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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슈] 로봇전쟁의 서막? 韓-美 첨단병사 비교연구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휴전선 책임진다!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미국, 뇌에 칩 심고 고공점프 하는 ‘수퍼 솔저’ 프로젝트 진행...한국도 근력증강 착용 로봇 ‘아이언맨’ 개발 나서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1940년대와 60년대에 처음 아이들에게 소개됐다. 지금까지 만화나 4D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이들을 현실에서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첨단 로봇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면서다. 미래전쟁은 로봇을 중심으로 한 자동 무기체계 간의 전투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각국은 경쟁적으로 무인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운데 IT강국 한국도 신발끈을 조여 맨다.


▎탄생한 지 반세기도 넘은 만화 캐릭터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머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수퍼 솔저’와 한국형 ‘아이언맨’ 프로젝트는 실제 병사들의 전투력을 증강시킬 과학기술로 진일보했다. 캡틴아메리카(왼쪽)와 아이언맨 캐릭터.
국방 로봇의 메카 미국 | 초능력 군인 양성의 염원을 캡틴 아메리카에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I can do this all day).”

영화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미국. 스티브 로저스는 다섯 번이나 자원 입대하려 했지만 허약한 신체 탓에 번번이 거절당한다. 우연히 ‘수퍼 솔저’ 프로젝트에 참가해 최강의 능력으로 무장한 ‘캡틴 아메리카’로 다시 태어난 로저스는 일약 미국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후 70년간 동면에 들어갔다가 국제안보기관인 ‘실드’에 의해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는 다시 초인적인 활약상을 펼친다. 세 여인이 탄 오토바이를 번쩍 들어 올리거나, 고층빌딩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도 두 발로 가뿐하게 착지한다. 전력 질주하는 그를 가로막는 강철 문조차 그대로 부숴버린다.

수십 년 전 탄생한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를 보면 2차 세계대전을 거친 미국이 얼마나 ‘강한 미국’을 열망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진행 중인 보병의 신체·인지능력 극대화 프로젝트명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나오는 ‘수퍼 솔저’다.

국방 로봇 분야 연구개발의 중심에 미국이 있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군인을 양성하는 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고, ‘캡틴 아메리카’와 같이 지치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는 기술 연구도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 국방부(펜타곤)와 DARPA 등이 맨 앞줄에 서 있다. 2018년까지 무인로봇과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만 239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펜타곤이 DARPA와 함께 수행하고 있는 ‘수퍼 솔저(super soldier)’ 프로젝트가 이런 노력의 정점을 이룬다.

◆ 도핑형- 텔레파시로 통하고 잠도, 숨도, 고통도 ‘참는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수면조절·인공적혈구·고통면역주사


▎DARPA가 공개한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 프로젝트 영상. 군인의 뇌에 칩을 넣어 생각만으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 사진:·유튜브(Youtube) 영상
생각만으로 로봇과 드론을 조종할 날도 머지않았다. 군인의 두뇌에 칩을 심는 기술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미 육군연구소와 DARPA를 중심으로 인간의 뇌와 완벽하게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 칩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DARPA는 6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BMI 프로젝트의 핵심은 뇌파를 전기신호로 바꾼 후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기능 연구다. 먼저 군인의 뇌에 칩을 이식하고 생각만으로 외부의 로봇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칩을 이식한 군인은 아무런 장비의 도움 없이도 생각만으로 본부와 소통이 가능하다. 이같이 뇌를 자극해 전투 능력을 높이는 연구는 2014년 미 국방부 소속 기관인 DARPA에서 본격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군인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가 목적이었다. 전극에서 뇌의 신호를 포착하면 중앙처리장치가 이를 해독해 다른 전극으로 전류를 흘리는 방식이다.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연구에 뛰어들면서 실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 기술은 논란의 여지도 있다. 해킹의 우려 때문이다. 뇌에 심은 칩을 통해 전투 의욕을 높일 수 있다면, 이와 반대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조 개에 이르는 산소탱크를 투입한 효과로 물 속에서도 숨을 참을 수 있다는 인공 호흡세포도 연구 중이다. / 사진:셔터스톡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신체 역량을 극대화하는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장시간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에게 밀려드는 ‘잠’은 참으로 이기기 힘든 욕구다. 연구진은 잠을 자면서도 한쪽 뇌를 열어놓는 고래나 돌고래의 습성에 주목했다. 작전 중인 군인의 한쪽 뇌만 잠들게 하는 방법을 구현한다면 며칠이고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안도 모색된다. 적혈구와 다이아몬드를 합쳐서 만든 ‘호흡세포(respirocyte)’라 불리는 합성혈액 연구가 그것이다. 호흡세포는 몸속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인간의 적혈구처럼 기능하는 가상의 나노봇머신이다. 나노 기술로 만든 호흡세포를 몸에 수혈하면 엄청난 양의 산소를 한꺼번에 주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장거리를 뛰어도 절대 숨이 차지 않고 몇 시간이고 스쿠버 장비 도움 없이도 잠수할 수 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주사도 있다. DARPA는 군인들에게 고통을 없애는 면역주사를 미리 놔주는 실험도 하고 있다. 이 주사를 맞으면 전장에서 부상을 입더라도 30일간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부상당한 자리에서 통증 없이 직접 치료도 할 수 있다. 꿈 같은 일들이 현실로 점점 더 다가오는 중이다.

◆기계 의존형- 캥거루처럼 날아올라 도마뱀 장갑, 생체공학 신발, 로봇 파워 바지까지


▎도마뱀의 발바닥의 힘을 모방한 특수 장갑은 높은 담장과 건물을 붙어서 올라갈 수 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고층건물 벽면에 달라붙어 위험천만하게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높은 담장과 건물을 도마뱀처럼 달라붙어 올라갈 수 있는 건 그가 착용한 특수 장갑 덕분이다. 도마뱀의 발바닥 털과 벽면을 서로 잡아당겨주는 ‘반데르발스 힘’을 활용했기에 가능한 기술이다.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몸무게 90㎏까지 지탱이 가능한 기술을 시연했다.

MIT와 예일대가 공동으로 연구 중인 생체공학 신발(bionic boots)도 관심을 끈다. 캥거루의 발뒤꿈치와 다리를 잇는 힘줄에서 영감을 얻었다. 생체공학 신발을 신은 군인은 한 번 점프로 2m 높이의 담장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고 시속 40㎞로 달릴 수도 있다. 하루 종일 뛰어도 다리 근육에 무리가 전혀 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바지처럼 입기만 하면 근육 힘이 증가하는 장비도 있다. DARPA의 후원으로 하버드대 연구진들이 수행 중인 ‘소프트 엑소스켈레턴(soft exoskeleton)’ 프로젝트는 군사용 외골격 로봇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로봇 파워 바지다. 매우 가벼워 움직임에 대한 피로를 덜어준다. 이 바지를 입으면 30㎏짜리 짐을 들고 5.4㎞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첨단기술의 강국 한국 | 한국형 ‘아이언맨’, 기동력 높인다


▎수퍼 솔저의 하체 움직임에 큰 힘을 가져다 주는 로봇 파워 바지(soft exoskeleton). 현재까지 나온 외골격 로봇보다 훨씬 가볍고 움직임의 피로를 덜어준다. / 사진:미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휘젓자 상황실 스크린에 전투훈련 중인 2분대 대원들의 모습이 뜬다. 전투모 전면에 부착된 바이저(정보를 송수신하는 투명 고글)에서 제공되는 주변 정보를 확인하며 전진하는 2분대 김문석(가명) 일병. 아군의 위치가 빨간 점으로 표시되며 깜빡인다. 교전이 시작됐다. 바이저는 전방 100m 지점의 교전 상황을 전하며 묻는다.

“소형표적 타격지원 요청. MCAS-77 발사를 허가하시겠습니까?”

“승인.”

“MCAS-77 발사 준비 완료.”

김 일병은 무릎쏴 자세를 취한 뒤 말한다.

“발사.”

MCAS-77은 휴대형 근접공중지원(CAS) 소형 무인기다. 음성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등에 짊어진 배낭에 장착된 초경량 탄소섬유 소재의 비행 동체가 짧고 강렬한 발사음을 내며 교전 지역을 향해 날아갔다.

‘Target Eliminated.’

‘아군 전투력 40% 우세.’

그러던 중 아군에게 부상자가 있다는 경보가 울린다. 김 일병은 인조근육을 작동시켜 부상자가 있는 곳으로 시속 10㎞로 긴급히 이동했다. 그러곤 부상당한 동료를 들쳐 업고 전장을 빠져나왔다.

‘상황 종료.’

국방기술품질원이 펴낸 <미래전장무인기술 2050>의 시나리오를 각색한 것이다. 우리 군도 발 빠르게 ‘로봇 강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민·군 협력에 나선 한국은 최근엔 한국판 ‘아이언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 괴력 같은 힘으로 전쟁터를 누벼라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한국 군의 ‘아이언맨 프로젝트’로 개발 중인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은 근력을 수 배로 높여 기동력을 극대화하는 장비다. 2020년 정도에 전력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 사진: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1월 28일 ‘아이언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복합임무용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 개발이다. 미국의 파워 로봇 바지와 비슷하다. 입기만 해도 근력을 수배로 높여준다. 40㎏에 육박하는 완전 군장을 하고도 시속 10㎞로 4시간가량 달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대 70㎏ 장비를 들고도 신속 이동이 가능하다. 현재 일반 장병은 30㎏ 정도의 군장을 메고 한 시간에 3㎞ 안팎을 행군한다.

로봇 바지는 기존의 재활 의료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로봇 기술과는 다르다. 병사가 착용한 후 산악 지역과 같은 험지에서도 무거운 무기·물자를 휴대하고 기동할 수 있다. 관절 부위에 설치된 센서는 산악 지형이나 비탈길의 경사각을 읽어 착용자로 하여금 보폭을 조절하도록 도움을 준다. 인체 관절의 특징을 로봇 기술에 녹여 움직이는 데 편리하게 한 특징이다. 이 기술은 ‘국방특허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은 민·군 합작품이다. 방위사업청이 국방과학연구소(ADD)·LIG넥스원 등과 공동 개발 중이다. ADD에서 기동 능력에 중점을 둔 ‘고기동 하지 고속동기화 제어기술’ 개발을 주관하고, LIG넥스원에서는 무거운 물체를 들기 위한 ‘고하중 상·하지 통합운용 제어기술’과 배터리 연구를 맡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군의 시범운용 등을 거쳐 2020년대 중반께 전력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한국은 ADD를 비롯한 LIG넥스원·현대로템·생산기술연구원·현대자동차 등이 첨단 로봇 기술을 개발해 왔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한 실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한국판 ‘아이언맨 슈트’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안전띠만 매면 쉽게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근력을 20배 늘려주는 유압식 착용 로봇과 간단한 장비로 힘을 8배까지 증강시켜주는 전기식 착용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아이언맨’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군인에게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기 포탄 등의 중량물을 취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부대나, 장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해야 하는 특전부대가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방, 응급 구조, 재활 의료, 산업 현장 등 민간 분야로도 사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술과 상상력의 싸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서 개발한 ‘아이언맨 슈트’. / 사진:현대차그룹
국방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에 대비해 병사들의 전투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ADD는 지난 3년간 발굴한 국방 특허기술 300선을 정리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국방 특허기술>을 발간했다. 지난 7월 20일에는 국내외 최신 기술과 국방 기술의 융합사례를 전시한 ‘국방과학기술대제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국의 정보기술을 적용해 군사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에 주력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민·군 기술협력에 투입된 예산이 1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늘었다. 민·군 기술협력 사업의 효과는 7조13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보다 강한 군대가 있어야 한다. 첨단 전투기와 함정이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시대다. 이제 공군과 해군을 뛰어넘는 첨단화를 통한 보병의 전투력 증강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영화 속에서 만난 히어로들은 머지않은 미래 전투 현장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미래전쟁은 기술과 상상력의 싸움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09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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