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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북한發 훈풍, 6월 지방선거까지 불까 

여야 핵심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 듯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평창올림픽 통한 남북화해 분위기 등 여권에 유리한 국면 조성…축제 끝나고 남북, 각자 ‘청구서’ 받으면 분위기 달라질 수도

2018년 국내 정치의 3대 변수는 북한·개헌·지방선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변수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여야 희비의 곡선이 엇갈리는 것은 물론, 나아가 정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여권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성되는 남북 화해 무드가 반갑기 그지없다. 야권은 풍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한다. 북한발(發) 훈풍이 6·13 지방선거 때까지 불까.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남북이 공동입장하는 모습. 남측 이보라, 북측 한정인이 기수였다. / 사진:조선중앙TV
“남조선에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에 정국이 들썩였다. 여권은 드디어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반색한 반면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은 떨떠름해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한 필요 조치를 위해 남북대화를 제기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 등 평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온 바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평화 제안 뒤에는 반드시 무력 도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얄팍한 위장 평화 공세에 속아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핵 위기에 노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화해의 국면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도 “북한의 이중플레이에 대해 용인해서도 안 된다. 올림픽 참여를 두고 ‘군사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 미국을 향해 위협의 메시지를 보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북한의 이중적 분리정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이슈가 6월 지방선거마저 집어삼킬 태세다. 남북 고위급대화로 물꼬를 큰 대화 국면은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과 군사당국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남북대화를 촉매제로 북·미대화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정부·여당은 ‘2인3각 경기’를 시작했다. 친문(친 문재인)계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최근 당 정책조정위원회에서 “한반도 운전자론(論)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남북 대화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것은 일본의 극우세력과 남북 대결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국내 수구세력”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남북회담은 북핵 완성의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며, 북한의 정치쇼에 놀아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국당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개선 국면에 접어든데다 미국의 지지까지 얻는 흐름이 유지될 경우 보수세력의 반격은 힘을 얻기 어렵다”면서도 “반면 북한의 태도 급변으로 다시 남북이 냉각기에 접어들거나,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긴다면 보수정당이 공세의 고삐를 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평창·다스, 3월 말까지 동시에 끌고 가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1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남북대화 환영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겨레하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즐기고 있는 여권은 평창올림픽이 ‘귀인’이다. 각종 여론조사 등을 보면 여권이 6월 지방선거에서 낙승을 거두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평창을 통해 승부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여권은 기대하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논란’도 여권은 호재로 여긴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2월 25일 끝나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3월 9일부터 18일까지는 패럴림픽이 열린다”면서 “이 모든 축제가 끝나는 3월 하순까지 남북 화해 무드와 MB 이슈를 동시에 끌고 가면 곧 4월이 된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 이상 민주당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3월 하순쯤 MB 논란에 방점을 찍는다면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까지 빨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의 주장도 앞선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여당은 북한과의 데탕트(긴장 완화) 국면에서 민족 화해·교류를 근간으로 하는 이슈를 독점할 수 있다. 야당이 어떤 이슈를 만들더라도 먹혀 들지 않는 견고한 프레임이 구성될 것이다.”

남북대화, 민족화해 프레임이 강고(强固)하다는 데 야권도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훈풍이 6월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며 선을 긋는다. 더구나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여권의 기대대로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의 사견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보수정권 9년 동안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나아가 북·미관계까지 경색시킴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냉각 시켰다. 남북문제에는 남북뿐 아니라 미·중·러·일 4강도 깊게 얽혀 있다. 현실이 이런데 남북문제가 하루아침에 눈 녹듯 풀릴 수 있을까? 역대 정권에서도 남북대화를 통한 화해무드 조성은 여러 차례 있었다. 너무 설칠 것이 못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남북대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휘갑을 쳤다. “올림픽 참가를 통해 북한은 전시효과를 누렸고, 우리는 우리대로 홍보효과가 컸다. 그런데 잔치 후 서로 청구서를 내게 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때도 과연 지금의 무드가 이어질까? 정부·여당이 추가적으로 명분 있는 조치를 만들지 못 하고 올림픽을 이용만 하려 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남북 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패하기도 했었다.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 지방선거에 반대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남북문제는 핵심 지지층을 묶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


▎자유애국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월 9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 포기 없는 남북대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국내외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보면 압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여당의 낙승은 예상된다. 그래도 여권은 긴장을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다. 또 야권은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며 신발끈을 죄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선거가 ‘여당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여당에 불리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집권세력을 심판하겠다는 유권자의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역대 다섯 차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지 넉 달 뒤 치러진 199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당이 패했다. 4년 전 선거도 근소하긴 하지만 여당이 8대 9로 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처럼 지지율을 70% 가까이 유지하면서 개혁의 동력이 살아 있다면 집권당이 압승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당은 대구·경북(TK)에서 한두 군데 정도 이길 수 있겠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한다면 심판론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을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은 새로운 대안 선택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한 명을 뽑는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에는 다당제의 특성이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같은 경우도 정부·여당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에 잘못이 있다면 재협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공약사항에도 포함돼 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건 할머니들에 대한 기만이고, 우리 국민 피해에 대해 정부가 요구해야 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전략이나 대안 없이 ‘위안부 재협상’을 거론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강한 저항과 반발만 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본 정부와 현지 언론은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권이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국내 정치만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외교는 외교대로, 국방은 국방대로 큰 방향성을 갖고 나가는 게 맞다”며 “그런데 이 정권은 모든 것을 국내 정치를 위해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내각이라는 게 때로는 청와대나 여당과 무관하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 때의 국정농단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각이 청와대와 여당 눈치만 보다 초래한 일 아니겠느냐. 지금 문재인 정부에도 그런 기류가 비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등 야권 내부적으로도 ‘대세’를 꺾을 만한 이슈는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현 정국의 주도권이 정부·여당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권이 주도적으로 끌고 갈 국면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여권의 악재에 따른 반사이익, 그리고 경제·민생 이슈는 철저히 챙기며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생 부각시키는 야권 “아마추어적 발상”

실제로 한국당은 새해 들어 안보에서 경제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과 일자리 정책, 부동산 정책 등 경제정책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TK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정부 경제 정책의 대부분이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 전술핵 재배치 등 안보 이슈를 집중 부각시켜왔다. 당시에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이어가는 등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데 이어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등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안보 이슈가 먹혀 들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때리기에는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정책을 두고 “2018년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주유소 1000여 곳이 셀프로 전환되고, 패스트푸드점은 설비 자동화로 전환하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면서 “고용 감소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사업시설 관리 및 서비스업 취업자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대책과 관련해서도 야권은 정부에 책임을 돌린다. 한국당은 “철학 없는 아마추어 정권의 무지한 발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월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거센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확정된 게 아니다”고 부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국민의당은 박상기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침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일방적인 폐쇄 조치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조치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은 “가상화폐는 국가 내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거래소를 막는다는 대책은 4차 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인터넷에 대한 몰이해와 같다. 이미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방법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로 촉발된 데탕트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여당은 6월까지 이 같은 국면이 이어지길 바라지만, 야당은 반전 계기가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새해 들어 불기 시작한 북한발 훈풍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민주당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6월 13일까지 가는 동안 계절이 두 번 바뀐다. 지금은 예상하기 어려운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만 해도 장밋빛도 있는 반면 대북 제재 국면에서 ‘한국만 빠질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인도적이라는 명분하의 지원도 자칫 퍼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응답자는 대체로 적극적 성향 또는 지지층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소극적인 사람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다”며 “여론조사가 동네 마트의 무료쿠폰이라면 투표권은 백화점 상품권이다. 현금이나 다름없는 상품권을 마구 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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