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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연내 ‘비정규직 제로’ 추진하는 인천공항공사의 파열음 

정규직 전환 앞두고 묻지마 ‘채용 알박기’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멀쩡한 직원 내보내고 친인척 불러들이는 채용 비리도 생겨나…‘자회사 정규직’안 등 걸림돌 많아 연내 전환은 불가능할 전망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약속으로 기대에 부풀었던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멀쩡히 잘 다니던 직원이 ‘바꿔치기’ 당하는가 하면, 현장소장의 친인척이 채용되는 등 비리까지 생겨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현장 간담회에 참여한 보안검색 근로자(오른쪽 첫째)가 눈물을 닦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만났다. 인천공항은 전체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85%에 달해, 그동안 고용구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현장 간담회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올해 안으로 공항 가족 1만 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인천공항은 항공사업장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다. 공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는 51명에 불과하다.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절대 다수인 9941명이다. 내년 1월 중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인력까지 포함한 수치다. 국내 852개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일하는 국내 용역업체 비정규직은 총 1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공항이 단일 사업장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여타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인천공항의 노사협의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3년간 인천공항에서 수도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A씨도 대통령의 약속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고도 4조3교대 격무를 견뎌온 참이었다. 그러나 A씨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용역업체가 갑자기 A씨를 인천의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한다고 알려왔다. 당초 A씨의 자리에는 수질 관련 자격증도 없는 신입사원이 배치됐다. 업체는 “다른 사업장이 이직률이 높아서 경력이 쌓인 A씨를 전환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규직 전환 앞두고 직원 ‘바꿔치기’ 성행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10월 24일 인천공항 국정감사에서 “용역업체가 정규직 전환을 틈타 친인척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연합뉴스
A씨는 항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사표를 냈다. 인천공항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바꿔치기’ 당한 첫 사례였다. 당장 A씨가 소속된 공공산업희망노조(이하 ‘희망노조’)는 상급노조인 한국노총을 통해 해당 사건을 인천공항공사에 알려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공항공사 측은 “용역업체 인사권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희망노조 관계자는 “현재는 용역업체 측에서 내년에 원상복귀해주겠다고 약속해 A씨의 사표를 반려한 상태”라며 “하지만 A씨가 복귀해도 정규직 전환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7월 20일 시점에 공공부문에서 종사하는 근로자가 전환 대상’이라고 못박은 상태다.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벌어진 이 같은 인천공항의 채용비리는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이 10월 24일 인천공항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이후) 용역업체 신규 채용인원 중 친인척과 지인이 대거 포함됐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같은 당 윤영일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6월 1일과 7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17개 용역업체 3700여 명과 계약을 맺었다. 내년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앞두고 선발한 인력으로, 이들도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 B씨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로 현장에서는 이를 ‘알박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자리에 현장소장들이 지인을 꽃아 넣는다는 이야기다.

“현장소장 통하면 얼마든지 특혜 채용” 주장


▎8월 31일 대표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을 종결짓고 노·사·전문가협의회가 출범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가운데)이 근로자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장소장의 채용 문제를 감독할 사람이 없는데다 채용절차 역시 단순하기 때문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현장소장이 직접 채용하도록 돼 있다. 현장소장은 용역업체를 대리해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지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천공항과 계약을 맺고 있는 총 60개 용역업체마다 1명씩 있는 현장소장(현장대리인)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서류와 면접절차를 거쳐 직원을 뽑는다. 가장 낮은 직급인 ‘7급’은 자격조건조차 없다. 앞서 A씨 자리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그 사례다. 결국 현장소장만 통하면 얼마든지 채용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B씨는 “이번에 친인척을 채용했다가 탈락자들이 공항공사에 민원을 넣어 채용비리가 드러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근무해 현장상황을 잘 안다는 그는 “용역업체 현장 근로자 중에 공항공사 연줄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적발된 게 청소업체 두 곳인데, 한 군데는 자기 매형이 공항공사 부장이었고 다른 한 군데는 친형이 부장이었다. 현장소장이 자기 친인척을 끌어온 경우도 많다. 현장소장 하나는 친동생을 채용한 게 드러나니까 ‘평가 성적이 너무 좋아서 떨어뜨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정작 채용절차에는 시험이 없는데 말이다. 기막힌 이야기다.”

현장소장의 전횡은 이뿐만이 아니다. 용역업체의 몇몇 비정규직 근로자는 기자에게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현장소장이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인건비 중 일부를 본인 몫으로 챙겨갔다는 불만이다. C씨는 “공항공사에서 지급하는 전체 인건비를 100으로 치면, 여기서 현장소장과 그 밑의 행정직들이 가져가는 몫이 많게는 2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이 사실일까?

이들이 건네준 ‘기성상 임금 대비 지급률’ 자료를 살펴보았다. 한 비정규직 노조에서 ‘2015년 인천국제공항 설계내역서’를 기초로 작성한 자료였다. 현장소장의 급여 307만3938원보다 100만원가량을 더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장소장은 지급률이 133%에 달했지만 나머지 직원의 지급률은 90% 안팎이거나 많게는 82%까지 떨어졌다. 액수로는 월 평균 27만6101원, 특정 직급은 49만원의 급여를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지급한 인건비를 배분하는 것은 용역업체의 권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장근로자들은 “용역업체 경영진이 현장소장에게만 모든 걸 맡겨놓고 정작 현장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에는 무관심해왔다. 우리가 받아야 할 돈만 제대로 받았어도 정규직 전환을 이만큼 강력하게 요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받아야 할 돈만 제대로 받는 ‘비정상의 정상화’만 돼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희망노조의 한 간부도 “현장소장들의 ‘갑질’에 질렸다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조가 현장소장들 ‘줄 세우기’ 의혹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내년 1월 중 개장한다. 여객수용능력은 4400만 명에서 6200만 명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근로자 처우개선과 관련해 공항공사 측은 그동안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근로자 처우 개선비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일반관리비는 임대료·공과금 등 기업 유지를 위해 소모되는 관리비를 말한다. 인천공항공사의 전체 용역비 5500억원 중에서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합친 금액은 전체의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공항공사는 기존 용역비 내에서 추가 지출 없이 정규직 전환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밝혀왔다. 추가로 예산을 책정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현장 근로자 대표자들도 처우개선 비용과 관련해서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조 간부는 지난 10월 실무회의를 하던 중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 근로자 대표자가 “(공항공사 노조의) 조직화 사업에 우호적인 현장소장은 (노조가) 고용승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B씨는 “현장소장들은 지금껏 용역업체 본사 인사·급여 기준을 적용받아왔다”며 “일부 노조가 자기들 노조의 조직화 사업을 위해 대놓고 현장소장들을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희망노조 관계자는 “지난 7월 공항공사에서 현장소장들을 모두 불러 ‘소장은 관리인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걸로 안다”며 “일부 영세한 용역업체에 소속된 현장소장은 다른 사업장으로 가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이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한국노총 산하 환경노동조합, 개별노조연합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발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장은 노조마다 달랐다. 환경노동조합과 개별노조연합 관계자는 “현장소장은 용역업체 본사 정규직 소속이므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는 “현재의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상시·지속되는 업무를 맡은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장소장들 역시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말이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남신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관리자 문제는 노조도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라며 “관리자의 정규직 전환 범위가 향후 협상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현장소장 줄 세우기가 헛소문은 아니라는 얘기로 들렸다.

‘생명·안전 업무’ 근로자만 직접고용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월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평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 조형물이 설치됐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현재 내부적으로 교착상태다. 민주노총은 10월 28일 노·사·전문가 협의회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사측인 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측이 직접고용 인력을 552명으로 제한하는 안을 들고 나와 사달이 났다. 나머지 9500명은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경재 개별노조연합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누구는 가고 누구는 남는다고 하면 정규직 전환 문제가 ‘배고픔’이 아니라 ‘배아픔’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만 3200명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용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에 대한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인 공항공사는 ‘생명·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직접고용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 가이드라인은 직접고용 범위를 생명·안전 업무에 한정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기준은 ‘상시·지속 업무(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이지만 그중에서 직접 고용 기준은 생명·안전 업무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또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명시하고 있다.

현재 공항공사에서 생명·안전 업무에 해당한다고 밝힌 용역업체는 4곳이다. 공항소방대 214명과 조류퇴치팀 30여 명, 항공등화시설유지관리 110명, 전력계통시설유지관리 198명 등이다. 공항공사는 공항소방대와 조류퇴치팀은 인명 구조와 항공기 안전 등에 필요하고, 항공기 등화 등 항행 안전시설은 항공기 이착륙 시설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라서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인천공항의 보안검색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는 1900여 명이다.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당시 현장 간담회에서 눈물을 쏟았던 여성 직원도 보안검색 업체 소속이었다. 당시 이 직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저희를 찾아주신 것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벅차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당시 장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보안검색노동자협의회 김대희 차장은 “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당연히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 생각했다”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때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지 물었다. 김 차장은 “우리와 같이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공사 감독관으로 채용된 사람이 있다. 같은 4조 3교대지만 우리는 4일에 하루를 쉬는데 감독관은 이틀을 쉬더라”고 말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김 차장은 또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우리도 직접고용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항공보안법은 보안검색을 “불법방해행위를 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 또는 폭발물 등 위험성이 있는 물건들을 탐지 및 수색하기 위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7월에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된 폭발물처리반(EOD)와 업무 범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자회사 설립해 직접고용 때는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항공사가 직접고용하는 정규직이 ‘진짜 정규직’이라고 주장한다. 8월 31일 노·사·전협의회에 앞서 근로자 측 대표단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남신 소장은 “생명·안전 업무 범위는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가이드라인부터 “생명·안전 업무의 판단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생명·안전 업무의 구체적인 범위는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 협의, 다른 기관의 사례 등을 참조해 기관에서 결정”하라고 말한 탓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가이드라인의 생명·안전 분야 개념이 모호하므로 정부 지침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남신 소장은 자회사 설립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거나 공사 경영진이 교체됐을 때도 자회사가 지속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 소장은 “자회사가 공항공사의 잔여 업무나 자투리 일감만 담당해서는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도 자회사의 독립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능률협회마케팅(KMAC)이 제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는 신규사업 등 사업수행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 KPS는 사장 직속 R&D조직과 신성장사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민주노총이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측이 직접고용 조건 안에 ‘독소조항’을 넣어 근로자들이 결국 자회사 설립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용역보고서에 언급된 ‘직접고용 전환시 공개경쟁이 원칙’이라는 항목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할 경우 다른 신입사원들과 동일 선상에 두고 평가해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이 역시 선별 전환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은 이와 달리 여전히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용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상시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보통 3~5년에 한 번씩 용역업체가 바뀐다. 소속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4월 인천공항 교통센터 환경미화 용역을 새로 맡은 업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업무개시 하루 전에 근로자들에게 문자로 면접 불합격을 통보했다. 3차례에 걸쳐 면접을 실시해놓고는 겨우 하루 전에 통보했다. 노조 측에서는 “3~4년 이상 일해온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데 3차 면접까지 실시하는 것은 해고를 위한 시간 끌기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경쟁채용에 대해 느끼는 ‘불안’도 상당하다고 한다. 공항공사는 지난 7월, 폭발물처리반(EOD) 16명을 경쟁채용을 통해 선발했다. 당초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요원(비정규직)이 14명 있었지만, 이 가운데 9명만 채용되고 나머지 5명은 탈락했다. 공항공사 측은 “탈락한 요원들은 제2여객터미널에 추가 채용할 것”이라면서도 “공공기관 채용기준에 따라 범죄 경력자 등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고용승계 놓고 ‘노-노 갈등’ 우려도

고용승계를 통한 전원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노-노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민주노총의 고용승계 요구에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이하 ‘공사 노조’)가 처음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규직 전환 협상에 말을 아껴왔던 공사 노조는 ‘공사 직원 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이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기회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사 노조는 또 “최근 조사에서 취업준비 중인 청년층의 46%가 공공기관 취업을 원한다고 응답한 것만 봐도 공기업, 특히 인천공항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이 얼마나 많을지는 자명하다”면서 “일부 비정규직에서 주장하고 있는 ‘전원 직고용 승계’는 이러한 청년들의 선호 일자리를 강제적으로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공사 노조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현 근로자의 전환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공정채용이 보다 요구되는 업무(청년 선호 일자리 등)는 경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다만 “가점부여나 제한경쟁 등 방법을 통해 일정부문 비정규직 보호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는 그럴 수 있다면서도 정부와 공사 노조의 ‘원칙적인’ 입장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조 관계자는 “우리 처지를 생각해봤나. 그렇게(경쟁채용) 해버리면 몇명이나 시험에 패스할 수 있겠나? 다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인데… 정부 안대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가점을 얼마나 줄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측인 공항공사는 근로자대표단에 “11월 말까지 노·사·전문가협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12월 정규직 전환 완료-1월 제2여객터미널 개항’ 일정을 지키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고용 대상으로 노사 간 이견이 없는 공항소방대와 조류퇴치팀 등은 협의가 종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노·사·전문가 협의회의 이남신 소장은 “11월 타결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사측이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당사자에게 신뢰받는 협의가 돼야 한다. 근로자대표단 역시 사측 안을 비평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노·사 간 ‘치킨게임’을 경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전원 정규직 전환’이라는 실행 파일이 가동되려면 아직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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