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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즈드라스부이쩨(안녕) 월드컵! 한국전 5대 관전포인트] (2)손흥민 활용법 

측면에서 안으로 잘라 들어가는 ‘커트인’ 살려라 

박문성 SBS 해설위원
드리블 돌파 속도 빠르고 양 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최고 강점… 선 수비, 후 역공 펼치는 4-4-2에선 카운터 전술 마무리로 활용할 수도

▎손흥민이 지난해 11월 1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사진:양광삼
축구는 간단하다. 상대보다 골을 많이 넣으면 이긴다. 수비를 잘하면 비길 수는 있지만 이기려면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한다.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승부의 희비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 공격수의 몫이다.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목표도 비겨서 승점 몇 점을 얻는 게 아니다. 이겨서 16강 이상 오르는 게 목표다. 골을 넣어야 이룰 수 있는 과제다.

손흥민(26)이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손흥민은 한국대표팀 대체 불가의 공격수다. 차범근 이후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골을 가장 잘 넣고 있는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엔 차붐을 뛰어 넘는 역대 유럽파 한국인 한 시즌 최다 골인 21골이나 넣었다. 이미 박지성·기성용과 같은 선배들이 세운 골 기록을 넘어선 손흥민은 그 어렵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성공시키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날고긴 손흥민의 대활약을 어떻게 대표팀에서도 재현할 것인가에 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세상에 둘 도 없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만 가면 기를 못폈던 것처럼 프로팀과 대표팀의 활약을 일치시킨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팀마다 전술이 다르고 선수 구성 등이 차이 나는 탓이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손흥민 개인의 움직임 특징과 토트넘 내에서의 역할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손흥민의 강점은 우선 빠르다는 것이다. 드리블 돌파하면서 들어가는 속도가 여간 아니다. 거기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빠르고 양 발을 잘 쓰다 보니 상대 골문 앞에 머물러있기보단 측면에 빠져 있다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거나 공격 2선에서 수비 배후로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이 탁월하다.

토트넘도 최전방보단 측면이나 날개 공격수로 활용

토트넘도 손흥민의 이 같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 손흥민을 최 전방에 두기보다는 측면 날개 공격수나 2선 공격수 자리에 세워 활용했다.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을 상대 골문 앞에 세운 뒤 손흥민으로 하여금 측면이나 2선 위치에서 빈 공간을 파고들어가게 하는 역할이다.

한국 대표팀에 대입하자면 손흥민의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는 측면 공격이다. 손흥민을 측면, 좀 더 적확(的確)하게는 왼쪽 측면에 세운 뒤 안으로 접고 들어가 직접 감아 차기 슈팅 등으로 마무리하게 하는 형태다. 측면에 있다 안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전술용어로는 ‘커트인’이라고 하는데,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가장 선호하는 움직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공간이다. 손흥민이 치고 들어가려면 파고들 공간이 절대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공간이 없다면 손흥민의 빠른 움직임을 활용할 여지가 최소화된다. 때문에 전방에서 손흥민이 파고들 공간을 만들어줄 선수가 필요한 데 적임자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황희찬이다. 활동량이 많은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움직이면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한국 대표팀엔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있다. 하지만 발 아래의 움직임을 통해 공을 짧게 주고받으며 파고 들어가는 손흥민의 특징을 볼 때 롱 볼 축구를 하는 김신욱보단 발 기술과 활동량의 축구를 하는 황희찬이 손흥민과 잘 맞는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울 수도 있다. 철저하게 수비하다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 하는 전술에서 가능한 손흥민의 위치와 역할이다. 견고한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공 펼치는 포메이션인 4-4-2에서 속도감 뛰어난 손흥민을 ‘카운터 전술’의 마무리로 활용하는 형태다. 이럴 땐 투톱 전술로 손흥민의 짝이 필요한데 그 파트너로는 역시 빠른 발로 역습에 능한 이근호를 세워 배가한 속도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 박문성 SBS 해설위원 mspark13@naver.com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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