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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초대석] 배우 마동석의 재발견 

‘한국형 수퍼히어로’의 탄생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불의를 응징하는 영웅 이미지로 관객에 카타르시스…인간미 있는 반전매력에 ‘연기되는 액션 배우’ 평가

배우 마동석이 영화 <범죄도시>로 대박을 터뜨렸다. 120만 관객이면 손익분기점을 넘는 이 영화는 관객수 650만 명을 넘기고도 여전히 흥행 중이다. 늦깎이 배우 마동석은 누구인가?


▎마동석은 힘과 서민적인 인간미를 가진 ‘한국형 수퍼히어로’ 같은 존재다.
지난 10월 25일 밤 9시30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관에 요즘 가장 ‘핫한’ 배우 마동석(46)이 나타났다.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 <부라더> 제작진이 영화 상영 후 마련한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석한 것. 우람한 몸에 어울리지 않은 귀여운 티셔츠를 입은 그가 ‘마쁜이’(마동석+예쁜이) 미소를 짓자 객석이 술렁이다 못해 ‘뒤집어졌다.’ 요즘 ‘대세(大勢) 배우’라는 말이 실감났다.

마동석의 배우 경력은 10년 남짓이다. 하지만 연기를 해보겠다는 꿈은 꽤 오래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처음 연기를 경험한 후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영화 <록키>를 본 뒤에는 심장이 벌름벌름 뛰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운동만 했던 내가 어느 날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까 그 얘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굉장히 크게 웃었어요. 저게 뭔 소리냐? 저와 10년 알고 지내던 동생도 “형! 왜 그래?”라고 그러더라고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마동석은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갔다. 콜럼버스 주립대에서 체육을 전공한 그는 거구의 외국인들을 보면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운동으로 몸을 불렸다. 1994년,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미국에서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체격이 건장했기에 형사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이후 보디빌더와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입지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했다. 한때 이종격투기 선수인 마크 콜먼과 캐빈 랜들 맨의 개인 웨이트 트레이너를 맡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미국 땅에서 그의 오랜 꿈을 이루긴 어려웠다.

악당들을 쳐부수는 든든한 영웅


▎마동석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 <범죄도시>.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마동석의 시원시원한 액션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30대 중반이 되어 귀국한 마동석은 한국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꿈에 다시 도전한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를 배워나갔다. 2004년 <바람의 전설>에서 ‘떡볶이 동생’ 역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민 그는 2005년 영화 <천군>에서 운 좋게도 조연급인 황상욱 역을 맡아 영화계에 데뷔한다. 본격적인 연기생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후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에서는 조연도 안 되는 단역에 머물렀다. 마동석은 당시 “몸이 너무 커서 한국에서는 배우 할 수 없다며 살 빼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마동석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출연작품을 찾아 나섰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11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마동석이라는 이름을 점차 알려나갔다. 2012년에는 <댄싱퀸> <공정사회>에 얼굴을 내밀었고, 2013년에는 <미스터고> <결혼전야> 등에 출연해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마침내 그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을 받아 영화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2015년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긴 <베테랑>에서는 우람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아트박스’ 사장으로 우정 출연, 영화 개봉 후 화장품 광고를 찍는 행운도 누렸다. 2016년, 마동석은 <굿바이 싱글>과 <부산행>에서 인간미 있는 모습과 가족을 지켜내는 강인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한 ‘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데뷔 이후 13년 동안 무려 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해 다양한 역할을 맡은 마동석은 올해 하반기 <범죄도시>와 <부라더>가 흥행하며 충무로 스타가 됐다. 공교롭게도 첫 주연작 두 편이 모두 히트작이 됐다. CF 출연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마동석이 찍은 CF만 15개다.


영화평론가들은 배우 마동석이 관객들에게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악당을 쳐부수는 든든한 영웅의 이미지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마동석의 시원시원한 액션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할리우드 영화에 지구를 구하는 수퍼히어로들이 등장하듯이 마동석은 한국형 수퍼히어로가 됐다는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 서울 가리봉동이 무대다. 마동석이 강윤성 감독과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했다. 중국 하얼빈에서 넘어와 단숨에 기존 조직들을 장악하고 춘식이파 보스 ‘황사장(조재윤 분)’까지 위협하며 가리봉동 일대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윤계상 분)’ 일당을 잡기 위해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오직 주먹 한 방으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해온 괴물형사 마석도가 일하는 강력반은 ‘나쁜 놈’들을 통쾌하고! 화끈하고! 살벌하게! 한방에 쓸어버린다.

맨손으로 한방에 악당을 제압하는 마동석의 우람한 팔뚝은 올리브를 구하는 ‘뽀빠이’나 옷을 찢고 변신하는 ‘헐크’ 이미지와 중첩된다. 위기의 순간에 악당을 물리쳐줄 수퍼히어로를 갈망하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마동석은 “내가 지켜주겠다”며 한 손으로 악당을 때려잡고는 이내 순한 눈빛으로 관객을 안심시킨다. 마동석은 드라마에서도 수퍼히어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마동석이 출연한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즌1>(오시엔, 2014), <38사기동대>(오시엔, 2016)를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관계자는 “마동석은 힘과 서민적인 인간미를 가진 ‘한국형 수퍼히어로’ 같은 존재”라며 “마동석의 그 이미지가 <범죄도시>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마동석은 단순한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영웅의 이미지까지 갖고 있다. 영화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강하고 희생적이면서도 자상한 남편(윤상화 역)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아내(정유미 분)를 지키기 위해 좀비들과 싸우지만 나중에는 팔뚝에 신문지를 칭칭 감고 양손으로 번갈아 좀비들을 물리치다 끝내 그 자신도 죽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는 정의감 있고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마동석 자신도 “통쾌한 액션 영화가 끌린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영화에 끌린다”고 했다.

마동석은 배우로서 친근하고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를 잘 구현해낸다는 평을 듣는다. 영화 <부라더>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처럼 형제가 아웅다웅하는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석봉’(마동석 분)과 ‘주봉’(이동휘 분)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말을 받는 장면에서 마동석의 애드리브가 작렬한다.

영화 <부라더>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마동석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다운 모습만 봤다가 어느 날 <굿바이 싱글> 예고편이 막 나오기 시작한 때 마동석 배우가 바나나 무늬가 찍힌 옷을 입고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을 봤다. 그게 너무 인간적이고 귀엽고 예뻐 보이더라. 휴머니즘도 있는 배우였는데 이 사람이 가진 면모를 못 봤구나 싶었다. 그래서 제작자를 통해 마동석 배우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마동석 역시 “시나리오 받기 전부터 <부라더>의 원작 뮤지컬인 <형제는 용감했다>를 인상 깊게 봤다. 따뜻한 느낌이었다”고 화답했다.

마동석의 팬들에 따르면, 마동석은 ‘반전 매력’ 덩어리다. 우락부락한 얼굴의 마동석은 웃음을 머금으면 강아지처럼 순해 보인다. 영화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좀비를 한방에 날려버리면서도 아내(정유미 분) 앞에서는 아이처럼 순한 양이 된다.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니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런 ‘러블리’한 이미지가 ‘마블리’ 또는 ‘마요미’라는 애칭이 생긴 배경이다.

마동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릴러, 액션을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 가족영화나 코미디를 좋아한다. 액션은 배우 성룡이 나오는 영화, 코믹하면서도 재미있고 통쾌하고 아이들도 같이 볼 수 있고, 피도 많이 안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막 짜르고, 썰고 이런 영화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배우고 공부하는 게 생활화된 배우


▎코미디 영화 [부라더] 홍보 포스터. 마동석이 중인공을 맡았다.
마동석은 ‘몸’ 그 자체로 웃음을 주는 배우다. 178㎝, 100㎏의 단단한 체구다. 팔뚝 둘레가 웬만한 성인 허벅지보다 굵다. 족히 50㎝가 넘는다고 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만화 캐릭터 같은 몸이다. 그 육중한 체구가 주는 잔재미가 있다. 영화에서 마동석이 동생 ‘주봉’과 옆으로 나란히 눕는다. 그런데 넓은 어깨 때문에 마동석의 목이 방바닥에 닿지 않는다. 배우 이동휘는 “정말 태어나서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는 팔뚝이 너무 굵어 뒤쪽 상처가 보이지 않는 장면 설정이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느낌의 마동석의 팔뚝과 몸에는 사실 아픈 사연이 있다. 격한 운동으로 양쪽 어깨가 부러져 근육이 없으면 공 하나도 못 던질 정도의 몸 상태라고 한다. 연기로 승부를 보려면 결국 액션을 할 수밖에 없어서 거기에 승부를 걸었는데 대박이 터진 것이다.

마동석은 연기자로서 늘 배우고 공부하는 게 생활화된 배우로 알려져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배우다. 충무로 인사들에 따르면, 덩치가 크거나 액션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은 섬세한 감정연기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동석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잘하는 배우라고 한다. 한 마디로 영리하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제가 변덕이 심해서 다른 일을 할 때는 금방 싫증이 났는데 연기는 그렇지 않더라. 그런데 연기는 또 무작정 덤벼서 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끝까지 놓지 않고 끈질기게 연기해서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래도 영화로 개봉한 제 연기를 보면 늘 아쉽다”고 했다. 그와 일해 본 장유정 감독은 “책임감이 강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그것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스타일이더라”고 말했다.

마동석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으면 꼭 두 번 정독한다. 처음에는 영화적으로 재미있는지를 보고, 두 번째는 캐릭터의 재미를 본다고 했다. 주로 액션물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만 휴먼코미디물도 아주 좋아한다. 자신에게 상대를 웃기고 싶은 코미디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마동석에게 연기는, 아직 어렵다. 특히 코미디영화는 더 어렵더라고 했다. 왜 그럴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을 웃기는 일은 참 힘들다. 우리가 자유롭게 1000가지 이야기를 골라서 사람을 웃겨야 할 때도 쉽지 않은데, 정해진 이야기 안에서 웃겨야 되고, 이게 조금만 벗어나면 캐릭터와 달라진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 할 때는 머리가 아프더라. 스릴러나 액션 영화는 흐름에 맡기면서 리듬을 타면 되는데, 코미디는 배우가 조금 더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웃기려 하면 개그가 된다. 그래서 코믹한 장면에선 일부러 조금 더 진지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촬영현장에서는 어떤 공기의 흐름이 있다. 배우가 웃기려고 했는데, 정작 스태프들은 웃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게 극장에 걸리면 관객들에게선 또 다른 반응이 나온다. 그런 흐름과 분위기를 잘 캐치해내는 게 중요하더라. 연기를 하는 지금도 늘 어려운 부분이다.”

순간적인 애드리브가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잘 소화하는지 묻자 “순발력이 필요하다. 흐름을 타는 것, 장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영화 <부라더>에서 마동석의 동생으로 열연한 배우 이동휘는 “마동석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동석은 내가 하는 연기에 영감을 준 원천이자 뮤즈였다”고도 했다.

영화 속의 배우와 실제 배우의 모습도 같을까? 이에 대해 마동석은 “<범죄도시> 속의 격한 모습도 내 일부이고, <부라더>에 나오는 철없는 성격도 제 안의 조그만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확장된 것이다. <부라더>의 ‘석봉’은 철은 덜 들었지만, 낭만성이 있다. 남자들 중에 나이 들어서도 자기 꿈을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나도 아직 꿈이 있다.”

연기뿐 아니라 영화 기획에도 참여


▎지난 1월 18일 마동석은 ‘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40대 후반에 들어선 그의 꿈은 뭘까? 주위 사람들에게 타진해본 결과 영화 기획자로서 마동석의 뛰어난 자질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 영화계에서 <범죄도시>처럼 관객들의 입소문과 이야기만으로 흥행가도를 달리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이는 아이디어가 많은 마동석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덕분이기도 했다. 마동석 역시 “소재를 발굴하고 기획해서 감독과 함께 기획해 만든 작품이라 더 기쁘고 뜻 깊다”고 했다.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이프>, 촬영이 끝난 <곰탱이>, 현재 촬영 중인 <챔피언>도 마동석이 기획에 참여하고 시나리오 작가진을 직접 꾸려 만드는 영화다. 특히 <챔피언>은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로 마동석의 매력이 드러나는 영화라고 했다.

마동석은 “예상치 못한 흥행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던 대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한다. 다양한 영화에서 새로운 마동석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액션 영화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흔여섯 나이의 마동석은 현재 미혼이다. 배우 예정화(29)와 열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정이 바빠 만날 시간도 부족하다 한다. 지금은 마동석 전성시대다. 마동석이 최근 한 달 동안 제안받은 시나리오가 대략 40편이나 된다고 한다. 일 중독자로 알려진 그가 내년에 개봉할 영화에서는 또 어떤 러블리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된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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