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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엄동설한’ 한국 경제 앞날은… (4) 롤러코스터 유가 

국제 유가 변동성 커져 상승세 타면 큰 부담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slee@keei.re.kr
이란 제재 강화 땐 두바이유 배럴당 70~80달러 될 듯… 세액 조정만으로는 가격 변동성 완화 담보할 수 없어

▎12월 9일 서울 시내 한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376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약 1년2개월 만에 1400원대로 떨어졌다. / 사진:연합뉴스
국제 원유가격은 2018년 들어 꾸준히 상승하다가 10월 이후 급락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배럴당 월평균 가격은 2018년 1월에 66달러, 5월에 74달러, 10월에 79달러로 올랐지만 11월에는 다시 66달러로 떨어졌다.

2018년 두바이유의 일일 최고가격은 10월 4일의 84.4달러였고 최저가격은 11월 29일의 58.3달러였다. 불과 2개월 사이의 가격 하락률이 30%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2018년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은 70달러로 전년도의 연평균 가격인 53달러에 비해 32% 상승했다.

2018년 국제 유가를 변동시킨 요인 중 상승 요인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의 감산, 세계 석유 수요의 꾸준한 증가, 미국의 대(對)이란 원유 수출 제재 복원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등을 들 수 있다.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 원유 생산의 급속한 증가와 6월에 열린 OPEC 총회의 감산 완화 결정, 그리고 11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한시적인 수입 허용 등이다.

그중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이 국제 유가의 상승과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018년 3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로 만기가 도래하는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 시한을 앞두고,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국제 유가는 예상되는 이란 원유의 공급 차질과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부족을 우려해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5월 8일 이란 제재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11월 4일까지 모든 원유 수입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제재와 비교해 훨씬 강도 높은 조치였다. 당시에는 이란 원유 수입을 대략 20% 감축한 국가들은 제재가 면제됐었다. 당연히 트럼프의 결정이 석유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컸고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4월과 6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제 유가가 OPEC의 감산에 의해 인위적으로 상승했다면서 OPEC 회원국들을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원유의 생산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했다. 사우디는 6월 22일 열린 OPEC 총회에서 감산 참여국들의 과도한 감산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하루 약 100만 배럴을 증산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이슬람 종파 갈등으로 숙적 관계에 있는 이란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초에 당초 요구와는 달리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에 대해 6개월 동안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예상 밖의 조치가 나오자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대신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는 급속히 하락했다.

시장의 불안 심리도 일정부분 유가에 영향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을 하루 앞둔 11월 4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1979년 11월 4일 이란 대학생들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기념하는 대규모 반미 집회가 열렸다.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사우디는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러시아 등 협력국들과 감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며 사우디를 다시 압박했다.

이런 와중에서 OPEC과 러시아는 12월 6일과 7일의 회의를 통해 다시 2019년 상반기 중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감산량은 2018년 10월에 생산한 물량을 기준으로 OPEC이 80만 배럴이고 러시아를 포함한 10개 비(非)OPEC 감산 참여국이 40만 배럴이다. 단 OPEC 회원국 중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를 받는 이란과 정치·경제 위기로 생산이 감소하는 베네수엘라, 그리고 정정 불안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리비아는 감산에서 제외됐다.

사실 2018년 세계 석유시장은 석유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상태였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미국의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최근 발표한 세계 석유 수급 밸런스는 2018년 1~3분기에 하루 평균 5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분기 공급 과잉 규모는 90만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2018년 10월까지의 유가 상승세는 실제 석유의 수급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원유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 심리가 일정부분 유가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2019년에도 국제 유가는 석유의 수급은 물론 세계 경제상황, 달러화의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감산에 합의한 OPEC 회원국들과 공급 규모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1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2018년 증가분 추정치인 하루 140만 배럴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로 2018년 추정치와 동일하지만 석유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신흥국 통화에 강세를 보이는 것도 석유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이유다. 그럼에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분은 세계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증가 속도는 느려져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언의 송유관 부족은 그동안 추가적인 생산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에 멕시코만 연안으로 연결되는 신규 송유관이 가동될 예정이므로 원유 수송의 애로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비OPEC 산유국의 전체 석유 공급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와 일부 비OPEC 산유국의 증산으로 전년보다 하루 17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해 일정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감산 기준 시점인 10월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OPEC 산유국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비OPEC 산유국의 원유 공급 증가분은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이 생산을 감축하지 않는다면 2019년 세계 석유 수급은 2018년보다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OPEC 회원국들의 감산량이 세계 석유 수급 밸런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OPEC은 하루 8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감산이 면제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10% 상승하면 국내 경제성장률 0.1% 하락


그러나 2019년 예상되는 OPEC의 원유 공급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대단히 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OPEC의 감산을 비난하며 저유가 유지를 위해 사우디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는 끝났지만 2020년 실시될 대선에서 재선을 겨냥해 고유가보다는 저유가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다. 미국이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제재를 유예했지만, 그것은 6개월 동안의 한시적인 조치다. 미국이 2019년 5월부터 원유 수입국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고 다시 또 6개월 더 제재를 유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 유가 전망치는 서로 달라질 수 있다. 만일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가 높은 감산 준수율을 유지하고, 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강화된다면 2019년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70~80달러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감산 참여국들의 감산 준수율이 높지 않고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유예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60~70달러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유가 수준에 대한 전망과는 별개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유가의 등락폭이 커진 데다, OPEC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최근 수년간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축소돼 있기 때문이다. 여유 생산능력은 통상 3개월 이내에 생산을 시작해 상당기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설비능력을 말한다.

여유 생산능력의 부족은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체해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원유 구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시장에서 발생하는 조그만 충격에 의해서도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와 함께 변동성 확대는 곧바로 국내 원유 수입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돼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우선 유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 지출과 기업의 투자 지출을 포함하는 국내 수요를 억제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 유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비용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다른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고소득 가계에 비해 소비지출 중 연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계에 더 크게 나타난다. 또한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를 사용하는 내구재의 운영비용이 증가해 해당 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이 감소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내구 재로는 자동차를 들 수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투자 지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 상승이 투자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유가 상승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의 투자재에 대한 지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다. 다른 하나는 유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게 되는 것이다.

전기차 등 개발·보급 확대 위한 정부 지원 강화 시급

또한 고유가는 우리와 같은 석유 수입국들에는 교역조건 악화와 함께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을 악화시키는 효과로 소비가 감소하고, 공급 측면에서는 비용의 증가로 생산과 투자가 감소한다. 정부의 세금수입 역시 감소해 재정수지도 악화된다. 그리고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원화의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이는 결국 국민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다만 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석유 투입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우리 경제의 석유집약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부가가치 100만원을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석유의 양은 1997년 0.137toe(석유환산톤)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후 계속 낮아져서 2016년에는 0.076toe를 기록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절반가량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석유가 가스와 전력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꾸준히 대체되고 석유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의 이용 효율이 향상된 데 기인한 것이다. 분석하는 기관과 분석모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국제 원유가격 10% 상승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1% 정도 하락시키고 소비자물가를 0.1%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유가의 평균적인 수준에는 변화가 없지만 가격의 변동성이 큰 경우에도 경제주체인 가계·기업·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상승해 에너지 수입액이 늘어나고 물가가 상승하면 우리와 같은 석유 수입국 정부는 가격 상승이 장기적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긴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등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시행된 정책을 곧바로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유가 변동은 기업의 생산활동과 가계의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쳐 GDP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기업은 투자를 지연시키고 가계는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의 상승과 그 변동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이러한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인해 정부는 유가의 변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유가 변동에 대해 단기적으로 대응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정부가 지난 11월 초에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LPG에 대한 유류세를 인하한 것처럼 석유류 세금을 조정해 국내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유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세액 조정으로 일정 기간은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분을 흡수할 수는 있더라도 가격 변동성의 완화를 담보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국제 유가의 상승폭이나 하락폭, 그리고 상승 기간이나 하락 기간을 정확히 예측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 우리 경제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구조로 전환해 나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유류가 주로 사용되는 수송 부문의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는 고효율 엔진과 전기차 등의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의 평균 연비 및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도 에너지 사용 기자재의 효율 기준 강화와 관련 투자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산업용과 건물용 유류 보일러의 고효율 인증기술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인증 품목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등으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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