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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취재]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일본 IT 취업 연수기관들 

“1인당 1000만원 예산? 뭘 지원해줬나요?” 

박지현 기자 · 김가은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제2의 일본 IT 취업 붐으로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돕는 연수기관 등록 증가… 정부의 일자리 예산지원, 실제 수혜자는 누군가?

▎정부의 ‘K-Move 스쿨’ 사업에 선정된 한 연수기관에서 일본 IT 업계 취업을 위한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이들 연수기관은 대부분 일본 취업률이 높게 나타난다. (위 연수기관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무관함) / 사진·중앙포토
2015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임정후(29·가명) 씨는 한 광고를 보고 눈이 번뜩 떠졌다. 일본 IT 업계 취업을 위해 정부가 ‘K-Move 스쿨’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K-Move 스쿨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인력공단)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취업연수 프로그램이다. 임씨는 인력공단이 선정한 A연수기관에 들어가서도 한동안 마음이 들떴다.

대학 때 일본어나 IT를 전공하지 않은 임씨는 매일 12시간씩 자습을 병행하며 공부했다. 과목은 IT관련 과목과 일본어였다. 웅녀가 100일간 마늘을 먹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낸 9개월, 마침내 일본기업 지원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임씨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기관이 알선하는 30여 개의 구인공고 중 일본어를 사용하며 일하는 일본계 기업은 10곳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나 교포가 운영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 입사서류 지원도 3~4곳에만 제한됐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이 확정되긴 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알고 보니 취직한 업체의 재정 상태가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였다. 일본에까지 건너가 모험을 하기엔 부담이 컸다. 1년여의 연수과정이 마무리 될 무렵, 임씨는 결국 고민 끝에 해외취업을 포기했다. 함께 공부한 동기들도 연수 중도하차를 신청했다.

그러자 A연수기관의 관계자가 불같이 화를 냈다. 연수 도중에 그만두면 8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전액 현금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각서도 내밀었다. 수강생 본인부담금으로 200만원을 냈을 뿐 그동안 연수생인 임씨에게 지원금이 지원된 적은 한번도 없어 황당했다.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위한 정부 지원금을 연수생이 중도에 하차했다는 이유로 변상하라는 말이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렸다.


▎A기관이 임정후(29·가명) 씨에게 내민 서약서. 알선 기업이 형편없어 연수를 중도 포기한 임씨에게 정부 지원금 800만원을 전액 환급하라는 내용이다. 인력공단에 문의 후 해당 사항이 무효임을 확인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 사진제공·임정후
이 요구에 반발하던 수강생들에게 A기관의 관계자는 욕설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수강생들은 마지못해 각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임씨가 직접 인력공단에 문의해보고 나서 그 각서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씨는 “800만원을 반환할 걱정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취업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기관이 수강생들이 빠져 나갈까 봐 정부 정책을 적절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임씨의 동기 연수생 김윤지(27·가명) 씨는 A기관의 공신력을 믿고 알선해준 일본 업체에 입사한 경우다. 하지만 현지에 가보니 사정은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명목상 정규직으로 고용됐지만 사실상 파견근무를 해야 했던 김씨는 국내 중소기업보다도 못한 처우를 받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언어의 장벽은 물론,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설움을 겪기까지 했다. 김씨는 취업 후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한국에 돌아가거나 이직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A기관 측에 문의했지만, 관계자로부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취업준비를 하게 됐다.

정부가 일본 등 해외 기업으로 취업기회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지원하는 K-Move 스쿨사업이 청년 취준생들로부터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K-Move 스쿨’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K-Move 사업의 일환이다. 해외취업에 필요한 어학 및 실무 연수부터 취업 알선까지 책임지는 K-Move 스쿨 운영기관들은 국가·직종별로 인력공단에서 운영을 위탁받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K-Move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됐지만, 해외취업 연수사업은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진행돼왔다.

일본취업이 실업자 100만 시대의 돌파구라고?


K-Move 스쿨의 지원을 받게 된 젊은이들은 왜 이 사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까? 취준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수기관의 입맛에 맞는 규칙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약속된 취업 후 사후관리도 전무한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정부가 사업 규모를 늘려놓고도 연수기관의 예산집행 감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듣는다.

정부는 매년 K-Move 스쿨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해왔다.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권 초기인 2013년 9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K-Move 스쿨 집행액은 2016년 247억원으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해외취업지원 예산 434억원 중 약 56%의 예산이 이 사업에 투입됐다. 이 예산은 올해에도 연간 1만 명 해외취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7.5% 증액될 예정이다.

예산 증액에 따라 가장 확대된 K-Move 스쿨 지원 국가는 일본, 그중에서도 IT 분야가 손꼽힌다. 2015년 11월 고용 노동부가 발표한 ‘청년 해외취업 촉진대책’에서 일본 IT 연수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결과다. 실제 우수과정으로 선정된 한국무역협회 IT 과정은 2015년 150명에서 2016년 210명으로 가용인원을 확대됐고, 올해는 300명으로 인원이 늘어날 계획이다.

여기에는 극심해진 일본의 구인난도 작용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거 귀국한 한국인들에게 다시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 노동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는 전체 외국인근로자의 4.6%에 불과하지만, 그중 전문 직종 및 기술 분야 종사자 비율은 42.2%(1만758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일본 각의(閣議)는 2020년까지 IT 종사 외국인 인재를 6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제2의 일본 IT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 입장에서 일본취업은 매력적인 일터로 비친다. 선진국에서의 비즈니스 경력을 쌓을 수 있고 현지에서도 더 나은 처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IT 업계의 초봉은 2015년 평균 2692만원으로 일본인 대졸자의 평균을 웃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매년 초 K-Move 스쿨 운영기관을 모집하고, 선정기관에 수강생 1인당 최대 800만원을 지원한다. 수강생들은 이 지원금과는 별도로 200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내고 6개월에서 1년의 기간 동안 일본어와 IT 교육을 받는다. 연수수료 후에는 기관이 알선하는 일본 기업에 지원해 면접을 거쳐 취업을 하게 되는 수순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연수기관의 취업률은 상당히 높다. 일본 IT 관련 K-Move 스쿨 운영기관은 80~100%에 달하는 취업률을 자랑한다. 연수를 마친 뒤 일본 IT 업계에 취업한 연수생의 수는 2013년 51명에서 2014년 117명, 2015년 171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민간알선, 해외인턴 등을 포함한 전체 K-Move 사업 일본 취업자의 63%에 달하는 수치다.

문제는 실제 취업률에는 드러나지 않은 ‘중도 하차’ 연수생들이다. 인력공단을 통해 최초 연수기관에 등록한 학생과 최종 연수자의 수를 비교해본 결과, 최근 3년간 일본 IT 연수기관에 등록한 인원 중 평균 30% 정도만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대다수 연수기관들이 최종적으로 수료한 연수생들의 취업자 수를 취업률로 산출해 ‘꼼수’를 부린 탓이다. 2013년 B기관에서 연수를 수료한 오상민(34·가명) 씨는 “처음에 수강생이 30명이었지만 중도에 20명이 연수기관을 떠났다”며 “등록만 하면 모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인당 800만원 지원금의 행방은 ‘오리무중’


▎지난해 11월 K-Move 청년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2016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일본 기업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선진국에서의 비즈니스 경력과 한국보다 더 나은 처우를 기대한다. / 사진·뉴시스
1인당 800만원에 해당하는 정부 지원금의 행방은 더 큰 의문으로 남는다. 연수 기관에 최초 등록한 70%의 수강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게 된 예산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그렇다고 남아있는 수강생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연수생들마저도 정부 지원금의 혜택을 ‘거의’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상 연수생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지원금은 취업 후 초기 정착금 성격으로 받는 해외취업성공 장려금 20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K-Move 스쿨 예산과는 별도로 책정돼 있어, 순수하게 연수 사업만을 위해 배당된 800만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연수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원 예산의 대부분은 외부 강사진 섭외와 일본 기업의 알선 등에 사용된다. 그런데도 연수기관에 등록한 수강생 70%가 중도 하차하는 이유는 뭘까? 수강생들 가운데는 수준 이하의 강사의 질을 이유로 드는 이도 많다. 프로젝트 경력은 물론 해외활동 경력도 거의 없는 강사들로 채워진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오상민(34·가명) 씨는 강의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강사 수준에 실망해 결국 한 달 만에 연수기관을 다른 곳으로 바꿨다고 했다. 현재 일본에 취업한 지 5년째인 오씨는 “기관 홈페이지에 강사 이력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아 연수생들로서는 강사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산은 많은데 강의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강사수임료가 적정 수준이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인력공단에 지원예산의 상세 집행내역과 강사 수임료를 문의했지만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수기관이 정산보고를 할 때 보고의무 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내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연수기관이 연수생들의 현지취업을 알선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기관이 현지 기업에 대해 제공하는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알아보려고 해도 대부분 소규모 기업이라 일본 내에서조차 정보를 찾기 어렵다. 대개 해당 기관 출신의 연수생이 취업한 적 있는 기업을 다시 알선하는 식이어서, 수강생들은 자발적으로 선배 연수생들을 수소문해서 묻거나 인터넷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이들 연수생들의 일본 현지기업의 지원과 관련해 자발적인 취업기회는 철저히 차단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60명 수강생에게 연수기관과 연결된 30여 개 업체에만 취업 기회가 제한된다. 수강생은 그중에서 3~4개 기업을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을 뿐이다. 1년간 수십 군데의 지원서를 넣는 일반 취준생과 비교해볼 때 기본적인 취업 기회마저 박탈되는 셈이다. 2015년 연수를 수료한 이철웅(29·가명) 씨는 “더 많은 수강생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연수기관이 다른 회사들의 취업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단 연수생들이 취업을 하면 K-Move 스쿨의 역할은 사실상 끝난다. 이 과정에서 연수생들은 해외취업성공장려금으로 200만원의 지원금을 건네받는다. 취준생들이 기관에 등록할 때 지급한 수강료를 돌려받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 현지기업에 취업한 연수생들에게는 새로운 난제가 기다린다. 일본 IT K-Move 스쿨을 통해 대다수가 취업하는 곳은 IT 인력 파견회사인 영세 SI 업체들이다. 국내 연수생들은 비자 발급을 위해 일본 내 SI 기업의 정규직으로 고용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 별로 다른 기업에 파견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보다도 처우가 더 열악하다.

이들 인력회사가 IT업체들에 파견을 보내는데 보통 3개월 근무가 기본계약 단위다. 이를 악용해 일부 근무지에서는 파견 근무자에게 꼬투리를 잡아 3개월 만에 돌려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SI 업체 입장에서는 인력 파견만 하면 수익을 얻기 때문에 돌아온 직원을 다른 기업으로 보내면 그만이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라도 참여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어렵다.

인력 파견업체 ‘뺑뺑이’로 이직기회도 박탈


▎일본 IT 취업 연수기관은 수강생들이 30여 개의 기업 중 단 3~4곳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1년간 수십 군데에 지원서를 넣는 일반 취준생과 비교해볼 때 기본적인 취업 기회마저 박탈되는 셈이다. / 사진·중앙포토
직원들의 처우 또한 약속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높은 복지수준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일쑤다. 기숙사 제공을 비롯한 노동복지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한국계 SI 업체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는 김윤지(27·가명) 씨는 “야근이나 초과근무가 많은 점은 한국의 3D 업종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퇴직금 지급이나 4대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머문 지 4년째인 신승우(31·가명) 씨는 기관을 통해 취업한 SI 기업에서 홧병마저 얻었다. 월 근무시간은 300 시간이 넘는데 비해 수당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IT업계보다 근무환경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꿈은 부서진지 오래다. 그는 3년 동안 파견지를 전전하다가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일본은 직원과 계약할 때 기본 초과근무 시간을 정하고, 해당 수당을 미리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미나시잔교(みなし残業)’ 제도가 있다. 신씨의 경우, 월 초과근무 180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이 이미 월급 25만엔(약 260만원)에 포함돼 있어서, 초과근무 추가수당은 최대 30시간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신씨는 “결국 기업이 300시간씩 일했지만 90시간 몫은 받지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연수기관이 알선한 업체들 중에는 제도를 악용하는 ‘블랙기업’이 많다”고 덧붙였다.

해외취업 연수사업과 관련한 고용의 질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개선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해외취업 회사들의 수준이 낮은 것은 그동안 연수기관들과 그들이 알선해주는 업체 간의 ‘유착관계’도 한몫한다는 목소리다.

대체로 취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연수생을 채용하는 업체에 반복적으로 취업을 알선한다는 것이다. 연수기관의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기업 리스트만 놓고 봐도 연수기관마다 별반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한 연수기관 관계자는 “일본은 취업시즌이 1년에 한 번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들이 겹칠 수밖에 없다”며 “일부 기관은 직접 현지를 방문해 새로운 구인기업을 발굴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일본 해외취업 정보박람회’ 행사장이 청년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 IT 업계 취업은 매력적으로 비친다. / 사진·뉴시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작성한 ‘K-Move 사업 고용영향평가 현장점검 보고서’에는 이들 연수기관이 “안정적으로 취업률을 유지하려고 반복적으로 채용하는 해외기업을 선호한다”며 국내 연수생의 ‘돌려막기’식 취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연수기관들 입장에서 보면 굳이 일본 현지에서 취업환경이 좋은 회사를 찾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수 확보와 더불어 고용의 질까지 담보하겠다는 K-Move 스쿨 사업의 이면에는 취업률과 얽힌 수익구조의 숨은 방정식이 있다. 수강생 1명당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수강생을 모으려 한다. 하지만 연수 중에 정부 지원금의 70%가 지원되고, 나머지 30%는 취업률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예컨대 기관이 50~60%의 취업률을 달성하면 차액 10%를, 90% 이상의 취업률이면 30%를 모두 지급하는 식이다. 한 K-Move 스쿨 운영기관 관계자는 “취업률 50% 미만이면 다음 해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기관들은 어떻게든 취업률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K-Move 사업 고용영향평가 현장점검 보고서’는 “일부 연수기관은 70%의 예산 내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연수생들에게 부실한 어학 및 직무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낮은 수준의 일자리를 알선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외취업, 국가·직종별 사후관리는 ‘전무’


▎일본 오사카의 IT와 문화 사업의 거점이 되고 있는 오사카비즈니스파크 전경. 일본 IT 취업의 적절한 사후 조치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현지간 활발한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 / 사진·중앙포토
일본 IT 업계에 취업한 기관연수생들은 현지취업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공단은 취업 후 해외취업 성공장려금 지원 및 관리를 위해 2013년부터 주요 해외 거점에 K-Move 센터를 설치·운영해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 도쿄와 오사카 두 곳이다. 도쿄 K-Move 센터 담당자 전 아야카 씨는 “해외취업성공장려금을 전달하는 것 말고는 사실상 취업 후 프로그램이 없다”며 “기본적인 취업자 수 말고는 K-Move 본부와 공유하는 정보도 없어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적절한 사후 조치를 위해서는 정규직 여부, 중도 귀국률 등 세밀한 정보가 파악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는 이러한 통계가 없다. 인력공단 관계자는 “채용 형태나 기업 규모는 국가와 기업마다 채용시스템이 달라 관련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다”며 “K-Move 스쿨은 연수 종료 후 1년까지만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그 이후의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연봉 3000만원 상당의 직업 52만 6700개를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예산에 비해 연간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30만 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적이 불분명한 곳에 일자리 예산이 쓰이거나 정부 주도의 일자리 사업이 민간시장과 괴리감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K-Move 사업 고용영향평가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보고서는 “2014년 취업 인정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취업률과 질이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 향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연수기관의 사후관리가 출석체크, 취업알선 수준에서만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실은 “K-Move 등 청년들의 해외취업지원은 꾸준히 확대될 필요가 있는 역점사업이지만 양적 개선만으론 부족하다”며 “질적 향상으로 지속적으로 청년 취업자들의 만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는 한번도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백수’가 8만4000명에 이른다. 이런 취업대란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취준생들은 국내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다. 일본 IT 업계에서 꿈을 펼칠 청년들이 취업률 수치를 중시하는 성과주의 정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개인당 1000만원에 가까운 해외취업 지원금은 대체 누구 호주머니로 들어갔나?

- 박지현 기자 · 김가은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이 기사는 사례를 제보한 일본 IT 업계 취업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과 연수기관을 임의로 섞어 기사를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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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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