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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盧-文 정부 ‘군사안보 키맨’ 서주석 국방부 차관 

“NLL포기 아니다… 北이 더 많이 양보” 

글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군사합의 이행이 한반도 비핵화 견인할 것… 군사공동위 통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결실 기대 ... 북한 비협조 땐 우리 능력으로 합의이행 여부 점검 가능해… 남북 충돌 생기면 자위적 조치 내릴 것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0월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9월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연이어 목격됐다. 특히 정상회담 부속합의로 나온 군사 분야 합의는 파격 그 자체였다. 남북한 협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북은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실질적으로 중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평화지대·완충구역을 설치해 군사도발이나 충돌 위험이 줄어드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긴장 완화 조치가 있더라도 군사 대비태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70년 동안 이어진 남북한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라며 “1992년 합의했던 불가침 조약을 공고히 했고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대를 넘어섰다’는 찬사와 더불어 ‘기대를 벗어났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번 합의사항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수행하는 북한군 동향 파악에 어려움이 생길뿐더러 훈련 중단으로 군사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북한 비핵화는 더디게 진행되는데 군사 분야만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감시정찰 능력은 북한군 기습에 대한 대응과 군비통제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합의로 북한군에 질적 우위를 갖는 한국군의 능력이 제한돼 군사 균형이 무너졌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논쟁의 중심으로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10월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을 만나 이번 군사 분야 합의 배경과 의미를 물었다. 아울러 군사 대비태세에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펴보았다. 서 차관은 군사 분야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이하 ‘군사공동위’)에서 남측 위원장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남북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체결했을 때도 군사공동위를 설치하고 차관급 인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서 차관은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32년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국방 문제를 연구한 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장과 통일외교안보 수석을 맡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서 차관은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방부 차관에 취임했다. 지난 9월 28일에는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포괄하는 ‘남북정상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서 군비통제 분과위원장으로 임명돼 관련 협의를 총괄해 오기도 했다.

서 차관은 평양 공동선언에 포함된 군사 분야 합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서해상 NLL완충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DMZ 평화지대화 등 합의를 둘러싼 우려와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서해 완충수역 설정, 북한이 더 많이 양보”


▎2006년 7월 5일 서주석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청와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9월 남북정상 회담에서 이룬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평화 정착 합의가 나왔다. 특히 부속 문서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는데,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향한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된다. 전쟁 위험이 크게 해소되면서 평화가 일상화됐다. 앞으로 신뢰구축 경험을 축적하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며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했는데, 군사 부분 합의는 어떻게 연결되나?

“특히 이번 군사 분야 합의에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협의 사항이 망라됐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 적극 이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번 합의에 포함된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운용적 군비통제는 예전에도 검토되거나 추구했던 내용이다. 다만 이제는 구체적인 이행을 시작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군비통제 차원에서 성과를 마련했다고 본다. 물론 아직은 초보적 조치에 해당하지만 앞으로 진전한다면 한반도 전쟁 위험 해소를 위한 중요한 수단을 마련하게 된다.”

군사 분야 긴장 완화의 속도가 북한 비핵화를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군사 분야 합의 사항을 이행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단순히 군사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견인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남북관계 발전에도 의미 있는 토대와 정상화 계기를 마련한다. 국방부는 평양 공동선언에서 제시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군사 분야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물론 국방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군 대비태세도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일부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완충수역을 설정하면 경계 작전도 못하게 되고 오히려 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분쟁과 갈등 현장을 평화·협력의 바다로 전환하는 전(前) 단계 조치로 봐야 한다.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지만 기존에 해왔던 NLL 수호 활동과 서해 5도에서 이뤄지는 군사적 활동은 계속한다. 일상적인 경계작전 및 어로 보호조치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에서 유지할 계획이다.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범위는 확정하지 못했다. 군사공동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NLL은 실질적인 남북한 해상 분계선으로 유지됐다. 앞으로도 NLL을 경계선으로 유지해 나간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NLL에서 북측 초도까지 거리는 50㎞인데 남측 덕적도까지는 85㎞에 달한다. 남쪽으로 35㎞가량이나 더 긴데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닌가?

“우리가 손해 봤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다. NLL 북쪽과 초도 사이 거리는 53㎞이지만 NLL 남쪽과 덕적도 사이는 더 짧은 32㎞ 거리다. 오히려 북한이 더 양보했다고 본다. 완충 수역에 사실상 황해도 내륙도 포함됐다. 완충수역을 사정거리에 둔 내륙 포병도 모두 적대행위 중지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고 모든 포구에 덮개를 씌워야 한다. 해상 사격과 같은 훈련도 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완충수역을 설정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우리 해병대도 사격 훈련을 할 수 없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

“해병대는 사격 훈련을 하지 못하더라도 유사시 활용할 수 있도록 장비를 충분히 정비하고 숙달 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전투력 유지를 위해 사격 훈련을 할 수 있는 별도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위치에서 포병 사격을 못하더라도 완충수역 밖으로 이동해 훈련할 수 있다. 이전에도 내륙에 위치한 훈련장이나 다른 해안으로 이동해 훈련을 했다. 미군도 작전 구역이 아닌 훈련장으로 이동해 훈련하면서 전투력을 키운 뒤 다시 작전에 투입된다.”

평화수역에서 남북 어선이 동시에 얽혀 있으면 충돌 위협성이 있지 않을까. 혼란한 틈을 타 간첩 선박이 내려올 수도 있지 않겠나?

“평화수역에서는 평화적 목적을 갖는 활동만 할 수 있고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거나 적대행위를 하면 즉각 제지받게 된다. 공동어로 구역에는 군함이 들어갈 수 없지만 무방비 상태로 두지는 않는다. 해경정이 들어가 어업지도를 하고 남북 해경이 공동으로 출입질서를 단속할 계획이다. 만약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모든 선박을 철수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는 등 대응 방안도 마련됐다.”

서울과 연결된 한강(임진강) 하구를 공동 이용해도 문제가 없을까?

“한강 하구를 공동 이용하더라도 해안선 철책을 그대로 두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강 하구 이용은 골재를 얻을 수 있고 홍수 위험도 낮출 수 있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남북 충돌 생겨 합의 깨지면 자위적 조치 내릴 것”


▎사진:연합뉴스
감시정찰 능력이 제한돼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장사정포를 감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갱도에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밖으로 나와 공격할 수 있어 항상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수도권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감안했다. 한미 정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작다. 북한 장사정포 등 휴전선 북쪽 전방 지역 주요 표적은 다양한 정찰 자산으로 중첩 감시하고 있다. 군단급 무인기(UAV) 등 극히 일부 전술적 제한이 있더라도 대북 감시에는 문제가 없다. 원거리 정찰기와 무인기, 인공위성으로 감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군사분계선(MDL) 50㎞ 남쪽에서 비행하더라도 MDL 북쪽 30㎞까지 충분히 감시하는 정찰기도 있다.”

기상 측정 등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없는 기구도 띄울 수 없게 됐는데 군사작전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기상 제원을 획득하는 기구를 못 띄우면 대포병 공격 정확도가 낮아진다는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남북 합의는 이미 깨진 상황일 것이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기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공군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시간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유사시 북한군 지휘부를 공격하는 폭탄을 투하하려면 휴전선 가까이 비행해야 하는데 비행금지 합의 때문에 앞으로는 못하게 된다.

“벙커 버스터(GBU-28 등) 사거리는 20㎞ 정도로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못 쓰게 된다는 주장인데, 이 같은 타격자산을 써야 한다면 남북한 충돌이 발생해 이미 합의는 깨진 상황일 것이다. 그때는 자위적 조치를 해야 한다. 비행금지구역은 우발적 또는 의도적 도발을 막는 장치다. 충돌이 발생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교전 상황이라면 비행금지구역은 의미가 없다. 군사 분야 합의는 상호적이다. 상대방이 어기면 깨진다. 당연히 우리는 대응조치에 들어간다.”

GP를 철수하면 대북 감시 능력이 줄어들어 휴전선 일대에서 북한군의 동향 파악이 매우 어려워져 휴전선 경계가 뚫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교전 위험이 큰 1㎞ 내에 인접한 11개 GP를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단계적으로 전부 철수한다. GP 철수를 시작하면 우선 모든 무기와 장비를 철수한다. 더 이상 근무하지 않고 시설물도 완전히 파괴할 예정이다. 물론 제대로 약속이 지켜졌는지 상호 검증을 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군은 GP를 철수하더라도 더 많은 GOP를 운용하고 2중·3중 철조망과 무인 CCTV 등 과학화 경계초소로 중첩된 감시체계를 구성했기 때문에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GP 철거에 필요한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북한군도 DMZ 밖으로 이동해도 경계작전을 유지하는 나름의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

유해 발굴과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유엔사가 관할하는 업무와 중첩되는 부분도 있는데 유엔사의 입장은 어떤가?

“공동유해 발굴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큰 쟁점이 없다. 여기에서 국군·미군·프랑스군 등 유해 300여 구가 발굴될 것으로 추정한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관리할 책임이 있어 JSA 비무장화에 같은 입장이다. 유엔사는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1971년 이미 북한에 대해 비무장화를 요구한 바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에이브럼스 미 육군 대장은 최근 “DMZ 안에 설치된 GP 철수는 유엔사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발언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나?

“이번 군사 분야 합의 과정에 유엔사를 통해 협의를 많이 했다. 유엔사령관을 겸직할 한미연합사령관 후보자의 발언은 연합 대비태세 차원에서 군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당연한 주장이다.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하면서 군사적 차원에서 따져보고 있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연합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검토하고 미국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압축적인 신뢰구축 과정, 선순환 효과 기대


▎서주석 차관이 10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인 이행에 앞서 열리는 후속 협상이 중요할 것 같은데 국방부는 군사공동위 등 남북 협상에 나서면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남북은 군사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에서 GP 철수 등 공동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JSA 비무장화를 위한 3자 협의체도 곧 개최할 예정이다. 군사공동위는 이미 1992년부터 논의됐던 터라 이미 내부 검토를 상당부분 진행했다. 남북 간 협의도 조만간 열린다고 본다. 공동위는 앞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 구역 범위 설정 문제를 다룬다. 또한 단계적으로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군비통제 1단계인 신뢰구축 단계를 건너뛰고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남북관계만 두고 본다면 지난 몇 달 만에 너무 빠르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압축적인 신뢰구축 과정 중이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개최했다. 정상 간 신뢰구축과 함께 군사 분야 논의도 병행해서 진행됐다. 지난 6월부터는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하면서 회담장 밖에서도 여러 차례 문서 교환으로 의견을 조정했다. 이처럼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협의를 진행했던 사례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신뢰구축 과정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군비통제 과정과 다르게 진행되는 양상인데 문제없나?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단순하게 선후 관계로만 볼 수 없다.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 운용적·구조적 군비통제가 서로 중첩한다. 또한 이런 조치들은 선순환하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포괄적 합의를 했고 시범적인 조치가 동시에 이뤄진다. 단계적으로 검증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신뢰구축 완료 때까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내부적으로도 검토와 협의를 충분히 진행했다. 군사 분야 협력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뒷받침할 수 있다.”

북한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지 믿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이를 검증할 방법은 있나?

“구체적인 검증 방법에 대해 향후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DMZ 평화지대화 합의는 지뢰 제거, GP철거 등에 대해 검증하도록 했으나 운용적 군비통제와 관련된 부분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이 우리 기대만큼 협조하지 않더라도 검증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기술적으로 북한군이 사격 훈련을 하면 우리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포문 폐쇄 등 합의 사항을 어기는 경우도 우리 감시정찰 능력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꼭 현장을 찾아가야만 검증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박스기사] 서해 완충수역 ‘NLL 포기 논란’의 진실 - 野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 한 합의” 비판 이어져…‘11년 전 안보수석’ 서주석 차관, 이번엔 넘어설까


▎서주석 차관은 “서해 완충수역과 관련해 우리가 손해 봤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여전히 뜨겁다. 10월 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또다시 ‘NLL 포기 논란’이 불거졌다. 군사훈련 중단구역으로 설정된 서해상 완충수역이 문제였다. 이날 첫 순서로 나선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방적으로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합의를 했다”고 비판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측 완충수역의 길이가 85㎞인 데 반해 북측은 50㎞밖에 되지 않아 ‘등거리 등면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방부가 제1연평해전·제2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을 ‘서해 NLL 인근에서의 우발적 군사 충돌 사례’라고 서면 답변한 것도 문제가 됐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의도적 도발이 아니냐”면서 “순직한 장병들이 땅을 칠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날 답변에 나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우발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고 의도적 도발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도발을 확대하려는 뜻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우발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NLL 포기 논란’은 노무현 정부 때도 제기됐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일환으로 군사충돌이 잦았던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데 합의했다. NLL 위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고 남북의 어선이 드나들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던 만큼 이번 합의와 다를 바 없었다. ‘서해평화수역 지도’까지 만들어질 만큼 속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NLL 포기 논란이 일었고, 이듬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평화수역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서 차관은 노무현 정부 외교안보 분야 정책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2006년에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2006년 7월), 1차 핵실험(2006년 9월) 등 도발 대응을 비롯해 군 구조 개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핵심 현안을 다뤘다. 2007년 친정인 한국국방연구원으로 복귀했다가 11년 만인 지난해 6월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좌초했던 ‘평화수역’이 이번 군사합의에서 부활한 배경이다.

한편 차관급이 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상호불가침 이행과 군사적 대결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다. 군사력을 줄여나가는 군축·군비 통제도 다루게 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초보적 신뢰구축 단계를 마련한 만큼 당장 우려할 건 아니다”면서도 “북한 비핵화 속도와 보조를 맞춰 (완충수역 설정을 포함한) 군비통제를 이행해 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글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park.yongha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월간중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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