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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0인 심층분석] 북한 체제붕괴 시나리오 

北 급변사태 오면 중국 개입한다? 

박용한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park.yonghan@joongang.co.kr
중국에 북한 붕괴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완충지대(Buffer Zone) 소멸… 한국은 북한변수 상관없이 꾸준한 전략 이어가야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난다면 강대국들은 힘의 공백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 사진·중앙포토(그래픽·이선희)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서 확인한 것처럼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북한의 불안정 요인과 급변사태 발생을 거론할 때는 지정학적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전환적 사건이다. 한반도에서의 세력 균형은 붕괴되고 패권의 공백을 피할 수 없다. 강대국들은 이런 힘의 공백을 그냥 두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군사력을 동원해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의 시계가 멈출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급변사태는 바로 통일로 결론 나지 않는다.

급변사태 이후 위기국면을 통일로 안착시키려면 주변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언제나 환영받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외국인 교수는 “중국 군대가 평양 시내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 싶으냐”며 한국의 독자적 행동을 경고하기도 했다.

체제 불안정한 ‘정치적 진공’, 주변국 개입하려 할 것


▎4월 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북한의 특수부대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북한의 군부는 김정은 정권과 기득권 세력을 지탱하는 핵심 세력이다. / 사진제공·신화통신
어쩔 수 없이 중국의 행보를 깊이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한반도의 정치적 혼란 가운데 중국이 개입한 사례를 역사 속에서 여러 번 발견할 수 있다. 개화기 혼란시기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이후 민씨 일가는 청나라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되찾았다. 한국전쟁 중 압록강을 앞둔 국군과 유엔군을 밀어낸 것도 중국군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북한·안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분석(델파이 분석: 전문가집단 심층 인터뷰 및 설문을 반복해 답을 찾는 방법)을 바탕으로 급변사태와 중국 개입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국어사전에서 ‘급변’을 찾아보면 “갑자기 일어난 변고”로 읽을 수 있다. 사전적 정의가 그러하다는 것일 뿐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동안 학계와 사회에서 논의된 급변사태 분석을 종합해봤다. “북한의 불안정 요인이 급속하게 촉발돼 체제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으로 정리된다.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대내외의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내란이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으로 북한지역 주민이 고통받는 인권침해도 우려된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급변사태’라고 말할 수 있다.

급변사태의 조건과 상황은 정치적 진공의 결과이자 과정이다. 급변사태의 결과를 보면 먼저 ‘안정화 성공 및 남북한 통합’을 가정할 수 있다. 안정화는 불안정 상황을 수습하고 통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인도적 위기도 해소될 수 있다. 한국이 안정화를 주도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개입하거나 국제기구의 승인을 얻고 활동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성공적 결과는 곧 남북한 통일의 완성과 다름없다.

그러나 다른 경우도 있다. ‘안정화 실패 및 불안정성 지속’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안정화 또는 외부세력이 개입한 뒤 안정화가 실패하는 것이다. 북한지역의 안정화는 실패하고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다. 다만, 최종적 결과라기보다 잠정적 현상, 급변사태 전개의 진행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체제 안정화 성공 및 분단 지속’으로 한국과 주변국의 개입 없이 급변사태가 진정되는 것이다. 북한 체제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하는 경우다. 북한 내부의 분열 수준에 한계가 있어 완전한 붕괴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정치적 진공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이 “아직은 붕괴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견고한 체제 내구력 때문에 급변사태 위기가 진정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급변사태 이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다만 논의의 중점은 미·중으로 모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한국이 주도하는 안정화에 협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협조와 위협의 측면이 모두 논의됐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내부의 요청으로 중국이 개입하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봤다. 논쟁적인 부분은 중국이 미국에 대응해 한반도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주변국이 한국 주도의 안정화에 협조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국가뿐 아니라 국제기구도 인도적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다. ‘개입’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관여’할 수 있다. 한반도에 주변국의 군대가 주둔하면서 안정화를 주도하거나, 북한의 특정 세력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개입이라고 말한다. 반면, 군대 동원은 자제하고 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낮은 수준의 개입은 관여로 볼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부)는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Status quo)를 선호한다”면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익의 손실을 막고 세력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주목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중 양대 세력이 대립하는 국제정세와 연결돼 있다. 미·중 양국은 이미 충돌했던 경험도 있다. 바로 1950년 한국전쟁에서다. 물론 중국의 자의적 참전 결정보다 소련의 전략에 따른 결과로 한국전쟁을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중국은 이제 옛소련, 러시아의 역할을 대체했다. 미국과 대립하는 양극의 한 축이라는 평가도 같이 나온다. 미·소 대립의 형세가 미·중 대결로 전환됐다는 말이다. 따라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한국전쟁과 비슷한 정치·군사적 위기로 볼 수 있다.

핵무장 북한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1950년 10월 중공군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로 들어왔다. 마오쩌둥의 아들도 참전했고 미군의 폭격을 받아 사망한 뒤 북한땅에 묻혔다. / 사진·중앙포토
중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혈맹관계를 맺은 전통적 우방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안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따라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이 개입할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은 동맹관계를 보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접근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지역의 안정을 중요한 가치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대내외 불안정 요인이 커지면 관여 또는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급변사태와 같은 정치적 진공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개입 카드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북한이 붕괴하면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된 완충지대(Buffer Zone)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핵무기 가진 북한이라도 없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대외정세가 우호적이지 못한 지금, 중국 지도부는 그나마 북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군사력을 동원하는 개입보다 최대한 안정적 관리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제적 비난이나 한국의 극심한 반대, 미국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도 개입하지 않도록 강요할 것이다. 누구도 개입하지 말자는 말이다. 북한의 복원 능력을 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관여를 통한 불안정 관리가 실패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군대를 배치해 영향력을 확보하고 한국 또는 미국의 개입을 저지할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갖고 안정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난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중국은 급변사태에 따른 위협의 수준과 진행되는 속도를 보며 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은 급변사태 이후 큰 위협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태가 느리게 진행될 경우는 개입보다 관여를 통해 국면 안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급변사태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위협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도 개입보다 관여를 선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조건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급변사태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북한 내부의 분열이 심화하면서 정치적 진공에 빠르게 도달하는 조건이다. 민중봉기, 쿠데타가 발생해 내부의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체제 내구력에 따라 진행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비록 쿠데타가 발생해도 진압될 가능성도 있다. 쿠데타에 참여한 세력이 적거나 힘이 작아 느리게 진행되면 삼일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 북한 체제의 내구력이 견고해 아직은 발생 가능성이 낮다. 또한 발생한다 해도 진압 가능성은 높게 전망된다. 따라서 쿠데타 등 내부 변화 이후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정치적 진공 요인이 발생한다고 중국이 바로 개입한다고 볼 수 없다. 전개상황을 보면서 위험의 수준도 함께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서 중국에 개입을 요청해도 중국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봤다. 북한의 단순한 분열 사건은 중국의 개입 명분으로 말하기에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사태를 관망하면서 개입보다 수준이 낮은 ‘관여’로 불안정을 통제하고 안정화를 지원할 것이다. 다만, 북한에서 심대한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는 달라진다. 또는 중국으로 위기가 파급될 경우에도 적극적 개입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 사태 진행속도 따라 ‘개입’ 혹은 ‘관여’


▎지난 3월 한·미 연합임무부대 ‘태스트포스 아이언 레인저스’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 파괴 훈련을 하고 있다. 급변사태 등 유사시에 북한군이 보유한 WMD를 제거할 임무를 띠고 있다. / 사진제공·주한미군
중국이 개입을 결정할 때는 북한 내부의 혼란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근본적 개입 요인은 따로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상당한 위협은 한반도에서의 힘의 변화, 세력의 불균형이다. 북한의 급변사태 이후 예상되는 세력의 불균형은 바로 미국 변수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견제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는 첫째 한국과 미국의 개입에 대응, 둘째 유엔 차원의 집단적 개입, 셋째 독자적 개입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중에서 미군의 개입과 비례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 한국의 적극적 개입에 대응해 결정될 수 있다. 유엔 또는 다국적군이 개입하는 경우에도 참여할 명분을 찾을 것이다.

또한, 여러 국가가 북한지역에 개입하더라도 중국이 배제될 경우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을 분석한 국책연구소의 전문가는 “중국은 잠재적 손해를 방지하고자 어떤 경우라도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급변사태 이후 북한에 개입해 북한 체제의 복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용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중국은 북한에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적 정부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 남북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위협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정세 변화는 결국 완충지대의 소멸, 심대한 국익 손실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가장 현실적인 방책은 북한의 구체제 복원에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개입할 경우에도 중국은 구체제 복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가지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이 급변사태 이후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이 의도와 능력을 모두 갖고 있어야 개입의 목적은 실현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불행하게도 중국은 능력도 갖고 있다. 중국은 북·중 접경지역과 한반도지역으로 군대를 보낼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과 여건을 보면 다른 국가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는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일본에 주둔한 주일미군 전력을 한반도에 즉각 투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일부 지역은 중국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군은 2015년 11월 5개 전구(戰區·theater command) 전환을 발표했다. 기존의 7개 대군구에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이중 북부전구의 관할지역(AOR)에 한반도 임무가 포함됐다. 북부전구의 관할지역은 기존 선양(瀋陽)군구보다 크게 확대됐다. 북부전구에 16, 26, 39, 40군이 속해 있다. 특히 지난(濟南)군구에 속해있던 26군이 북부전구로 소속을 바꿨다. 단순히 지형적 특성만 본다면 중부전구나 동부전구에 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6군은 한반도를 주임무로 상정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특히 육군 항공여단, 특수전부대 등이 소속돼 있는 중국군 정예부대”라고 말했다. 이어 “선양지역의 39군은 화력이 매우 뛰어나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북한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단동까지 연결된 고속도로가 있어 수 시간 내에 대규모 병력 이동이 가능하다.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보다 신속한 개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동원하는 군사력은 단순한 보병이 아니다. 김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인접지역에 레이더·미사일·통신감청 기지 등 다양한 전략자산을 전개했다”며 “특히 산둥반도를 포괄하는 북부전구에는 해·공군력의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개입을 결정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미군이 어디까지 올라가면 군사력 출동을 명령하는지 다양한 추측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국경에 인접할 경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일방의 개입은 다른 주변국의 개입을 유발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안보 분석기관으로 알려진 랜드연구소는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준비(Preparing for the Possibility of a North Korean Collapse)’라는 보고서에서 급변사태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 붕괴 이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북한 지역에 관할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군이 한국군·미군과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중국도 어느 정도 영역을 차지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구체적 영역을 제시했다. 압록강 아래로 50㎞까지 중국군이 내려와 완충지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급변사태 땐 미·중 충돌 가능성도 있어

중국 정부가 북한 개입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몇 년 전 중국 사회과학원의 연구원은 “미군이 대동강을 넘어오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보 관련 국책연구기관을 방문해 ‘G2시대 중국의 역할과 한반도 문제’를 토의하는 자리였다. 그는 이어 “중국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군과 한국군은 휴전선 위로 올라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교수는 “중국은 임진강부터 청천강까지 살펴볼 것”이라며 “청전강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급변사태 이후 미군이 군사력을 중국 접경지역으로 전개할 경우 중국군은 이에 앞서 압록강을 넘을 수 있다. 또한, 미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는 경우에도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결국 중국이 한국 주도의 안정화에 협조하는 것, 북한 지역에 개입하는 것은 미군 활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인식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논의하는 건 또 다른 논쟁 대상이다. 다만, 국제정세의 냉엄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한지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선호’가 아닌 ‘현실’을 두고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북진할 가능성이 있을까?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기본적으로 현상유지를 하며 관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미국도 중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것을 걱정한다는 점이다. 전략적 가치가 지속될 수 있다면 무리한 개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섣부른 개입이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2015년 신안보연구소 보고서는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휴전선 남쪽 지역에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와 같이 대규모 병력이 항시적으로 주둔하기보다 힘의 공백을 막는 최소한의 수준(1000∼1만명)만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도발로 다시 한 번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쟁이나 급변사태 이후 한국 또는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미국이 개입을 결정하는 실질적 이유와 명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핵 비확산체제의 공고화를 중시한다. 따라서 북한 지역에 존재하는 핵무기와 각종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할 것으로 보인다.

급변사태 이후 중국군이 북한에 들어가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화를 주도한다면 어떤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 희망적 기대와 달리 심각한 분쟁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력의 개입을 희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진 외세에 대한 거부감도 반영해야 한다. 혹시라도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개입할 경우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며, 질서가 붕괴되면서 극도의 혼란도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북한의 도발을 감싸는 중국을 보면서 북·중 간 친밀한 관계를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역사적으로 대륙의 국가들은 한반도를 수차례 침탈했다. 이런 인식이 지난 반세기 동안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비록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그들 나름의 ‘항미원조전쟁’으로 참전했다고 말한다. 북한을 지원하고 전후복구를 지원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중국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와는 다른 말이다. 탈북자들은 “미국을 싫어하지만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중국을 비난하는 말을 이어갔다.

북한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사실 국제사회에서 공유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의 회고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6자회담 중 장내 발언을 통해 우다웨이 중국 측 대표에게 북·중 관계의 상이한 인식과 현실을 환기시켰다. 그는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참전 국가들에 경의를 표하는 다수의 참전비를 발견할 수 있다”며 “북한에는 중국 의용군에 감사를 표하는 기념비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힐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우다웨이조차 그의 발언에 공감했다고 하니 중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북한 주민에게 중국 위상은 ‘높지 않은 편’

적대적 여건 때문에 중국군의 희생을 피할 수 없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북한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군을 기준으로 북한군의 저항이 없을 경우 26만~40만 명, 저항이 있을 경우 60만~80만 명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군사력 규모는 단순히 따져볼 것은 아니다.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랜드연구소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병력의 규모보다 사용 방식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중국군에는 불리하다. 효용성과 적대감 등을 고려하면 중국군은 한국군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에는 어떤 전략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도하는 선제적 안정화, 국제사회의 조건을 충족하는 개입을 거론했다. 중국보다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해 압록강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첨예한 대립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며 관망적 정책을 요구한 전문가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한국 주도의 안정화를 가장 선호할 것으로 봤다. 이보다 더 큰 명분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선제적 대응을 거론한 이유는 그럼에도 중국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은 한·중 간 충돌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봤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미군의 개입은 최소화하라고 말한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만 작전을 수행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중국의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같은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중국에도 역할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대국으로서 체면을 살려주라는 의미다. 중국은 한국의 역할에 따라 한국 주도의 안정화에 협조할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김정은 정권의 붕괴, 대량 탈북, 쿠데타 등 급변사태 촉발 요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실적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거리에 서면 한반도의 위기는 예전보다 심각하다는 반복된 경고가 들려온다. 그러나 만연된 위기의식도 문제지만, 눈과 귀를 닫고 상대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때때로 내가 먼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경험이 그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정치적 변화가 발생해도 내부적으로 수습된다고 전망했다. 당장은 ‘정치적 진공’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체제의 균열은 조금씩 커져간다며 모순적 말을 던졌다. 결국 한국의 역할은 북한의 조건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남북한의 대화도,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서도 똑같다고 말한다.

- 박용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park.yonghan@joongang.co.kr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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