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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렌드] 120조원 ‘1코노미’ 시장을 잡아라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결혼 빼곤 다해요~!”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wonderful@hankyung.com
2015년 전체 가구의 27.7%(520만 가구)에서 2035년 34.4%로 늘어날 듯…간편식 시장 4년 새 51% ↑ 1조6720억원, 편의점 도시락은 2년 새 70% ↑

한국 사회에서 현재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7.7%(총 520만 가구)에 달한다. 2035년에는 그 비중은 34.4%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주변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 나홀로족이라는 뜻이다. 업종 불문 ‘1코노미’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가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혼밥·혼술 등을 즐기는 ‘혼놀족’이 증가하면서 ‘혼술·혼밥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은 업소들도 늘었다. 서울 연희동의 한 ‘책바’에서 젊은 남성들이 각자의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기(레벨1),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해 먹기(레벨3), 맛집 찾아가기(레벨6), 고깃집·횟집 등 2인분이 기본인 식당 가기(레벨8),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레벨9).’


한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혼밥’ 레벨(Level·등급) 테스트다. 하지만 1년 새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가 됐다.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은 더 이상 택시기사들이 주로 찾는 기사식당이나 여행객들이 잠시 머무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고시생들이 모인 고시촌 등에서만 발견되는 일상이 아니다. 혼밥 레벨에서 최고 난이도로 꼽히던 고깃집이나 술집을 찾는 이들을 찾는 것도 이제 어렵지 않다.

혼밥인(人)들을 위한 공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레벨8로 꼽힐 만큼 고난도 메뉴로 알려진 고깃집까지 그들만을 위한 전용식당이 등장했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를 자작(自酌)하더라도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식탁이 차려진 셈이다. 굳이 1인분을 추가하지 않고 반(半)인분만 주문해도 아르바이트생이 눈치주지 않는다.

혼자 즐기는 것들은 밥, 술뿐이 아니다. 여행·스포츠·쇼핑 등 모든 소비를 홀로 한다. 건대입구, 대학로, 신촌 등 대학가에는 혼자 놀기 좋아하는 코인노래방이 급증하고 있다. 오락실이 성행하던 시절 한편에 마련돼 있던 추억의 코인노래방은 혼자 여가를 즐기는 ‘혼놀족’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1만원이 훌쩍 넘는 노래방 비용 대신 곡당 500원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무인노래방도 성업 중이다. 혼자 오는 손님들은 주인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과 이용시간을 고르고 결제만 하면 된다.

자기만족을 위해 때로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이들이 이제 국내 소비 시장을 주도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1인’과 ‘이코노미(경제)’를 조합해 ‘1코노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혼밥의 성지’ 삼겹살 1인 식당


▎서울 신촌의 라면 전문점. 1인용 좌석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나홀로족’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혼밥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경기 부천에 자리한 1인 식당이다. 입소문을 타고 혼밥족 사이에서도 웬만큼 얼굴이 두꺼워야 가능하다는 삼겹살 혼밥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게 입구에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다소 긴장한 마음으로 실내로 들어서면 독서실처럼 펼쳐진 식당 테이블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마주보는 식탁이 아니다. 가게 안쪽을 향해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는 1명 혹은 2명이 앉도록 해놓았다.

독서실처럼 자리마다 칸막이를 설치해 주변 시선을 최소화했다. 정면에는 테이블마다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혼자 고기를 구워먹더라도 심심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할 경우 배터리 걱정을 하지 않도록 충전기도 비치돼 있다.

1인용 불판에서 적당한 시간 동안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타이머도 놓여 있다. 1인분을 시켜먹고 조금 아쉽다면 ‘반인분’을 추가 주문해도 된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우리나라도 혼술, 혼밥 해도 이상하지 않는, 이상할 게 없는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1인 가구가 가장 지갑을 많이 여는 것은 음식이다.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것으로 ‘요식’이 74%를 차지했다. 100만원을 쓴다면 74만원을 음식에 사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감하게 식당을 찾는 혼밥족보다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많다. 1인 가구는 여러 가족 구성원이 모인 비(非)1인가구보다 편의점에서 138%, 주점에서 131%, 일반음식점에서 130% 높게 소비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혼밥’ 과 관련된 국내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버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혼밥족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메뉴는 ‘도시락’과 ‘고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고기를 먹고 싶지만 현실은 도시락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음속에 고기를 품고 있는 혼밥족의 증가는 간편식 시장도 급성장시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 매출액(2015년 기준)은 1조 6720억원으로 2011년 1조 1067억원에 비해 51%나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은 특히 성장세가 가파르다. 관련 시장규모는 2013년 대비 지난 2015년(1329억원)이 70%가량 증가했다.

이를 위해 편의점들은 신(新)소비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혼밥족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편의점 CU는 3월 한 달 간 도시락, 주먹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품 카테고리의 신상품 출시를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확대하고 출시 예정 상품 수 역시 평소보다 50% 이상 늘릴 예정이다.

3월 전체 간편식품 신상품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도시락은 남녀노소 고객층이 다양해짐에 따라 타깃별로 주요 메뉴를 보다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3년간 CU의 간편식품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을 살펴보면 2014년 13.4%, 2015년 22.5%에서 지난해에는 56.7%까지 껑충 뛰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매출신장률 역시 전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김석환 BGF리테일 MD기획팀장은 “편의점은 혼밥족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가성비 높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생활 속 쉼터로 자리매김했다”며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3~4인 가구 대비 2배가량 높다.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대 후반~40대 전반의 전국 500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수입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의 비중은 1인 가구가 32.9%로 3~4인 가구(17.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공연장 1인 1매 티켓 예매율, 33.8%로 급증


▎한 젊은 남성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다.
대신 1인 가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연령층의 구매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엥겔계수(식료품 지출 비중)와 슈바베계수(주거비 지출 비중)가 높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비해 젊은 1인 가구들은 자기지향성이 강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기는 까닭이다. 욜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소비 행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젊은 계층의 1인 가구는 ‘여행(41.6%)’, ‘자기계발(36.0%)’, ‘레저·여가(32.8%)’, ‘건강(32.0%)’, ‘취미(26.0%)’ 등의 순으로 지출 의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투어가 1년간 국제선 항공권 판매건수 462만 건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여행행태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3명(31.6%)은 혼자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슴없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인 여행객 중 여성은 52.3%, 남성은 47.7%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나홀로 여행에 적극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8%로 가장 많았고 20대(32.6%)가 그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돈을 더 많이 모아서 여유가 생길 때 떠나는 것이 해외여행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1인 가구가 늘면서 여행을 떠나기 쉬워졌고 저비용항공사(LCC)가 늘면서 항공료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1인 여행객이 늘면서 현지에서 여행 친구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에서 대학생들에게 판매하는 자유여행패스 ‘내일로’를 관련한 네이버의 한 카페에는 동행을 구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자신의 여정을 공유하고 함께할 동반자를 찾기 위해서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만 동행하거나, 개인적으로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모여 친분을 쌓기도 한다. 혼자 여행의 묘미를 즐기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단체 관광으로 돌변한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1코노미가 만드는 새로운 경제활동인 셈이다.

문화계에서도 혼족들이 부상한다. CGV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관객 중 7.2%에 불과했던 ‘혼영족’ 비율이 2014년 8.3%, 2015년 9.8%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그 비율이 10%를 넘어 11.7%를 기록했다. 혼자 영화관을 찾은 사람 중 약 70%가 20~30대 젊은 세대로 조사됐다.

이들이 혼자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몰입감 있는 관람을 위해(49%)’서다. 아울러 ‘약속 잡는 과정이 귀찮고 복잡해서(48.2%)’, ‘혼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38.8%)’, ‘원하는 시간에 같이 볼 시간이 없어서(38.8%)’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서로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조율하고 일정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즐거움이 아닌 소모적인 행위로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다.

한편에서는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얌체 예약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좌석을 예매한 후 영화 시작 몇 분 전 자신이 원하는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홀로 공연장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매 티켓 예매율은 2005년 11.3%에서 2014년 33.8%로 급증했다.

반려견 시장도 대목을 맞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이 크게 늘면서 관련 산업은 초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올해 2조 2900억원인 반려동물 시장이 오는 2020년쯤 5조8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반려동물 전문병원·미용실·장례식장 등이 성업 중이며 유치원과 호텔까지 등장했다.

방 개수, 거실 크기도 내 마음대로


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TV를 보는 ‘카우치족’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어떨 땐 무기력하고 게으른 모습으로도 비친다. 과거에는 “할 일 없이 TV만 보느냐”며 나무라던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자신의 여가를 TV를 보는 데 할애한다. 특히 나만의 공간에서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중 3분의 1가량은 혼자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6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전국 4366가구의 만 13세 이상 7385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TV 혼자 보기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31.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그렇다’가 7.8%, ‘그런 편이다’가 23.6%였다. 전체의 34.4%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는 24.3%, ‘전혀 그렇지 않다’는 9.9%로 집계됐다. TV 혼자 보기를 매우 선호하거나 선호하는 편이라는 응답 비율을 가족 구성 유형별로 보면 독신가구가 45.2%로 가장 높았다. 1세대가 사는 가구는 30.3%, 2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29.0%, 3세대 가구는 29.1%였다. 연령대별로는 1인 가구가 많은 20대의 TV 혼자 보기 선호도가 41.0%로 가장 높았다.

또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10대의 37.2%, 70세 이상의 31.3%가 TV 혼자 보기를 좋아했다. 30대는 30.5%, 50대는 27.9%, 40대와 60대는 각각 27.3%가 TV 혼자 보기를 선호했다. 직업별로는 학생 39.9%, 무직 39.5%, 생산직 30.0%, 주부 29.3%, 사무직 28.4%, 서비스/판매직 27.8% 등의 순으로 TV 혼자 보기 선호도가 높았다. 가구 소득별로 보면 월 100만원 미만 37.9%, 100만∼199만원 36.2%, 200만∼299만원 30.9%, 400만원 이상 30.5%, 300만∼399만원 27.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혼자 TV 시청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가구와 가전, 이곳들이 모여 있는 ‘내 방’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1인용 소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168%)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었고 1인용 수퍼싱글 침대와 티테이블도 같은 기간 각각 25%, 35% 증가했다. 대유위니아가 출시한 소형 냉장고 ‘프라우드S’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290% 증가했고 동부대우전자가 내놓은 6㎏ 소형 세탁기는 매일 100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안일로 여겨지던 정리·정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업테리어’(UPterior·Up+인테리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한국정리수납협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납 전문가 2급 교육을 받은 사람이 4만8237명이다. 2012년 746명에 불과했던 수납전문가 2급 자격증 취득자는 지난해 8603명으로 4년 만에 11배 넘게 폭증했다. 집 안 정리는 물론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도 몇 년 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택시장도 이에 맞춰 이동할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 평수는 품귀현상을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인 14개 자치구에서 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대형 아파트를 추월했다. 여러 조건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드시 넓은 집이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사들은 구매자가 원하는 구조를 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평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림산업이 선보인 ‘디하우스(D.House)’는 방의 개수, 거실 크기까지 청약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 패턴이나 가구 수에 맞게 방을 1~4개까지 고를 수 있고 디자인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 중심의 주거환경과는 또 다른 경제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내 방, 내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치구들은 1인용 쓰레기봉투까지 제작


▎‘야구의 메카’ 서울 잠실야구장 외야석의 풍경. 혼자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이 저마다 편한 자세로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1인 가구 확대에 따라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서울시는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해서 연말께 1인 가구 복지 전반에 관한 5개년 기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학술용역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1인 가구 현황과 성별·연령별·소득별 주거·건강·안전·경제 생활 전반을 살핀다. 종전에는 1인 가구 일부를 대상으로 단편적인 연구만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집중 분석하고 임대주택 공급방안이나 주거공동체 활성화, 1인 가구 세입자 권리보호, 다인 가구 중심 주거정책 개선 방안 등 주거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다.

또 1인 가구에 맞는 안전한 환경 조성과 사회적 돌봄 서비스 개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형성 등도 연구한다. 서울시는 1인 가구가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빠져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예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 자치구도 특화정책을 내놓는 등 1인 가구는 행정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1인 가구용 2∼3ℓ 소형 쓰레기 봉투를 판매하는 지역이 늘었다. 성동구가 1월부터 3ℓ 생활쓰레기봉투 판매를 시작했고 금천구는 4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서초구와 양천구·강서구·중구 등도 2ℓ 또는 3ℓ짜리를 팔고 있다. 소형 쓰레기봉투 판매량은 아직은 적다. 또 막상 사려고 해도 쉽게 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감안해 자치구들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10ℓ나 20ℓ 쓰레기 봉투는 물론 5ℓ짜리도 1인 가구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각 자치구에 판매를 권하는 공문을 내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고 청년 비중이 높은 관악구는 혼자 사는 청년들이 건강한 식사를 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요리를 하기 어려워 외식을 많이 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지역 400개 식당을 지정, 저염식을 공급하도록 염도측정기를 제공했다. 또 고시원 등에 머무는 청년 작가 등을 지원하는 스토리텔링 작가 하우스 사업도 한다.

대학가가 많은 서대문구는 청년 1인 가구 주거난 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청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셰어하우스’와 청년 협동조합 주택 사업을 한다. 금천구는 1인 가구 주거와 건강, 일자리, 안전망 구축 등 5개 분야 33개 사업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독산3동 ‘청춘삘딩’에서 함께 어울려 먹는 소셜 다이닝 사업을 한다.

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영양 상담을 하고 정육 소포장 제품을 판매하도록 지원한다. 강남구는 고시텔이 많은 1인 가구 밀집지역과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이 다니는 미용업소 등에서 자살예방 사업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고령화 추세에서 독거 노인을 위한 사업도 강조되고 있다. 양천구는 올해 중·장년 독거남에 집중하기로 하고 만 50∼64세 독거 남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다.

송파구는 혼자 사는 노인 집 안에 동작감지센서를 설치해 활동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건강보안관이 직접 방문하는 텔레케어 시스템을 운영한다. 강남구도 사랑의 안심폰 사업을 한다.

이처럼 1인 가구 정책은 지자체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1코노미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부작용과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확대가 부분적으로 새 소비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만혼(晩婚)과 취업난, 고령화 등에 따른 부수적 현상인 만큼 소비·생산 여력이 부족한 사회적 빈곤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취업난과 어려운 경제 상황은 1인 가구 생성의 근본 배경일 뿐 아니라 1인 가구의 ‘나홀로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나홀로족 급증은 취업난, 고령화 사회의 ‘그늘’


▎1인 가구는 정치적 무관심과 함께 건강 소홀의 문제를 안고 있다. 1인 가구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은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네트워크 상실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래도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직장이 불안정하다. 때문에 필수적 소비를 제외하고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렸을 때 쓰게 되는 비필수적인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들의 ‘정치 무관심’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혼자 살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인 반면 사회문제 등에는 무관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년 전 ‘독립생활’을 시작한 박승민(30·서울시 관악구)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가족이 다 같이 투표장에 가곤 했는데 독립한 후로는 ‘결석’이 잦아졌다. 지난해 총선 때도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강에 소홀해지기 쉽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인 가구는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는 데다 지속적인 외식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영양 불균형, 만성위염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1인 가구의 부작용에 대해 “1인 가구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은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상실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1인 가구는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깊이 살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wonderful@hankyung.com

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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