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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카운트다운 6·13 지방선거 기상도] 광주·전남 | 본선보다 ‘예선전’ 치열 

이용섭·박지원 출마 여부에 ‘촉각’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광주, 윤장현 현 시장에게 강기정 전 의원 등 도전장…전남, 이개호·주승용 등 현역 의원들 자천타천 후보로

역대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은 본선보다 예선이 치열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낙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6·13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내 예선은 물론이고 국민의당과의 본선도 전쟁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전반적인 우세가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합당) 등 변수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광주·전남도 지방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2014년 선거 때 한 어르신이 선관위 직원들이 붙이고 있는 벽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 2명, 교육감 2명, 기초단체장 27명, 광역의원 80명, 기초의원 311명 등 총 422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입지자(立志者)만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 지방선거에서 시·도민의 최대 관심사는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다. “광주 8명, 전남 11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시장·지사는 각 1명뿐”이라는 말처럼 광주시장·전남지사가 갖는 정치적 위상과 존재감은 매우 크다. 실제 시장·지사는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수천 명에 이르는 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 여기에 각종 인허가권도 갖고 있다. 광주시의 살림살이 규모는 5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고, 전남도는 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무원 수가 광주 2100명, 전남 2200명에 이른다.

여론조사 1위 예비후보의 딜레마


▎1.. 2015년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 윤장현 광주시장은 청년과 일자리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청 옥상에 선 윤 시장 뒤로 상무 지구가 보인다. / 3. 2017년 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이는 장정숙·장병완(오른쪽) 의원. / 4. 2016년 4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서 이개호 당선인이 울먹이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 5. 민주당 광주시장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이용
광주 지역 정가에서는 광주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장현 현 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전 재선 의원), 강기정 전 3선 의원 등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지역 정치인도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메이저 후보들에 비하면 무게가 떨어지는 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이름을 알려 놓으면 2020년 총선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주선·김동철 4선 의원, 장병완 3선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모를까 금배지를 떼가면서까지 도전장을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정치지형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광주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도 광주의 민심을 읽는 참고자료로 삼을 만하다. 12월 5일 공개된 여론조사의 광주시장 적합도 항목에서는 이용섭 부위원장이 28.6%를 얻어 1위로 나선 가운데 강기정 전 의원(9.9%), 최영호 남구청장(7%),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6.9%), 윤장현 시장(6.6%) 순으로 나타났다(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남대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건설교통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국세청장, 재선 의원 등을 지낸 이 부위원장은 풍부한 공직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일자리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러니컬하게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직이 지방선거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부위원장이 직(職)을 맡은 지 1년도 안 돼 그만두고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광주 지역 정가에서는 이 부위원장의 불출마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 내년 6월을 기준으로 해도 1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놓기 전에 부위원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정은 섣부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 쟁탈전’은 2016년 20대 총선 못지않게 치열할 것이 자명하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변화가 생기는 상황이 오고, 국민의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이용섭 등판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이 부위원장 측은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장현 현 시장, 이용섭 부위원장과 함께 강기정 전 3선 의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롯데홈쇼핑·GS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으로 낙마한 뒤 후임으로 강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강 전 의원은 청와대 측에 정중하게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무수석도 고사하고, 출판기념회도 연기

강 전 의원 측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뼛속까지 민주당이라는 점, 둘째는 광주가 키운 정책 전문가라는 점이다. 강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강기정 전 의원을 강성 정치인으로만 기억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강기정은 민주당을 지켜온 ‘실용 정책통’”이라며 “광주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강 전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에는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정책 생산에 전력투구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아직은 출전 선수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이 정중동이지만 2월 설 연휴 전후로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강 전 의원 측에서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이 부위원장의 탈당 후 강운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전력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장현 시장은 중량감 있는 전직 의원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조용히 재선 고지를 노리고 있다. 윤 시장은 당초 11월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전해진다. 현직 시장인 만큼 출마 선언이 시기적으로 다소 이른 것 아니냐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광주를 친환경 자동차의 선도 도시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윤 시장은 “광주시의 정책이 4차 산업혁명과도 맞아떨어진다”며 정책으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총선·대선·지방선거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은 전체적으로 한 선거구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서도 일부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결과는 국민의당의 싹쓸이였다. 어느 쪽으로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승패의 큰 그림이 결정될 것”이라고 점쳤다.

또 다른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금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1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방선거보다 2020년 총선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당에서는 현역 중진 의원이 아닌 의외의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전남지사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인물은 7~8명에 이른다. 시간이 흐르면 예비후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광주·전남 유일의 현역인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조충훈 순천시장,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도 거론된다. 김영록 전 의원과 우윤근 국회사무총장도 물망에 올랐으나 김 전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입각했고, 우 사무총장은 러시아 대사로 임명됐다. 지금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다소 멀어진 듯하다.

국민의당은 박지원·주승용·황주홍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무소속인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이석형 산림조합 중앙회장(전 함평군수)도 전남지사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개호 의원은 지역 민심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그는 2016년 총선 당시 ‘녹색 돌풍’ 속에서도 민주당 당적으로 유일하게 생환했다. 30여 년간 전남도와 행정자치부 등 지방과 중앙정부에서 공직을 거치면서 쌓은 행정 경험이 무기다.

전남지사 선거의 최대 변수는 박지원 의원의 등판 여부라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출마를 고민했던 박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안철수·손학규·천정배·정동영 전 대표 등도 함께 뛰자”며 당 간판급의 총출동을 제안했다.

선두그룹, 박빙 승부 예고

박 의원이 전남지사 출마를 고민하게 된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42년생으로 만 75세인 박 의원으로서는 이번이 도백(道伯) 도전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20년 총선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전남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빙 승부’가 벌어졌다. 전남 지역 거주자 800명을 대상으로 ‘다음 인물 중 누가 차기 전남지사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17.5%가 이개호 의원을 꼽았다. 2위는 여수을에 지역구를 둔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15.3%), 3위는 목포의 박지원 의원(14.9%)이었다. 뒤를 이어 장만채 교육감(10.4%), 노관규 전 순천시장(7.3%), 이석형 전 함평군수(6.5%) 순이었다.

역대 전남지사 선거에서는 ‘소지역주의’가 큰 변수로 작용해왔다. 동부권과 서부권 등 지역구도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전남 동부권 출신인 주승용 의원과 전남 서부권 출신인 이낙연 의원이 맞붙어 동서 간 대결이 펼쳐졌다. 박빙 승부 끝에 예선전을 통과한 이 의원은 본선에서 낙승을 거두고 도백이 됐다.

이번에 무소속인 장만채 교육감을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로 이개호 의원과 국민의당 후보로 박지원 의원이 맞붙는다면 전남 서부권 대결이 펼쳐진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역대 전남지사에서는 모두 서부권 출신이 승리했을 정도로 강세를 띠었다. 서부권 출신끼리 대결을 벌인다면 동부권 표심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며 “국민의당의 전남지사 필승카드로는 박지원 의원이 예상된다.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박 의원이 전남지사에 출마하면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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