 독립적인 두 라인의 공정시설이 구축했다. 방사선 방호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재처리 과정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앞으로 재처리 시설을 폐쇄해도 문제는 남는다. 철저한 제염(방사선 중화)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액체 폐기물 고체화와 함께 재처리 사설 제염 후 해체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북한이 2016년 봄부터 시작해 총 5회에 걸쳐 한 재처리 캠페인을 고려하면 이미 50㎏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판단 근거는 이렇다. 북한은 핵폭탄을 개발하기 전부터 이미 수백 차례에 걸쳐 기폭 장치에 대한 고폭 실험(핵분열 물질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폭장치의 작용상태와 성능을 시험하는 것으로 핵분열성 물질의 폭발 염려가 없는 물리적 성질이 비슷한 천연 우라늄을 넣기도 한다)을 영변 단지 등에서 실시했다.

효과적인 기폭 장치만 있으면 핵폭탄 외곽에 장착된 화약이 폭발해 핵폭탄 가운데 위치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과 같은 핵반응 물질을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응축시켜 연쇄핵반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

미국 맨하튼 프로젝트를 보면 확연해진다. 1945년 8월 나카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을 보자. 기폭 장치에 대한 확신이 없던 개발팀은 핵탄두 하나에 수십 ㎏에 달하는 플루토늄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1㎏ 정도의 플루토늄만 있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어땠을까? 보수적으로 보자. 통상 핵무기 하나에 8㎏ 정도의 플루토늄이 소요된다. 이를 보면 5차에 걸쳐 수행된 북한의 핵실험에서 일정 규모의 플루토늄을 소비했을 것이고, 약 6~7개의 핵폭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국제 사회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다. 북한은 1985년 구소련과의 협의를 거쳐 비핵확산조약(NPT)에 가입했다. 1992년 1월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하고, 1992년 5월 최초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1992년과 1993년에 있었던 IAEA 사찰 결과 세 차례 걸쳐 플루토늄 추출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었고 1993년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한다.

지진파로 보면 폭발력 10여kt 수준으로 향상돼


▎제 1~5차 북핵실험 지진파 분석 결과(왼쪽은 1~4차 실험 비교분석 결과, 오른쪽은 2016년 시행된 4~5차 실험 분석 결과로 5차 실험은 적색, 4차 실험은 흰색으로 표기됨). 핵실험을 거듭할수록 파동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제공·황용수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IAEA와 유엔 안보리의 노력으로 북미 회담이 이뤄졌고, 1994년 제네바 협의에 의거해 북한의 재처리 노력은 일시 중단됐다. 하지만 얼마 못 가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재차 NPT 탈퇴 선언을 하고, 북미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됐다. 풍계리 만탑산 실험장에서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6년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핵실험이 이뤄졌다.

풍계리 실험장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핵실험에 최적지 이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초 북한은 핵실험을 예고했다. 일주일 후 제 1차 핵실험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서쪽 갱도에서 수행했다. 풍계리 실험 시설은 1~3차 실험에 사용된 서쪽 갱도, 4~5차 실험이 있었던 북쪽 갱도 그리고 아직 굴착 중이거나 사용하지 않은 남쪽 갱도 등이 있다.

풍계리 실험실은 해발 2200m에 달하는 만탑산에 자리한다. 화강암반으로 이뤄져 지질학적으로 매우 단단한 지형이라고 평가받는 곳이다. 갱도 입구는 해발 1400m. 실제 실험 동굴의 위치와 만탑산 정상 사이에 수백kt에 달하는 화강암이 있다.

한 지질 특성과 갱도 입구는 해발 1400m 부근에 있다. 이유가 있다. 실제 실험 동굴 위치와 정상 사이에는 약 800m 정도의 단단한 화강암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백kt 규모의 암반이 수 차례의 핵실험을 견뎌내는 비결인 것이다.

따라서 핵실험으로 만탑산이 함몰되는 일도 없어 동굴을 수없이 만들어도 지반에 문제가 없다. 게다가 지진의 위력이 지하로 갈수록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도 핵실험에 사용될 수 있는 동굴은 많다고 추정된다.

핵실험이 수 차례 이어지자 파괴력도 날로 커져갔다. 지진파 분석으로 본 2006년 1차 북핵 실험은 폭발력이 1kt 정도 수준에 머물러 성공을 단정짓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9년부터 달라졌다. 2009년 2차 핵실험, 2012년 3차 핵실험을 통해 일정 규모의 파괴력 실현에 성공했다. 3차례 실험만으로 안정적인 핵폭탄 위력을 확인한 북한은 2010년 이후 수소탄·증폭탄(증폭핵분열탄) 등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대한 뉴스를 발표했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위의 그림1은 1~4차 핵실험을 지진파 분석으로 본 것이다.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03년 1차 실험은 폭발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2·3차 실험을 거쳐 폭발력은 10여kt 수준으로 향상됐다.

물론 실험 동굴의 크기나 암반 지질 정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정확히 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분명한 것은 1~3차 핵실험을 거쳐 일정 수준에 도달한 점이다.

2016년 1월 핵실험은 조금 달랐다. 3차 실험보다 진폭이 낮고 파형도 매끄럽지 않았다. 기존 핵무기가 아닌 새로운 성능의 핵무기를 실험했다고 보는 이유다. 1월 실험으로 수소 폭탄이나 증폭탄 개발에 성공했는지 표준화는 실현했는지 등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풍계리 시험장이 멀리 있고, 대기 속에서 핵실험으로 유출된 방사선 탐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2016년 1월 북한 관영 매체가 모형 핵탄두를 공개한 장면에서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북한이 증폭탄과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2>를 보자. 제4차 실험과 2016년 9월 있었던 제5차 실험을 알 수 있는 지진파 분석 결과다. 제5차 실험은 제4차 실험보다 훨씬 폭발력이 향상됐다.

북한의 원심분리기법, 이란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


▎(위성사진2) 2016년 8월 말 5차 핵실험 직전 외부 탐지 방지용 위장막을 설치한 풍계리 북쪽 갱도의 위성사진. 풍계리 실험실은 800m정도의 화강암반으로 수백kt 규모의 암반이 수 차례의 핵실험을 견뎌낸다. / 사진·38노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몇 가지 사실도 검증이 가능하다.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3000㎞ 이상의 무수단 미사일(괌 등 타격 가능)에 핵탄두를 제대로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지다. 2016년 1월 실험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폭탄의 경우에는 폭발력까지 검증할 수 있다.

실제 성공을 거둔다면 최종 목표는 한 기의 미사일에 최소 4기에서 최대 8기 정도의 탄두를 장착하는 시도를 할 것이란 얘기가 된다. 이는 중국이 ‘둥펑-21’처럼 다탄두 미사일 체제를 실전에 배치한 것과 같이 북한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제 북한 핵무기 시설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영변 5MWe 원자로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2010년 방북한 해커 교수도 북한이 P2 형태의 원심분리기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영변 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도 마찬가지다. 연간 200t 정도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는 규모다. 초기 ‘믹서-세틀러’와 같은 구형 재처리 기술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펄스트 컬럼’ 등 가장 최신 공법인 퓨렉스 공법을 완성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도 초기 화학적 방법보다 진화된 물리적 공정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적으로도 안정된 모습이다. 해커 교수는 북한의 원심분리기법은 이란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용량도 이란보다 원심분리기당 4배가량 큰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 칸 박사로부터 기술과 일부 장비 이전으로 초기 원심분리기 2000기 규모의 농축시설을 4000기 수준인 두 배로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설치한 제2세대 원심분리기는 원심분리기당 농축 성능이 약 4SWU(농축 서비스 단위) 정도로, 연간 1만6000SWU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 5000 SWU의 농축 능력이 있으면 핵폭탄 1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탄을 제조할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사실을 100% 활용할 경우 매년 수 기의 고농축 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영변 농축 시설은 어떤 곳일까? <위성사진2>를 보자. 구룡강 남쪽에 위치하는데 2층 규모 농축시설뿐 아니라 사불화 우라늄전환시설, 감손우라늄 저장소 등 다양한 연계 시설이 보인다. 위성 영상 판독 결과 북한은 대략 18~24 개월이면 2000기 규모 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 ISIS 등 일부 기관은 2020년이면 북한이 최대 100기에 달하는 핵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축 공장은 100% 가동되고 있을까? 일부 열영상 자료 등을 보면 북한이 농축 시설을 계속해서 운영해왔음을 알 수 있다. 2020년대가 오면 북한은 100여 기의 핵무기를 가진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핵보복 공격 능력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 미국의 경우 구소련에 핵보복 능력을 갖추려면 300 여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 등은 대략 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갖출 때까지 핵무장 능력 확장에 나설 수 있다.

핵무기의 능력을 키우는 것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무기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증폭탄·수소탄과 같이 위력이 큰 핵무기도 개발 중이다. 북한도 증폭탄 개발은 어려워 한다. 이중 수소 및 삼중 수소 등 민감한 물질이 필요한 탓이다. 수소탄의 경우에도 이중 수소 등이 필요하고, 리튬 판막 등 다양한 재료가 요구된다.

이것도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 논란은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해왔다. 2010년대 북한 매체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실제 삼중 수소는 원자로 운용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미국 상용 원자로인 ‘왓츠 베이 1호기’에서도 일정량의 삼중수소를 확보해 왔고, 앞으로 가동할 ‘왓츠 베이 2호기’로 삼중수소를 더 많이 얻어낼 계획이다.

북한도 이론적으로 5MWe 원자로와 IRT 원자로에서 소량의 삼중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생산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분리 저장하는 과정도 어렵다. 최근 우라늄 농축 단지 남동쪽에 건설된 소규모 동위원소 추출 공장으로 추정된 시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이 삼중수소 확보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북핵과 운반수단을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에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을 통해 북한과의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 소극적이던 오바마 정권과 다르다. 트럼프 정권이 ‘미국의 이익에 최우선 부합하는 대외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한다면 정권 초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다. 트럼프 정권은 어떤 전략을 세울까?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한 상화에 대비하기 위해 ‘플랜(Plan)A’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북한 핵시설과 운반수단 등 각종 현황, 개발 추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편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관련 시설을 해체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 이를 위해 과거 러시아, 중동 등에서 있었던 평화적인 핵이용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냉전시대 핵무기 업종에 종사했던 핵과학자들을 대거 민간 산업으로 이직시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평화적인 핵이용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미국·러시아 등과 교류 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때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북한에서 쏟아질 핵시설 관련 종사자를 처리하는 문제도 큰 과제다. 수천 명에 달하는 북핵 종사자를 단순 교육으로 화학, 기계 분야로 전직을 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영변 핵시설 등 북한에 산재한 원자력 시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프로그램도 개발돼야 한다. 미국·러시아·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의 참여가 필수여야 하며, 앞으로 관련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종합 관리체제 개발 나서야


▎핵연료재처리를 위한 북한 영변 6층 규모의 방사화학 시험시설 3차원 전경. / 사진제공·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편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2016년 이후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핵무기 운반수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도 ‘둥펑-41’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개발 성공, 미국 ‘미니트맨-3’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활용한 대중국 훈련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2015년부터 발사된 다탄두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MOKV(Multi-Object Kill Vehicle: 글로벌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 레이시언, 보잉 등이 개발 중인 다중목표요격비행체) 등 새로운 미사일 방어, 조기 탐지 시스템 등 개발에도 열을 올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종합 관리체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활발한 외교 활동은 물론 ‘미-러시아 CTR(협력적위협감축) 프로그램’,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그리고 ‘JPOA(공동행동계획)’, ‘JCPOA(이란과 P5+1 주요 6개국은 2015년 7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논의된 이란과 협력 항목 등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국제적 재원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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