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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 정치분석] 지방선거 완승 후 문재인 대통령의 정국 구상 

강한 국정 드라이브로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승리 발판 만든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향후 2년간 개혁과제 이행 통해 집권 하반기 지속 가능한 혁신체제 구축…정쟁과 거리 두고 남북 관계 현안, 경제 활성화 등 굵직한 현안 관장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청와대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격세지감(隔世之感)’. 아마도 제7회 6·13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떠올릴 만한 단상이다. 당초 예상대로 선거는 집권여당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치곤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 든 문 대통령. 그로선 12년 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심기일전을 다짐할 만하다.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북 단 한 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반면 제1야당 한나라당은 무려 12곳을 석권했다. 심지어 텃밭으로 여겼던 광주와 전남마저 동교동계 주축의 옛 ‘민주당’에 빼앗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패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 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하지만 당장 여당부터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은 2012년 자신의 정치 입문서 [운명]에서 이때의 기억을 이렇게 곱씹었다. “가장 아픈 건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이른바 대통령과의 차별화였다.” 어쨌든 참여정부는 그 직후부터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친노’는 폐족을 자처해야만 했다. “노 대통령과 우리는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은 처절한 회고와 함께 “차분하게 성찰하고 복기(復棋)”해야 한다고 [운명]에 썼다.

이런 다짐을 제대로 실천했기 때문일까.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장악한 뒤 다시 지방선거에서의 압승까지. 문 대통령의 복기는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로 박수를 받으며’ 떠나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관건은 앞으로의 국정운영과 그 결과다.

지방선거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망과 관련, 여권 관계자들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문재인의 뚝심’.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해 내는 힘’이라는 뜻처럼 “국정운영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의 ‘원칙과 뚝심’, 날개를 달다


▎6월 8일 청와대 인근 한 투표소에서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이 선거를 이긴, 그것도 압승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기조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이후 줄곧 70%를 웃돌았던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결정적 승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간 야당 일각에선 고공행진으로 일관하는 대통령 지지율을 ‘허수’ ‘착시’라고 폄하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 승리가 대통령에겐 ‘주마가편(走馬加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문재인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달리는 ‘말’이라면 여기다 국민적 재신임이라는 ‘채찍’이 더해지면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추진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년간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서 두드러지는 대목은 원칙이다.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이는 뚝심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개헌 추진 장면이다. 지난 3월 26일 문 대통령은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개헌안을 발의하는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그중 첫째로 꼽은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 모든 후보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약속”하고도 다들 안 지키지만, 그렇다고 자신도 그들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얼마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문 대통령은) 좀 다른 대통령이에요.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고 낮은 자세 아니에요? 원래 공약은 3분의 1은 꼭 지켜야 하고, 3분의 1은 지키면 좋고, 3분의 1은 다시 생각해 보는 건데 100을 다 지키려 해요. 이건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지지율이 그냥 높게 나오는 게 아니라고.”

당초 대통령의 개헌안은 발의할 때만 해도 소극적인 야당을 개헌 작업에 끌어들이는 마중물 정도에 그칠 것으로 여겨졌다. 개헌 저지선을 뛰어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반대할 경우 대통령 스스로 철회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국회 의결 시한을 사흘 남겨둔 5월 20일 청와대는 개헌안 불철회 입장을 공개 천명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의원 과반이 발의하는 것과 같은 무거운 정치 행위인데다 국민이 바라는 가치를 개헌안에 담은 만큼 국회가 처리를 꺼린다고 이를 철회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언론이 전한 이유였다.

야당은 발끈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부결된다면 개헌 논의 자체가 좌초될 것이 명확하다.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역사적 기회를 망쳐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5월 24일 실시된 국회 표결에서 개헌안은 의결 정족수, 재적 의원 3분의 2의 투표를 이끌어내지 못해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다”고 직격했다. 대통령의 원칙과 뚝심을 새삼 정치권이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지방선거 승리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여기다 향후 정치시간표도 문 대통령에겐 아주 유리하게 전개된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으로 ‘민정수석 문재인’과 함께 일했던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지금부터 내후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거의 2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대통령 임기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국정운영 주도권을 쥔 문 대통령으로 선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도 진작부터 향후 2년을 ‘도약기’로 설정해 ‘빡세게’ 일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조기 대선으로 정부 출범 직후에 만들어져 인수위원회 노릇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7월 마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였다. 이에 따르면 도약기 동안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과제별 체감 성과를 본격 창출”하겠다며 야심 찬 실천목표를 예비해 두고 있다. 일자리, 4차 산업혁명, 국민안전, 자치분권, 조세·재정개혁, 국방개혁에다 북핵 해법과 남북 관계 진전 등이 굵직한 과제다. 당료 출신의 정부 모 국장은 “지난해가 적폐 청산으로 반부패와 개혁에 치중한 혁신기였다면 이제부터는 각 국정과제별로 본격적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며 “대통령으로선 강하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기친람은 없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정의당 지도부는 5월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4월 초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출입기자들 간에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을 두고 가벼운 설전이 벌어졌다. 발단은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선박 피랍사건에 대한 언론 엠바고(보도유예) 파기 때문이었다. 피랍자의 안전한 구출을 위해 모든 언론이 보도를 통제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작 엠바고를 요청했던 외교부가 전격적으로 피랍 사실을 공개해 버린 것이다. 취재 결과, 엠바고 파기가 청와대 결정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자 ‘임금님이 친히 모든 정사를 돌보는’ 만기친람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건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야당도 청와대의 국정 독주 우려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그 대상이었다. 헌법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도 거치기 전에 개헌안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사흘 동안 깨알같이 소개됐다. 이미 국민에 공개된 개헌안을 심의해야 할 국무위원들로선 기정사실화돼 버린 개헌안에 토를 달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였다. 그래서 국무회의가 청와대 거수기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을 배제하고 대통령 개인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개헌안을 이벤트 하듯 하나하나 발표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그 자체”라고 질타했다. 물론 조국 수석은 “개헌안 작업은 민정수석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최근 최저임금제와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청와대와 기재부의 주도권 다툼을 비롯해 남북 문제에서 통일부, 외교부 ‘패싱론’에서 보듯 ‘기(起)-승(承)-전(轉)-청와대?’ 논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등에 업고 청와대가 국정 장악력과 추진력을 더 키우려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여(親與)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는 “잘나갈 때일수록 더욱 더 초심을 생각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의 ‘책임 총리제’ 구상을 상기시켰다. 청와대는 핵심 어젠다 중심으로 국정을 챙기고, 각 정부 부처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일하는 시스템이 지금이야말로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등 기존 개혁 과제는 그대로 밀고 가더라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형태보다는 각 부처에 더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에 적잖은 조정을 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로 공개 지칭한 것을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월 1일 “경제를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누구냐고 할 때 우리 정부가 왜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앉히고 그 직책을 줬겠느냐”며 “경제 전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힘을 받았던 것일까. 김 부총리는 6월 5일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안 되기에 혁신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과 닷새 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90% 효과’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홍보 강화’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의 당부와는 분명 거리감이 느껴진다. 물론 기재부는 성장의 양대 축인 ‘소득주도와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은 김 부총리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보다 혁신성장에 정책의 ‘방점’을 찍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부총리의 소신 행보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일단 응원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6월 7일 김 부총리가 주재한 소득격차 악화 해결을 위한 범부처 대책 마련 간담회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이 참석해 김 부총리의 ‘체면’을 세워줬다. 바로 다음 날 문 대통령도 김 부총리로부터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해 대면보고를 받았다. 올해 시작된 대통령 대면보고는 이날이 6번째로 매달 한 차례씩 실시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로선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구축된 신임을 바탕으로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소신 있는 정책 운용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그간 경제 문제 전반에 큰 입김을 행사해 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파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청와대의 역할 축소와 인적 쇄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6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청와대의 역할 축소는 자연스레 인적 교체와 쇄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지난 대선 때 친문캠프에서 정무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이르면 7월, 늦어도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8월에는 청와대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비어 있는 4명의 비서관 자리에 대한 인사 충원뿐 아니라 격무로 인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몇몇 수석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정치인이나 당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권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는 시점에 맞춰 돌아가야 당직을 맡을 수 있고 차기 총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 개편과 관련, 최대 관전 포인트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거취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에서 임 실장은 대상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를 잘 넘겼지만 문 대통령으로선 여전히 임 실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남북 관계 진전에 따른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 경제정책을 둘러싼 여권 내 미묘한 갈등 기류 해소, 야권 재편에 따른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이 첫손에 꼽힌다. 정치적 역학 관계상으로도 그가 움직임이기엔 다소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임 실장이 청와대를 떠나면 당 복귀 이외 선택이 없다.

어느새 정치 체급이 ‘헤비급’으로 커져버린 그의 복귀는 여권 전체에 미묘한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당장 8월 전당대회에 그의 출마 여부를 놓고 잠재적 당권 주자 사이 경쟁이 필요 이상으로 격화될 수 있다. 설사 전대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원외’에 머문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문심(文心)’으로 해석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그래서 여권 소식통은 “아마도 차기 구도를 포함한 그랜드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의 임 실장 역할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결심이 서야 청와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부겸·김영춘 본인이 결심하면 청와대는 존중


▎임종석 비서실장(오른쪽)의 거취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물론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내각 개편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장관들 평가가 있었다”면서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개각 폭은 최소화할 전망이다. 현안 대처 능력이 떨어지거나 부처 장악력이 미흡한 서너 곳의 부처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에서 흘러나온 평가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환경부·국방부·여성가족부가 하위 성적표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을 지낸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남북 관계 급진전에 따라 남북 장관급 회담 등 어느 때보다 외교안보 부처의 연속성과 역할이 중요한 탓에 외교안보 부처는 교체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각에 포진한 정치인 출신 장관 역시 이번 개각에선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대과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고, 대타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최소한 올 연말 정기국회 까진 유임이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 본인이 결심할 경우 청와대는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큰 개혁 동력을 얻었다.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국정운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정국은 문 대통령 뜻대로 굴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더 큰 저항에 부딪혀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격화하면서 국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 야당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지만 국회는 심판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실시된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긴 했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야당 우위의 ‘여소야대’ 그대로다. 민심의 지지를 재확인해 국정 장악력을 더 키운 대통령.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잔뜩 웅크린 채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야권이 지배하는 국회. 둘의 충돌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고, 그 충격파 또한 만만찮을 전망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 패배로 자유한국당은 심각한 내홍 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바른미래당 역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전 후보 간 계파 갈등이 첨예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문제는 이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대여 선명성 경쟁을 통해 서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 야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나름의 안정적 체계를 갖추기 전까진 정부여당에 협조할 정치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 지방선거 승리의 자신감으로 야당 포용을 통한 협치에 적극 나서고 싶어도 야권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영수회담 등 직접 담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도약기’로 설정한 선거 없는 향후 2년여 동안 각종 개혁 과제의 이행을 통해 집권 하반기 지속 가능한 혁신체제를 반드시 구축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2020년 총선 승리와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탓이다.

관리형 대표 김진표·전해철, 독립형 대표 송영길·최재성 물망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중인 문재인 대통령.
이를 위해 여권 안팎에선 집권여당 민주당에 더 큰 역할과 책임이 부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종의 ‘역할 분담론’이다. 대통령은 급변이 예상되는 남북 관계 현안이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굵직한 국정 과제에만 전념한다. 대신 정쟁적 요소와는 가급적 거리를 둔다.

민주당은 야권 재편 등 변화되는 정치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만약 야권이 중도와 보수 통합을 통한 ‘반(反)문재인’ ‘반(反)민주당’ 연대나 결집으로 힘을 모을 경우 민주당이 나서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 결속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중도보수 진영이 이합집산으로 하나의 정치체로 덩치를 키울 경우 현행 다당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이때 여권의 대항카드는 아예 과거식 양당체제로의 복원이 될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여야 간 또는 정당 간 상당한 정치적 실랑이가 불가피한데 이것을 민주당이 오롯이 걸머지고 나가는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이런 정치판 싸움에 문 대통령은 체질도 아니고 직접 개입해서 얻을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뒷짐 진 채 정치권 격변을 구경만 할 것인가. 그럴 순 없을 것이다. 외형적으론 일정 거리를 유지할 뿐 정계개편 고비 고비마다 민주당과의 소통으로 나름의 견해와 입장을 관철할 것으로 보인다. 현근택 민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이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결정적 동인이 된 만큼 과거 참여정부 중반기 이후처럼 당과 청와대가 치고받을 이유가 없다”며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당·청 간 조율을 통해 정치적 일체감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주목된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는 문제가 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방향타 노릇을 할 수 있다. 일단 ‘비문(非文)주자’가 당 대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일치된 견해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문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지지, 전당대회 표심을 좌우할 강력한 ‘문재인 팬덤’ 등을 감안할 때 누구든 ‘문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문(親文)주자’가 당 대표가 된다고 해서 누가 되든 똑같은 당권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긴 힘들다. 여당의 속성상 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관리형’ 또는 ‘독립형’으로 나뉜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낸 이지수 미국변호사는 “이번 전대에서 선출될 당 대표는 결국 두 가지 유형 중 하나가 될 터인데,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형의 경우 여소야대 국면을 여당 주도로 조정하기보다 안정적 정국운영으로 차기 총선에 승부를 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독립형 당 대표는 야권 재편에 일정한 관여와 함께 나름의 협치 전술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적극적 정국 운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 현재 당권주자 중 관리형은 김진표·전해철 의원이, 독립형으론 송영길·최재성 의원이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이 딱히 어떤 스타일을 선호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두 가지 유형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데다 당의 정치적 자율성을 적극 보장해 온 터라 쉽게 속내를 드러내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고 뚝심 있게 국정을 끌고 갈 것이라는 점이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jwhn20@naver.com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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