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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 핫 피플 6人(1)] 여권 新실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진보 진영의 장기집권 설계자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대통령 버금가는 권능으로 수평적 당·청 관계 이끈다
청와대 586과 당내 친문계 거센 도전과 견제 극복이 관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줄 오른쪽)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월 1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그렇게 제청을 하지 않겠다면 총리 그만두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제가 해임당하면 대통령 입장이 뭐가 되시겠느냐. 이번엔 제가 물러서지만 또 한 번 이러면 다신 참지 않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젠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2006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발탁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하면서 이해찬 총리가 유 의원 임명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노 대통령은 그렇게 버틸 거면 총리직을 그만두라고 얼굴을 붉혔다. 이에 이 총리는 “또 이러면 다신 참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당시 총리 신분으로 현직 대통령과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강단과 기질의 소유자가 바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도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으로 호칭해 친문 진영을 놀래켰다. 당시 이 대표는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제가 국무총리를 할 때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했다”고 인연을 소개하면서 “당·정·청 협의회의에도 문 실장이 참석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고자 “문 실장하고 저는 좀 특수한 관계”라고 말했다가 “대통령을 하대했다”는 친문 지지층의 반감을 산 셈이다.

이런 이 대표가 지난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親文, 친문재인) 진영의 견제를 뚫고 당대표에 오르자 여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강한 카리스마와 장악력을 가진 이 대표가 수직적 당·청 관계를 수평적 당·청 관계로 전환하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부 평론가는 그가 힘 있는 여당을 이끌며 특유의 정치력으로 여의도 정치를 복원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강성발언이 여권 내 분란을 야기하리라는 경계의 시선도 늘었다. 어쨌든 그는 일약 ‘대통령에 버금가는 대표’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정치권의 핫뉴스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면 올해는 이해찬 대표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차기 총선 출마 접고 여권 잠룡 관리에 나서


▎2008년 2월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고별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그의 여권 내 위상은 10월 4~6일 평양에서 열린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서 피부로 느꼈다고 이 대표와 함께 평양을 방문한 진보 진영의 한 원로급 인사가 전했다.

10·4 남북공동선언은 2007년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선언이다. 그래서 노무현재단이 이번 평양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이 대표는 최근까지 이 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 준비 과정을 열리는 게 통상적이다. 행사 비용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중간에 무산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남한에서만 민관 방북단 150명이 이상 참여한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는 이 대표 취임 후 불과 40일 만에 치러진 매머드급 행사로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지 않으면 애당초 성사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이 원로급 인사의 진단이다.

“준비 기간이나 행사 비용, 북한의 호응도 등을 고려해볼 때 10·4 기념행사를 그 정도 큰 규모로 치러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행사를 주도하는 노무현재단,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와 정부를 적극 움직여 일궈낸 작품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이 대표의 영향력을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됐다는 언급이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과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의 이런 스케일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규모로 치러진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이다. 이 대표는 8·25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 두 달이 지난 10월 26일 대전에서 전대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1박2일간 치러진 해단식에는 500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시점도, 규모도 전례가 없다는 반응을 낳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제가 전당대회에서 ‘20년 이상 집권’을 주장했다”고 상기시키면서 “‘교만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지금은 만나는 이마다 20년, 아니 30년 해야 한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돋웠다. 나아가 그는 “내가 이 모임을 한다니까 대선에 나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도 많은데 나는 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라고 거취를 분명히 했다. 즉 다음 총선 불출마를 못박고, 진보 진영 재집권에 올인(All in)할 것임을 확언한 것이다.

이렇듯 ‘사심(私心)’을 버린 이 대표는 정권을 재창출할 진보 진영의 잠룡 관리에 나섰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표가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 대표는 2014년부터 자신이 맡아온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최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넘겼다. 억지로 떠넘겼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고사하는 유 전 장관을 거듭 설득해 자리를 맡겼다. 이 대표는 10월 15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임사에서 유 전 장관을 일러 “2002년 선거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훌륭한 공직생활을 해왔다”는 말로 무한 신뢰를 표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은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빗장을 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를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김부겸 장관 또한 이 대표의 서울대 운동권 후배로 각별한 사이인데다 당초 이 대표가 김 장관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하고 출마를 권유했다는 소문이 여권이 널리 퍼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출마 뜻을 접은 김 장관도 8·25 전대에서 이 대표를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을 정무부지사로 곁에 두고 있다. 또 이 지사는 최근 ‘친형 강제입원’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자신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 관계자들을 고발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을 고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 대표의 의중이 전해지면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새삼 조명을 받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 집권 스코어 “199년 對 10년”


▎11월 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해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진보 진영의 장기집권을 강조하는 경향과 맞물리는 행보라 하겠다.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 출마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년 집권론’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10년으로는 정책이 뿌리를 못 내리고 불과 2~3년 만에 뽑히는 것을 경험했다”며 “20년 정도 집권하는 계획을 잘 만들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수위를 높인 그의 발언은 10월 5일 방북 과정에서 “살아 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로까지 발전했다. 이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신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갔으면 국가보안법 폐지나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언을 상사에 보고하듯 얘기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려는 노동당 규약이 한반도 평화를 오게 할 수 있느냐고 따졌어야 했다”고 이 대표 발언을 공박했다.

최근 들어 발언 빈도가 좀 뜸해지긴 했지만 이 대표의 20년 집권론은 뿌리가 깊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그는 평소 조선시대 개혁군주인 정조 집권 이래 진보 진영 집권은 10년에 그쳤다며 내내 아쉬움을 표했다. 2009년 노무현 시민학교 강연에 나선 그는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해가 1800년”이라며 “개혁적인 왕이 돌아가시고 이제 209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민주개혁적인 국가 지도자가 정권을 잡았던 시절은 10년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9년 중에 고작 10년이므로 보수와 진보의 집권 스코어를 ‘199대 10년’으로 이 대표는 풀이했었다. 그의 진보 장기집권론은 이런 역사적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신념화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사회의 고령화 추세가 진보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흔적도 있다. 2009년 당시 그는 “내가 걱정하는 건 민주개혁 진영이 우리 사회의 방향을 바로 잡을 역사적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출산율에 기반한 인구동향을 주시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20대가 확 줄고 노인인구가 불어나면 한국은 보수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미래 진단이었다. 당시 그는 “사회의 진취성이 없어진다”며 다음과 같이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7년 대선이 민주개혁진영이 뭔가를 해볼 마지막 선거이지 않을까 싶다. 2022년이 되면 인구구조가 지금의 일본처럼 무척 보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는 잡았다. 하지만 고령화 추세는 여전하다. 20년 장기집권을 장담하는 이 대표가 이처럼 기울어진 구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하겠다.

실세 대표의 등장은 당내 역학구도에 예민한 파장을 남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다”는 뜬소문이 나돌았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생사여탈권이 이 대표에게 있다고 여기는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일제히 이 대표에게 줄을 서리라는 추측이 그런 소문으로 증폭된 것이다. 여권에 친이(親李, 친이해찬)계가 태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 친문계 한 의원은 “의원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건 특별할 게 없다”면서 당내 기류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의원들이 대표의 눈치를 하나도 안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꼭 이 대표라서 특별한 게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누가 대표가 되든 그 정도의 눈치는 보는 게 통상적이다. 당대표는 당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눈치라기보다는 윗사람이라서 약간 어려워하는 수준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노, 비주류가 주축을 이룬 이 대표 지지기반의 한계에 주목한다. 8월 전당대회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친노 인사들과 당내 비문(非文) 인사들이 힘을 모아 이 대표를 밀었다는 것. 반면 당내 주류그룹인 친문 진영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진표 후보를 밀었다는 게 정설이다.

친문 진영이 비록 표 대결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당내 주류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다. 실례로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홍미영 카드가 홍영표 원내대표와 친문계 최고위원들에 의해 비토된 사실은 당내 세력 분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친문 진영이 이 대표를 견제한 결과”로 풀이하면서 “당 지도부에 이 대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 대표의 취약점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당 지도부에 이 대표 사람이 별로 없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10월 17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비무장지대(DMZ)를 방문, 지뢰제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결국 당내 주류 그룹인 친문 진영과의 관계 개선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는 “당대표 취임 직후엔 이 대표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당내 영향력도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방북 과정에서의 국가보안법, 장기 집권 발언 등이 구설에 오르면서 지금은 세력을 키워 나가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민주당 쇄신 작업을 통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과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뉴 민주당 플랜’ 당 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대표의 존재감도 점차 약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 대표가 당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친문계의 바람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당·청 관계의 균형추가 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퍼졌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 586 참모들이 불편해한다는 얘기가 여권 안팎에서 돌았다. 같은 운동권이지만 70년대 긴급조치시대의 까마득한 선배 격인 이 대표가 아무래도 껄끄러워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평소 거침 없는 언행을 보여준 이 대표가 여권의 유일무이한 구심점인 문 대통령의 권위를 압박해 오지 않을까 경계심을 곧추세운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달(Moon, 문재인 대통령을 상징)’을 밤낮으로 지키겠다며 친문계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 등이 언제든지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친문계에서는 권력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청와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친문계의 한 핵심 의원은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데 구조적으로 당대표에게 권력이 넘어가기 어렵다. 모든 집행권한을 행정부가 쥐고 있고, 그 행정부는 층층이 위계를 가진다. 큰 틀에서의 권력의 집행은 청와대가 하는 것이므로 결정도 청와대가 한다. 민주당은 현장의 상황을 전달하거나 조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미묘한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를 보자.

10월 17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 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당시 선글라스를 낀 채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등을 대동해 논란이 됐다. 야당에서는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국방장관, 통일장관을 대동하고 전방 비무장지대를 시찰하는 자기 정치를 한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치에 함몰된 청와대 인사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임 실장을 직격하고 나섰다. 이에 친문계로 분류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임 실장에 대한 야당의 공격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엄호에 나섰다. 박 최고의원은 특히 “문 대통령이 계속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어 임 실장은 이를 따르는 것”이라고 임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을 부각시켰다.

내년 4월 재·보선이 이 대표 운명 가른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10월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청와대를 옹호하는 등 방어막을 쳤을 법한 사안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민주당 쪽의 대응이 미지근하다는 반응을 낳았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 중에서 역공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민주당 지도부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겨냥한 야당의 ‘자기 정치’ 공세에 말을 아끼고 있다”면서 “이 대표의 눈에 임종석 실장의 행보가 약간 거슬렸을 수도 있고 의원들도 이를 의식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막강한 이 대표지만 앞으로도 꽃길만 걸을 순 없으리라는 전망이 당 주변에서 나온다.

한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꼬이게 되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민주당 정당지지율의 동반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40%대 초반의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30%선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소식통은 “적어도 30% 중반은 지켜내야 이 대표의 체면이 선다”면서 “만약 20%대로 주저앉는다면 당내 친문 진영이 이 대표를 흔들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60년 전통의 민주당 역사에 선출직 당대표가 임기를 채우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직전 대표인 추미애 의원과 나중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 정도가 임기를 무사히 마친 대표로 기억될 정도로 민주당 대표의 부침은 극심한 편이다. 이 소식통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전당대회에서 신(新)친문 진영으로 분화된 문 대통령 추종 세력은 이 대표를 끌어내릴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 대표 쪽에서도 충분히 의식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다들 이 대표를 무서워하면서도 그가 주어진 임기(2년)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하는 당대표를 참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안달이 난 당대 여론의 등살에 밀려 대표(비대위원장)직을 김종인 박사에게 물려준 적이 있다. 내년 4월 재·보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못 낸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올 연말, 내년 초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둘러싼 여권 내 파워게임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5월 정권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한 참모들 중에는 2020년 총선 출마를 겨냥해 옷을 벗는 경우도 생긴다. 인사 요인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누가 낙점되느냐에 따라 여권 권력의 무게중심도 이동할 수 있다. 여권 내 주도권을 둘러싼 이 대표와 청와대 586 참모들 간의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라는 관전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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