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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한국의 법인세 역주행 파장 

미국발(發) 경제 위기를 경계하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건국대 특임교수
미, 법인세 인하에 이은 통화 환수 정책이 국내 자본 유출 부추길 듯...한국, 증세→성장동력 약화→복지비용 증가→재정 위기의 악순환 조짐

▎정부가 법인세를 올리면서 삼성 등 대기업의 조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삼성 깃발, 서울지방국세청 (왼쪽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상됐다.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2%에서 25%로 올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4000억원, 현대자동차는 1800억원의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체 대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고세율(25%) 인상에 따른 법인세 부담 2조3000억원과 법인세에 10%씩 붙는 지방세, 줄어드는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을 더하면 부담 금액이 3조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은 35%에서 21%로 낮춰 한·미 간 법인세율이 역전됐다.

한국의 유효법인세율은 2016년부터 이미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기업 유효법인세율은 미국은 2015년 20.3%에서 2016년 18.3%로 낮아진데 비해 한국은 같은 기간 18.9%에서 21.8%로 높아졌다.

이는 법인세 개정 이전에 이미 각종 세액공제를 줄인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은 대기업에 대해 임시투자세액공제(2011년)와 고용창출기본공제(2014년)를 폐지하고 연구개발세액공제는 종전 3%에서 1%로 축소(2015년)한 데 이어 최저한세율을 연이어 올렸다(2012년 14%→16%, 2013년16%→17%). 이뿐만 아니라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해 투자 배당, 임금 증가 등에 의해 당기소득의 80%에 미달할 경우에는 법인세를 10% 추가해왔다.

한국 법인세 부담률 OECD 평균 웃돌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대 성장이라는 불경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도 당연히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투자를 늘리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모두가 확대일로의 보편적 복지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기업 설비투자는 빈사 상태를 지속하고 연구개발도 줄어든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번에는 다시 최고 세율마저 올려 드디어 한·미 간 법인세율이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한·미 간 법인세 역전은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본비용 증가로 투자가 줄고 자본 유출은 늘어나 투자가 연평균 4.9%씩 감소할 전망이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7%씩 감소해 일자리가 연간 10만 5000개씩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가계소득이 오그라들어 소득분배도 악화되리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자본 쏠림 현상에 힘입어 향후 10년간 국내 투자는 연평균 13.6% 증가하고, GDP는 연평균 2.7%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 또한 연평균 81만80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자 1인당 자본 비율과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임금도 연평균 0.7% 올라 가계소득과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확대일로인 복지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한국의 법인세 인상과 경제 회복을 위한 미국의 법인세 인하가 가져온 한·미 간 법인세 역전 현상은 한·미 간에 완전히 다른 경제 상황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근년 들어 한국에서는 법인세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5조원이던 법인세수가 2016년에는 52조원으로 훌쩍 뛰었고, 2017년은 11월 현재 58조원이 걷혔다. 2017년 추경에서 책정하고 있는 57조3000억원을 이미 넘어서 연간 60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세 중 법인세 비중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3%에 도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년 재정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인 법인세 부담률이 3.2%로 한국은 통계가 가능한 29개국 중 8위다. OECD 평균 법인세 부담률은 2.8%다. 같은 통계의 총 조세수입에 대한 법인세 비율은 한국이 12.8%로 29개국 중 4위로 높다. OECD 평균 법인세 비율은 8.1%다. 한국의 법인세수가 GDP 대비로 보나 전체 세수로 보나 과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 가속화


이런 가운데 넓은 면세 비율과 높은 집중도로 이미 상위 고 이익 기업의 세금 부담이 과중한 실정이다. 한국에서 법인세의 면세비율은 47.1%에 이르고 상위 10%가 91.7% 법인세를 부담하고, 상위 1%가 75.9%의 법인세를 물고 있다. 한국의 법인세가 얼마나 상위 기업에 집중돼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통계다. 그런데도 다시 상위 기업의 법인세를 올린 것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지난 10년간 주요국 법인세율 변화 추이를 보면 대부분 인하 또는 유지됐다. 최근 미국은 법인세를 인하하고, 영국·일본 심지어 중국도 법인세 추가 인하를 선언했다.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재정위기 국가뿐이다. 이는 재정위기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세를 낮추거나 최소한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자 조금이라도 투자환경을 개선해 일자리를 만들고자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면 친(親)기업·우파 인사로 분류해 정의감이 없는 것처럼 매도하고 법인세를 올려서 복지를 확대하자고 하는 주장은 정의로운 주장처럼 각색되는 실정이다.

이미 포퓰리즘이 만연해 치유하기 어려운 분기점을 넘지 않았는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기도 한다. 포퓰리즘의 결과는 냉혹하다. 한국의 설비투자는 연간 140조~150조원 정도 이뤄지고 있다. 80~90%가 대기업이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위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거둬 쓰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발언들이 고위 정책담당자들에서도 스스럼없이 나온다. 이제 상위 대기업 중심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해외 투자는 증가해 일자리 위축과 세수 감소마저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 3%포인트 인상 시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29조3454억원에 이르러 연간 법인세가 1조597억~2조2803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금리 인상과 통화 환수의 통화정책 정상화, 해외 미국 기업의 이익송환세 대폭 인하에 따른 자본 유출로 외화 유동성 경색 또는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미 간 법인세율이 역전되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성과연봉제 폐지,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각종 임금 부담 요인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이에 더해 기업의 대주주 경영권을 뒤흔들 상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모두 기업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요인들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그로 인한 민주노총 탄생 이후 1988년부터 6년간 연평균 임금이 20%씩 상승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주로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한 노동집약 중소기업 중심으로 나갔으나 참여 정부 시절의 반(反)기업 정책과 근년의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이제는 자본과 기술 집약 대기업마저 해외 탈출 대열에 합류해 2016년 말 기준 6만 5782개의 한국 기업이 3487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페이고’ 원칙의 입법화


▎지난해 1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을 전환점으로 한국 기업 중 대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약 380만 개 기업 중 300인 이상 고용 기업의 비중이 2010년 0.098%에서 2014년에는 0.091%로 줄어들었고 300인 이상 고용기업 취업자 수 비중도 같은 기간 14.5%에서 13.6%로 내려앉았다. 결국 민간부문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려 하지만 이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국 복지 확대→증세→성장동력 약화→일자리 위축→복지 비용 증가→재정 위기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남유럽이 바로 이런 경우다.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과도하게 높은 세율의 인하와 면세 비율 축소를 통해 높은 세금 집중도를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선진국은 법인세를 단일화하면서 인하하는 추세다. 다른 한편, 정부의 자의적인 재정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정 위기를 예방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페이고(Pay as you go: 돈은 벌어들인 만큼 쓴다)’ 원칙을 도입해 확실한 재원 대책 없는 재정지출 계획은 불허하는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재정 준칙을 도입해 국가부채 비율과 재정적자 비율이 일정 비율을 넘어설 경우 지출을 동결하거나 증가 폭을 제한하는 쪽으로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회의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재정 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과도하게 방만한 복지 지출, 일자리 지원 지출 등 정부소비지출과 이전 지출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재정은 가능하면 정부투자지출 등 성장동력 확충과 경기불황 시 마중물 효과에 주력해야 한다. 2011년 이후 불황이 지속돼 최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대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기 장기 불황 시 증세는 경기침체를 가중시킨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이론이다. 필요한 재원은 경기 호황기에 소비세 중심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자면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을 보면 과도한 복지와 일자리 정책 중심의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 산업 등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재정투자는 축소하면서 규제는 늘리고 대기업 부자증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혁신을 저해하고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위축과 성장 둔화를 초래한다. 이는 다시 세수 감소, 일자리 감소로 재정지출 수요를 끌어올린다. 재정 악화, 국가부채 증가의 악순환으로 마침내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국민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준다”는 국가책임론, 국가만능론으로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 위기를 초래해 한때 3만 달러였던 1인당 소득을 지금은 1만8000달러대로 추락시켰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내부의 위기 요인부터 제거해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힌 지난해 9월 21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5.70포인트(0.24%) 내린 2,406.50으로 장을 마감했다. / 사진:연합뉴스
바람직한 패러다임은 감세와 규제 혁파, 그리고 SOC 연구개발 산업 등 성장동력 확충 중심의 재정투자의 정립이다. 한계 계층에 대해 선별적 복지지출도 병행해야 하지만 민간부문의 혁신과 투자 활성화로 경기회복과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에 방점을 둬야 한다. 이는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늘리고 세수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개선시킨다. 한국은 반대로 임금과 세금을 올려 복지재원으로 사용하면서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법인세 인하와 투자환경 개선으로 기업투자가 늘어나면서 임금이 올라가는 일본과 미국을 보면서 한국의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북핵 위기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경제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해이다. 1997년, 2008년 위기 이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통화 환수 등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유의해야 한다. 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우선 우리 내부에서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앞서 지적한 재정 정책은 물론 여러 대책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세금 인상, 임금 급등, 상법 개정 등 우리 내부의 위기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금리·환율의 안정적인 운용, 충분한 외화 유동성 확보 등으로 대외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위기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정부도 성공하고 국민도 잘살게 된다. 현 정부에서 정책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건국대 특임교수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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