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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전망] 4차 산업혁명에 울고 웃는 주식시장 

2018년 테마주는 ‘자율주행차’ ‘신종 모바일’ 

이항영 머니투데이방송 전문위원
세상 변화 이끄는 아이템 찾고, 자본의 흐름 잘 읽어야…4차산업 주도주와 함께 해외 주식투자에도 관심 가질 시대 왔다

자신의 자산을 감안하며 주식투자의 큰 그림을 그릴 때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한다. 지금의 먹구름 속 소나기 같은 변동성에 거는 과감한 전략과 정확한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내 투자와 결정을 믿고 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변화를 통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아이템을 찾아내고 자본의 흐름을 잘 읽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2017년,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오명을 씻고 힘차게 도약했다. 경제성장률은 모처럼 3%대를 회복했고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도 200조원대 진입을 바라보게 된 것이 주요 배경이다. 글로벌 금융환경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지지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중국까지 주요 경제 주체들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껏 달아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는 하더라도 2016년 하반기의 촛불 정국 시기의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를 생각한다면 2017년 하반기의 경기회복세도 미덥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출이 아무리 잘된다 하더라도 반도체를 제외하고 나면 썩 맘에 드는 것이 별로 없다. 2012년만 해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무려 16.8%까지 높아졌다. 자동차와 석유화학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증가분만 보면 반도체에 대한 쏠림 현상은 더 심하다. 2017년 수출 증가분의 무려 42.9%는 반도체의 몫이다. 즉 수출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절반가까이는 반도체 혼자 거둔 성적이다.

상장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집중도도 대단하다. 실제 2017년 대한민국 상장사의 이익이 처음으로 200조원 수준에 근접했다고 하지만 그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은 반도체 기업이 올린 성과다.

첨단 테마가 성행할수록 불안은 심화된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오른쪽)는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의 운전이 불법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 속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국내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가들은 돈을 벌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가라면 2017년의 주가 상승은 한마디로 남의 잔치를 구경할 뿐이었을 것이다.

그럼 혹시라도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실업률은 5% 수준이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던 조선업종은 더 이상 희망의 빛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던 자동차는 또 어떤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내리막길이고 중국 시장에서는 사드 보복에 가로막혀 판매가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아무리 올랐어도 돈을 제대로 번 개인투자가들은 별로 없다는데 2018년 주식시장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단순히 뉴스나 테마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데 익숙한 개인투자가들의 마음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첨단 테마가 성행할수록 더욱 그렇다.

전기자동차를 넘어 이제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리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고, 인공지능(AI) 로봇이 생활현장으로 속속 들어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가 싶기도 하다. 아마존의 AI 스피커가 수백만 대 팔려나가면서 홈오토메이션과 쇼핑에 이르기까지 척척 수행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원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것 정도에 깜짝 놀라는 수준이 아닌가? 그런데도 주식시장에서는 자율주행차며 인공지능이며 테마주가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물론 모든 산업 섹터가 다 좋아지고 웬만한 기업들이 다 돈을 잘 번다면 고민거리가 없다. 웬만큼만 하면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기형적으로 발생하고 성장하고 성쇠를 거듭하는 테마장세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는 불행히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테마가 성행할수록 개인투자자는 수익과 멀어진다.

늘 그렇듯이 차트나 들여다보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몰두한 채 투자를 한다면 잔고의 레벨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잘 안되었는데 갑자기 좋아질 일이 있을까. 여태까지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그나마 덜 잃고 더 벌게 되는 전략이 아닐까.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아이템을 찾아내고 자본의 흐름을 잘 읽고 꾸준히 투자하는 것만이 제대로 돈을 버는 방법이다. 어려운 경제환경과 투자여건 속에서도 잘나가는 트렌드는 분명히 존재한다. 자산가로의 발돋움을 꿈꾸는 개인투자가들이 주목해볼 만한 2018년 트렌드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4차 산업혁명이다. 재벌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앞서 일군 경기 훈풍이 시장으로 파급되면서 경제 주체 전반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존 경제정책의 근간은 더 이상 효용가치를 이어가기 힘들다. 그럼 대안은 뭘까? 박근혜 정부가 내건 기치가 창조경제였다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자율주행차가 거리 뒤덮는 날 온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자율주행차의 운전석. 운전자가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손발을 뗀 상태에서 차가 달린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 다양한 정의가 있고 해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쉬운 정의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환경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발명으로 이룬 삶의 편안함, 2차 산업혁명이 전기 동력의 도입과 대량생산이었고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 제어를 통한 자동화가 핵심 키워드였다면, 4차 산업은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차, 네트워크 등의 총합이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21개 부처가 합동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앞세워 4차산업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의 하나는 역시 자율주행차 시대로의 진입이다. 2020년이면 고속도로에 상용화된 준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2022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질주한다. 2022년에 자율선박도 최초로 운항될 계획이다. 인간의 실수로 인한 자동차 사고는 물론 해상 사고가 과연 완전히 사라질까라는 우려는 여전히 남지만 시대의 변화는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언젠가는 인간이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날이 올 거라고 전망한 것도 가까운 시일 안에 진짜 현실이 될 것만 같다. 2016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등장인물 서대영 상사와 윤명주 중위가 운전 중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일이려니 했던 것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기반은 전기차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양한 전자제어 장치와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혼자서 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가 같이 도로를 주행한다.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서 교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도 일부 도서 지역이나 지하에 가면 LTE 연결이 안 되고 3G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5G 통신 기반은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일 것이다. 정보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2018년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운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쉬운 예로 A라는 승객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자율주행 택시를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택시가 약속장소에 왔는데 A 승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타면 어떻게 될까? 자율주행차는 어떤 형태로든 승객의 정보를 판단하고 차에 태워야 하지 않을까? 아이폰Χ에 처음 도입된 ‘Face ID’ 같은 기술도 필요할 것 같다. 인공지능 칩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엔비디아의 주가가 불과 2년 새 500%나 급등하고, 애플의 ‘Face ID’에 원천기술력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의 AMS는 스위스 주식시장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3배나 뛴 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한국기업들의 수준이 글로벌 레벨에서는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때가 아니다. 아직은 전기차든 자율주행차든 개발 초기단계일 뿐이고 우리나라에도 저력이 있는 기업이나 재능 있는 연구자가 꽤 많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라면 기존 완성차 메이커 위주의 대응에서 빅데이터, IT 전문기업군에서 대상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함께 4차 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는 역시 인공지능 로봇산업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많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고령화돼 가는 현실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추세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 증가는 시대적 숙명이다. 각종 위험한 환경에서 희생을 감수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공상영화 속의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과 전쟁을 벌이고 인간을 지배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로는 의료서비스와 금융시장이다. 다빈치로 널리 알려진 로봇 수술은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질병 진단과 예방의학 분야에서도 IBM의 왓슨과 구글의 알파고가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바둑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의외의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1958.38을 가리킨 2016년 11월의 코스피 지수. 2018년의 주가지수가 과연 경기회복의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활용도나 성과는 미미하지만 미국에서는 1년 평균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IBM 왓슨의 머신러닝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00% 인공지능 운용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출시되면서 관심을 끌 정도다. 주식 투자자라면 컨디션이나 감정의 기복에 따라 중대한 실수를 경험한 적인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주식을 섣불리 팔거나 사서 후회했던 것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 인간적 실수를 하지 않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누구나 써보고 싶지 않을까?

어느 나라나 방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거나 활용이 용이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앞서간다. 풍부한 자금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인공지능은 의외의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결정장애 증후군을 겪고 있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딱 어울리는 옷을 선택해주거나, 좋아할 만한 음악·영화를 제시하는 것에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어울릴 만한 이성 친구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인공지능이 도맡을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인공지능이 촉발하는 미래사회의 초입에서 주식 투자자라면 고객 기반이 확실한 통신사나 포털 기업으로의 관심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고객의 위치정보를 비롯한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모든 것을 편입시키고 있는 모바일 세상이다. 갈수록 말이 줄어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TV나 라디오 혹은 팟캐스트에서 수많은 말을 듣기는 하지만 정작 말을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심지어는 사람끼리 만나서 말하는 것을 거북해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래 직접 얼굴과 신분증을 확인해야만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비대면 계좌가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창구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2∼3분이면 만들어질 계좌도 여전히 창구에서 처리할 경우 수십 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렌터카를 선택하고 결제하는 것도 이제는 모바일로 다 해결된다. 심지어는 자동차 키도 불필요한 경우도 많다.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쪽 길로 가는 것이 요금도 덜 나오고 시간도 줄어드는데 택시 기사는 왜 다른 길로 가는지 속으로 끙끙거리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택시와 내비게이션이 그 역할을 다 한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언어를 제대로 못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이상한 길로 돌아가서 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나올 일도 없다. 우버나 그랩이 다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배달서비스가 발달되지 않은 곳에서는 우버 같은 기업이 그런 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물론 우버 드라이버들의 불만도 많지만 자율주행차 서비스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곳 중 하나가 우버라는 사실은 놀라운 소식도 아니다. 2018년, 늦어도 2019년 뉴욕증시에 신규 상장되는 최대 관심 기업이 바로 우버라는 것도 참고하면 좋다.

원룸이나 호텔방을 검색하거나 예약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제는 신차든 중고차든 모바일로 구매를 끝낼 수 있다. 단지 가격만 검색하고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이 아니다. 원하는 차종·가격대만 입력하면 판매자와 직접 연결되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다. 미국의 트루카닷컴이 대표적이다. 소위 낚시 매물을 근절하는데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 앱이 전전긍긍할 때 선진국들은 그 이상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 인터넷쇼핑보다 모바일 쇼핑을 더 편하다고 여기는 어르신들이 많다. 훨씬 단순한 시각 디자인과 몰입도가 높은 상품정보의 제공이 모바일 쇼핑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2017년 이마트 몰의 모바일 쇼핑 고객 비중은 66%까지 늘어났는데 회사 측에 따르면 5060세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2015년만 해도 50대 고객층의 34%만 모바일을 사용했는데 2017년에는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모바일 쇼핑이 편해진 배경에는 역시 간편 결제 시장의 확산이 있다. 열 자리 이상의 카드번호를 넣고 비밀번호까지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까지 필요했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4∼6자리의 비밀번호 혹은 지문 인식만으로도 결제가 되면서 오히려 인터넷보다 훨씬 간편해지게 된 것이다. 알리바바의 2017년 쇼핑데이 매출의 90%가 모바일이었다. 모바일 쇼핑 트렌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넓은 것 같다. 미국의 2017년 연말 쇼핑 시즌에서도 가장 성장률이 높은 쪽은 모바일이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의 자산을 블랙프라이데이 직후 1000억 달러로 늘린 일등공신도 역시 모바일 쇼핑이었다. 주식 투자자라면 모바일 쇼핑은 물론이고 확산의 주역인 간편 결제 관련 기업을 같이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모바일 쇼핑과 간편 결제 기업 주목해야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면 해외주식투자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018년에 모바일이 품을 또 하나의 대상은 바로 의료기기 시장이다. 애플의 CEO 팀 쿡도 애플의 다음 목표 중 하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팀쿡 스스로도 웨어러블 혈당진단기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에 애플워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심전도를 체크하는 에플워칭용 밴드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각종 신체기능을 정기적으로 체크할 필요성은 여러모로 커진다. 고령화 시대는 전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다.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까지 커지는 모바일의 영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핏빗·존슨앤존슨·삼성전자 등이 이미 FDA의 규정 아래서 다양한 웨어러블 의료기기 사용을 테스트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바다.

세 번째 트렌드는 ETF 즉, 상장지수펀드 시장의 활성화다. 펀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직접 사거나 팔 수 있어서 거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수 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부분 특정 섹터나 지수에 연동되는 소위 패시브 전략을 구사한다. 액티브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결정은 최소화하는 경향이 짙다. 펀드매니저의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성과도 일반 액티브 펀드보다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미 미국에서는 개인투자가든 기관투자가든 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이 많은 것도 바로 ETF 시장 확대에 기인한다. 투자자의 판단에 부합하는 ETF만 찾을 수 있다면 힘들게 종목을 선택하고 매매 타이밍을 찾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10여 년째 인기를 끌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ETF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개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ETF 시장이 개설된 지 15년 만이다. 상장된 종목은 300여 개, 시장규모도 30조원을 넘어섰다. 유동성이 부족한 것도 아직은 많지만 투자자의 구미에 맞는 ETF를 찾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 심지어는 해외시장 투자도 일부 가능하다.

예를 들어 IT·바이오·헬스케어 같은 섹터 ETF는 거래에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유동성도 좋고 실제 성과도 좋다. ETF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회의적으로 보는 투자가들이 많지만, 세상의 트렌드를 못 읽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1700여 개의 ETF에 자산규모는 2조500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매년 20%씩 커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PWC는 향후 5년 내 규모가 3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투자 시장의 대세 트렌드라는 것이다. 트렌드를 거역할지 순응할지는 철저하게 투자자의 몫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트렌드는 바로 투자 대상 그 자체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고작 1.88%(MSCI ACWI 기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개인투자가들은 그동안 1.88%에 올인했다. 참고로 미국 52.3%, 일본 7.9%, 영국 5.9%, 홍콩 3.8% 등이다. 영어도 못하고 일어도 못하는데 어떻게 미국이나 일본에 투자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다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가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과연 한국말을 잘하거나 한국기업에 익숙해서 성과를 내는 것일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주식투자에 도전하라


▎중국 상하이 증권사 객장에서 시황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국 투자자. 2018년에도 글로벌 경제성장의 폭이 2016∼2017년의 규모를 이어갈 수 있을지 견해가 분분하다.
아이폰에 열광하고 매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보고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지만 그런 기업에 투자할 생각을 하는 개인투자가들은 거의 없었다. 그랬던 개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5년 전, 10년 전부터 해외직구에 나선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해외직구가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60인치급 커브드 QLED TV 가 2017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국내에서 최고로 인기 있던 해외직구 품목 중 하나였다.

편하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15∼20% 이상 저렴하게 해외직구를 통해서 쇼핑을 한 것은 해외직구족이다. 신혼부부가 제일 먼저 해외직구에 나서는 품목은 바로 침대 매트리스다. 국내와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해외주식투자를 단순한 상품 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훨씬 좋은 기업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면? 그것도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면?

삼성증권이 지난 가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주식 거래 상위 5개 지역, 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8.2%였다. 2017년 6월 말 기준 해외주식 잔고는 2016년 대비 50%나 늘었다. 그만큼 해외주식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주가는 거의 전적으로 실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는 애널리스트들도 ETF 투자 활성화에 한몫을 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부자이자 국내에서도 그의 투자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고 그만큼 관련 서적이나 강의도 많다. 한 가지 힌트를 드린다. 지난 35년간 단 2년만 손해를 봤고 연평균 18.6%의 수익률을 기록한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부터 해외주식투자를 시작해보라는 것이다.

2016~2017년 글로벌 경제성장 폭을 2018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이때야말로 1∼2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 아닌 십년지대계, 더 나아가서는 그 이상의 기간을 두고 성장해 갈 경제와 산업, 그리고 자신의 자산을 감안하며 주식투자의 큰 그림을 그릴 때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한다. 지금의 먹구름 속 소나기 같은 변동성에 거는 과감한 전략과 정확한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내 투자와 결정을 믿고 가는 뚝심이 주식계좌를 성장시킬 자산이 될 것이다.

※ 이항영 -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을 거쳐 현재 머니투데이방송 전문위원, 한국 열린사이버대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로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출구를 찾고, 은퇴자들에게는 인생 이모작의 길을 제시하는 [모든 것에 미친 연구소] 대표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2018 트렌드를 알면 주식 투자가 보인다] [워런 버핏은 무엇을 사고 사지 않는가] 등이 있다.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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