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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한반도 위기설 잠재운 트럼프 방한(訪韓) 

“이견 좁혔지만 갈등 불씨는 남아”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굳건한 한·미 동맹, 코리아 패싱 없다는 사실 확인은 큰 소득…무기 구입, 방위비 분담, FTA 개정협상은 부담스러운 ‘청구서’

11월 7~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 후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설을 잠재우고 한·미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진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대로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 대북 해법, 안보 현안 등에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다”며 코리아 패싱 우려도 불식시켰다. 그러나 이면에는 큰 대가가 따랐다. 방위비 분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미국 무기 구매 등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 첫날인 11월 7일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7일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패싱 논란을 일축했다. 이튿날 국회 연설에서도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11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쉽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없는 말씀은 안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방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점, 한국인 평균수명이 82세라는 사실, 한국 작가들이 연간 4만 권의 책을 출간한다는 것, 국가가 IMF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전 국민이 동참해 금 모으기로 나라를 구했다는 스토리까지 언급했다. 미 대통령으로서 이처럼 깊은 이해가 한국을 신뢰하고 동맹국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대북정책 ‘엇박자’ 등으로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불렀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미 동맹의 재확인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북핵 정국에서 한국이 미국·중국·일본의 파워게임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코리아 패싱’ ‘문재인 패싱’ 논란에 시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낸 최대 수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위기 속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했던 국민도 가장 중요한 약속을 확인한 셈이다. 더구나 미사일 탄두(彈頭) 중량 제한 철폐는 당초 기대를 넘어선 결과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1월 8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비롯해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최첨단 군사 자산 획득 등에 합의하면서 한·미가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자유한국당은 회담 자체가 너무 짧아 구체적 성과를 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힘을 통한 평화’ 강조, 점잖으면서도 무게 실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1월 7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2’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전만 해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미 대통령으로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핵우산을 비롯한 확장 억지력으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은 기대였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처럼 ‘북한 완전 파괴’ ‘김정은은 작은 로켓맨’ 등 공격적인 언어로 김정은을 자극하는 것은 우려였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다섯 번째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다.

11월 8일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의 기대는 대부분 충족됐다. 우려는 기우(杞憂)에 그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는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관한 사실을 근거로 북한 주민의 실상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 세계가 알다시피 기적과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났다.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한국은 끔찍한 참화를 딛고 일어섰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에 비해 360배, 교역은 1900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적은 거기(휴전선)에서 멈췄다.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견디기 힘든 시간을 노동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도 절반밖에 안 된다. 북한 주민 100만 명이 1990년대 기근으로 사망했고, 5세 미만 영유아의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 부진에 시달린다.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2012년과 2013년 북한 체제는 2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식량 구입 대신 더 많은 (김정은 일가의) 기념비와 동상을 건립하는 등 독재 우상화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힘을 통한 평화’였다.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항상 강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뿐 아니었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해도 한국 방위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자극’은 자제했다. 연설에서 김정은이라는 단어는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용하면서도 무게가 실린 경고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에 가기로 했던 것도 대북 경고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은은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이후 도발을 자제한 채 관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9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무모한 길로 가는 것을 미·중이 함께 저지하기로 합의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존 미국 지도자들과 대북 인식에 있어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돌출 발언이나 자극적 발언은 하지 않았기에 잘 넘어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주제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악의 축’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북한 체제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의 박경미 의원은 “북한 관련 발언을 약간 톤다운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여당 의원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첩보들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는데 좀 더 신중하고 정제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55분에 불과했던 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의 평가도 대체로 ‘A학점’이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있다. 보여주는 데 치중했던 만큼 진정한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란 설명이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1박2일 동안 한반도에서 머문 시간은 25시간이었다. 정상회담 때 모든 일정은 분·초 단위까지 양국 실무자의 합의를 거친 뒤 실행된다. 회담에서 다룰 주제는 물론이고, 발언 수위와 표현도 사전에 논의되는 게 외교 관례다. 언론에서 깜짝 일정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알고 보면 극적 연출효과를 위한 장치일 뿐 ‘돌발 이벤트’는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5시간을 분석해보면 양국 간에 치밀하게 조율된 외교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12일간 이어지는 아시아 5개국 순방의 일환이었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방문국은 중국, 가장 편한 방문국은 일본이다. 한국은 가장 ‘어려운’ 방문국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본격화된 여름 이후 전쟁설이 한반도를 엄습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서 양국 정상이 ‘어려운’ 대화를 다 하기는 어려웠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의 회담 시간은 이틀을 합쳐 55분에 불과했다. 단독회담 25분, 장관 등 보좌진이 배석한 확대회담 30분, 5분 남짓한 청와대 경내 산책 시간을 더해도 총 55분 정도였다. 그래서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 현안인 북핵과 관련해 내놓은 해법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부족한 회담 시간을 양국은 두 정상이 동맹 건재를 과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는 듯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일정인 평택 미군기지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군 장병들을 만났다. 또 중국발(發) 황사 때문에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한·미 정상은 함께 DMZ를 방문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행사가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트위터에 문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마련한 ‘아름다운 환영식에 감사한다’는 글과 4분가량의 환영식 동영상을 올렸다. 한국 정부가 꼭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함께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서)한국을 건너뛰는(skip)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일본과 비교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일본 일정은 2박3일인데 한국은 1박2일이다” “아베와는 골프를 쳤는데 문 대통령과는…”는 식의 비교는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방일이나 방중보다 내실이 있었는지는 짚어볼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박3일을 함께했다. 두 정상의 밀담과 회담 뒤 “미·일은 북핵 문제에서 100% 의견을 같이한다”는 말이 나왔다.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과 관련해 “북핵 문제에 대한 일종의 합의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 또 제재 결의안의 범주 내에서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을 확답 받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북핵에 관한 한 동맹 관계에 공조, 그리고 강화를 얘기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반대급부’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방식대로 대가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미국 무기 도입과 방위비 분담, 한·미 FTA 개정협상 등과 관련해 압박을 가했다. 호의(好意)는 ‘과거’요, 대가는 ‘미래’라는 뼈있는 농담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기 구입을 크게 늘려 무역적자가 감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FTA는 현재 협정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호의는 ‘과거’요, 대가는 ‘미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탄 차량이 11월 7일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찬·반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었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청구서인 ‘무기 구매’에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상당하다. 미국이 주장하는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277억 달러가량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구매로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데는 한국의 무기 구매가 그만큼 많을 것이란 전제가 깔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 장비를 주문하기로 했다”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한·미 FTA 개정협상 및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협정의 호혜성을 재차 강조하며 설득했으나 먹혀 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맹은 동맹, 무기는 무기, 방위비는 방위비, FTA는 FTA”라는 트럼프식 협상에 가로막혔다는 해석이 곁들여진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나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도 숙제다. 큰 틀에선 우리 측이 미국으로부터 상당량의 전략무기를 구매 또는 재배치하는 선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실무 협상을 통해 우리 측이 반드시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7일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은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용어다. 이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8월 처음 언급했다. 미국·일본·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를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 동맹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과의 군사동맹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 방문 시 열린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 때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미 동맹을 넘어 일본이 바라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중국과의 ‘균형외교’ 정책에 반하기 때문이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최근 JTBC 인터뷰에서 “한·일 동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평화헌법은 기본적으로 ‘교전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평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정규군을 갖지 않겠다’고 돼 있다. 교전권과 정규군을 갖지 않는 일본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빈방문 결과’에 관한 한·미 공동 언론 발표문을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박2일 방한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고,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 8시간 만이었다.

금전 관련 숫자 가득한 공동 발표문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방중 행사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귓속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발표문에는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뤄진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실렸다. 주한미군 방위비의 공평한 분담 원칙, 한·미 FTA 개정협상의 조속한 진행 등 그동안 양국의 이해가 갈렸던 현안이 담겼다.

또한 발표문에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억제력 및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해 일본과의 3국 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 의지를 한·미 정상이 재차 강조함으로써 ‘3 NO 원칙’ 논란의 확산을 차단한 것이다.

앞서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3 NO 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굳이 이런 원칙을 밝힌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한·미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정상 간 발표치고는 이례적으로 금전 관련 구체적 숫자가 많다는 점이다. A4용지 5장, 4300여 자의 전제 발표문 가운데 거의 절반이 양국 간 거래에 관한 것이다.

내용도 매우 상세하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약 5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한국 기업의 주요 투자는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주 석유화학 시설 건설(31억 달러), 한국타이어의 테네시주 클락스빌 신공장 건설(8억 달러, 1800명 고용), SK의 텍사스주 에틸렌 아크릴산 생산(3.7억 달러) 등을 포함한다.”

국익 지키기 위한 구체적 노력 절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5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회동을 하던 중 주먹을 맞부딪치고 있다. / 사진제공·일본내각공보실
또한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했다”며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무기 내역도 일일이 기재했다. 한국의 국방예산안 증액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로 2018년 예산안에는 국방예산이 올해보다 6.9% 늘어난 43조1177억원으로 편성됐다.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증액이다. 우리의 국방예산 증액 추진 상황까지 발표문에 적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순방 성과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한·미 공동 언론 발표문은 과거 양국 정상 간 공동 발표문이나 공동 성명과는 많이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13년 5월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 선언문’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2008년 8월 ‘한·미 정상 전략동맹 강화 합의 공동 성명’ 등에는 동맹의 강조나 북한 문제의 해결 의지 등이 주로 담겼었다. 경제적 교류·협력 강화 내용도 포함되긴 했지만, 개별 기업까지 자세히 거론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추후 한·미 FTA, 전작권 전환 등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 외교학부 교수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름대로 립서비스를 많이 했다. 하지만 립서비스 외교가 끝나고 나면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술핵 재배치, 전략 자산 상시 배치 등 미국의 핵우산 강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며 “북핵 위협이 실제적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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