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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일본 진출 서두르는 중국 정부와 기업 

또 다른 이이제이(以夷制夷)? 美와 맞서고 日에는 러브콜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中 관료들 일본과의 지리적 근접성 강조하는 등 때아닌 ‘미소작전’…중국 1위 기업 알리바바 9월 도쿄에서 대대적인 기업 홍보 행사 열어

▎지난 8월 31일 열린 중·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인사를 나누는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왼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
미국 동부 시간으로 8월 23일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 1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발동시켰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과 관련, 중국 제품에 대한 제2탄의 추가 관세를 최종 결정했다. 약 160억 달러(약 18조원) 어치의 중국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이는 미국의 기술과 지적 재산의 강제적인 이전이라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에 호응하는 조치다. 제재 리스트는 7월 15일 발표한 원본의 284개 품목에서 279개 품목으로 변경한다….”

미국이 새롭게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279개 품목은 반도체, 전자 부품, 플라스틱 제품 등이다. 한편 중국도 당일, 전부터 예고했던 대로 미국산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관련 제품 등 333개 품목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상무부는 발표의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미국이 8월 23일 일방적으로 중국 수입품 약 160억 달러어치에 대해 301조의 조사에 따른 추가 관세 25%를 부과했다. 이는 분명히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위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하게 반대하며 필요한 대항 조치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자유무역과 다자간 무역을 지키기 위해, 또한 자국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WTO의 담당 부문에 사건을 제소할 것이다.”

양국은 이미 7월 6일 추가 관세 조치를 각각 취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 제품 818개, 약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등 545개, 약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바야흐로 ‘미·중 신냉전 시대’라고 불릴 만한 상황이 도래했으며, 양국을 합하면 전 세계 GDP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두 나라의 응수를 보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느끼게 된다.

중국에서 GM과 아이폰 퇴출될 수도


▎미국이 8월 23일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하자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같은 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 사진:연합뉴스
먼저 8월 22일과 23일, 중국 상무부의 왕서우원(王受文) 부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미·중 무역전쟁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제는 회담 와중에 양측이 추가 제재를 발동했다는 사실이다. 왕 부부장은 베이징에서 ‘중국의 라이트하이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대미 강경파이자 최고의 통상 문제 전문가인 그가 “미국산 수입품을 늘릴 테니 사정을 봐달라”며 한껏 머리를 낮춰 미국을 방문했건만, 트럼프 정권은 완전히 무시하듯 그의 면전에서 두 번째 제재 탄환을 발사한 것이다. 이는 이번 무역 전쟁이 단지 무역상의 마찰에 머무르지 않고 미·중의 패권다툼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이 미국을 WTO에 제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중 무역 전쟁은 ‘2대 강국의 각축’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번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WTO 탈퇴 의사를 공언한 바 있다. 즉 중국 측의 제소로 미국이 패하게 된다면 세계 GDP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경제 대국이 WTO를 이탈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 버린다. 이는 곧 WTO 체제의 붕괴와 거의 동일한 의미가 된다. 아니 그에 앞서 분쟁 처리를 담당하는 7명의 상급 위원 중 임기가 만료되는 4명에 대해 미국이 임기 갱신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9월 말에는 3명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고, 역시나 WTO 체제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이 가장 의지하던 EU는 7월 트럼프 정권과 ‘휴전’하고 말았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라는 관점에서는 중국을 편들어 주고 싶지만 트럼프 정권이 문제시하는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국유 기업의 특이한 존재 등)에 관해서는 역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응원단’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올가을 제3탄으로서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어떻게 될까. 또 중국은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할 것일까. 나는 책임자급 자리에 있는 한 중국 경제 관계자에게 미·중 무역전쟁의 현황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세계에서 최대 화제가 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보도가 중국에서는 극단적으로 적다. 오히려 일본에서 더 많이 보도되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한 3월에는 미·중 무역전쟁 소식 일색으로 끝까지 가보겠다는 ‘팽페이다오디’(奉陪到底, 봉배도저)라는 말이 화두였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국내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보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아닌가. ‘팽페이다오디’란 말은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싸움을 걸어 온 것은 미국 쪽이고 우리는 그에 응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민들 속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제1탄은 7월 6일 양국이 340억 달러씩, 제2탄은 8월에 160억 달러씩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 후 올가을에 미국이 제3탄으로 2000억 달러어치의 추가 관세를 발동한다면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무역전쟁은 미국보다 중국에게 불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불리하더라도 장기전이 되면 미국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에도 대항책은 많기 때문이다. 첫째, 보잉 등에서 수주한 대량의 민간 항공기 구매를 취소할 것이다. 그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와 러시아제 항공기로 대체할 것이다. 둘째, 농산품을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콩은 연간 9000만t을 수입했고 이 중 5000만t이 미국에서 수입됐지만 브라질 등 기타 국가의 수입 물량을 늘릴 것이다. 셋째, 애플의 아이폰을 보이콧한다. 화웨이·샤오미·OPPO·vivo 등 스마트폰은 중국 제품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넷째,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를 중국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가솔린차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이행되고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으며, 미국 제품이 없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구제하겠다고 하지만 한 해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어도 매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쨌든 우선은 미국과 대화해 트럼프가 치켜든 주먹을 내리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도광양회’를 계속 견지했어야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 조치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는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당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측은 당초의 강경 모드에서 지금은 방어 모드로 바뀌고 있다.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닌가?

“흔히 ‘수대초풍(樹大招風: 나무가 커지면 바람을 부른다. 한국 속담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는 내 개인적 의견이지만 중국은 앞으로 10년, 아니 5년만이라도 덩샤오핑의 유훈인 도광양회( 光養晦: 숨어서 실력을 기른다는 뜻)을 견지해야 했던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에 대해 강하게 나온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 당시 트럼프의 인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가 진심으로 중국에 이빨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2535억 달러의 선물(중국의 미국 투자 및 구매)을 주고, 그것으로 무역 마찰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트럼프의 태도가 돌변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때 바친 2535억 달러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라는 분노가 일 정도다.

또 하나의 배경은 시진핑 정부의 제1기 5년이 모든 면에서 너무나 순조로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시 주석의 1강 체제가 확립됐고,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3분의 2 규모까지 GDP가 확대됐다. 외교적으로는 ‘일대일로’ 사업에 많은 나라가 동참했으며, 군사 면에서도 과학기술 면에서도 세계 넘버 2의 지위를 확립했다. 3월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폐막했다. 시 주석은 헌법 개정으로 자신의 임기를 폐지하고 부처를 개편하고 뜻한 대로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즉 2기 시진핑 정부가 시작된 시점에서 시 정부의 탄탄대로에 방해가 될 요소는 ‘제로’였다.

원래 시 주석의 ‘원점’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대만의 첫 총통 직접선거에서 독립파인 리덩후이 총통의 당선을 막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위협 훈련을 반복했지만 미군 항모 두 척에 의해 쫓겨난 사건)를 푸젠성의 현장에서 체험한 것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중국은 국산 제품의 힘을 키워서 강국이 돼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장차 강국의 정신으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체제가 완성된 이틀 후인 3월 22일, 트럼프가 갑자기 중국에 무역전쟁을 걸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팽페이다오디’를 표어로, 끝까지 맞서 싸우기로 한 것이다. 시 주석 주위의 간부들도 ‘미국이 먼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고 떠들어댔다….”

세 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에서도 미·중 양측의 간극은 메워지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중국 측 대표는 시진핑의 중학 시절 동창생인 류허(劉鶴) 부총리이지만 류 부총리의 역량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류허 부총리는 학자 출신의 고지식한 성격으로 트럼프 정권 같은 사연 많은 사람들과의 협상에는 생소했다. 그래도 중국은 앞으로도 ‘앞 간판은 류허, 뒤 간판은 왕치산(王岐山)’이라는 두 개의 간판으로 굴러갈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누가 중국 측 대표가 돼도 결과는 그렇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이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허풍이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 출신이니 항상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과장된 말을 한다, 그 뒤에 비로소 본심을 드러내고 교섭에 응할 것이다. 즉 처음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질러보는 값’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은 매우 전략적으로 중국을 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고 풍부한 자금력으로 힘을 비축했다. 아직까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기술력뿐이며, 곧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이 사실에 미국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이시하라 신타로를 통해 중·일 관계 파탄 냈다?

현재의 중국은 20세기 소련의 군사력과 일본·독일의 경제력을 합한 것 이상의 파워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이대로는 미국의 첨단 기술과 달러 패권을 기축으로 한 세계 질서가 중국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세계가 미국 국채를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즉 미국은 지금 중국을 치지 못한다면 ‘팍스 아메리카’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 목적이라고 미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지 않았고 일본에도 들어가지 않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 무역전쟁의 진실이다.”

그렇다면 짧은 기간, 즉 11월 6일의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미·중 무역전쟁은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은 화웨이와 ZTE를 사실상 미국에서 내쫓았으며, 그런 조치들을 점점 확산시킬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할 나라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로가 달러를 대체하려 하자 그리스 위기를 부추기고 EU를 약화시켰다. 중국이 일본·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시도하자 이시하라 신타로(전 도쿄도지사)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였다. 그가 댜오위다오섬(센카쿠 열도)을 ‘도쿄도가 사겠다’고 말하도록 부추겨 중·일 관계를 파탄 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과 먼저 FTA를 체결했지만 미국은 이번에는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해 한·중 관계를 뒤흔든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음모론’적인 입장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질문하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979년 중·미가 국교를 정상화했을 때 미국의 일부 강경파는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과 국교를 맺고 중국의 발전을 도와서는 안 된다. 그러면 중국은 어느새 공룡으로 변해 미국에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고 말이다. 그때 사람들이 다시 ‘그것 보라니까!’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상정하고 있는 것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무역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끝나고 미국이 차분해져야 비로소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그 뒤 1년 동안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즉 2020년 가을 트럼프의 재선이 달린 대통령선거까지 이 문제를 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20세기에 일본과 독일이 어떻게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해소했는가를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 그나저나 일본인과 독일인이라는 민족은 우둔하리만큼 성실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중국인은 머리가 더 유연하다. 그리고 트럼프도 결코 진지한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은 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상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벌인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은 경제 발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예를 들면 P2P 금융 플랫폼의 붕괴다. ‘P2P’란 ‘Peer to Peer’ 또는 ‘Person to Person’의 약자로, 중개인 없이 개인과 개인, 혹은 컴퓨터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다. 이 P2P 시스템을 채용한 인터넷 금융 플랫폼을 P2P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좀 속되게 표현한다면 ‘스마트폰판 사채업’이다. 대부분이 국유인 중국의 은행들은 대형 국유기업만을 주요 대출 고객으로 삼기 때문에 민영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은 극도로 꺼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P2P 금융 사이트다. 스마트폰 ‘P2P’사이트에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공인들은 사업 계획서를 올린다. 반면 개인 투자가들은 소액을 대출받아 사이트를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구조다. 사이트를 통해 사업자금을 대출 받은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은 사업에서 얻은 이익으로 돈을 갚아 나간다. 그러면 소액을 빌려줬던 개인 투자가에게 투자 금액과 함께 소정의 이자가 들어온다. 한국에서도 영화 등 문화사업 분야에서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출자자로부터 소규모 사업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F)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것을 다수의 중소 영세기업으로 확대한 개념인 것이다.

서민들 두 번 죽이는 P2P 금융 사이트


▎1.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2. 지난 8월 P2P 금융으로 자산을 잃은 개인 투자가들이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P2P 금융업은 특히 2015년 여름 중국 주가가 폭락한 이후 새로운 투자 형태로서 중국 전역에 급속도로 확대됐다. 리커창 총리도 “P2P는 인터넷+ 의 신경제”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당시부터 이 P2P 금융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트러블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과거 주식시장에 푹 빠졌던 나의 중국인 친구들 가운데 한 명을 빼고는 이 P2P 금융에 손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멋진 것이라면 분명 더 많은 사람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올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한 이후 국유 은행들은 더욱 대출을 꺼리게 됐고 대출금 환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P2P 금융’은 투자보다는 투기 시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 결과 3월 이후 단 수개월 만에 4000개 이상의 P2P 금융 플랫폼이 도산했으며 이로 인해 약 10조 위안(약 1640조원)이 증발했다고 한다. 무수한 개인 투자가, 즉 일반 서민들이 낭패를 본 것이다. P2P 금융에 투자했던 나의 유일한 지인에게 물어 보니 약 200만 위안(약 3억2800만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8월 6일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P2P 금융으로 자산을 잃은 개인 투자가들이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위챗(WeChat)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시민들은 오전 8시30분 베이징 금융가 서쪽의 월단 공원에 모여 금융가에 있는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건물까지 시위 행진을 했다. 이날 밤 위챗을 통해 확산된 현장 사진을 보면서 나는 아연실색했다. 공안 당국이 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차단하기 위해 대로 양쪽 편에 120대의 시영 버스를 늘어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또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모든 국내 항공편과 고속철도가 정지됐다. 최고 간부들이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이날, ‘호랑이가 집을 비운 사이’에 긴급 사태가 일어날 것을 염려한 공안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어지러운 중국 내 상황에 대해 중국에서는 ‘젠양마오(剪羊毛)’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직역하면 ‘양털을 깎는다’는 뜻이지만, 이른바 ‘트럼프 음모론’이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중국 폄훼 현상이 마치 양의 털을 깎을 때처럼 ‘백악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서 새로운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열강에 유린되는 ‘굴욕의 100년’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음모론은 항상 분출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음모론’은 요즘 한창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는 리먼 사태로부터 만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는 ‘중국발 리먼 사태’를 눈에 띄게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어떻게든 중국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8월 30일에는 중국의 5대 국유 상업은행의 실적이 호조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하지만 중국 은행원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지금처럼 은행원이 일하기 어려운 때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리먼 쇼크로부터 만 10년을 지나면서 ‘중국발 리먼 쇼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어로 인사하는 중국 류허 부총리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18’이 열린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화웨이 전시장. / 사진:연합뉴스
그것은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7월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10년 전 리먼 사태 이후에 취한 것과 비슷한 조치를 결의했다. 즉 공공 투자의 경기 부양책이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후진타오 정권이 4조 위안의 공공 투자를 결정한 것을 시진핑 정부는 “실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억제적(긴축) 정책인 공급 측 구조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것이 이제 와서는 다시 공공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단은 신규 철도 건설 투자에 1000억 위안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 31일 발표된 중국철로총공사의 경리 보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이 회사의 부채 합계는 5조145억 위안으로 5조 위안을 돌파했다. 이에 더해 중서부의 인구 과소 지역에 고속철도를 깔겠다고 하니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시진핑 정부의 공공부문 투자는 중국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도 시진핑 정부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자면 다른 일에 일절 마음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이 일본에 ‘미소 외교’를 펼치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8월 31일에는 1년3개월 만에 중·일 재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일본에서 아소 다로 재무장관 겸 부총리를 비롯해 재무부와 금융청의 간부가 대거 참여했다. 이 회담의 모두에서 류허 부총리가 “나는 베이징에서 왔습니다”며 서툰 일본어로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이러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간부가 일본어로 대화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 간부 가운데 가장 일본어가 유창하다는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조차 공개 석상에서는 일절 일본어로 말하지 않는다. 원래 중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일본과의 재무장관 회담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냉정하게 굴었지만,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공손해진 것이다.

동시에 중국 기업의 일본 상륙 붐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가 총액 순위에서 중국 톱(세계 7위)인 알리바바는 9월 5일 도쿄 국제 포럼에서 대대적인 ‘ALIPAY DAY 2018’을 개최했다. 스마트폰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를 일본에 보급하기 위해 일본의 ‘인바운드 관련 기업’을 총동원해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참가한 일본 기업은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백화점, 미쓰비시 토지, 일본항공, JTB, JR큐슈, 마쓰모토 기요시, LINE 등 다수에 이른다.

필자 역시 취재차 갔는데 예상대로 대성황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중국 기업은 거의 없다. 대신 중국 기업이 눈독 들이고 있는 시장이 일본이다. 일본에는 성숙한 1억2000만 명의 시장이 있으며, 정치는 매우 안정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엇보다 토지·인재·물가 등이 놀랄 만큼 싸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미국만 바라보던 중국 기업이 갑자기 일본 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점점 빨라질 것이 틀림없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의 거대 기업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진지하게 일본 시장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 흐름은 앞으로 당분간 가속화될 것 같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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