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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홍준표 ‘특공대 정치’의 포석 

박근혜 탈당 마무리한 뒤 보수간판으로 전면에 나선다 

전계완 정치평론가 jkw68@hanmail.net
당 장악 완료, TK 의원들조차 줄서기 시작 … ‘대안정당’ 인식 확산되리라는 기대감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월 13일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발표 도중 손으로 입을 만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지사 후보로 어디 좋은 사람 없습니까?”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석에서 한 일간지 정치부장을 만나 꺼낸 말이다. “왜 하필 경기지사일까”라는 정치부장의 생각도 잠시였다. ‘아, 이미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 계산이 끝났다는 말이었구나.’

‘특공대 정치’의 대명사인 홍준표 대표가 치밀하게 당을 장악하고 있다. 친박의 아성인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공론화하고 ‘태극기 시즌2’라는 비판을 받던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류석춘)를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간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은 왜곡된 민심, 여론조사의 표본 문제라고 단호하게 대응한다. 모든 상황을 ‘홍준표식’으로 규정하고 본인 뜻대로 당을 운영한다. ‘홍준표당’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홍준표식 특공대 정치’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새로운 계파로서 홍준표당이 돼야 자유한국당이 산다. 정의·형평·서민을 내세운 홍 대표야말로 보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이 올여름 대구 지역 중견 언론인 모임에서 했던 발언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거론될 시점이어서 강 의원의 발언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본인의 국회 입성에 직간접적 도움을 줬을 전직 대통령을 ‘디스(disrespect, 깎아내리는 것)’하는 점과 홍 대표를 치켜세우며 자신이 마치 ‘홍의 남자’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표 선출 2개월 만에 홍 대표가 친정체제를 완전히 구축했고, 자신감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리더십 논란이 빠르게 사그라졌고 남은 과제는 바른정당 흡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 부재론 속 공고화되는 ‘洪 체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다. 9월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 김태흠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홍준표 대표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또 ‘류석춘 혁신위원회’ 활동에서도 자유한국당의 ‘홍준표화’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혁신위 출범 초기 극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좌충우돌했지만, 홍 대표의 대통령 출당 발언 이후 ‘군기’가 잡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해 혁신위의 내부 토론과 결론 유보, 자진탈당 권유 및 불응과 제명 등이 판에 박힌 듯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탈당 문제는 홍 대표가 꺼냈지만 혁신위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정리돼 홍 대표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었다.

친박세력의 저항이 극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도리를 제쳐두더라도 홍준표 체제라는 현실 앞에서 제대로 맥을 쓰지 못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탈당 요구도 “정말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이 있었지만 조직적 저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기준 의원이 ‘출당은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정도의 견해가 전부”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에서 친박의 처지를 읽을 수 있다.

보수정당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TK)도 별다른 반발이 없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내려 꽂기’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친박 수혜자들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구 지역 한 언론사 정치부장은 “TK 지역 친박 의원 다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지애는 고사하고 동정심을 줄만한 여유조차 없다. 자기 살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며 “대안이 없는데 줄서기라도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홍 대표를 받들고 측근처럼 행동하는 의원들을 볼 때 이게 현실 정치의 비정함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바깥에서 제1야당을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당 내부는 홍준표 체제로 신속하게 재편되고 비교적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보수를 어떻게 혁신하고, 자유한국당을 수권정당으로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의 물음에 재선 출신 차명진 전 의원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을 망한 것처럼 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홍 대표가 들어선 뒤 당은 이미 재건됐다. 이렇게 가면서 자연스럽게 바른정당과 합치면 된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도 무리 없이 잘 진행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문재인 정부, 민주당을 견제할 대안정당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차 전 의원은 ‘시간은 그대의 슬픔을 거둬주리’라는 말을 인용하며 “1년만 기다려 봐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생각만큼 패배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 경력이 있는 한 정치평론가의 진단이다. “현상을 보고 호감도를 보태면 자유한국당이 곧 망할 것 같지만 정치가 꼭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적통을 이어간다는 정통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완패는 없다. 바른정당 창당 때 이제 보수정치의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결과를 봐라. 혁신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정당의 뿌리가 어디인지 보는 것도 매우 유의미하다.”

“소탈하고 순수” vs “철학 빈곤한 직업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4월 9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가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의 안정이 대안 부재론의 반영이든 리더십의 성과든 아직 자유한국당은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15%대 정당 지지율과 수도권 광역 단체장 후보 구인난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아직 없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측근을 대거 출마시키거나 현역 국회의원을 견제할 수 있는 반대파를 광역 및 기초단체장에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역단체장 일부가 홍 대표와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특별팀을 가동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으니 홍 대표의 ‘한 칼’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일찌감치 확실한 관계를 만들자는 포석인 것이다.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이라는 ‘칼’을 들고 공천혁명을 감행할 때 당내 분란이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지만, 그 이전까지는 홍 대표의 의도대로 당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는 단기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탈당을 마무리한 뒤 당의 간판으로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다수는 여전히 관망하고 있지만 소수 측근 의원은 이런 움직임을 읽고 ‘홍준표당’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이런 노력이 당을 살리는 돌파구가 될지, 실패가 예견된 위험한 도박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홍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최근 홍 대표와 인터뷰한 한 일간지 중견기자는 “대책없는 강성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탈하고 순수해 보였다. 1시간 이상 대화하는 동안 친절하게 얘기했고 배려심도 충분하게 묻어났다”고 했다. 서민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갖고 있지만 바깥으로 나오면 거칠게 바뀐다는 게 기자의 평가였다. 그런 점을 주류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분석했다.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보완된다면 당 장악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무리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홍 대표의 다른 인터뷰를 보면 ‘계파에 휩쓸리지 않고, 머리 숙이고 졸개 짓 하지 않으며 자기 성질대로 살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욕먹는 리더십이 중요하고, 욕먹더라도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자신에게 생긴 오해는 강한 추진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장관을 지냈던 한 원로 지식인은 “세상사 모든 일을 싸움(게임)으로 보는 사람이다. 이기고 지는 승패에만 집중하고, 함께 잘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전형적인 직업 정치인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적으로 몰고 자신만이 옳다는 과잉 확신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철학의 빈곤이 정치인 홍준표를 저렇게 만들었고, 홍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일시적 반등도 없이 익숙한 패배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20년 가까이 정치부로 현장을 취재했던 한 정치평론가는 “운이 좋은 정치인이다.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대선에서 항소심 무죄로 대선후보까지 됐고, 지금은 당당하게 당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홍 대표 특유의 ‘특공대 정치’가 성공을 거듭하면서 이를 최고의 전략·전술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졌다. 특히 대선후보로서 24% 지지율을 얻고 나니 ‘홍준표 공식’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비주류 출신으로 홀로서기 정치를 해왔던 홍준표 대표. 그는 특공대 정치로 자유한국당을 다시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심지어 금수저인 보수는 흙수저 출신인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는 선민의식도 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시대적 사명감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자기 콤플렉스를 경쟁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무리수’로 읽히기도 한다.

사실상 ‘유일 대안’


▎7월 3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표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에 당 안팎의 절대다수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세력 결집을 통한 자유한국당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한 주간지의 정치팀장은 “지금 이 순간 수권정당으로 변모하겠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 등과 어떤 명분으로 연대할 것인지가 고민의 핵심”이라며 “외연 확장은 어렵고 현재 상태를 어떻게 덜 나쁜 쪽으로 이끌어갈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의 명분이 현재와 같은 “일단 합치고 보자”는 수준이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다 바른정당의 노선을 분명하게 지키자는 의원들과 광역 단체장이 버티고 있는 한 부분통합으로 보수결집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도 없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 취임 이후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자유한국당과의 공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호남이 중심인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적폐 정당과 손잡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정당과 연계하는 문제 이전에 홍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묶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지역 한 일간지 정치부장은 “홍 대표를 인정하는 것과 보수세력 결집은 다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대구·경북 보수 유권자들은 홍 대표의 점잖지 못한 모습에 가장 실망한다. 최선의 방안이 없어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次惡)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본인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대안이 돼야 할까. 정치부장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예를 들면 ‘포용력 있는 유승민’ 같은 사람이 적임이다. 똑똑하고 깨끗하면서도 포용력을 갖춘 지도자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자유한국당 안에는 없어 보인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니 결국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의 한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한두 번 낙마를 경험하고 연륜을 갖춘 뒤 정치를 해야 나라 걱정을 할 텐데 고위공무원·교수·변호사 등 누릴 것 모두 누리고 보수정치를 한다니까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자기가 바뀔 생각이 없는데 무엇을 바꾼다는 말인가. 비판의식조차 없는 의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도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재선의 이철우 의원은 최근 정당 해체를 통한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방선거 전에 보수 통합을 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당대 당 통합은 부작용이 많고 흡수통합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을 해체하고 재창당 수준까지 개혁하면서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을 재공모해야 한다. 바른정당과 민주당당원들도 공모에 응하면 받아야 한다.”

이 의원의 이런 견해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현재 한국당이 처한 위기를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한 일간지 정치부 선임기자는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의원, 보수 지지층의 렌즈가 각기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니 해법도 제각각”이라며 “이런 점이 탈출구를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토(凍土)에 접어든 한국의 보수정치


▎대선 3일 전이었던 지난 5월 2일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선생님, 어찌해야 합니까?”

현역 3선 국회의원이 최근 한 정치학과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이 교수는 “희망이 없는 것을 넘어 정당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설픈 이념만 있고 신념은 상실한 정당, 반대를 위한 반대나 일삼고 대중에게 영합하며 장사를 하는 정당”이라며 “이기는 길이 있으면 참회라도 할 텐데 혹시 참회한 뒤 바로 망할까 두려워하며 제대로 된 반성조차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자유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보수에 서 있지만 보수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소수의 강성 이념주의자들이 목소리만 키우면서 당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문재인 정부가 망하면 자유한국당에 기회에 올까? 안 온다. 이미 대안으로서 존재이유를 상실했다”며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좀 더 잘해주라’는 말을 할 정도다. 오죽하면 홍 대표가 활약을 해주는 것이 문 정부와 민주당의 장기 집권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일간지의 정치부장은 “보수 대혁신 외에는 답이 없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보수여야 하는데 MBC 사장 문제 등 명분 없는 싸움에 몰입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비판이라는 평가와 정당 지지율 15%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현상 관리만 있을 뿐 상황 반전의 동기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자살골을 몇 개 넣더라도 과연 자유한국당에 기회가 올까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고 비꼬았다. 상당 기간 반전 드라마는 생기지 않고, 설사 생기더라도 보수정치의 결실로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깊고 넓은 실패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법 부재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대증요법으로는 이미 치료 시점을 놓쳤고, 근본적인 수술 이외에는 답이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8월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 사진·박종근
자유한국당 지역위원장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이렇게 탄식했다. “모르겠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누가 답을 찾는가도 무의미한 질문이다. 웬만한 혁신으로도 안 된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의 생각이다. 결국 망할 것 같다. 지금 모습으로는 대안정당·수권정당은 먼 미래의 얘기다. 누구 말대로 진보진영이 최소 10년간 집권하면 그 뒤에는 재기할 수 있을까? 정치 인생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특공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소수의 훈련된 정예요원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며 “그런 단어가 홍준표 정치를 대변하는 말이 됐지만 자유한국당은 목표도, 훈련도, 목숨도 걸지 않는 불임정당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지금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일전을 벌인다고 공언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크게 돕고 있다. 또한 보수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 패권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는 참회록을 다시 써야 한다”는 정치학과 교수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한국의 보수 정치집단은 국가 주도세력으로서 길을 잃어버렸다. 국민을 가르치겠다는 무모한 국가주의가 잘못된 환상, 왜곡된 정책, 무차별적인 도발 등을 양산하면서 몰락을 자초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질렀는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국가 주도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종말을 선언하고 공화국다운 공화국을 만드는 데 보수가 앞장서는 일이 근본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 전계완 정치평론가 jkw68@hanmail.net

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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