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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이슈] 원주시청과 하나님의교회 건축허가 분쟁 내막 

암호문 같은 보완지시로 종교차별 의혹 증폭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법률과 시행령 어겨가며 왜 불허 고집할까 … 논란 피하기 위해선 누구나 납득 가능한 불허 이유 밝혀야

▎원주시와 건축허가 분쟁이 벌어진 원인동 하나님의교회의 조감도. 옛 LH공사 원주 사무소 건물에 신축될 예정이다.
강원도 원주시청이 한 교회를 상대로 ‘갑질 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법적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건축 허가 요청이 묵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와 대립하는 종교단체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이하 하나님의교회). 교회의 신축 허가 요청에 원주시는 보완을 거듭 요구하며 무한정 허가를 미루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건축전문가들은 원주시의 허가 반려가 “관행과 상식, 법률과 시행령을 뛰어 넘는 이상한 행정”이라 보고 있다. 교회 측은 “이 같은 갑질 행정은 결국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에 대한 탄압 논란을 부를 것”이란 입장을 개진했다. 행정적 이유만으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교회가 원주시에 건축물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를 신청한 시점은 2015년 11월 30일. 6개월이 뒤인 지난해 5월 2일 원주시는 교회 측의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시가 내세운 반려 이유는 ‘교통’과 ‘민원’이었다. 그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 간단한 건축허가 문제가 왜 종교차별 논란을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원주시는 하나님의교회가 2015년 12월 원주시 측이 요구한 1차 보완요청을 완료하자 2016년 1월 20일엔 인근 지역 민원 등을 이유로 18개 항목에 대한 2차 보완 요청을 통보했다. 교회는 2차 보완요청에도 적극 응했다.

관련 공무원도 이해 못하는 보완지시서


▎현재 예배당으로 쓰이고 있는 원주시 명륜동 소재 원주 하나님의교회. / 사진제공·하나님의교회
그럼에도 원주시는 납득 못할 이유로 처리 기한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지역 주민’의 민원을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결국 원주시는 1월 처리 기한을 3개월 연장하겠다고 통보한 후 민원 등의 이유를 내세워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교회가 신청한 건축 허가는 시의 계속되는 ‘보완’ 요구에 무기한 지체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체가 없었던 민원문제는 시청 측에서도 더 이상 문제삼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시가 요구하는 교통 체증에 대한 보완 요구는 황당한 수준으로 건축·교통 전문가들도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의 건축 관련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공무원들도 “원주시가 요구하고 있는 교통 관련 보완요구는 우리들도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 4월 6일 시가 교회 측에 제시한 7개의 보완 사항을 살펴보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무엇을 보완하라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정석호 원주시 건축과장에게 “왜 교통행정과가 아닌 건축과에서 교통체증 문제에 대한 보완 요구를 주도하는가”를 물었지만 정 과장은 “원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할 뿐, 그 근거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작 교통행정과에서는 “교회가 건축 허가를 신청했을 때 교통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이미 밝혔다”는 입장이다. 건축과가 교통 체증문제의 보완을 요구하며 허가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교통행정과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정석호 건축과장이 교회의 건축 허가를 애초부터 내줄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초 정 과장은 “교회 신도가 1000명 정도 예상되면 주차장도 1000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건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신도 수 50만 명에 가까운 서울의 한 대형 교회가 주차장을 500대 규모로 유지하면서도 버젓이 주일예배를 보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황당한 주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민원인의 간절한 허가 요청에 대해 법적 근거와 전혀 관계없고,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조치를 요구했던 것에 대해 정 과장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얼버무리고 있다.

월간중앙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원창묵 원주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원 시장은 응하지 않았다. 그는 “건축과의 입장이 자신과 같으므로 건축과장에게 취재를 요청하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원주시청 관련 부서의 한 공무원은 “건축과가 교회의 건축 허가를 계속 내주지 않는 이유는 시장의 의지가 작용한 때문”이라며 “시장이 지금이라도 허가해줄 것을 지시하면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허가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주시청 건축과가 보완을 지시한 내용은 암호문처럼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회 측의 건축위원 Q씨는 “수십 년 관청을 상대로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이런 황당한 내용의 보완 지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청의 관련 고위 공무원도 “원주시청이 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은 이 보완 지시만 보더라도 단박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하도 답답해서 건물 앞에 육교를 지어서 시에 기증해보라는 아이디어를 교회 측에 주기도 했지만 이런 조치도 실효성이 없다고 시가 묵살하면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원주시가 보완을 지시한 내용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구체적 의미를 알 수 없다. 예컨대 이런 내용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갑갑하기만 하다.

▷주변 지역에서 수립된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교통량을 반영하여 교차로 수준을 분석. 주변 지역의 개발 계획을 건축주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설사 안다 하더라도 그 조사의무가 왜 건축주에게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의 진의를 건축과에 문의하면 건축과는 “적힌 대로 보완하라”는 말만 거듭하는 상황이다.

교회 측은 “토요일 예배일에 교통정리원을 배치해 차량을 지도하겠다”는 대책도 제시했다. 원주시청 건축과는 교회 측의 이런 대책에 대해 “교통정리원이 차량을 지도할 법적 근거를 대라”고 윽박지른다. 암호문처럼 도저히 해독이 되지 않는 보완 지시도 있다. 그대로 옮겨보면 과연 어떤 전문가가 이 같은 암호문을 해독할지 의문이다.

“교회는 집회 시작 직전과 집회 종료 후, 일시에 교통량이 증가하는 용도의 특성상 부변가로 첨두시간 분석 시 평일 퇴근 시와 평일 교회 예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대를 세밀히 선정하고, 서비스 수준을 분석하여 개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평일에도 교통 체증이 거의 없는 지역


▎2015년 11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하나님의교회에 수여한 표창장.(좌) / 2013년 1월 원창묵 원주시장이 하나님의교회에 수여한 표창패. / 사진제공·하나님의교회
부변가로, 첨두시간, 서비스 수준 등 도대체 알 수 없는 말로 가득하다. 교회는 이미 수천만 원을 들여 시가 요구하는 교통영향 대책 보고서를 용역 의뢰해 제출하기도 했다. 교회 건물의 신축 규모를 감안할 때 도저히 있을 수 없고, 할 필요도 없는 부담을 교회는 짊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 측은 원주시청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맞춰 4월 14일 보완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

언급한 것처럼 원주시가 건축허가 반려의 주된 이유로 드는 것은 교통문제다. 종교시설의 특성상 예배 시작과 종료 후에 차량 출입이 집중돼 교통 혼잡으로 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실제 이용 신도 수는 700~1000명이다. 주말 예배가 세 차례이므로 신도 수가 분산되고 대중교통 등을 고려하면 원주시가 주장하는 교통체증 유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교회가 예배 시설 신축을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한 원주시 원인동 소재 옛 LH공사 건물 앞 4거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교통 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지역이다.

앞서 하나님의교회가 사용하던 원주향교 건물의 경우 수용이 가능한 주차 대수가 20대였다. 하나님의교회 측이 옛 LH 건물을 증·개축하기 위해 낸 건축허가 신청서에는 주차 가능 대수가 60대로 돼 있다. 이 건물의 법정 주차 대수인 32대보다 두 배 가까운 규모의 주차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건축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15년 7월이다. 하나님의교회가 임대했던 건물의 계약 기간이 만료한 시점이다. 교회가 쓰던 건물은 원주향교 소유였다. 원주향교는 하나님의 교회에 건물 매입 의사를 타진한 전력도 있으나 돌연 2015년 7월 부동산 임대 기간 만료 통보를 해왔다. 원주향교가 하나님의교회에 부동산 임대 기간 만료를 통보한 공문을 보면 “건물 건립 목적에 반하는 사용으로 첨부한 성균관 공문 및 원주시청으로부터 질타성 지적이 있어 임대 연장이 곤란함을 통보하오니 양지해주시기 바란다”고 돼 있다. 이에 하나님의교회는 원주향교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교회 이전 터를 물색했다.

교회 측은 공실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옛 원주사옥을 수의계약(공매 신청자 없음) 체결로 매입해 2015년 11월 20일 건축 신축 허가와 관련한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한 것이다. 원주시는 ‘미관지구 내 건축물’로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곧바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라고 했고, 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원주시청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의 자유 침해?


▎하나님의교회 신자들이 원주 간현유원지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주시청이 각종 조례와 시행령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 했던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교회 측이 제시하고 있는 시청의 위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 같은 위반 의혹에 대한 소명을 원주시청 건축과에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미 다 지나간 일로 소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축위원회 심의는 건축허가 신청 전에 이행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무시하고 건축허가 신청 이후 시장이 건축 심의를 직권상정해 심의가 이뤄졌다. 이는 건축법 제4조의 2 제1항, 건축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5조의 7 제2항,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이하 심의기준) 제2조 4항·제7조1항을 위반한 것이다. ▷건축허가 신청 후 137일이 지나서 심의를 한다는 내용을 건축주에게 통보했다. 이는 법 규정보다 무려 4배나 늦어진 통보로 건축법 제4조 1항, 시행령 제5조의 7 제2항, 심의기준 제7조 1항, 제2조 4항, 제5조 2항을 위반한 것이다. ▷‘다중이용건축물’이 아닌 ‘준다중이용건축물’인데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켜 심의를 강행했다. 이는 시행령 제5조의 5 제1항, 심의기준 제6조 1항, 제6조 2항, 원주시 건축조례(이하 건축조례) 제7조 8항을 위반한 것이다. ▷건축위원회가 하자 없는 건축허가에 대해 ‘허가 보류’를 했다. 이는 건축위원회의 초법적 월권행위로 심의기준 제9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심의 후 7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문서로 통보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 ▲심의 결과 통보 없이 심의 한 달 후 허가 반려 처분을 해 재심의 청구권 및 청구기회를 박탈했다. 이는 건축법 제4조의 2 제3, 4항을 위반한 것이다.

이 밖에도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 회의록을 제공해야 할 의무(시행령 제5조의 8 제1항, 심의기준 제5조 3, 4항)를 위반하고 건축주인 교회 측의 심의 회의록 열람 요청을 불허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변 종교단체와 (건축허가) 사전조율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의교회 강원연합회 배동기 목사는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원주시의 건축허가 반려는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종교의 자유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믿는 자유를 말한다. 여기에는 내면적인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비롯하여 종교적 신념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예배의 자유, 종교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종교적 표현의 자유, 선교의 자유,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교회 측은 원주시의 납득할 수 없는 신축허가 반려가 계속될 경우 종교탄압 차원의 문제제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감사 청구, 검찰 고발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 측은 평일에는 실질적으로 100대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을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무상 개방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주차 시설 부족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는 해당 아파트 주민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지만 원주시청은 교회 측의 이런 제안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박노균 목사는 “민원인의 어려움을 조목조목 살피는 서비스는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박 목사는 “정당한 절차를 밟은 요청을 시청이 허가하지 않으면 민원인의 분노는 결국 폭발할 것”이라면서 “원주시청이 법과 시행령에 대한 농단을 멈추고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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