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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한국사회 뒤흔드는 ‘#MeToo’ 7장면 

한국판 ‘앙시앵 레짐’ 붕괴 시작인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각성한 여성’들의 봇물 폭로에 구체제 악습 백일하에 드러나 … “수직적 위계질서, 가부장적 권위주의 약화로 이어질지 관심”

문화예술계 대가(大家)들의 민낯을 폭로하고 차기 대권주자도 ‘한 방에 보내버린’ 미투 운동이 정치권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정치적인 앙시앵 레짐(구체제) 종식의 시작이었다면 이번 미투 운동은 일상의 삶에까지 변화를 요구하는 앙시앵 레짐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판 미투 운동의 주요 변곡점을 7장면으로 들여다봤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바꿀 앙시앵 레짐이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의 미투 운동은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우리 모두 성 평등 관점에서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냅시다.”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의미와 방향성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는 이 발언의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다. 그에게는 악몽 같은 3월 5일이었다. 그가 충남도청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이 같은 발언으로 직원들을 격려한 바로 그날 저녁, 그의 수행비서 출신인 김지은(33)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에게 스위스와 서울 등지에서 수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폭탄발언에 그의 31년 정치인생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그는 도지사직을 사퇴했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남성들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각성한 여성’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실명 폭로가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권력기관인 검찰을 시작으로 문단과 공연계·종교계·정계에서 기득권을 누렸던 이들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공개됐다. ‘권력형 갑질’을 견뎌내며 숨죽이고만 있던 여성들이 그간의 억눌린 피해들을 토해놓자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문단과 공연계를 호령하던 절대 권력자도, 촉망받던 정치권의 기대주도, 근엄했던 신부(神父)도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약한 여성들을 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신의 조직과 영역에서 왕처럼 군림했던 권위적인 남성들의 가면이 벗겨지고 민낯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위선과 이중성, 허위의식, 선민의식, 성(性)갑질, 권력남용, 속물근성, 성폭력, 둔감한 젠더 감성 등 악습이 송두리째 까발려졌다.

위력·위계 등 갑을관계를 악용해 성추행과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법의 판결도 받기 전에 여론의 심판대에서 뭇매를 맞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남성들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희롱하고 유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성 체제를 떠받치고 있던 권위와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달 가까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이 한국판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의 구체제를 일컫는 앙시앵 레짐은 절대왕정이 초래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구체제의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종말을 고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에 의해 구체제는 종식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기존의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 시민운동과도 다른 새로운 형식의 저항운동으로 평가된다. 꼭 성차별과 여성 문제라기보다는 계층 갈등의 성격도 짙다. 권위주의와 갑질 행태 등 기성세대의 다양한 구태에 대한 전면적 고발 양상을 보인다. 럭비공처럼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또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런 미투 태풍에 기성세대들이 당황하고 있다. 특히 미투 운동이 도덕성을 강조해온 진보 진영 인사들에게 집중되면서 정치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하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86세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두 달째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한국판 미투 운동의 중요한 고비들을 7가지 장면으로 들여다봤다.

서지현 검사와 '82년생 김지영' | “위계에 의한 권력범죄의 각성 시작”


▎한국판 미투 운동을 열어젖힌 서지현 검사와 서 검사에게 영향을 미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한국판 미투 운동의 시작은 서지현(45) 검사다. 1월 30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한 바로 그때부터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뉴욕 월가에 태풍을 몰고 오듯 서지현 검사에게 영향을 끼친 나비의 날갯짓은 작가 조남주(40)가 2016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라고 봐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다룬 페미니즘 소설”이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다.

“면접관이 묻는다… ‘여러분이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괜히 어깨도 주물주물하고, 허벅지도 슬쩍슬쩍 만지고, 엉? 그런 거? 알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지영씨부터….’” 소설 속 김지영은 면접관의 질문에 “그 자리를 피한다”고 대답한다.

소설에 묘사된 주인공 ‘김지영’의 사례는 한국의 수많은 기혼·미혼여성에게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기시감(旣視感)을 불러일으키면서 ‘공감’을 낳았다. 독서토론과 동창 모임에서 단골 토론 주제가 되면서 한국의 여성들을 정치·사회적으로 각성시켰다.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자신을 성추행한 안태근(52) 전 검사장의 행태를 소설 형식을 빌려 폭로하면서 [82년생 김지영]에서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서 검사는 글에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는 말로 다른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페미니스트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투 운동은 [82년생 김지영]뿐 아니라 이른바 ‘여혐’과 ‘남혐’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해 사건 때 SNS에는 분노한 여성들의 ‘#살아남아서다행이다’라는 해시태그가 봇물을 이뤘다. 이후 여성들의 각성과 사회 이슈에 대한 집단 참여가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판 미투 운동의 결정적인 도화선은 바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였다. 서 검사는 자신이 당한 성추행이 힘 있는 윗사람, 곧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위계(位階)에 따른 권력범죄라는 것을 강조했다. 2010년 동료 검사의 문상을 갔던 개인적인 자리에서 고위급 검사가 술에 취해 옆에 앉아 있는 후배 여검사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추행해도 방관하는 조직, 그것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자 도리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게 만드는 권력기관의 전근대성을 폭로했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자인 ‘검사’조차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성추행을 당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강남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 김모 씨는 “머리 좋고 잘 배워서 검사가 돼도 여자는 성추행당하는 세상이라니 머리끝까지 화가났다”고 말했다. 물론 ‘불편한 진실’도 있다. 그나마 서지현씨가 일반인이 아닌 ‘검사’였기에 그동안 쉬쉬했던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사에서 “이 땅에 야무진 딸로 태어나서 사법고시까지 합격하고 검사로 임관을 받았어도 성폭력의 피해자를 비켜갈 수 없었고, 그것을 당하고도 8년 동안 전전긍긍 오히려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안고 살아야 하고, 가해자는 뻔뻔한 민낯을 들고 출세가도를 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하물며 권력에 있지 않은 보통사람들이야 어떠하겠냐는 것을 충분히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투 운동은 이처럼 각성한 여성들의 분노로부터 시작됐다.

‘고En’ 시인의 위선과 노추(老醜) | “구시대적이고 폐쇄적인 문단 권력 고발”


▎여성들의 미투 폭로로 성추행 가해자 명단에 오른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 문단과 연극계를 쥐락펴락했던 거장들이 미투 저격으로 추락했다.
시인 고은(85)의 본래 이름은 고은태다. 지금은 미투 운동의 회오리에 휘말리면서 ‘고En’ 시인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한국 문단에서 ‘불가침의 영역이자 신성(神聖) 그 자체’였던 고은은 최영미(57) 시인의 갑작스러운 폭로로 휘청거리다 박진성(40) 시인의 고백으로 결정타를 맞고 추락했다. 최영미 시인은 문단의 어린 여성들을 추행하던 그를 ‘괴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최 시인은 1992~94년 사이에 있었던 고은 시인의 행적을 이렇게 폭로했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 시인 한 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고은 시인이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자 박진성 시인은 2008년 4월 자신이 목격한 일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 그것은 그냥 당시 동석자였던 여성 3명에 대한 ‘희롱’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성기를 3분 넘게 흔들던 고En 시인은 자리에 다시 앉더니 ‘너희들 이런 용기 있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추행과 희롱을 보고 겪은 시인만 적게 잡아 수백 명이 넘습니다. 수십 년간 고En 시인이 행해온 범죄입니다. 문단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왜 노 시인은 부정하는 것입니까?” 박진성 시인의 울분에 찬 폭로가 나온 이후 고은을 감싸거나 변호하던 문인들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고은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문단의 거물이다.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창립 멤버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건배사를 읊었던 그다. 때때로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인적인 발언과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었다. 구시대적 낡은 관행이 남아 있는 폐쇄적인 문단 조직의 특성 때문에 그의 성추행이 오랫동안 은폐됐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계 일각에서 문단 해체론까지 나온 배경이다.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운동이 벌어진 이후 이문열 작가의 ‘사로잡힌 악령’이라는 소설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환속승려인 시인은 문화예술계 명사들과 교류하며 문학 지망 여성과 친구의 부인 등을 농락한다. 그는 순수문학 진영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자 민주투사의 탈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후 저항문학의 선두에 섰다가 정부 권력이 바뀌자 또다시 저항시인의 탈을 벗어던진다는 내용이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고은 시인의 이중적 태도에 실망했다는 이들도 있다. 추행 의혹에 제기된 뒤 그는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수원시가 마련해준 거처를 반납했고, 서울시의 ‘만인의 방’ 철거 방침에도, 교과서에 수록된 시 삭제에도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 단국대·KAIST 석좌 교수 직에서도 물러났고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외국 언론에는 자신을 겨냥한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가디언]지에 “나는 나의 아내와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줄 그 어떤 일도 한 적이 없다.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개인으로서 시인으로서 나의 명예가 유지된다면 집필을 계속하리라는 것뿐이다”고 밝혔다. 추행이 폭로된 뒤에도 여전히 노벨문학상에 미련이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문단의 한 인사는 고은 시인을 염두에 둔 듯 “나이 들어 갈수록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노추(老醜)다”고 말했다.

연극촌에서 제자들 추행한 이윤택 | “연출가 그릇된 성의식과 일탈에 분노”

연희단거리패·밀양연극촌의 ‘왕’이자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던 이윤택(66) 연출가가 자신이 설립한 연극촌에서 쫓겨났다. 여성 단원들을 황토방에 불러들여 안마를 요구하고, 성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 그는 한국연극연출가협회에서 제명되는 모욕을 당했다. 권력을 함부로 사용한 연극계 거장의 민낯이 공개되자 사람들이 경악했다. 사람들을 또한 번 실망시킨 것은 ‘계산되고 연출된’ 이윤택씨의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이씨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사과했지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며 여성 단원 성폭행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결국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성폭력 피해자 16명이 스승이었던 그를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극단 단원이었던 홍선주씨는 3월 5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가족 같은 후배가 (이씨의 성폭행으로 인한) 자신의 임신·낙태까지 폭로하게 했다”며 이씨의 위선과 거짓말을 비판했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던 것일까? 연극계의 특징인 도제 시스템을 거론하는 이가 많다. 연출가들은 무명배우를 키울 때 옆에 세워놓고 숨결 하나 목소리 한마디까지 따라 하게 만들 정도로 혹독하게 교육시킨다. 도덕과 제도가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억압한다며 자신의 욕망을 충실하게 표현하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연출자와 배우의 신체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밀양연극촌처럼 단원들이 합숙하며 공동체적 생활을 특히 강조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는 연출가인 스승이 성적 일탈을 감행할 경우 혼자 힘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만약 반기를 들었다면 그 바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예술혼을 늘 강조한다. 본능적 욕망인 성적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해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절대권력, 마초의식(남성우월주의)과 만나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이씨 사례와 같은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연출가의 그릇된 성의식과 일탈, ‘유명한 예술가는 그런 존재려니’하는 잘못된 예술관, 권위적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내부의 방조가 성폭력에 둔감한 풍토를 만들면서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연희단거리패 출신인 영화배우 오달수도 연극계 미투의 유탄을 맞았다. “지금은 유명한 코믹연기 조연영화 배우이지요. 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부산가마골소극장을 비웠을 때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으로 그곳을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니까요. 똑바로 쳐다보면서. 제게는 변태 성추행범일 뿐”이라는 인터넷 댓글이 결정타였다. 연극계의 미투 운동은 대학가에도 옮겨붙었다. 명지전문대 연극 영상학과장 박중현 교수는 영상편집실을 안마방으로 개조한 후 여학생들을 불러들여 상습적으로 안마를 시킨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학과 남자 교수 4명 모두가 성희롱에 휘말려 있다.

‘바른생활 도지사’ 안희정의 추락 | “권력에 취한 ‘소황제’의 두 얼굴 폭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 그의 정치인생은 미투 운동으로 끝났다는 평가다. /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지사는 권력에 취해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례다. 그는 2남3녀 중 셋째였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자 이름을 희정(熙正)으로 지었다. 당대의 최고 권력자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의 이름 두 글자를 땄다. 정치인 노무현이라는 대양(大洋)을 만난 뒤 그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났다. ‘주군’이자 ‘동지’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했다. 2002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1년을 선고받았을 때 최후진술에서 “저를 무겁게 처벌해주셔서 승리자도 법과 정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해 달라”고 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네크라소프의 시를 인용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던 유시민 못지않게 운동권 진영에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다른 운동권’ 이미지로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젊은 도지사였지만 현장을 찾아 촌로들로부터 “우리 희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겸손했다. 낡은 이데올로기를 고집하지 않았고, 합리적인 사고가 돋보였다. 미래 비전으로 통합과 실용의 가치를 내걸었다. 급기야 지난해 유력 대선후보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역시 권력에 취한 ‘소황제’였다는 지적이다. 닮지 않아야 할 박정희의 유산까지 닮고 말았다는 것이다. 궁정동 안가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박정희처럼 안희정 역시 도지사로 재선 고지를 넘어서면서부터 외부의 쓴소리에 둔감해졌다. 안희정이 한 번 행사장에 참석하면 수행하는 직원들을 비롯해 10여 명의 영상팀이 따라붙었다고 한다. 경제·3농혁신·인권·언론·관광·대외협력 등 17개 분야에 22명의 특별보좌관을 두었다. 의욕이 넘쳤지만 외부 일정이 많았고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낮에는 냉철하고 예의 바른 ‘바른생활’ 지사였지만 밤에는 그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약한 여성을 통해 해소하려는 악습을 저질렀다.

그의 수행비서 김지은씨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JTBC 뉴스룸 스튜디오에 나와 안희정 지사가 스위스와 서울 등지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크게 번져 가자 자신을 불러 사과한 뒤 재차 폭행했다고 했다. 안 전 지사는 피해자인 김씨에게 메신저로 “괘념치 말라, 잊어라”고 했다고 한다. 자신은 어떤 일을 해도 옳다는 선민의식에 다름 아니다. 김씨의 충격적인 폭로에 이어 또 다른 여성의 폭로가 이어졌다. 안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연구원이 안 전 지사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날짜까지 제시했다. 지난해 1월 18일, 안 전 지사가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그날 밤 자신을 폭행했다고 했다.

영광은 순간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국민들은 경악했고, 지인들은 휴대전화에서 안희정의 이름을 지웠다. 오랜 동지들은 배신감으로 연락을 끊었다. 민주당의 충남 지역 지방선거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안 전 지사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었을 국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검사 앞에 가서는 “부적절한 관계는 있었으나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안희정 전 지사의 행태에 80년대 학생운동 문화의 악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학생운동권 일각에서는 동료나 후배 여학생들에게 순결이데올로기 타파를 주장하며 성해방을 여성해방의 일종으로 왜곡시키는 등 성폭력에 무지하고 둔감한 장면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에 빠져 있는 사람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었다고 하더라도 ‘여성도 주체적으로 즐긴 것’이라고 발뺌하기 쉽다고 한다. 김지은 씨를 지지하고 있는 인사들은 ‘제3의 피해자’가 있다며 공개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와 인권을 저버린 한만삼 신부 | “세속주의와 쾌락에 빠진 종교계에 경종”


▎여성 평신도가 사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메가톤급 악재에 결국 한국 가톨릭의 최고 의결기관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다.
가톨릭 신자 김민경씨는 지난 2월 23일, KBS 방송에서 6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현지 선교 중이던 한만삼 수원교구 신부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다. 한 신부가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인 고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헌신적인 선교활동을 하던 와중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했다. 방송을 통해 폭로된 내용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한 신부가)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하셨죠. 그래서 제가 손목이 붙잡혔는데 저항하면서 제 손목을 빼다가 제 팔에 제 눈이 맞아서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벗어나려고 (옆에 놓여있던) 흉기를 집어 들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오시진 않았지만 제가 사제를 찌를 순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내려놓고….” 김씨는 한 신부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자신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KBS에 제보하기 전에 한 가톨릭계 언론인에게 전화를 걸어 고민을 상담했다. 그만큼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폭로가 미칠 사회적 파장을 고민했다고 한다. 김씨는 “가해자는 너무 멀쩡히 하던 일 잘하면서 살고 계신데 피해자만 자신을 탓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미투 대열에 합류한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한 신부의 성폭행 미수가 폭로되자 가톨릭계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의·평등·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해온 진보적 성향의 인사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발 빠르게 “한 신부는 사제단의 일원이며 형제이기에 그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죄임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한다”며 사과성명을 냈다.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한 신부가 탈퇴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하지만 메가톤급 악재에 결국 한국 가톨릭의 최고 의결기관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 숙여 공개 사과했다. 김 대주교는 “상처와 분노를 가슴에 안고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살아온 여성들이 교회의 쇄신과 자성을 촉구하며 성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었습니다”며 “천주교회가 안일하게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통렬히 자성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역사상 첫 공개 사과였다. 김씨의 폭로는 종교계 미투의 도화선이 됐다. 피해를 당한 것은 김씨만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주임신부를 잃은 성당 신자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해자인 한 신부는 이번 일로 ‘정직’ 처리됐을 뿐 피해자를 위해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고 한다.

국내에서 사제들의 성추문은 수면 위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감춰지고 묻히는 게 관례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 칼럼에서 “진정한 리더는 지위나 권한이 아니라 행동과 인품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신자들에게 인성과 품성을 강조해온 종교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동물적 본능을 탐한 김기덕과 조재현 | “여배우 3인이 폭로한 거장의 민낯 ”


▎김기덕 감독 성폭행 관련 기사가 보도된 [할리우드 리포트]. 글로벌 명사인 영화계 거장은 망신도 국제적으로 당하고 있다. / 사진:할리우드리포트 홈페이지
세계 영화제를 석권한 한국의 스타감독 김기덕(58)씨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 중이다. 할리우드 잡지에는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거장의 얼굴과 기사가 실렸다. 그의 영화를 높이 평가했던 평론가들의 찬사는 분노로, 이제는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김 감독은 그의 페르소나인 배우 조재현(53)씨와 함께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절치부심한 MBC PD수첩의 3월 6일 방송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 결정타였다. PD수첩은 “세계가 인정한 영화감독 김기덕, 그의 페르소나 조재현,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나섰다”는 자막과 함께 여배우 3명의 미투를 폭로했다. 방송에 따르면 여배우 A씨는 촬영 현장에서 성폭행 당하는 등 ‘진짜 지옥’을 경험했다고 했다.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김기덕 감독, 조재현씨 중에 누가 찾아올지 모르는 그 불안감이 너무 무섭고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TV에서 김 감독과 조 씨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고도 말했다.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참여한 배우 C씨는 “김 감독이 셋이 함께 자자며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성관계 제안을 거절하자 김 감독이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못하겠다’며 해고를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 김기덕 감독은 실시간 네이버 검색어에 오르며 미투 운동 가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재현씨 역시 일찌감치 성추행 사실이 폭로돼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경찰도 김 감독과 조씨에 대한 성폭력 의혹에 대해 내사 중이다.


▎영화 [나쁜남자]의 한 장면.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 조재현 역시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돼 추락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래의 영화인들을 지도하는 교육계도 성희롱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투 대열에 동참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몇몇 졸업생과 재학생들에 따르면, 유명 연극연출가인 전직 교수 B씨는 수업 중에 “‘여배우는 접대가 당연하다. 다 벗고 달려들 정도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한다. 한 학생이 ‘모든 여배우 지망생들은 그래야 하느냐?’고 묻자 “너는 감독이 자자고 하면 안 잘 거냐. 너희가 자고 싶어 한다고 잘 감독은 있고?”라고 대꾸했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여배우는 색기가 있어야 한다. 성상납은 당연한 거래다”는 발언을 수업 시간에 예사로 했다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라면 분노한 대학생들의 미투 운동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정치권 미투 | “여의도 옆 대나무 숲으로 태풍 번졌다”


▎정치권은 아직 미투 운동의 성역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미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진짜 일어나야 할 곳은 여의도(정치권)다” “판도라의 상자는 정치권” “이번 기회에 정말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젊은 보좌관·비서관들이 요즘 삼삼오오 모이면 하는 이야기다. 투고자의 신분이 철저히 보장되고 있지만 국회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미투는 농도가 순화돼서 올라오는 게 현실이다. 여의도 대나무숲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미투가 천지라고 한다.

왜 그럴까? 국회(특히 의원회관)는 폐쇄적이고 철저히 수직적인 구조다. 생사여탈권을 의원이 쥐고 있다. 의원이나 손윗 보좌관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어지간하면 의원회관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보스(의원)에게 부정적인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본능처럼 체질화돼 있다. 한마디로 충성과 의리가 조폭 못지않다. 국회는 보스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의원은 보좌관의 목줄을, 보좌관은 비서관과 비서, 인턴사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자신이 설사 성폭력·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고한다는 것은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피해자가 의원실을 떠나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한다. 가해자가 의원이거나 힘 있는 보좌관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5일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면직당한 4급 보좌관 모 씨의 경우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한다. 미투 운동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는 미투 운동이 과연 여의도 정치권을 뒤집어놓을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제2의 서지현 검사’ ‘제2의 김지은씨’처럼 얼굴을 공개하고 실명 폭로를 하지 않는다면 역공을 당할 수 있는 게 정치권이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도 사생활과 폭로 배경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이들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오죽하면 손편지를 써서 고통을 호소할 정도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야 폭로가 터지면 부끄러워서 숨기라도 하지만 산전수전 겪은 정치인들 중에는 유혈이 낭자한 육박전·난타전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과 이를 보도한 인터넷 언론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사례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노래방에서 성추행당했다는 말 한마디에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희귀한 사례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민 의원은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공개 사과하고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자연인의 처지에서 진실을 따지겠다며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번지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국회 차원의 성폭력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피해자의 신고를 이끄는 국회사무처 차원의 인권센터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의 공천을 배제하는 등 지방선거 공천 기준도 강화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정말 자정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미투에서 위드유(ith You)로

이처럼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의 일상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어가고 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소년의 말 한마디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진실에 눈을 뜬 것처럼, 사람들은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나서야 자신들도 혹시 저질렀을지 모를 여성들에 대한 ‘일상의 폭력’에 관심을 갖고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음담패설 등 과거에 무심하게 내뱉었던 여성 비하 발언, 여성 동료의 외모를 품평하고 비교했던 장면, 술자리에서 벌어진 부끄러운 모습들을 성찰했다. 미투가 위력을 떨치면서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에선 술 강권하기와 유흥이 사라졌다. 모이더라도 남녀가 따로 앉아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성차별적 발언을 삼가고 인격적인 대화를 권유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

물론 미투 태풍이 몰고 온 일시적인 혼란상도 있다.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생활습관을 본떠 아예 여성과 단둘이 만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펜스 룰’을 따르는 남성이 생겨났다. “한국 사회에서 미투에서 자유로운 남자가 어디 있나?”라며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미투 운동이 ‘고통을 당한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로 이어져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라는 긍정론이 더 우세하다. 자신의 일터와 가정, 학교, 교회, 각종 모임 등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로 일상의 평등과 민주주의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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