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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이동우 사무총장 

“신라 도깨비를 베트남에서 만난다”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오는 11월 호치민시에 ‘플라잉’ 등 한국 전통문화와 공연 선보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터키 이스탄불에 이어 열리는 세 번째 해외 프로젝트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문화 교류를 통한 한국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올가을 베트남 호치민시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도심 곳곳을 수놓을 신라의 전통 문화와 공연과 마주하게 된다. 11월 9일부터 12월3일까지 25일 동안 호치민 시청앞 광장, 통일궁, 9·23공원, 오페라하우스 등 인파가 몰리는 명소에서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동시 다발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와 경주시, 호치민시가 문화 교류를 통한 양국의 우호 증진과 아시아의 공동번영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주최한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2006년), 터키 이스탄불(2013년)에 이어 해외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1998년 경주에서 시작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2015년까지 총 8차례 문화엑스포 행사를 열었고, 345개국에서 6만 6천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했다. 누적 관람객만도 1640만 명을 넘는다고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이 말했다. 이번 호치민 행사는 중앙과 지방을 통틀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 문화행사로의 의미도 가진다. 이 사무총장은 “한때 총칼을 겨눴던 한국과 베트남이 경제 교류를 뛰어넘어 문화와 전통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행사로 열린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나라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을 때 당시 김대중 정부와 경북도, 경주시가 국난 극복에 문화의 힘을 보태자는 취지에서 추진한 게 바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다. ‘새천년의 미소’(부제: 전승, 융화, 창조)라는 주제로 1998년 9월11일부터 11월10일까지 2개월간 열린 게 효시다. 미소를 짓는 얼굴무니수막새(기왓골 끝에 사용되었던 기와)로도 유명해진 이 행사는 자치단체가 개최한 세계 첫 문화박람회이자, 관람객도 300만 명을 넘기는 등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엑스포로서의 새 모델도 제시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이 열릴 호치민시청 일대 전경. / 사진제공·경주세계문화엑스포
그런 엑스포가 이제 해외로 진출한 건가?

“해를 거듭하면서 자신감과 경험이 축적됐다. 또 국내보다 해외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국가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원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문화엑스포 사상 첫 해외 진출이다. 2013년에는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에 있는 터키 이스탄불까지 진출해 두 번째 해외 엑스포 역사를 썼다.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력 이 두 가지 요소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시도였다. 한 달 가까이 해외에서 상설 공연과 전시 등 문화 행사를 펼칠 역량이 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세 번째 해외 행사를 호치민에서 열게 된 계기는?

“불행했던 과거사를 뛰어넘어 현재 한국과 베트남은 아주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대신할 한국의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국내 다문화 가정과 주요 산업 현장의 주역도 베트남 사람들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주도적 국가일 뿐 아니라 9500만 명의 인구 규모는 그 자체로도 한국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베트남인도 13만 명을 헤아린다. 양국 관계가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 동반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판단도 주효했다.”

현지 홍보 활동이 관건일 것 같다.

“범국가적인 행사로 부각시키고자 국내 홍보와 현지 홍보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현지에서 행사 붐 조성에 각별한 주의를 쏟고 있다. 홍보대사로 아이돌 그룹 ‘블락비’를 선정하고 지난 2월 행사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공연을 호치민에서 열었다. 또 5월에는 K팝(POP) 커버댄스 페스티벌도 개최해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2013’은 4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문화교류를 통한 아시아 공동 번영’을 행사의 주제로 잡았던데.

“각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확산을 통해 아시아 공동번영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크게 ‘위대한 문화(Pride)’ ‘거대한 물결(Respect)’ ‘더 나은 미래(Promise)’ 등 3개 분야에 40여 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인 동시에 경제엑스포로서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공연 분야에서는 세계민속공연, 한·베 전통공연, 시의 날 행사, 한·베 전통무술 시범 등이 펼쳐진다. 또 뮤지컬 ‘800년의 약속’ ‘용의 귀환’ ‘플라잉’, 무용극 ‘묵향’, 오페라 ‘선비’ 등도 현지 문화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이들 뮤지컬의 주제가 궁금하다.

“호치민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용의 귀환’은 한·베 민간신앙의 모티브인 ‘용’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다. ‘800년의 약속’은 화산 이씨의 선조 이용상 왕자 이야기를 뮤지컬에 담았다. 또 ‘플라잉’은 신라시대의 화랑과 도깨비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가미한 공연이다.”

전시·영상 체험 행사도 준비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도심 곳곳에 한국문화존(Zone)과 문화의 거리, K-문화(Culture)존, 기업 홍보관이 들어선다. 또 한·베 미술교류전, 한·베 영화제, 한·베 패션쇼 등 분야별로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40여 개의 프로그램을 경북도와 경주가 다 감당할 수 있나?

“물론 어렵다. 경북의 주요 기초단체들뿐만 아니라 서울·대구·제주 등 다른 도시들이 적극 힘을 보태주고 있다.”

개막 축하공연은 어떤 콘셉트를 선보일까?

“역시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으로 만든다. ‘오랜 인연, 길을 잇다’를 테마로 한국과 베트남의 만남을 주제로 한 영상·연극·음악·시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칸타타 형식의 총체극 형태로 구성할 예정이다.”

호치민 행사의 후방효과를 설명한다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해외 진출 시점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인들이 한국을 찾게 하는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 전통 문화와 역사를 체험한다면 한국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국가 간 관계도 보다 돈독해질 것이다. 문화의 전파는 결국 국력의 확장과도 맞물리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한국대표 국보급 축제’, ‘한국의 글로벌 문화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710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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