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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北 평창올림픽 전격 참가결정의 含意 

도발과 평화의 이중전략 경계심 늦출 수 없다 

정영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국면을 관리하려는 전술적 포석…전격적 국면 전환만큼이나 엄청날 북한의 ‘사후 청구서’ 대비해야

도발 일변도로 내달리던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평창’을 겨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월 1일 조선중앙TV로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과 한국의 겨울올림픽 개최를 ‘민족적 대사’로 규정하고 ‘동결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제안했다.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평화공세’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뜨거운 감자’로 다가온 평창과 남북관계 복원 시계의 함수관계를 짚어 본다.


▎1월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에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김정은은 30분 분량의 신년 연설에서 “평창 겨울철 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 한마디에 남북관계는 빠르게 해빙무드를 맞았다. 판문점 핫라인 복원부터 남북 고위급회담, 설 명절(2월 16일) 계기 이산가족 상봉까지 남북관계 관련 핑크빛 전망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변곡점이 된 분위기다.

핵무력 완성과 평창올림픽을 앞세운 김정은의 연설은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느낌을 준다. 미국에는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한국에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잘해 보자’는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초청을 위해 공을 들이던 문재인 정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카드인 것이다. 내로라하는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이 북한의 ‘평화공세’를 예상했지만, 김정은의 입을 통한 직접 제안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더구나 2500만 북한 주민의 이목이 집중하는 신년 연설에서 한국의 올림픽 개최까지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고비마다 조율창구 역할 남북 핫라인 재개통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세종실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해 신속한 후속조치를 지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의 제안에 멈춰 있던 남북관계 복원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온 지 7시간여 만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고, 하루 단위로 남과 북은 회담 관련 논의를 주고받으며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후속방안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월 2일 오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9일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하자”고 제안했고 단절된 판문점 연락 채널의 정상화도 주문했다. 하루 뒤인 3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 연락 통로 개통을 알리면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한·미 간 합의가 4일 전격 발표된 데 이어 5일 북한은 수정제안 없이 조명균 장관의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제의를 수락했다. 남과 북은 주말인 6일과 7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5명의 남측 대표단 명단과 수석대표 이선권 위원장 등 5명의 북측 대표단 명단을 주고받으며 숨 가빴던 새해 첫 일주일을 보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반발한 북한의 조치로 폐쇄된 판문점 연락 채널이 681일 만에 복원됐다. 미국·일본도 북한과 연락 채널을 가동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북한과의 접촉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끊겨 있었다. 1971년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을 계기로 설치한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는 남북대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어온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 당국이 소통하고 조율할 수 있는 창구를 상징하는 ‘핫라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 강연에서 “(대북 채널이 끊겨서)상황에 따라 남북 간 사소한 오해가 무력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면서 “불안정한 상황을 막고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연락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남북 당국 간 직통 라인은 33개로 남북연락용(5회선), 회담지원용(21회선), 관제통신망(2회선), 경협사무소(3회선), 해사당국(2회선) 등이 있다. 또한 군 통신선도 9개로 서해지구(3회선)와 동해지구(3회선, 2013년 동해지역 산불로 단절)에 구축돼 있으며, 서해상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채널(3회선)도 구축돼 있다.

전화·팩스 등 핫라인이 단절된 2년여 동안 정부 당국은 확성기를 통해 필요한 연락을 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과 어선을 송환할 당시 정부는 확성기로 북측에 일정을 통보한 바 있다. 판문점 유엔 군사정전위원회에 문건을 작성해 전달하면 담당자가 확성기를 들고 육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확성기 방송에는 반응을 하지 않다가 동해상에 경비정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상부에 보고는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의 한계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월 3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 남북 연락 채널을 재개통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의 입장을 발표하는 이 위원장의 모습.
1월 9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 남북회담 테이블이 차려졌다.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고위급회담이 성사되면서 서울에서는 대화·협상론이 고개를 들었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의 여러 가지 현안을 앞다퉈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집권 후 베를린 선언(지난해 7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안해 왔던 정부도 북한의 호응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회담에서는 통일부와 2016년 국가기구로 개편된 조평통이 중심에 섰다. 남측은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출격했다. 통일부 장·차관이 동시에 당국 간 회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기홍 평창조직위 기획사무처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실무를 책임지고,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은 회담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북측도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수석대표를 맡아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회담을 이끌고,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이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실무를 맡았다. 또한 황충성 조평통 부장이 회담을 보좌하는 진용을 갖췄다.

양측 대표단의 구성에 회담의 향배를 전망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풍부한 회담 경험을 지닌 회담 전문가 조명균 장관과 천해성 차관의 조합에 맞서 군사 실무회담 등으로 잔뼈가 굵은 이선권 위원장과 북한의 회담 통 전종수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남북 대표단의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끈 것이다.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 현안 논의도 병행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분석이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남과 북이 대표단을 꾸리면서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 현안도 논의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월 9일 오전 10시 시작된 남북 고위급회담은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 등 8차례 만남을 진행하고 밤 9시경 공동보도문을 채택하면서 타결됐다. 보도문에는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 등의 파견과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우리 민족이 한반도 당사자로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측은 준비된 회담답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해 평창겨울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을 마치는 3월까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한계는 있다. 특히 남측에서 설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공동보도문에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낳고 있다.

군 통신선과 관련해 북측 대표단이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날 북한은 2016년 2월 이후 단절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복원을 기습적으로 통보해왔다. 회담 대변인을 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북측이 회담에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는 설명을 했다”며 “확인 결과 오후 2시경 통신이 연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은 “군 통신선을 지난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과 동시에 복원했는데 9일로 밝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장관이 기조연설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이선권은 “우리가 보유한 최첨단 전략무기(원자탄 등)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창, 미중 ‘핑퐁 외교’ 역할 할까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끊겼던 남북 연락 채널이 1년 11개월 만에 복구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연락사무소 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는 모습.
남북 대화의 분위기로 볼 때 북한 대표단의 평창행은 무난히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진통이 따를 수는 있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이 육성 연설을 통해 공언한 데다 우리 정부도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참가가 올림픽 기간 중 군사 도발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참가에 공을 들여왔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 앞에서 평창겨울올림픽에 북측의 참여를 제안한 바 있으며,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평창은 남북 평화의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북한이 참가할 경우 모든 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IOC는 1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돕기 위해 선수 등록 마감 시한 연장을 발표했다.

스포츠가 인류의 평화와 소통 증진에 공헌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핑퐁(탁구) 외교’는 1971년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탁구선수단 15명의 친선경기에서 시작했고 2016년 미국·쿠바의 국교 정상화에도 ‘야구 외교’가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대표팀 간 친선경기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관람하면서 양국은 강한 공감대를 다질 수 있었다.

지금껏 남과 북도 스포츠를 관계 개선의 호재로 활용해왔다.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2000년 호주시드니올림픽에서 공동입장이 처음 성사됐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땐 북한에서 파견한 응원단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07년 장춘겨울아시안게임까지 9차례나 남과 북의 공동입장은 이어졌다. 하지만 남북관계나 정세, 남측 정부의 성향 변화에 따라 협력의 수위를 달리하는 북한의 태도는 스포츠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은 중단됐다.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한 화해 무드 조성은 멈춰 선 남북관계 복원의 시계를 움직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이나 갈등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가져온 결과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불러오는 형국인 것이다. 이에 비해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차이나 현안을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갈등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북핵 시계를 멈추고 비핵화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힘들게 조성된 화해 무드를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깜짝 방한 VIP는 누구… 김여정, 최용해?


▎2006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은 평창을 겨냥해 또 다른 충격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실세 권력으로 급부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대표로 보내는 깜짝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고위급 대표단으로 유력한 인물은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도 실세 3인방 중 한 명으로 방한했으며, 2016년 브라질리우올림픽에도 파견된 경험이 있다.

고위급회담에서 예술단 등의 파견을 합의하면서 평창을 방문할 예술단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뜨겁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 악단은 흥행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북한 예술단 파견과 관련해 남북은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140명 규모의 예술단 파견을 골자로 하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예술단은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내려와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모란봉 악단이 예술단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은 ‘삼지연 관현악단’을 중심으로 예술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2000년대 후반 만들어져 우리에게 알려진 ‘삼지연 악단’인지 평창 파견을 위해 임시로 꾸려진 조직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공연 내용과 관련해 민요나 고전음악으로 구성해 달라는 남측의 요청에 북측은 남북이 잘 아는 민요와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하겠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의 바로미터(Barometer)는 양측이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당국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문제와 연계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무 협의와 별개로 군사회담이 열리는 것도 가능하다. 회담에서는 북한 대표단의 육로 이동을 위한 ‘통문’ 개방 등 군사 실무 분야의 의제가 다뤄질 전망이지만 북한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우리 군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해야


▎1월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 나선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왼쪽), 현송월 모란봉악단장(가운데),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 사진:통일부
향후 북한이 내밀 대남 청구서의 내역도 주목된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 중단 등이 예상되는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문제다. 한·미가 군사훈련의 연기를 결정한 데 반해 북한은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도 고위급회담 다음 날인 1월 10일 논평에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외세에 의존해서는 북남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대와 달리 한·미 훈련이 재개된다면 북한은 이를 핑계로 핵 무력의 ‘질·양적 강화’에 나설 것이다. 실제 신년사에 “핵탄두와 탄도로케트를 대량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봉쇄에 집중하는 것이다. 미국은 남과 북이 급격히 접근할 경우 국제사회의 압박·제재의 기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면서도 일단 남북대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올림픽 기간 합동 군사연습 연기를 합의한 데 이어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표단 및 선수단 파견을 합의한 것에 대해 환영성명(현지시간 1월 9일)을 내는 등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예상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유화적인 남북관계 행보를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국면을 관리하려는 전술적 목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메시지에 ‘도발과 평화’의 이중적 메시지가 담겨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 전략이다. 우선 평창겨울올림픽 이전과 이후의 전략을 구분하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세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주요 정치 일정을 점검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움직이기 시작한 남북관계 개선의 시계가 북핵 시침을 멈추고 순항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정영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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