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화제 인터뷰] 김종권 산청 동의본가 한의원장 

“허준 선생의 섭생(攝生) 더 널리 알리겠다” 

글 강승탁 자유기고가 stkang515@naver.com 사진 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한의학과 한옥스테이가 합쳐진 한방스테이를 구현…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들을 치유한다

▎동의본가 한의원 김종권 원장은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한의원을 꿈꾼다.
경남 산청군(山淸郡)에 위치한 동의본가 한의원. 이곳에는 전통의학에다 섭생(攝生)과 휴양 프로그램을 접목해 새로운 한의학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김종권(43)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2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2015년 산청군에 한의원 문을 열었다. 원래 김 원장은 서울 명동에서 잘나가는 한의사였다. 의료관광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며 2011~2013년 3년 연속 외국인 환자 유치 1위 한의원(보건복지부 공식 발표)의 명성을 날렸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산청에 내려와 한의원을 한다니 무슨 곡절이 있을 듯했다. 그는 “산청에서 제대로 된 한의원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산청의 동의본가 한의원을 소개해 달라.

“산청군은 산림휴양과 한방의료 체험관광을 위해 2012년 4월 동의보감촌을 건립했다. 그 안에 2015년 10월 오픈한 것이 바로 동의본가 한의원이다. 여기에선 한방체험과 한옥스테이가 합쳐진 한방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자연친화형 휴양의료시설이라고 하겠다.”

제대로 된 한의원이라고 했는데.

“동의본가 한의원은 전통 한의원을 재현하고 한다. 산청은 허준 선생이 의술을 펼치던 곳이었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을 보면 수많은 처방이 나오지만 그 어떤 처방보다 ‘섭생(攝生)’ 즉, 일상생활에서의 건강관리를 중요시하셨다. 이곳은 쉬면서 치료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섭생을 지도하는 게 목표다. 성철 스님 또한 산청에서 나셨다.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적지에 우리 한의원이 자리한 셈이다.”

섭생이라 함은 무얼 뜻하나?

“섭생에는 먹는 것, 자는 것, 생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 우리 한의원에는 진료시간이 굉장히 길다. 섭생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한의학은 엄마잔소리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것이다. 대구 갓바위가 이른바 ‘기도발 잘 받는 곳’이라면 허준 선생의 산청은 ‘치료발 잘 받는 곳’이다.”

며칠씩 머물며 치료를 받기도 하는가?

“정통한의학에서 가르치는 섭생지도와 휴양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잡고 있다. 인근의 산청한방가족 호텔과의 협력관계도 구축해놓고 있다. 또 경남대 스포츠과학과 김재구 교수와 함께 진행하는 2박3일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의학 섭생을 위한 운동법과 자세 교정을 가르친다.”

외국인 여성들도 한약 지으러 방문


▎동의본가 한의원은 한국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경남 산청군에 자리한다.
동의본가 한의원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나?

“산청 인근 지역주민은 물론 서울, 부산 등 외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섭생뿐만 아니라 한약 탕재를 처방받고자 오는 분도 적잖이 방문한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들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여행사 관광 상품에 동의보감촌과 한의원이 소개되면서 붐을 이룬다. 단체뿐만 아니라 개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한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이면서 전통 의술인 한의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게다가 한옥·한복·한식을 두루 접할 수 있어 관광 코스로도 각광을 받는 거 같다.”

중의학에 익숙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나름 중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 관광객들도 우리 한약재의 품격에 매료돼 한번 오면 대량 구매로 이어진다. 다이어트, 피부 미용에 관심이 가 있는 외국인 여성들도 한약을 지어간다.”

산청군청은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2박3일 일정의 힐링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동의본가 한의원에서의 체험도 인기 코스다. 한 번에 대략 30명이 달하는 공무원이 3시간에 걸쳐 왕뜸 체험, 십전대보탕 약첩싸기, 신침 만들기 등 한방의 세계에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공무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김 원장은 “지난해의 경우 단체 방문객 규모가 10월 763명, 11월 479명, 12월 563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온갖 사연을 가진 분들이 한의원을 찾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를 소개한다면?

“지인 소개로 오셨는데 로또 1등 당첨자 분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졸지에 엄청난 재물이 들어오다 보니 남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과도 마찰이 잦았다. 불안 증세에다 불면에 시달리면서 신경안정제 같은 약에 의존하기에 이르렀다. 그 여성에게 우리 한의원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뜸 치료와 함께 마음을 안정시키는 동의보감 처방을 3개월 정도 복용할 즈음 양약을 완전히 끊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됐다. 의료인에게 환자의 건강 회복은 최고의 선물이자 보람이다. 저 또한 화려한 서울 생활을 접고 귀촌하기를 잘했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방문객들은 주로 어떤 기대를 안고 오나?

“프로그램에 관한 가장 흔한 질문의 하나가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이다. 뜸 한두 번 하고 섭생 체험한다고 사람의 몸이 금세 달라지진 않는다. 우등생에게 공부 잘 하는 비결을 물어보면 ‘별 것 없다 그냥 평상시에 예습·복습 열심히 한다’라고 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강도 같은 이치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현대인들이 그것을 놓치기가 쉽다.”

한의원에서 진행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동의본가 한의원의 힐링 프로그램은 단순한 시술 위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 건강의 기본은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해서 배 쪽은 따뜻하고 머리 쪽은 시원하게 두라고 이른다. 우리도 이에 기반을 두어 복부 부위 왕뜸의 원리를 설명하고, 일상에서도 반신욕과 배 찜질 등을 꾸준히 하도록 권유한다.”

요즘 TV를 보면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넘친다.

“아주 붐을 이룬다. 문제는 뭐가 어디에 좋고, 어떤 걸 먹고 병이 나았다는 식의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가 홍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동의본가 한의원에서는 십전대보탕 약첩싸기 체험을 통해서 여러 가지 약초의 효능을 익히게 한다. 옛날식 약첩을 직접 한지로 싸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내 가족의 기본적인 건강은 스스로 챙길 정도의 정보와 교양을 제공한다. 또 외국인이나 어르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침대가 있는 호텔 또는 전통 한옥 숙박을 제공한다. 또 주방장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체질에 맞는 식사 메뉴도 따로 개발하기도 한다.”

허준 선생 뜻 이어 치료하고, 성철 스님 수행 따를 것


▎김종권 원장은 힐링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6차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산청은 대구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가량을 가야 하는 오지다. 한의사로서 특별한 각오 없이는 정착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떤 결심이 있었나?

“당시 동의본가 한의원은 한의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반 한의원과 달리 소명의식이 없으면 이곳에 오기가 쉽지 않다. 서울 명동에서 한의사로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뒀지만 자연 속에서 한의학의 가르침을 구현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사실 도심지 한의원들은 침뜸을 놓기보다는 한약 처방을 주로 한다. 인술을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동의본가 한의원은 쑥을 빚어서 왕뜸으로 시술하고 대나무로 만든 부항을 뜨기도 한다. 나아가 구절초·홍화·산삼·황칠 4가지 약초를 이용한 약초 스파를 운영하는 등 한방 치료와 치유를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삶의 변곡점을 이룬 계기가 있나?

“서울 명동에서 한의원 진료를 볼 때 방문객의 90%가 일본인이었다. 매년 그 수가 늘어나 한의원을 확장이전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로 동일본 대지진, 엔화 폭락, 한일 관계 급랭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한의원 경영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결정적으로 2014년 아버지께서 폐암을 진단받고 손쓸 틈도 없이 2주 만에 돌아가셨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저를 성찰하게 됐다.”

대구 수성구가 고향인 그는 대구 오성중·경신고를 거쳐 경희대 한의학과에서 수학했다. 대구에서 20여 년, 서울에서 20여 년 생활한 그는 산청에서 전통한의학의 맥을 잇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20년 정도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 동양문화와 불교에 심취해 1996년 경희대 한의대 재학시절 출가를 결심하기도 했다. 부모의 만류와 평소 그가 따르던 스님의 권유로 출가를 미루고 군 입대를 결정했다. 군대에서는 훈련 중 고관절을 다쳐 1997년 의병제대를 하게 됐다. 무릎을 다친 몸으로 가부좌를 틀 수도 없어 출가의 꿈은 아예 접게 됐다고 한다.

제대 후 복학해서 한의학 공부를 이어나갔나?

“1996년 당시 군대에서 고관절을 다치면서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양방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스스로 개발한 한약과 침술을 쓰는데, 큰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한다. 내 몸을 살린 게 한의학이다 보니 공부에 더 매진할 수 있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비교한다면?

“최근 우리 국민이 놀랐던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정치 문제이고 나머지 하나가 지진이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인줄 알았는데 사실을 그게 아니었고 지금도 간간이 지진 뉴스가 들려온다. 지진이 일어난 이후에 사람을 치료하고 건물을 복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에 내진 설계를 튼튼히 해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서양의학이 응급 상황 등에서 장점이 있다면 한의학은 평상시에 면역력을 높이는 등 무병장수가 목표이기 때문에 내진 설계에 초점을 맞춘 의학에 비유할 수 있다.”

요즘 무슨 생각을 주로 하나?

“개인적으로는 허준 선생의 뜻을 이어 아픈 분들을 치료하고 성철 스님의 수행을 따르고자 한다. 또 산청이 농업, 한방의료 그리고 관광을 융합한 한국형 6차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데 일조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 글 강승탁 자유기고가 stkang515@naver.com 사진 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201704호 (2017.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