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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문제는 경제다! 3大 경제난제와 해법] 지역별로 엇갈리는 집값 

금융정책·공급과잉·지방선거 3대 변수가 좌우한다 

양희동 이데일리 기자 eastsun1210@nate.com
정부, 향후 5년간 임대주택 등 총 100만 가구 공급 계획… 수요 풍부한 서울 지역은 금리 변동 영향받지 않을 수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1월 9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8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2018년 전국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은 올해보다 각각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8년 무술년(戊戌年) 부동산 시장이 출발점에 섰다.

2017년 한 해를 돌아보면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무게중심을 ‘집값 잡기’에 두고 일관되게 규제 강화를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얼마 뒤 주요 기업인들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를 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재건축 및 청약 조건 강화 등 주택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정책을 차례로 내놓았다. 특히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익을 노리고 여러 채를 사들이는 일명 ‘갭(gap) 투자’를 근절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돈줄 막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장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서울에서는 인위적 규제로 인해 ‘거래 절벽’만 야기했을 뿐 가격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청약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술년 새해에는 ▷금융정책 ▷공급과잉 ▷지방선거 같은 세 가지가 부동산 시장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새해를 한 달 앞두고 6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또 새해 전국 주택 시장에는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인 43만 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40%가량이 경기도 지역에 집중되면서 ‘공급 폭탄’ 우려와 함께 집값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2018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는 부동산 정책 이슈와 맞물려 시장의 향배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기준금리 인상, 新DTI 도입 영향은?


새해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 조이기’ 등 금융 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직후 기준금리마저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돼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1년 5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금리 인상 그 자체보다는 저금리 시대를 끝내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경우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재개발이나 레버리지(leverage)를 많이 이용하는 투자용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기준금리와 집값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회복과 물가 상승 등이 전제조건이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강남권 등 서울 지역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어 금리 변동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초 4.25%였던 기준금리는 2004년 11월 3.25%로 낮아졌다가 정권 말기인 2007년 8월엔 다시 5.00%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이 시기 경기회복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7차례에 걸쳐 꾸준히 올렸다. 강남 3구 아파트값(KB부동산 시세 자료)은 강남구 48.9%, 서초구 58.3%, 송파구 49.2% 상승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38.7%였다. 이런 결과로 미뤄볼 때 기준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양진 압구정현대부동산 대표는 “강남은 정부 규제나 금리 인상에도 타격이 크지 않았다”며 “금리를 한꺼번에 2~3% 포인트 올리지 않는 이상 미동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부동산 투자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10·24 가계부채 대책의 후속으로 지난 11월 26일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1월 중에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기로 했다. 돈을 빌린 사람의 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심사해 소득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신DTI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정할 때 기존 대출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또 소득의 안정성과 입증 가능성, 지속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대출자의 1년치 소득만 확인하던 기존 방식을 최근 2년간 증빙 소득으로 확대했다. 금융당국은 ▷투기지역(서울 강남구, 세종시 등 12개 지역)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 경기도 과천 등 27개 지역) ▷조정대상지역(서울 전역, 부산 해운대구 등 40개 지역) ▷수도권 등에서 1월 중 신DTI를 시행할 계획이다.

중·장년층이 퇴직 후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주택이나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에는 대출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서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의 산출 기준이 주택은 1.25배, 비(非)주택은 1.5배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RTI는 한 해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50대 임대사업자 B씨가 서울에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연 임대소득 3756만원)을 받을 수 있는 10억 원짜리 상가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기존의 경우 대출이 6억원까지 가능했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10% 줄어든 5억 4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까지는 임대 수익이 적더라도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에 나설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높은 임대 수익이 보장되는 물건을 찾을 수밖에 없어 투자 흐름이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은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새해 부동산 임대 시장은 실수요와 달리 2017년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소득이 안정적인 젊은 무주택 직장인 등은 대출 금액이 오히려 늘어나 주택 실수요자는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2년간 연봉이 3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오른 30대 회사원 C씨가 조정대상지역인 경기도 남양주(DTI 50%)의 아파트를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연 3.24%·원리금균등분할상환)로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신DTI에선 장래 예상소득이 인정돼 대출 금액이 기존 2억9400만원에서 3억8500만원으로 31%(9100만원) 늘어 주택 구입은 한층 수월해진다.

임대 시장은 2017년보다 둔화될 수도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이어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놓자 지역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견본주택 밀집 지역에서 한 아파트 상가 모집인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다른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집값의 상승 및 하락도 수요와 공급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해당 지역의 입주 물량 등 주택 공급량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선 동탄2신도시 등 입주가 몰린 지역에서 역(逆)전세난 등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새해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커지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8만5590가구로 전년(29만8842가구)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최근 2~3년간 분양이 집중됐던 경기도 입주 물량이 12만8996가구로 3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서울은 3만700가구로 전국 입주 물량의 8% 수준에 그쳤다.

아파트 입주 물량의 경기권 쏠림 현상은 집값 상승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17년 들어 11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공급이 적었던 서울은 평균 3.3% 상승해 전국 평균(1.1%)의 세 배에 달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입주 물량 상위 지역들은 아파트값 상승률이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동탄2신도시에 공급이 몰린 화성시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0.3%에 그쳤고, 남양주(0.9%)·용인(0.1%)·김포(1.1%) 등은 모두 전국 평균 상승률 이하로 나타났다.

정부의 청약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적었던 서울은 분양 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2017년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무려 168대 1을 기록했고, 비 강남권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센트럴자이’도 56.8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기도에선 이천시 ‘코아루 휴티스 1, 2단지’가 430가구 모집에 고작 68명만 접수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등 청약 결과가 기대를 밑도는 단지가 속출했다.

2018년에는 2017년보다 15%가량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나 약 43만8000가구가 이삿짐을 풀 예정이다. 이 중 경기도 지역 물량이 40%에 달할 전망이다.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동탄2신도시가 속한 화성시로 3만4172가구에 달한다. 이어 용인(1만5676가구)·김포(1만4789가구)·시흥(1만 1532가구) 등이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예상되는 곳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100만 가구 공급 계획도 경기권의 공급 과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해 임대주택 85만 가구(공공임대 65만 가구, 공공지원 민간 임대 20만 가구)와 공공 분양주택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급 지역은 택지 확보가 쉬운 과천·의왕·하남·평택·화성·고양·파주·의정부·수원·시흥·용인·남양주·김포 등 경기권에 집중돼 있다. 결과적으로 ‘공급 폭탄’이 떨어질 경기권은 기존 입주 예정 물량과 정부의 공공 물량이 더해져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여당, 대형 개발 공약 내놓기 어렵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새해엔 신규 아파트 분양의 중도금 대출이 줄고 잔금을 빌리기도 어려워져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며 “입주 물량 증가 지역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2018년 6월 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도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장 같은 광역자치단체장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는 총선에 비해 부동산 관련 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각돼 왔다. 특히 지자체장이 지역 도시계획을 직접 수립할 권한을 갖는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선 부동산 공약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2000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공약이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사례는 2002년 6·13 지방선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내세웠던 ‘뉴타운’ 건설이다. 당선 후 이 시장은 강남에 비해 낙후된 강북을 단기간에 발전시키겠다며 뉴타운이란 이름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그 결과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된 성동구 하왕십리동 일대 ‘왕십리뉴타운’과 성북구 길음·정릉동 일대 ‘길음뉴타운’, 은평구 진관동 일대 ‘은평뉴타운’ 등 3곳은 현재 개발이 마무리돼 거대한 아파트촌을 형성했다.

지방선거는 매번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2년 1~5월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8.14%로 전년 동기(3.49%) 대비 두 배가 넘었다. 또 2006년 1~5월에도 3.8%가 올라 전년 같은 기간(2.7%)보다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0년 1~5월(0.95%)에도 소폭 상승하며 전년 동기(-0.35%)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4년 6·4 지방선거의 경우 그해 1~5월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0.86%에 불과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 집값 변동률이 -0.17%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를 나타냈다.

2000년대 실시된 네 번의 지방선거 해에 모두 전년보다 집값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2017년 1~5월 전국 아파트값은 0.1%, 서울은 0.5% 상승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70% 안팎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가량인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지역 개발 공약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2010년 이후 지방선거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대규모 개발 공약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에서는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뉴타운 출구전략’을 진행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재개발·재건축보다는 기존 주택을 고치고 골목을 정비하는 등의 ‘도시재생’에 맞춰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및 청약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때 부동산 공약이 큰 힘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도시재생 대상 지역이나 규제를 피한 곳들은 일부 기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 양희동 이데일리 기자 eastsun1210@nate.com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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