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비눗방울 

 

김성규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어오른 비눗방울에 운동장과 주변 마을의 모습이 아스라이 맺혔다. / 사진:박종근
엄마가 비눗방울로 방을 만들어 주었어요
동생과 나는 신이 나 방에서 뛰어다녔지요
필통에서 연필이 달그락 거리며 웃었어요

풀잎을 썰어 반찬을 만들자 모래알로 밥을 짓자
동생도 한입, 나도 한입, 엄마도
아니야, 너희들이 배불러야지
엄마, 숨을 더 불어넣어 주세요
비눗방울이 날아올랐어요 엄마도
얼른 타세요, 같이…… 비눗방울이 터질라
책가방에 먹을 것을 잔뜩 넣어주셨죠
너희들이라도 날아가거라, 어여!
저 멀리, 이끼 낀 담벼락 그늘에서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엄마가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동생과 나도 신이 나서 손을 흔들었어요

※ 김성규 -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신동엽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가 있다.

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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