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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 ‘개통령’으로 불리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사람이 먼저 변해야 강아지도 변한다” 

글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보듬’ 훈련으로 강압적 방식의 반려견 훈련 문화 바꿔…“ ‘짖지 말라’는 건 사람에게 말 못 하게 막는 것과 같아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반려견 행동클릭닉 전문회사인 ‘보듬컴퍼니’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자신의 반려견인 첼시(웰시코기), 바로(진돗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반려견인 다올(보더콜리)이는 노느라 정신이 팔려 사진에 함께 나오지 못했다.
보더콜리 믹스견인 햇살이. 겉으로 봐선 사람을 잘 따르고 온순하지만 강아지 농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견으로 살았다. 우여곡절 끝에 햇살이는 강아지 농장을 벗어나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됐다.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한 새 출발을 할 것 같았지만 어쩐 일인지 햇살이는 입양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먹을 것에 입도 대지 않았다. 먹기는커녕 간혹 노란색 위산을 토하는 등 식습관 장애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녀석은 소변을 보는 습관도 남달랐다. 소변을 참았다가 하루에 한두 번 대량으로 오줌을 싸는데다 이내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 눈치를 보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었다. 햇살이는 다른 강아지와도 어울리지 못했다. 외출했다가 강아지들을 보면 큰소리로 짖거나 끙끙거렸다. 폐쇄적인 농장생활을 벗어나 더 나은 환경으로 오면 잘 적응하며 살아갈 것을 기대한 가족들의 고민은 날로 커져갔다. 가족들은 반려견 행동전문가이자 훈련사인 강형욱(33)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강 훈련사는 햇살이가 과거 강아지 농장에서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아지 농장에서는 햇살이가 배변 활동을 하면 주인에게 큰소리로 자주 혼나거나 맞은 경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가정이라는 곳에 익숙지 않은 햇살이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강씨는 베이스캠프를 이용한 ‘실내 산책법’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실내 산책’이란 반려견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을 베이스캠프로 선택한 후 반려견이 낯설어하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때 반려견의 채취가 묻은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하며 낯설지 않은 조건을 만들어준다. 또 반려견이 잘 해낼 때마다 간식을 상으로 주며 반복적인 이동 훈련과 학습을 진행했다.

과연 햇살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가 일러준 방식으로 꾸준히 훈련을 진행한 결과, 햇살이는 사료도 잘 먹고 배변 활동 후 더 이상 눈치를 보며 불안해하는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잘 따르며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의 모습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 1000만 명 시대다. 반려견 햇살이의 사례처럼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는 반려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바로 강 훈련사다. 그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아이돌 연예인을 능가하는 최고 스타가 아닐 수 없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치고 강형욱 이름 석 자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람들은 그를 ‘개통령’이라고도 부른다.

‘강형욱식 교육법’ 따라 하기 열풍


▎강형욱 훈련사는 혼내지 않고도 강아지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반려견 바로와 장애물 뛰어넘기 놀이를 하고 있는 강 훈련사.
강 훈련사가 매주 고정 출연하는 EBS의 동물예능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반려인들에게 ‘바이블’이나 다름없다. 2015년 첫 방송 때부터 강 훈련사가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소위 ‘문제견’과 반려인을 만나 고민거리를 상담한 뒤 이를 해결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개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반려견 햇살이의 사연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세나개’는 강 훈련사의 평소 지론이었고 이것이 그대로 프로그램의 제목이 됐다고 한다.

강씨만의 전혀 다른 접근법은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똥오줌을 아무 데나 싸질러 놓고, 아무 때나 시끄럽게 짖어대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사람에게 달려들고, 집 안을 난장판으로 어지르는 등의 행동들은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문제 개’ ‘나쁜 개’로 단정짓기 일쑤다. 하지만 강 훈련사는 반려견들이 이런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강아지가 천성적으로 못돼 먹었다거나 애당초 나쁜 품종이기 때문이라는 일반인의 편견을 깨주었다. 반려견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훈련 과정에서 강압적인 방식을 동원하게 하거나 급기야 강아지를 유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강 훈련사는 개들의 행동이 유발된 환경적·심리적 원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이 개가 아닌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는 “강아지를 교육하러 왔다고 속이고 사실은 사람을 교육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강형욱식’ 교육법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반려견이 사람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강 훈련사는 “강아지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를 먼저 살펴보도록 반려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세나개>가 입소문이 나면서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일명 ‘강 훈련사 따라 하기’ 열풍이 불었다. 이는 방송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 전문 교육회사이자 행동클리닉인 ‘보듬컴퍼니’ 대표다. ‘보듬컴퍼니’는 평상시 반려견을 대하는 강 대표의 철학과 신념을 담은 동영상 강의와 다양한 오프라인 교육 콘텐트를 제공한다. ‘보듬’이라는 사명은 ‘나쁜 개는 없다’는 그의 지론과도 통한다. 나쁘지 않으니 강아지의 행동을 교정하는 훈련을 하며 혼낼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보듬 훈련’은 혼내지 않아도 되는 교육, 강아지에게 기회를 주는 교육을 말한다. “강아지의 행동은 보호자가 만든 환경과 기회 안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게 강 훈련사의 설명이다. 따라서 개가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사람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심하게 짖는 반려견에게 “짖지 마” “짖으면 안 돼” 라며 큰 소리로 명령하고, 듣지 않으면 혼내고 때리는 등의 강압적 방식을 동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벌 주고 혼내는 것으로는 강아지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다. 반려견의 이상행동은 대부분 사람과 환경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강 훈련사의 생각이다.

반려견에 대한 강씨의 이런 관점은 2014년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책으로 출판돼 큰 인기를 끌었다.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반려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 역시 <세나개>와 더불어 반려인들에게는 교과서로 통한다. <세나개>처럼 이 책 제목 역시 상당히 도발적이다. ‘이렇게 개를 키워라’라는 정도의 제목이면 무난할 텐데 이런 제목이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책을 낼 당시 내 마음속에 (반려견을 잘못 키우고 있는) 보호자에 대한 어떤 미움이랄까,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녹아들어갔다. 한편으로는 보호자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개를 키우고 있거나 키우려는 이들을) 겁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너 개 키울 수 있겠어?’ ‘준비됐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가장 많은 상담 내용은 “짖지 않게 해주세요”


▎반려견 훈련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이 강형욱 훈련사가 강아지 다루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책을 통해 강 훈련사가 던진 얘기는 단지 반려인을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훈련사로서 자신의 부끄러웠던 실수에 대한 자책과 고백임과 동시에 반려인-반려견이 모두 행복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언젠가 강 훈련사에게 한 살 된 몰티즈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보호자가 빗질만 하려고 하면 손을 물며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강 훈련사는 의뢰인에게 “대장이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강아지의 목줄을 당기고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강아지는 비명을 질렀고 똥오줌을 바닥에 지렸다. 계속 목을 조이고 궁지에 몰아넣자 강아지는 저항을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있게 됐다. 의뢰인은 “낯선 사람 앞에서 이렇게 얌전히 있는 건 처음”이라는 감탄과 함께 강 훈련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강 훈련사는 “이렇게 하면 강아지는 누가 대장인지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잘 보고 따라 하면 나쁜 버릇이 고쳐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을 마치고 난 뒤 돌아오는 길에 강 훈련사의 마음은 무거웠다고 한다. “강아지가 보인 행동이 정말 보호자에 대한 배신이고 반항일까” “보호자의 손이 무서웠던 강아지가 손을 무는 것이 잘못일까” “내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했다. 반려견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가 변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였다. 이 책은 단순히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니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얘기다.

강씨의 이런 생각과 훈련 방식을 두고 “사람 아이를 교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줘 큰 인기를 모은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사연들을 따라가다 보면 <세나개>와 별반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상행동의 원인을 찾아보면 결국 보호자인 부모의 잘못된 대응과 태도, 습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반려견을 입양하는 순간부터 내 강아지만큼은 대소변도 잘 가리고, 애교도 잘 부리며, 시끄럽게 짖지 않고 사람 말을 잘 따를 것으로 기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반려인 상당수가 부딪히는 현실이다. 강 훈련사에게 호소하는 어려움 중 가장 많은 내용은 “짖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이다. 강 훈련사는 해법을 제기하기에 앞서 짖는 강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아지에게 짖지 말라고 하는 건 사람에게 토 달지 말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아지는 원래 짖는 동물이다. 그래서 짖지 않게 해달라는 건 좀 뚱딴지 같은 요구일 수 있다. 가령 ‘우리 말이 왜 뛰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다. 개는 짖는 것으로 감정 표현을 한다. ”

이런 개의 특성을 충분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첫걸음이라고 강 훈련사는 말한다.

“공포를 느낄 정도로 무섭게 대하면 (강아지가)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압적 방식으로 짖지 않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반려인이나 반려견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심하게 짖는 개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원인일 때가 적지 않다. 강아지에게 불안감을 주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

짖는 상황과 유형에 따라 대처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짖는 강아지에게는 반려인이 먼저 침착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 훈련사는 조언한다. 보통 사람들은 초인종 소리가 나면 급하게 달려나갈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을 본 강아지는 초인종 소리가 주인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인종 소리가 날 때 차분하게 행동하면서 현관문 앞에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 훈련사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그 과정에서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는 등 즐거운 기억을 갖도록 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람이 먼저 변해야 강아지도 변하다’는 점은 강 훈련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강아지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Thinking Training(생각하는 교육)’이다. 강 훈련사는 그동안 다양한 ‘문제 개’ 사례를 해결하면서 ‘스스로 좋은 행동을 찾아가는 교육’이 강하고 엄하게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식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산책으로 개의 많은 문제 해결할 수 있어”

강씨가 반려인들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는 바로 ‘산책’이다. “강아지에게 산책은 숨을 쉬고, 공기를 마시고, 물을 먹고 하는 거다. 산책은 사회적 활동이기도 하다. 그런 활동을 안 하면 배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집 안에서 짖을 수도 있다. 문제 행동을 하는 강아지의 상당수는 산책만 잘해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산책은 중요하다.”

그는 어떻게 반려견 훈련사가 됐을까. 어려서부터 그의 주변에는 강아지가 넘쳐났다. 부친은 강아지를 번식해 공급하는 강아지 농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마음이 약한 분이셨다. 하지만 당시에는 다 그렇고 그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키우던 시절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강아지를 사육하던 그 시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강압적인 방식으로 개를 사육하던 것에 지켜보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었다고 한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개 훈련을 시작했다는 그는 군 복무 후, 호주·노르웨이 등 해외로 나가 훈련사 경험을 쌓았다. 이 시절 그는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강아지 스스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을 터득해 나갔다.

하지만 귀국한 뒤로 한동안 그의 훈련 방식이 낯설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등 비주류 훈련사 취급을 받았다. 이제는 국내 최고의 반려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취재 말미에 예상치 못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최근 그는 강아지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고 한다.

“반려견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요즘엔 혹시 내가 보호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너무 강아지 입장만 강조하는 교육을 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나만의 원칙에 매여 반려인의 입장이나 생활 여건과 상황 등 고려하지 않았던 복잡한 부분들까지 생각하게 된다. 내 훈련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람과 강아지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뭔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 글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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