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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문제는 경제다! 3大 경제난제와 해법] 금리인상, 가계부채 뇌관 건드릴까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 대출이 더 위험군’ 

백우진 경제평론가
금리인상과 집값하락이 금융시스템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 적어…연령·소득·부채규모·담보가액 등 고소득층 대출의 미시 데이터 구축할 필요

2017년 상반기 우리나라 가계 빚의 증가 속도는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둘째로 빨랐다. 가계부채 뇌관은 새해 경제에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것인가?


▎가계부채가 새해에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은 적다는 진단이다. 2017년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가계부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오른쪽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는 흔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비유된다. 가계부채 뇌관과 연결된 ‘도화선’으로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 지목된다. 새해에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가계부채의 도화선이 타들어가기 시작할까? 이에 따라 뇌관 폭발도 머지않아 초읽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금리 상승에 집값 하락이라는 악재가 더해지진 않을까? 가계부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무거운 자영업자 부채의 실상은 어떻고,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았나? 가계부채에서 위험한 부분으로 분석되는 중산층 이상의 부채는 얼마나 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가계부채가 어떻게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가계부채의 거시경제적 위험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에 있다. 시스템 리스크란 개별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지는 위험을 뜻한다.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채권이 부실해진 금융회사들은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대출을 줄인다. 그렇게 되면 신용경색이 빚어지고 돈줄이 말라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다. 가구는 씀씀이를 줄인다.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그럼 가계부채는 어떻게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나? 즉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지는 경로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다. 먼저 금리가 오르면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할 위험이 커진다. 주택가격이 내리면 담보여력이 줄고, 금융회사는 주택담보대출금액 중 한도를 초과하게 된 금액을 회수하려 한다. 이 초과대출금을 갚을 여윳돈이 없는 한계가구는 집을 팔아야 한다. 한계가구가 많아져 주택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 집값이 더 하락한다.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속출한다. 집이 팔리지 않아 원리금을 연체하는 경우도 증가한다. 금융회사가 가계에 빌려준 금액 중 상환되지 않아서 부실해진 채권이 증가한다.

이처럼 가계부채 문제는 복합적이고 중첩된다. 가계부채가 복합적이라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연결돼 있고 금융회사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등)로 구분되고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의 54% 정도를 차지한다.

또 가계부채는 자영업자 부채와 겹친다. 자영업자 총부채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빌린 사업자대출과 주민등록증을 내고 빌린 가계대출을 합산한 금액이다.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가계 대출을 활용한다. 한편 자영업자 부채의 큰 부분이 부동산임대사업자 대출로, 부동산을 담보로 이뤄졌다. 한편 부동산임대사업자의 문제는 주로 50~60대 베이비부머의 문제다. 부동산임대사업자 중 베이비부머가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노후에 대비해 목돈을 빌려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 투자해 월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산운용 및 현금흐름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2017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었다. /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6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1.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0.25%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2조3000억원 증가한다. 이는 2017년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1341조1515억 원 중 변동금리부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 증가액이다. 가계 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 전체 가계부채 1419조1000억원이다. 그런데 금리 상승이 꼭 채무상환 불이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오르는데 경기가 꺾이는 상황이이어져야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거시경제에 주름이 진다.

2018년 경제의 성장세는 2017년과 비슷하리라 전망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가 2017년 3.1% 성장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을 경우 금리 상승은 경제에 별 무리를 주지 않는다. 또 기본적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탄탄하면 금리가 올라도 경제는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무상환 능력의 기준은 자산과 소득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대체로 양호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는 등 자영업자 부채 조이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붙어있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광고문. / 사진:연합뉴스
가계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2017년 1분기 말 45.8%로 추정돼 2010~2016년 평균인 45.5%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비율이 45% 선이라는 것은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이 부채의 2.2배 규모임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이는 금융자산으로 평가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2017년 1분기 말 153%로 1년 새 9%포인트 상승해 채무상환 능력 측면에서 악화됐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16년 말과 비교하면 0.1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위험 요인인 집값 하락의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혹자는 국내 주택 가격이 거품으로 크게 부풀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집값이 아직 버블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거품은 시간이 지나 정점에 도달한 후 제풀에 터지고 특히 경기가 꺾이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도 견뎌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또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우리나라는 담보여력 감소로 인한 상환 압박이 크지 않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과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낮게 유지했고, 그래서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한도초과 대출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

집값 하락의 충격에 대한 분석은 앞서 2016년 11월에 발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전국적으로 20% 하락할 경우 최대 금융손실액을 15조2000억~28조 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폭은 1.4~2%포인트로 산정했다. 그러나 하락한 후에도 자기자본비율은 12~12.9%로 1등급 기준인 10%를 웃도는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이 분석한 이후 가계부채의 구조와 질은 더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가계부채 충격 완화 시스템에 2017년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추가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개별 가구에 상환 능력 이내의 금액을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17년 8월부터 실수요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11월부터 자영업자 부채 조이기에 나섰다. 그 배경은 자영업자가 근로소득자에 비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경기가 나빠지면 부채를 갚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위험 측면에서 주시할 부분이 부동산임대사업자 대출이다. 부동산임대사업자의 대출은 2016년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520조원의 39%를 차지한다. 부동산임대사업자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그러나 부동산임대사업자의 대출은 사업자대출로 분류돼 LTV만 적용되고 DTI가 적용되지 않았다.

자영업자 부채, 일반 가계보다 많아


금융위원회는 11월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부동산임대사업자에게 이뤄지는 대출을 임대수익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지표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이다. RTI는 연간 올리는 임대소득이 해당 임대업대출 이자 비용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부동산임대사업자는 내년 3월 이후 은행 대출에 대해 RTI가 주택 1.25배 이상, 비주택(상가·오피스텔 등) 1.5배 이상으로 제한된다. RTI는 각각 역수로 생각하면 더 잘 와 닿는다. 주택은 0.8배, 비주택은 3분의 2다. 주택은 이자비용이 연간 임대소득의 0.8배 이하이게끔 대출이 제한되고, 비주택은 이 비율이 3분의 2 이내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다음 가상 사례를 생각해보자. A씨에게는 현금 2억원이 있다. 그는 2018년 4월에 매매가 3억원인 주택 2채를 구입해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주택 2채의 연 임대소득이 1914만원이고, 연 이자비용은 1840만원이다. RTI는 1.04 수준이고, 그 역수는 0.96으로 0.8을 초과한다. 그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임대소득에 0.8을 곱한 금액인 1531만원이 연 이자비용인 금액이다. 연 이자비용이 1531만원인 대출금액은 약 3억3300만원이다. A씨의 계획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차액이 6700만원이다. 그는 이 금액을 대출 이외의 방법으로 조달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택임대업 대출은 21%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비주택임대업은 29%가 한도를 초과한다. 따라서 내년 3월부터 RTI가 적용되면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영업자 부채의 연체율은 아직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연체율은 더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2017년 12월 13일,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혜택 등을 통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한 뒤 다주택자 보유세를 중과하는 정책은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0년 이후에나 단계적으로 검토하기로 해 주택임대업자들도 한숨을 덜었다.

가계부채에서 위험한 부분은 중산층 이상이 진 빚이다. 얼핏 생각하면 가계부채를 갚지 못할 위험이 높은 계층은 저소득층일 듯하다.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많아질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데다 자산을 매각해도 빚을 갚기 어렵다고 분석되는 고위험 가구는 고소득층에 집중 분포한다. 또 저소득층이 진 부채는 전체 가계부채 중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부채는 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는 위험 요소는 아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도 내 집 장만에 나선 방문객들로 전국 주요 견본주택은 북새통을 이뤘다. / 사진:연합뉴스
먼저 소득계층별로 어느 계층이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통계청 등이 조사해 발표한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소득1분위의 가계부채는 평균 1286만원이다. 소득2분위의 가계부채는 평균 3281만원으로 소득1분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소득3분위의 평균은 5330만원, 소득 4분위는 7656만원이고 소득5분위는 1억5719만원이다. 소득1분위는 소득 순위가 낮은 20%이고 소득2분위는 그 위 20%다. 이런 방식으로 소득5분위는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를 가리킨다. 이 통계로 계산하면 소득1분위가 진 빚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소득2분위는 전체 가계부채의 10%를 지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의 70%는 소득4분위와 소득5분위가 빌렸다.

고소득층 미시 데이터 따른 맞춤형 대책 필요


▎중산층이 많이 사는 서울의 아파트 숲.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데다 자산을 매각해도 빚을 갚기 어렵다고 분석되는 고위험 가구는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에 집중 분포한다. /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소득1분위가 진 빚을 전액 갚지 않아도 가계부채의 4%만 부실해진다. 소득2분위가 부채 절반을 갚지 못하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는 작은 충격만 받는다. 이는 저소득층 가계부채에 대해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저소득층 가계부채에는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소득 창출 지원, 채무를 덜어주는 프로그램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

가계부채 상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가구도 소득이 많은 4분위와 5분위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의 2017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가구의 가계부채는 평균 1억9683만원이고, 위험가구의 가계부채는 평균 1억 4782만원이다. 위험 가구는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해 보이는 가구다.

고위험 가구는 31만5000가구로 이들은 62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위험 가구는 126만3000가구였고 186조7000억원이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는 8000가구 늘어나고 고위험 가구가 진 빚은 4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위험 가구는 2만5000가구 정도, 해당 금융부채는 약 9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산층 이상 가계부채는 미시 데이터를 파악해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관리할 수 있다. 미시 데이터란 연령·소득·부채규모·담보가액·금리 등에 따라 차입자의 모든 대출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뜻한다. 미시 데이터가 있으면 해당 대상층에 대한 채무상환 조건 변경 같은 맞춤형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그런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원천은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매년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유일하다. 더 구체적인 미시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이 가계부채 뇌관 폭발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이다.

- 백우진 경제평론가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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