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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 단독 인터뷰]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차기 주자? 제 목표는 성공한 도지사 되는 것” 

창원=나권일 월간중앙
드루킹 사건과 지역장벽 악재 뚫고 전국구 친노·친문 대표주자로 ‘우뚝’…“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사람 사는 세상’ 꿈, 경남에서 시작할 것”

김경수(51)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의혹으로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건곤일척의 6·13 지방선거에서 혼심의 힘을 다해 기사회생하는 역전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에서 김경수 당선인을 만났다.


※ 김경수 - 1967년 경남 고성 출생. 진주남중·진주동명고,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제20대 국회의원, 제19대 대통령선거 문재인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경남도당위원장, 민선 7기 경남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아이고~, 어제 정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14일 오전 9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충혼로 ‘충혼탑’ 앞에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 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이 개선장군들처럼 하나둘 모여들었다. 전날, 김경수 당선인의 개표 상황은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김 당선인과 겨룬 김태호(55) 자유한국당 후보는 재선의 경남지사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 정치 거물로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선거의 달인이란 수식이 붙은 이였다. 개표 초반, 경남 서부지역의 터줏대감격인 김태호 후보에게 밀리던 김경수 후보는 자정을 넘겨 창원과 김해 등 대도시 유권자들의 몰표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김해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자 김 당선인의 직전 지역구였다. 김경수 당선인은 6년 만에 맞붙은 리턴매치에서 숙적인 김태호 후보에 멋지게 지난 패배를 설욕했고, 정통 야당인 민주당 출신 첫 경남지사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경남도민의 변화 요구가 엄청났다”

도지사 당선 확정 뒤 김 당선인의 첫 일정은 창원 충혼탑과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된 국립 3·15 민주묘지의 참배였다. 김 당선인은 일주일 전인 6월 6일 현충일에도 충혼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날 페이스북에는 “산업화와 민주화, 성장과 혁신, 평화와 번영,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라는 새로운 역사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일주일 전에 당선을 염원하며 다짐했던 그의 바람이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오전 9시30분, 김경수 당선인이 충혼탑 앞에 도착했다. 그는 마중 나온 경남 지역 정치인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고개를 숙인 그는 짧게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충혼탑에 헌화하고 분향한 김 당선인은 방명록에 “호국 영령들의 거룩한 뜻을 기려 민생을 우선하는 통합의 정치,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정치생명을 걸었던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살아남은 그의 표정은 다부져 보였다. 그에게 물었다.

당선 소감이랄까, 각오를 듣고 싶다.

“이번 선거는 경남이 완전히 새롭게 달라지지 않으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만든 결과다. 정말 도민의 변화 요구가 엄청났다. 선거 때 ‘세상이 달라졌다. 경남도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을 바꾸니 나라가 바뀌었다, 도지사를 바꾸어 경남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경남을 만들어 달라’고 목이 터지게 외쳤다. 우리의 승리가 한국정치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겼다는 것,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이겼다는 것, 비전이 네거티브를 이겼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와 한반도 평화 국면도 저의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운전석에 누가 앉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선거였다.”

이제는 김 당선인이 경남도정의 운전석에 앉게 됐다.

“부마항쟁의 성지인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었던 경남의 영광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정치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민주주의를 지켰던 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이제 다시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울 때 수도권과 쌍벽을 이루며 경제를 떠받쳤던 경남의 자랑스러운 제조업 역사도 새로 복원될 것이다.”

“민생 우선하는 통합의 정치 하겠다”


▎90도로 인사하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자. 김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유권자들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선을 바라는 간절함과 겸손함이 있었다고 했다. / 사진:김경수후보 선거사무소
지난 현충일에도 참배를 마치고 나서 ‘애국으로 지킨 나라, 나라다운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제 그 다짐을 이룰 기회를 잡은 것인가?

“현충일에 참배하면서, 경남도지사가 되면 경남의 애국지사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다짐을 했다. 우리 세대가 헐벗고 굶주렸을 때 마산수출자유지역 공단에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코피를 쏟아가며 철야작업을 해 가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했다. 그런 경남의 경제가, 경남의 제조업이 정말 위기에 빠져 있다. 경남 발전에 진보가 보수가 어디 있겠나? 한마음 한 뜻으로 민생 살리기에 나서겠다.”

당선 확정 뒤 김태호 후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협력을 구하겠다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선거 결과를 떠나서 경남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는 정치를 구현해 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정치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앙정부 중심의 구조로는 지방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기 위해서는 이번 시장·군수 선거 결과가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에 시장·군수 후보들도 동반 당선될 수 있도록 저도 힘 닿는 데까지 노력했다(민주당은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7곳에서 승리했다.) 홍준표 전 지사 때 도와 시·군 간에 갈등이 있었고, 경남도와 교육청 간에 갈등이 있었다.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앞으로는 행정을 통합적으로 협치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준비하겠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새로운 경남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와 함께 온다. 북·미회담의 성공으로 싸움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의 시간이 왔다. 최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회사가 현대로템인데 고속철도를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가 바로 여기 창원에 있다. 남북 관계가 풀리면 경남은 물류산업의 전진 기지가 된다. 경남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동북아 전진기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경남은 이제 정치와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있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지방분권의 강화, 행정의 협치를 통해 새로운 경남을 만들어 가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새로운 경남을 위한 과정은 길고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아직 변하지 않은 과거의 습관과 세력이 남아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될 수도 없고 저 혼자서 할 수도 없다. 도민들과 함께 가겠다. ‘경제를 살린다, 경남을 바꾼다’가 앞으로 경남 도정의 기준이 되고 과제가 될 것이다. 실용과 변화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 도민 모두의 참여와 협조가 절실하다.”

김경수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2017년 5월 9일 대선일에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국회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차량에 동승한 사진 한 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의 ‘케미’에 대해 [중앙일보]에 ‘백재권의 관상·풍수 이야기’를 연재하는 백재권씨는 “김경수 의원은 양상(羊相)이다. 초식동물로 평소에는 차분하지만 민감한 감각을 지녀 놀라면 민첩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상(牛相)이다. 소와 양은 서로 친구이며 동지다. 인간도 소상과 양상이 만나면 금방 가까워진다. 마치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내밀한 사연을 공유한다. 소상과 양상은 둘 다 악의가 없으며 순수하고 온순한 성품이 장점이다”라고 썼다. 김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라는 사실을 자주 말했다. “노무현, 문재인 두 분 대통령과 함께 풍부한 국정경험도 쌓았다”며 힘을 실어 달라고 했다.

SBS ‘국민의 선택’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는데, 감회가 새롭겠다.

“대통령님과 벌써 15년을 함께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님이 고군분투하며 고생하신 것이 이번 선거에서 저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여러 후보한테 좋은 영향을 준 것이 아니겠는가? 저의 당선은 당연히 대통력 덕분이다.”

이번에 선거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경남은 끝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보았다. 지난 대선 때도 0.5%(문재인-홍준표 후보 격차)로 졌다. 그래서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표를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얻으려고 했다. 도민이 원하고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마음을 얻으려고 했다. 다행히 경남도민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셨다. 선거하는 동안 경남에서 어머니의 품을 느꼈다. 저는 고성에서 출생했고, 진주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김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고, 국회의원이 됐다. 경남이 고향이고 어머니다. 이번 선거 때 고향의 유권자들이 저에게 하신 얘기를 귀담아들었고 잘 챙겨두었다. 앞으로 잘하겠다. 정말 제대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역주의 타파하고 전국구 정치인으로


▎지난해 5·9 대선에서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차량에 동승한 김경수 후보. 그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사진:연합뉴스
창원에서 만난 그의 지지자들은 김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간절함과 겸손함이 엿보였다고도 했다. 그의 지지자들의 블로그에는 인상적인 사진 몇 장이 올려져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 90도로 인사하는 그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에 눈길이 갔다. 그만큼 정치인 김경수에게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승부였다. 이번 선거에서 3수 끝에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는 김석규씨는 김경수 당선인의 품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의 바르고 반듯하고 겸손하다. 얼굴 한 번 보면 다 기억해 주고, 손잡아 주면서 지지를 부탁하더라.” 김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한 여성 지지자는 “선거캠프를 찾아갔더니 김 후보자가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면서 눈을 맞추는데, 태도나 말투, 눈빛, 미소까지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이 묻어났다. 전략공천 됐을 때만 해도 지역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막상 인물을 보니 괜찮더라”고 했다.

선거기간 동안 체력관리는 어떻게 했나?

“체력관리? 그냥 ‘깡’으로 했다. 선거 때마다 몸에 좋은 것은 웬만큼 다 먹어가면서 해왔다. 따로 운동할 틈이 없었다. 선거가 운동이었다. 몸무게가 2~3kg 정도 빠졌다.”

이번 승리로 단숨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정부 수장으로 집권여당의 블루칩이 됐다.

“그건 제가 감당할 몫이 아니다. 그런 얘기보다 경남의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먼저다. 위기의 경남 경제를 살리고 팍팍해진 도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힘 있는 여당 도지사를 뽑아주셨으니 이제 제가 그 일을 해야 한다. 제 목표는 성공한 도지사가 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선거 공약들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더라. 선거 때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 다 비슷비슷했다.

“비슷비슷한 게 당연하다. 공약의 내용보다 그것을 누가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경남 경제의 핵심이 중소제조업,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인데, 이들 산업 모두가 다 어렵다. 단기간에 특단의 대책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지금 경남의 경제위기는 경남의 힘만으로 풀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도지사 당선인인 제가 대통령과 정부를 설득할 것이다. 지원과 협조를 얻어낼 것이다.”(김 당선인은 조선·기계 부품 위주의 편중된 산업구조로 인한 일자리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제조업을 혁신하고 산업지도를 확대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경제가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 등 전체적인 경제 방향은 맞다고 본다. 아직 체감경기까지 가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야당이 지난 1년간 아무것도 안 도와주고는 지금 와서 집권당에 뭐했느냐고 비판하는 건 무책임하다.”

창원에서 만난 김기운 민주당 창원의창지역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선거 승리는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도왔다.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못 하게 하고, 진주의료원 폐쇄해 놓고 자기 살겠다고 지역 버리고 서울로 야반도주했다. 도청 소재지인 창원의 유권자들에게 인심을 잃었다”고 했다. 실제 뉴스 댓글에 “홍준표 대표 싫어서 이번에 안 찍은 사람이 제 주변에 너무 많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남이 디비졌다(뒤집혔다)’는 말이 나오게 된 데는 이처럼 한국당의 오만이 자리 잡고 있다. 1990년 이후 PK(부산·울산·경남)지역은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꿔왔을 뿐 언제나 보수정당의 차지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PK의 지방권력이 순식간에 교체됐다. 그 중심에 김경수 당선인이 있었다.

“드루킹 특검은 크게 걱정 안 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당선인.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인 5월 23일에도 김해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헌화했다.
이번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남도지사 출마는 사실, 김 당선인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잔이었다.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첫 입성한 그는 경남지사 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초선의원에, 임기도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결국 선당후사의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다. 호사다마라고 공식 출마선언 직전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터졌다. 한때 출마 포기를 고민했지만 정면 돌파를 선언하고 검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김 당선인이 대통령의 측근인 만큼 야당의 반발도 거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사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투쟁까지 벌인 끝에 특검을 관철시켰다. 이번 6·13 선거에서 한고비를 넘긴 김 당선인은 이제 드루킹 특검이라는 또 다른 산을 앞에 두고 있다. 허익범 특검은 “경남도지사 당선인도 필요하다면 특검에 부르겠다”고 했다.

어제 방송사와 당선 확정 소감 발표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드루킹 특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말씀드린 그대로다. 특검을 제가 먼저 요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특검 조사에 응할 것이고, 도정(道政)에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몇몇 언론의 공격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도민들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네거티브, 낡은 정치로는 마음을 받을 수 없다. 도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그것을 확실히 경고했다고 본다.”

경남 현지에서는 ‘드루킹 사건이 오히려 김경수 후보의 인지도를 높여줬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창원 지역 민주당 당직자는 “드루킹 때문에 날마다 김경수 후보 얼굴과 이름이 TV에 나왔다. 시골의 노인들까지 김경수 이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정치평론가들의 예상과 달리 경남 지역 유권자를 결집시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문대통령 만드느라 고생한 김경수가 지면 안 된다”는 심리가 저변에 확산됐다는 것이다. 김태호 후보가 “선거 끝나자마자 특검수사를 받아야 하는 김경수 후보에게 위기의 경남을 맡길 수 없다. 자신의 미래를 모르는 사람에게 경남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고 했지만 실제 투표결과는 그러한 주장과는 다르게 나온 셈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 중에 절대 정치를 하지 않을 그룹으로 분류되던 이들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당선인, 김정호(57) 봉하마을 대표 등이었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세 사람이 지금 정치인으로서 정점을 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대의 고공 지지율을 기록 중이고, 김경수 당선인의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선거구에서 이번에 김정호 대표가 당선됐다. 그러고 보면 시대가 사람을 불러내 큰 역할을 맡긴 셈이다. 김경수 당선인의 정치적 비전은 무엇일까?

“위기의 경남 경제 반드시 살리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민생을 우선하는 통합의 정치,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경남도지사로서 비전을 말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국정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의 경남 경제를 반드시 살리는 것이 제 목표다. 도지사 직속으로 경제혁신추진단을 만들 것이다. 경남도지사가 바뀌었으니 이제 경남의 미래가 바뀔 것이다.”

김경수 당선인은 이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대통령님과 함께했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 이제 경남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동행한 김 당선인의 부인 김정순(51) 씨도 눈물을 훔쳤다. 김 당선인과 대학 선후배 사이인 부인 김씨는 전라도 태생이다. 게다가 동성동본이다. 김 당선인은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세 번이나 구속됐다. 그런 이유로 대학을 6년 다녔다. 아픔과 곡절이 많았지만 두 사람의 인생 도전은 뜻을 이뤘다. 1995년 한시적 동성동본 혼인허가로 결혼해 아들 둘을 두었다. 김 당선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나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다. 고향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주군을 옆에서 보좌했던 그가 이제 주군을 대신해 고향에서 뜻을 이룬 셈이 됐다.

김경수 당선인의 선거 홍보영상에는 “거인은 거인을 낳습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이제 김경수가 이어갑니다”는 말이 나온다. 홍보영상을 눈여겨보았다는 한 지역 언론인은 “대권 이야기만 나오면 ‘제 문제가 아니다’라며 몸을 빼던 그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딴 사람으로 거듭난 것 같았다”고 했다. 물론 당장은 특검수사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기는 것이 시급하다. 친문 진영의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천하의 김경수라고 하더라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적 명운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창원=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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